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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9 대해부
기사입력 2019.01.29 14:13:52 | 최종수정 2019.01.31 11: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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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Ⅰ‘CES 2019’서 본 뉴 트렌드

30㎝ 상자서 65인치 롤러블 TV 펼쳐지자

외신기자들 “마술 보는 것 같다” 환호


美 라스베이거스 = 김규식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세계 최대 ICT전시회인 ‘CES 2019’의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 삼성전자가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자사의 인공지능(AI) 플랫폼 ‘뉴 빅스비’를 활용해 TV·냉장고 등과 일상 언어를 통해 대화·명령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8K(UHD의 4배 해상도) 98인치 QLED TV와 마이크로 LED TV 등 신기술을 선보이자 1500여 명의 글로벌 기자들이 환호를 지르며 박수를 쏟아낸다.

이날 아침에는 같은 호텔에서 LG전자의 프레스 콘퍼런스가 열려 수많은 취재진들이 돌돌 말 수 있는 ‘롤러블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리모컨 버튼을 누르자 세로 길이가 20~30㎝ 정도밖에 안 되는 긴 상자 안에서 65인치 OLED TV가 펼쳐져 나왔고 외신 기자들은 ‘마술을 보는 것 같다’며 기립 박수를 쳤다.

CES 2019가 1월 8~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올해는 155개국에서 4500여 개의 기업이 참여했고 이 중 한국업체는 382개였다. 참관객은 18만 명을 넘었고 참관·전시 등을 위해 CES 2019에 등록한 한국인은 7179명으로 미국·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와 뜨거운 관심이 보여주듯 CES는 세계 최고의 ICT 전시회로 꼽히고 이곳을 통해 올해의 기술 트렌드와 기업들의 준비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최근 10여 년, CES에서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의 전자업체는 주인공 대접을 받아왔다. 높은 기술력을 선보이며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올해도 전시장의 가장 좋은 위치에 커다란 부스를 꾸렸고 부스는 참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삼성전자는 전시장에 98인치 QLED 8K TV, 로봇(삼성봇), 디지털콧핏(미래형 커넥티트카 조정석 플랫폼) 2019 모델, 뉴 빅스비(삼성 AI플랫폼)로 연계된 가전 등을 선보였다.

LG전자는 돌돌 말 수 있는 롤러블 TV와 로봇, 260장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구성한 거대한 곡선 스크린 등으로 참관객을 압도했다.

CES 2019는 산업 가치가 ‘하드웨어에서 서비스’로 이동하는 대격변 현장도 보여줬다. AI 양강 구글과 아마존이 존재감을 과시했고 일본의 대표 기업 소니와 도요타는 하드웨어(TV·차) 대신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모빌리티(이동서비스)의 변화도 화두였다. 자율주행차의 상용서비스가 다가오면서 포드, 벤츠, 아우디, 닛산,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완성차들은 경쟁적으로 모빌리티를 선보였다. 작년 CES의 화두가 스마트시티, AI, 드론, 블록체인 등이었다면 올해 CES에서는 5G, 로봇, 자율주행과 새로운 모빌리티, 퀀텀 컴퓨팅 등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삼성 AI가전과 98인치 8K QLED TV

“빅스비, 내가 작년에 본 영화는 뭐지”라고 TV에게 묻자, 개인의 취향을 고려해 16개의 영화를 골라준다. 이번에는 냉장고에 “이번 주 날씨 어때”라고 묻자 전면의 패밀리보드(터치스크린)에 이용자가 살고 있는 곳의 날씨 정보가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된다. 맛집 추천을 의뢰하면 ‘중식·프랑스식’ 등 이용자가 평소 좋아하는 종류부터 보여준다. 스마트폰으로 찍었던 사진을 냉장고의 패밀리허브로 보내 편집하고 이를 가족들과 함께 공유한다.

