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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이야? 가구야? “우리 LG家 확 달라졌어요”
기사입력 2019.09.25 15:50:44 | 최종수정 2019.10.01 09: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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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변했다.’ 재계에서 보수적이고 조용한 이미지를 지닌 LG가 최근 과감한 사업 다각화와 초프리미엄 전략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라이벌 삼성전자에 밀려 2등의 이미지를 벗고 업계 리딩컴퍼니로 도약하고자 하는 젊은 선장 구광모 회장의 1등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약 5년 전 프리미엄 가전브랜드 LG 시그니처를 세상에 내놓은 후 가전에 공간이란 개념을 내세운 LG 오브제로 초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3000만원 넘는 TV 인기몰이

“LG시그니처로 수익을 내지 않아도 좋다. 수익이 안 나는 것이 당연하다.”

약 4년 전 당시 LG전자 CEO였던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이 국내 가전회사 역사상 최초로 ‘프리미엄’을 내세운 ‘시그니처’ 브랜드 제품 개발을 지시하며 한 말이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고 손해를 보더라도 프리미엄 가전분야에 진출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일성이다. 시그니처 라인은 소재부터 차별화하고 극도로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지향해 제품을 내놨다.

LG전자는 제품 한 개당 개발인력을 기존 제품의 5배 정도로 늘리고, 최고의 엔지니어를 선발해 배치함은 물론 디자인 위원회를 만들어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높은 개발비용과 전문 엔지니어로 구성된 AS서비스 등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제품의 가격은 상당히 높게 책정됐다. 2015년 12월 처음 출시해 내놓은 TV는 1000만원대를 넘겼고 이후 77형 대형TV는 3300만원대로 책정됐다. 냉장고는 1000만원대, 세탁기는 300만원을 넘겼다. LG 시그니처 TV개발을 담당한 한 엔지니어는 “초창기에는 제품 하나가 팔려나갈 때마다 제품가격의 20% 가까이 손해가 났다”며 “설치나 수리를 위해서도 엔지니어가 직접 출장을 나가야 하는 만큼 유지보수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출시된 LG전자 제품이라고 믿기 힘든 높은 가격대의 초프리미엄 가전은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히트를 쳤다. LG전자는 시그니처 라인의 구체적인 판매량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출시 이후 매해 목표 대비 두 배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최근까지 거실과 주방 등 집안의 모든 공간에 품격 있는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초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냉장고, 올레드 TV, 세탁기, 가습공기청정기, 에어컨 등 다양한 LG 시그니처 라인업을 국내에 선보였다.



▶단순가전이 아닌 공간(空間)을 이루는 가구

LG전자는 가구와 가전의 조화가 중요한 빌트인 분야에서도 한발 앞서가고 있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는 LG전자가 선보인 초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브랜드다. 최상의 주방을 제공하기 위해 가전과 가구를 패키징해 주방 공간 전체에 대한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고객들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논현 쇼룸에서 다다, 포겐폴, 키친바흐 등 프리미엄 주방가구와 빌트인 가전을 패키지로 제안 받고 구매할 수 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등을 앞세워 지난해 열린 IFA에서 별도 부스를 만드는 등 유럽 시장을 지속해서 공략하는 중이다. 송대현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본부장 사장은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가 열린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2023년까지는 유럽 빌트인 시장에서 선두그룹(탑티어)에 올라간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빌트인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업”이라며 “2023년까지 3년 정도는 돼야 탑티어에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유럽 가전 시장은 세계 빌트인 시장의 40%를 차지할 만큼 다른 지역과 비교해 빌트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현지 가전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현지 가구·인테리어 업체 등과의 협력이 필요해 시장 공략이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송 사장은 “톱클래스 가구사들과 협업해 부스를 준비 중이고, 내년 초에 오픈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빌트인가전 외에도 LG전자가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신개념 융복합 제품은 주거 공간과의 조화를 중시한다. 대표적으로 냉장고를 통해 조리법을 검색하고 식자재를 주문할 수 있는 ‘LG 디오스 스마트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는 거실과 주방의 다양한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함으로써 공간의 통합을 돕는다. 드럼세탁기 하단에 통돌이세탁기를 결합한 ‘트롬 트윈워시’도 사용공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소비자 개인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 가전 솔루션도 선보였다. 가전과 가구를 결합한 ‘LG 오브제(LG Objet)’가 대표적이다. 냉장고, 가습 공기청정기, 오디오, TV 등 네 가지 제품군을 갖추고 있는 LG 오브제는 기술력과 함께 공간 인테리어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 다양한 색상과 크기를 갖춘 트롬 스타일러 역시, 공간과 조화를 이룬다.