삼성전자는 1월 8일(현지시간) CES 2019에서 프레스콘퍼런스를 열고 이 같은 장면을 시연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인공지능 플랫폼인 ‘뉴 빅스비(기존 빅스비의 업그레이드 버전)’를 스마트 TV와 냉장고(패밀리허브)·에어컨 등 가전에 처음 적용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좀 더 자연스럽고 복잡한 대화·명령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2017년 선보였던 빅스비가 음성인식을 통해 기기를 제어하고 검색하는 데 중점을 둔 플랫폼이었다면 작년 말 공개된 뉴 빅스비는 자연어(일상 생활 언어) 처리능력을 통해 이용자와 대화하면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제휴사와의 협력을 통해 예약·결제 등을 할 수 있는 AI비서로 진화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TV·가전) 부문장·사장은 “더 많은 사람이 기술의 진보를 누리도록 기기의 연결성을 넘어 지능화한 서비스를 구현하고자 노력해왔다”면서 “우리의 광범위한 제품군을 인텔리전스 플랫폼 뉴 빅스비와 연동해 기존에 없던 혁신과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또 지능화된 초 연결 사회의 필수 요소로 사물인터넷(IoT)·5G· AI 등을 꼽으며 특히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첫 5G 스마트폰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CES 2019에서 ▲뉴 빅스비가 연동된 가전(TV, 패밀리허브 냉장고 등) ▲8K(UHD의 4배 해상도) 98인치 QLED TV ▲로봇플랫폼 ‘삼성봇’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등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8K 85인치 QLED TV를 선보였는데 올해는 98인치 초대형 TV로 라인업을 확대한 것이다.

뉴 빅스비가 적용된 삼성의 가전들은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명령 수행이 가능하다. “영화 <베놈> 주연 배우가 누구지(이용자)”-“톰 하디(뉴 빅스비)”-“출연한 다른 영화 보여줘(이용자)”와 같이 자연스러운 명령과 수행이 가능하다. 또 삼성의 AI스피커·비서 ‘갤럭시홈’뿐 아니라 구글 홈, 아마존 알렉사 등 타사의 AI스피커와도 연동된다. 알렉사에 “ESPN(스포츠채널)으로 바꿔줘”라고 명령하면 삼성의 스마트TV가 채널을 바꿔주는 식이다. 뉴 빅스비의 적용을 통해 시청이력 등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유니버설 가이드’도 한층 진화했다.

삼성전자는 뉴 빅스비와 IoT 기술을 중심으로 미래 사회 곳곳을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삼성이 선보인 AI 스피커 ‘갤럭시 홈’은 집안 내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연동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고객들이 집·사무실·피트니스·마트 등 개별 공간을 이동하면서도 일상생활이 끊임없게 해주는 서비스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집에서 ‘갤럭시 홈’으로 듣던 음악을 고스란히 이어서 차에서 들을 수 있다. 또 퇴근 시에는 하만과 공동 개발한 미래형 커넥티트카 플랫폼인 ‘디지털 콕핏’을 통해 패밀리허브 냉장고 내부를 확인한 뒤 부족한 식재료 등을 미리 주문할 수 있다. 집에 도착하면 냉장고가 추천한 레시피를 오븐으로 자동 전송시켜 간편하게 조리를 할 수 있다.



▶삼성 ‘마이크로 LED’ vs LG ‘롤러블’

“마이크로 LED는 화면 크기, 화면비, 해상도, 베젤 등 4가지 면에서 TV의 제약을 없앴다. 인공지능(AI)시대 스크린 혁명을 주도할 것이다.”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아리아호텔에서 열린 ‘삼성 퍼스트룩 2019’를 통해 연단에 오른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이렇게 얘기했다. 이 행사는 삼성전자가 매년 TV 관련 신기술·신제품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이날 글로벌미디어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해 75인치 마이크로 LED 스크린 등 신제품이 공개될 때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삼성전자는 기술적으로 마이크로 LED와 QLED 등을 통해 그동안 TV의 제약으로 꼽혀왔던 요소들을 극복하고 획일적인 모델에서 벗어나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 첨병 중 하나가 마이크로 LED이다.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LED 소자를 촘촘히 붙여 스크린을 만드는 기술로 TV 화면의 제약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한종희 사장은 퍼스트룩 행사를 통해 TV의 4가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마이크로 LED를 꼽았다. 화면크기·화면비·해상도·베젤(테두리) 등이 극복 가능한 한계들이다. 마이크로 LED 기술을 통해 ‘모듈’ 형식의 TV를 조립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비자 맞춤형으로 화면크기·화면비 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게 한 사장의 설명이다. 실제 이날 행사에서는 다양한 화면비와 크기로 조립된 TV가 전시됐다. 또 마이크로 LED TV는 베젤이 거의 없다.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AI기술을 통해 4K(UHD), 8K(4K보다 해상도가 4배 높음) 등으로 화질을 업그레이드하는 기술을 보여주면서 이용자 맞춤형 해상도를 제시했다.

CES 2019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박일평 LG전자 사장(사진제공=LG전자)



▶LG, 롤러블 TV로 공간을 창조

이번 CES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제품 중 하나는 LG전자의 롤러블 TV이다. 7일 아침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는 LG전자의 프레스콘퍼런스가 열려 세계 최초로 롤러블 TV가 공개됐다. 리모컨을 작동하자 스피커처럼 생긴 납작한 상자(높이 20~30㎝) 속에 말려져 있던 얇은 OLED 패널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프레스콘퍼런스에 참가한 한 외신기자는 “마치 호롱병 속 뱀이 마법에 의해 올라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시청하지 않을 때는 자동으로 패널이 상자 속으로 말려들어간다. TV를 보지 않을 때는 패널이 약 15㎝ 정도 고개만 빼꼼히 상자 밖으로 내미는데, 이 때는 날씨와 시계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간단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LG전자는 이 롤러블 TV의 이름을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65인치)로 지었다.

콘퍼런스에는 국내외 기자 및 블로거, 유튜버 등 1500여 명이 입추의 여지없이 참석했는데, 제품이 공개되자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CES 2019를 주최하는 전미소비자가전협회(CTA)는 올해 이 제품에 혁신상을 줄 정도로 현지에서의 관심은 뜨거웠다.

LG전자가 마련한 전시 부스에서도 올레드 TV R의 인기는 뜨거웠다. 참관객들은 TV가 말려 내려가고 올라가는 모습을 동영상 등으로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롤러블 TV를 본 참관객들의 반응은 ‘TV가 차지하고 있던 곳에 새로운 공간이 생기겠구나.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였다.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휘거나 감을 수 있는 OLED 패널의 특성을 살린 제품이다. 이 패널의 생산은 LG디스플레이가 담당하는데, 이 회사는 CES를 통해 롤러블 패널을 차의 디스플레이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TV를 통해 집안뿐 아니라 차·책상 모니터 등에 적용되면 여기에도 새로운 공간이 창출될 수 있는 셈이다.

LG전자는 롤러블 TV 외에도 인공지능이 탑재된 다양한 가전제품들을 전시했다. 먼저 LG전자는 휠 수 있는 OLED의 특성을 이용해 OLED 디스플레이 260장을 전시장 입구에 한꺼번에 붙여서 거대한 폭포 조형물을 만들었다. 이 조형물 앞에서 관객들은 연신 사진을 찍어대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디스플레이에 폭포, 풍등, 화산, 우주 등의 이미지들이 겹치면서 화려한 OLED의 화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폭포를 빠져나가면 자동으로 음악에 맞춰 오르락내리락하며 ‘군무’를 추는 롤러블TV 5대를 전시했다.

이를 지나가면 AI가 탑재돼 자동으로 내용물을 주문해 주는 냉장고, AI를 통해 날씨를 자동으로 파악해 세탁물의 건조정도를 맞춰주는 세탁기, 옷의 상태에 따라 다른 스타일링을 알아서 해 주는 스타일러 등이 진열됐다. 이런 전시는 LG전자가 사용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는 라이프스타일을 정면으로 겨냥한 인공지능 제품들을 내놓겠다는 의지와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는 CES 2019 기조연설을 통해 이런 비전들을 공개했다. 박일평 CTO는 “LG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LG 씽큐’가 고객을 더 많이 배우고 집, 자동차, 도시 등 다양한 접점에서 연결되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감동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 전시회에서 모델들이 세계 최초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를 소개하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AI로봇 시대

“오토매지컬(Auto-Magical·AI를 장착한 로봇이 줄 수 있는 마법 같은 경험) 시대가 왔다.”

박 CTO는 CES 2019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얘기했다. 그는 인간이 인공지능과 로봇을 통해 완벽하게 개인화(Customized)되어 제공되는 서비스로 마법과 같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기조연설에 LG전자의 로봇 클로이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CES 2019은 로봇 경영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AI가 적용된 로봇 신제품을 들고 나오며 일상 생활에 로봇이 활용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줬다.