▶사업영역 무한확장

집에서 만들어먹는 수제맥주 홈브루

LG전자는 최근 몇 년간 의류관리기(스타일러), 무선청소기(코드제로), 주문제작 가전(오브제)에 이어 새로운 가전을 끊임없이 선보이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류분야에 진출해 주목을 끌고 있다. 기존 보수적인 LG가(家)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변화하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시대가 요구하는 제품을 내놓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LG전자를 혁신으로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8월 LG전자는 수제맥주 제조기 ‘홈브루’를 선보였다. 홈브루는 대표적인 영국식 에일맥주인 페일 에일, 인도식 페일 에일(IPA), 흑맥주(스타우트), 밀맥주(위트), 라거맥주(필스너) 등 맥주 5종을 제조할 수 있는 세계 최초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다. 캡슐과 물만 넣으면 발효에서 숙성 등 맥주 제조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약 9∼21일 정도를 기다리면 최대 5리터의 맥주를 집에서 맛볼 수 있다. 제품 외관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줬다. 제품 전면에는 LCD 디스플레이를 입혀 맥주 제조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제조가 완료된 뒤에는 보관 온도를 사용자가 직접 설정하거나 보관 용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세균과 오염에 민감한 기기 특성상 자동 온수 살균세척 시스템을 갖췄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송대현 사장은 지난 8월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집에서도 양조장에서 갓 나온 맥주를 맛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맥주의 맛과 멋, 수제맥주가 만들어지기까지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맥주 마니아의 로망을 실현할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LG전자 스타일러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처럼 신가전인 홈브루의 소비자 반응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홈브루 흥행에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5년 218억원 수준에서 2017년 433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46% 성장한 633억원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 측은 홈브루 흥행 전망에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송 사장은 “국내 시장 타기팅 소비자는 맥주 마니아”라며 “일반적으로 많이 팔릴 것을 예상하고 가격을 설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기만의 맛과 멋,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최근의 풍토를 보고 고민해서 나온 결과물”이라며 “앞으로 홈브루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맥주를 만들어내는지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에 마케팅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LG홈브루 제품과 캡슐패키지



▶LF 적극적인 사업다각화

수제맥주·소형가전·화장품 확장

LF는 LG그룹에서 독립한 2007년 이후 30여 건의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LF는 사업다각화에 가장 적극적인 패션기업으로 꼽힌다. 2007년 자회사 LF푸드를 설립해 외식사업에 뛰어든 것을 시작으로 2014년엔 사명을 ‘LG패션’에서 현재의 ‘LF’로 바꿨다.

구본걸 회장은 또 2014년 당시 사명을 변경하면서 “사명 변경을 계기로 단순히 옷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생활문화 기업으로 재도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LF는 외식은 물론 호텔, 화장품, 식품 등을 비롯해 부동산 금융업에까지 진출했다.



▶100억원 넘게 투자한

강원도 고성의 수제맥주 브루어리 인수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전기·전자용품 제조 및 판매’를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생활문화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사업다각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LF는 전기·전자용품 중에서도 소형가전에 주목한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시장이 급성장해서다. PB(자체 브랜드) 출시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미 공식 온라인몰 LF몰에서는 다른 브랜드의 에어프라이어, 티포트, 커피머신, 오븐 등을 판매하고 있다. 2017년에는 주류 유통업체인 ‘인덜지’의 지분을 50% 이상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Bernini), 프리미엄 테킬라 페트론(Patron), 세계적인 수제맥주 브루독(Brew Dog) 등을 수입해 국내 독점 유통하고 있는 주류 유통 전문회사인 인덜지는 최근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수제 맥주 양조장인 ‘문베어(Moon Bear) 브루잉’을 공식 개장했다. 1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진 문베어는 최근 자체 수제맥주 브랜드를 만들어 전국 마트와 LF계열 외식브랜드를 통해 유통하며 수익화에 나서고 있다.

LF가 투자한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가 선보인 ‘백두산’

“창의적인 감성 갖춘 LF는 최고의 파트너

세계시장에 통할 한국산 수제맥주 만들 것”
러스 그레고리 문베어 대표(전 맥쿼리증권 한국주식시장그룹 대표)

공기 좋고 물 맑은 청정지역 강원도 고성에 최근 ‘힙’한 공간이 오픈했다. 연간 450만ℓ맥주 생산이 가능한 양조장이자 직접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탭하우스인 ‘문베어브루잉’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 브루어리 중 최고의 첨단 설비를 갖춘 이곳은 크래프트 맥주라는 아이덴티티에 걸맞게 건물 전반에 어두운 색감의 철제 프레임을 사용하고 콘크리트 마감재를 그대로 드러내어 거칠지만 꾸밈없고 자연스런 분위기를 구현했다. 브루어리 2층에 마련한 130여 좌석 규모의 탭하우스는 전면에 통유리를 배치해 방문객들이 문베어의 최첨단 양조 설비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문베어를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금융업계에 있을 때는 숫자만 보고 살았다면 지금은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직접 제공하는 의미 있는 스타트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베어브루잉에서 만난 러스 그레고리 대표는 자신을 스타트업 창업자라 표현했다. 이전까지 그는 증권맨이었다. 수년간 맥쿼리증권 한국주식시장그룹 대표를 지낸 후 수제맥주와 연을 맺어 문베어를 창업했다. 창업 이전까지 수제맥주를 즐기지 않았다고 밝힌 그는 한국 수제맥주시장의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몇 년 전 지인의 소개로 (수제맥주를) 알게 됐는데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실제 4년 전 10여 개에 불과했던 수제맥주 브랜드가 지금은 100여 개로 늘었습니다. 다소 거품이 생겼지만 시장은 아직 초입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원도 고성 토성면 일대의 방치된 옛 공장을 개조한 문베어 브루어리는 작년 12월 문베어 제품을 공식 론칭하고 최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브루어리를 오픈했다. 맥주 외에 먹거리도 보강했다. 미슐랭 스타이자 스타 셰프인 미카엘과 손잡고 문베어에 어울리는 푸드를 개발해 내놨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문베어는 관광객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 사이의 명소로 떠올랐다. LF 사업파트너로 받아들여 “최고의 시너지 낼 수 있을 것”

“수제맥주를 단순히 마시는 공간에서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원료를 체험하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향후 방문자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체험과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문베어 브루어리의 방문객은 맥주 양조의 주요 공정을 둘러보고 홉, 맥아 등 문베어의 원재료를 체험할 수 있으며 ‘금강산 골든에일’, ‘한라산 위트’, ‘백두산 IPA’ 3종 샘플러를 시음할 수 있다. 8월 중순부터 운영하는 브루어리 투어는 문베어브루잉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한편 수제맥주 업계에 뛰어든 금융전문가에게 여러 투자제안이 뒤따랐다. 그 중 러스 그레고리 대표는 2017년 LF를 사업파트너로 맞았다. 문베어를 소유한 인덜지 지분을 넘겨 주요주주로 받아들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여러 제안이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LF는 우리의 비전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외식업을 운영하고 있었던 만큼 시너지도 낼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 등을 중시하는 창의적인 기업문화도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러스 그레고리의 비전은 무엇일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맛있는’ 한국산 수제맥주를 만드는 것이었다.


“세계적인 한국 맥주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국에 오래 살다보니 한국맥주가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이러한 인식을 바꿀 만한 맥주를 세계시장에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자란 보리 등 재료를 바탕으로 꼭 세계적인 맥주를 만들어내겠습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9호 (2019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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