네이버는 미국 퀄컴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자사의 로봇 ‘엠비덱스’를 5G 초고속 통신에 연결시켰다. 기술을 로봇의 뇌와 연결시켜 무거운 프로세서를 달지 않고 전력 소비도 줄여 초경량 로봇의 탄생도 예고됐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프로젝트 일환으로 개발한 ‘삼성봇(Samsung Bot)’을 대거 선보였다. 종류는 케어(Care)·에어(Air)·리테일(Retail) 세 가지다. 케어(Care)는 실버 세대의 건강과 생활 전반을 종합 관리하는 로봇이다. 혈압, 심박, 호흡, 수면 상태를 측정해 알려주고 약 먹는 시간도 체크해준다.

또 낙상이나 심정지 등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119와 가족들에게 상황을 실시간 전파한다. 운동을 제안하거나 음악을 들려주고 대화도 할 수 있다. 에어(Air)는 집안 곳곳에 설치된 공기질 센서와 연동해 실내 공기를 관리하는 로봇이다. 실내 지도를 매핑해 센서가 알려준 위치로 찾아가 공기 정화를 한다. 이밖에 리테일(Retail)은 쇼핑몰·음식점·상품매장 등에서 음성·표정으로 소통하며 상품을 추천하고 주문받거나 결제를 돕는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로봇도 함께 선보였다. 보행 보조 로봇인 GEMS(Gait Enhancing & Motivating System)는 근력저하나 질환·상해 등으로 걷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로봇들이다. 고관절 착용 로봇(GEMS-Hip)은 걷는데 힘을 보태 보행 속도를 20% 높인다. 무릎 착용 로봇(GEMS-Knee)은 관절염 등을 앓고 있는 환자를 위해 제작됐는데, 30㎏ 이상 체중 경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이밖에 발목 착용 로봇(GEMS-Ankle)은 보행 속도를 10% 빠르게 해준다. 이근배 삼성전자 AI센터장(전무)는 “삼성봇은 건강·환경 등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시대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7일 차세대 인공지능 프로젝트로 개발한 ‘삼성봇’과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을 CES 2019에서 처음 공개하고 있다.



LG전자의 부스에서는 로봇 ‘클로이’가 안내를 도와줬다. LG전자는 CES 2019에서 최초 공개된 허리 근력 보조 ‘LG 클로이 수트봇’을 포함해 총 5가지 종류의 클로이를 전시했다. LG전자는 이번 CES 행사 기간에 하루 3번씩 클로이 시연 프레젠테이션을 열어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로봇 기술력을 홍보했다. 허리근력 지원용 LG 클로이 수트봇은 사용자가 일정 각도 이상으로 허리를 굽히면 이를 감지해서 로봇이 준비상태에 들어가고, 사용자가 허리를 펼 때 로봇이 사용자 허리에 가해지는 힘을 보조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현대자동차도 오픈이노베이션센터 현대 크래들이 개발한 전기차 기술 기반의 로봇 ‘엘리베이트(Elevate)’의 실물을 공개했다. 4개의 바퀴가 달린 로봇 다리를 움직여 재난 지역 등 기존 이동수단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신개념 모빌리티 로봇이다. 글로벌 부품사 콘티넨탈도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로봇배송 개’를 공개했다. 물건을 주문하면 집 앞까지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배송해주는 로봇으로, 애완견 모양을 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자사의 매장용 로봇 ‘페퍼’가 다른 회사의 로봇들과 협업해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넓은 상점에서 물건을 찾아내 운반용 로봇에 운송을 지시하거나, 더러운 곳을 발견하면 청소 로봇을 부르는 식이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사전 부스투어에서 관람객들이 ‘뉴 빅스비’가 적용된 냉장고를 살펴보고 있다.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 무한 협업의 시대

CES 2019의 또 다른 화두 중 하나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였다. 삼성전자는 CES 2019의 개막을 앞두고 라스베이거스에서 TV 신제품 공개행사를 갖는 날 ‘애플과의 협업’을 전격 발표했다. 스마트폰의 ‘숙명의 라이벌’일 뿐 아니라 특허 등을 두고 소송을 벌여왔던 두 회사가 손을 맞잡는다는 소식에 글로벌 미디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앤드류 시보리 삼성전자 상무는 “TV가 좀 더 많은 호환성을 갖고 많은 디바이스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삼성 스마트 TV가 애플 ‘아이튠스 무비&TV쇼(아이튠스)’ 등을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휴의 내용은 삼성전자의 스마트 TV에 애플 아이튠스 무비·TV쇼와 에어플레이2를 동시에 탑재한다는 것. 아이튠스와 에어플레이가 동시에 탑재되는 것은 TV업계 최초일 만큼 파격적이다. 이번 협력에 따라 새로 출시되는 스마트TV나 작년 이후 판매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는 제품에서는 애플TV(셋톱박스) 등 별도의 기기 없이도 애플 콘텐츠를 TV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아이튠스 무비·TV쇼는 애플이 2019년 상반기에 출시하는 비디오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다. 삼성 스마트 TV 사용자들은 아이튠스 비디오 앱을 통해 아이튠스 스토어가 보유한 4K HDR 영화를 비롯해 수만 편에 이르는 다채로운 영화·TV 프로그램을 구매해 TV로 감상할 수 있다. 에어플레이2는 애플 기기에 저장된 음악, 영상, 사진 등을 외부 기기와 연동해 스트리밍 하는 기능이다. 이번 협력은 삼성전자가 그간 사용자 편의를 위해 스마트 TV에 오픈 소스 플랫폼인 타이젠 LG전자 역시 애플·아마존 등과의 협업을 공개했다. LG전자는 자사 인공지능 TV에서 독자 AI 플랫폼인 ‘LG 씽큐(LG ThinQ)’를 토대로 구글의 인공지능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와 연동시킨 바 있다.

올해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Alexa)’, 애플의 무선 스트리밍 서비스 ‘에어플레이(AirPlay 2)’ 및 스마트홈 플랫폼 ‘홈킷(HomeKit)’ 등과도 연동시킨다. 이에 따라 TV 리모컨의 전용 버튼을 통해 음성으로 아마존의 쇼핑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애플 기기 사용자들은 LG 인공지능 TV에서도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의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애플 기기를 통해서도 음성 명령으로 LG 인공지능 TV를 제어할 수 있다. Part Ⅱ새로운 모빌리티의 향연

운전대 손 떼고 운동 가능케 한 현대차

자동차를 놀이동산으로 꾸민 아우디


美 라스베이거스 = 한예경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자동차 업계에 아이폰 모멘트가 상륙했다.”

지난 2007년 애플이 스마트폰(아이폰)을 처음 출시하면서 세상은 아이폰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갈렸다. 휴대폰 산업, 생태계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의 비즈니스모델이 송두리째 바뀐 이 시점을 일컬어 ‘아이폰 모멘트’라고 부른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19’에서 만난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자동차업계에도 드디어 ‘아이폰 모멘트’가 들이닥쳤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휴대폰업계의 아이폰처럼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뒤엎는 혁신적인 아이템이 자동차업계에도 등장했단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플라잉 택시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진화된 기술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2019년이 혁신의 순간, 기술의 변곡점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업계가 ‘아이폰 모멘트’를 떠올리고 있는 이유는 하나다. 위기의식이다.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위기의식이 차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엔지니어들에게 CES는 1년에 딱 나흘간만 개장하는 ‘디즈니랜드’다. 머릿속에서 상상할 수 있었던 온갖 기술을 실제로 보여주면서 꿈과 환상을 심어준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다 볼 수 없는 광활한 놀이터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차, 옆 차와 대화하는 차, 손짓발짓으로도 내말을 알아듣는 차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실제로 전시된다. 그러나 올해 CES 기간 동안 자동차업계는 온통 잿빛이었다. 암울한 뉴스가 연일 업계를 강타했다. 재규어·랜드로버를 생산하는 인도 타타그룹 소유의 영국 차회사 JLR가 최대 5000명을 감원하겠다는 소식을 알린 게 시작이었다. 이어 미국 포드도 14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비용 절감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유럽 전역에서 차량 라인업을 축소하고 수천 명을 감원한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앞서 지난 연말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전 세계에서 7개 공장을 폐쇄하고 1만4000명 이상의 직원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터였다.

지난해 3분기 어닝쇼크까지 경험했던 현대차도 올해는 어떻게든 반등하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있다. 미래 콘셉트 카를 전시한 전시장에서 기자들은 CEO에게 향후 구조조정 계획을 물어야했다. 이처럼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사활이 걸린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기술이 무지갯빛일 리가 없다. 미래에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는 바로 지금 최대한 효율적인 자금집행을 통해 가장 최적의 기술을 획득하는 것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에도 아이폰 모멘트가 찾아왔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G전자 사전 부스투어에서 세계 최초 ‘롤러블 TV’를 전시하고 있다.



▶‘CASE’시대, 소비자들은 ‘FAST’

최근 자동차업계의 메가트렌드를 뜻하는 영어약자는 CASE, ACES, CARE 등 다양하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이들이 뜻하는 4가지 특징은 같다. 미래 자동차는 연결, 자율주행, 공유, 전동화라는 4가지 키워드 중심으로 발전해나간다는 의미다.

연결(Connected)은 IT기술이 자동차에 접목되면서 차는 언제 어디서나 연결된 디바이스로 변모해간다는 뜻이다. 자율주행(Autonomous)은 운전자 조작 없이도 자동차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또 한 대의 차를 시간 단위로 나눠 여러 사람이 사용 가능하도록 한 것이 공유(Sharing), 자동차의 구동방식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변화해가는 것이 바로 전동화(Electrified)다. 이들의 머리글자를 따서 자동차업계에 ‘CASE’가 중요해졌다고 말하는 것이다. CASE 시대에는 소비자들도 차를 선택할 때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부품업체인 포레시아(Faurecia)는 올해 CES에서 프레스콘퍼런스를 갖고 “CASE시대 소비자들의 우선순위는 FAST”라고 밝혔다. 여기서 FAST는 언제 어디서나 이동성을 가질 수 있는 자유(Freedom),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가능성(Affordability),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안전(Safety & Security), 그리고 마지막으로 효율적인 시간 관리(Time) 등을 말하는 것이다.

올해 CES의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노스홀을 차지한 100여 개의 자동차 관련 업체들을 이 기준에서 보면 좀 더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가령 도요타는 노약자나 장애인들도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Affordability)에 초점을 맞춘 자율주행차를 내놓았고, 현대모비스는 차량이 보행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안전(Safety)을 강조한 차를 선보였다.

현대차/현대차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차량내부를 체험해보고 있다



▶승객에게 차를 파는 시대

자동차를 살 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운전자다. 차를 몰고 다닐 사람이 차를 고르는 게 당연하니까.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도 운전자의 입맛에 맞게 운전의 재미를 설계하고, 운전석의 안전성을 가장 중시해왔다. 하지만 2019년 CES에서 자동차회사들은 이 당연한 명제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운전자가 인공지능(AI)으로 바뀐다면, 그리하여 도로 위의 자동차가 모두 자율주행차로 바뀐다면, 자동차회사가 과연 운전자에 신경을 써야 하나. 자율주행시대에 차를 소유하는 이는 운전자가 아니라 승객이다. 승객 입맛에 맞는 차를 팔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올해 CES에 참여한 다양한 회사들은 운전자가 핸들을 놓으면 과연 뭘 할 것인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변을 내놓았다.

우선 현대차. 현대차는 CES 전시장 내에 자동차를 한 대도 전시하지 않았다. 대신 공 모양의 미래형 운전석을 꾸며 놓고 앞면엔 디스플레이를 깔았다. 운전석이지만 운전대가 없다. 현대차는 운전대에서 손을 뗀 운전자, 즉 승객이 아마 네 가지 일을 주로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Work), 운동(Sports), 탐험(Discover), 쇼핑(Shopping). 스크린에 네 가지 버튼 중 ‘운동’을 누르면 디스플레이에 배가 떠 있는 바다가 펼쳐진다. 관람객들이 스크린 아래에 설치된 손잡이를 잡아당겨 운동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보쉬/움직이는 차량 인테리어



아우디는 그중에서도 엔터테인먼트를 강조했다. 운전대를 놓는다면 우리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놀고 즐기는 일이 될 것이라 본 것이다. 아우디는 일찌감치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 중 하나인 월트디즈니와 손잡았다. 자율주행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만들고 자동차를 놀이공원으로 만들었다.

현대모비스 전시장에서 엠비전이 승객과 대화하고 있다.



부품사들 중에 보쉬, 포레시아 등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자동차의 좌석이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회의가 필요하다면 마주보고 앉고, 자고 싶다면 의자를 펴서 침대로 만드는 식으로 공간의 자유를 구현해냈다.

▶완성차업계보다 더 강해진 부품사

올해 CES에서 자동차업계가 위치한 노스홀을 둘러본 많은 관람객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곳은 완성차보다 오히려 부품사가 많았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에서 미래 모빌리티를 담당하고 있는 최승혁 파트너는 “올해 CES에서 일부 대형 부품사들(티어1)은 완성차업계(OEM) 못지않은 기술력을 보여줬다”며 “머지않은 미래에 경쟁력 있는 부품사와 완성차업계 일부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최 파트너의 말은 과장된 게 아니었다. 실제 현대모비스, 콘티넨탈 등은 이미 완성차 못지않은 제품들을 선보였다.

현대모비스는 각종 센서 기술을 집약해 만든 자율주행 키트 ‘M.VISION(엠비전)’을 선보여 완성차와 부품업계를 놀라게 했다. 통상 자율주행 기술은 완성차업계에서 종합 개발하거나 부품사들이 자율주행에 필요한 부품을 따로 개발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현대모비스에서는 차량 지붕에 얹으면 자율주행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부품 종합 세트를 선보인 것이다.

엠비전의 가장 큰 장점은 차량지붕에 얹는 방식이다. 차량의 크기나 디자인에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가 차량을 설계할 때부터 원가절감이 가능하다. 또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높아져도 차량 자체를 개조하거나 바꿀 필요 없이 키트 내 센서 숫자나 알고리즘만 업데이트하면 된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020년까지 엠비전 개발을 마치고 양산 시점을 타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자율주행차 무인셔틀을 선보였던 부품사 콘티넨탈은 올해 여기에 태우는 배달로봇까지 만들어 왔다. 배송시스템 분야에서는 완벽한 자율주행 무인시스템을 구현해낸 것이다.

아우디/디즈니와 협업



콘티넨탈의 자율주행 로봇 택시 플랫폼 ‘큐브’에는 개처럼 생긴 ‘캐스케이딩 로봇’이 여러 대 들어가 있다. 큐브가 목적지에 도착해 배달로봇을 내보내면, 택배를 짊어진 캐스케이딩 로봇들이 집 앞 또는 우편함 앞에 택배를 전달하고 큐브로 돌아온다. 배송기사가 하고 있는 역할을 로봇이 대체하게 되는 셈이다.

▶완성차업계 비즈니스모델 대전환

통상 CES가 끝나면 바로 다음 주에 디트로이트에서 모터쇼가 시작된다. 디트로이트 모터쇼의 정식명칭은 ‘북미국제오토쇼(NAI AS)’.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사막기후의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혹한의 디트로이트로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의 심장부인 디트로이트에서 매년 1월 미국차의 위용을 자랑했던 북미국제오토쇼가 내년부터는 한여름인 8월로 시기를 옮긴다.

CES에 웬만한 글로벌 카메이커들이 다 전시장을 꾸리기 때문에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더 이상 관객을 끌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5~7년 주기의 콘셉트 카 위주였던 모터쇼는 이제 당장 올해나 내년에 나올 차들을 소개하는 쇼장으로 변하고 있고, CES에서는 미래기술을 보여주는 장이 돼버렸다.

CES에 전시장을 마련한 완성차업계마저도 이미 비즈니스모델의 대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차를 전시하는 게 아니라 바뀐 비즈니스모델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완성차업체가 자동차 공유서비스에 투자하기 시작하고 로봇을 전시하기 시작한 것을 바꿔 말하면 기존의 비즈니스모델이 더이상 안 통하게 됐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올해 CES에서 ‘차는 스마트폰, 자동차회사는 앱스토어’라고 정의했다. 모빌리티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행거리(Miles)·이용시간(Minutes)·전력량(Meg awatts)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3M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기차를 기반으로 2020년부터는 차량의 주행거리뿐만 아니라, 이용시간·전력량 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콘티넨탈의 자율주행차 큐브에서 개처럼 생긴 로봇들이 내려와 택배를 나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회사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정의하고 차는 궁극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라고 명명했다.

벤츠의 차기 회장이 될 올레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 부문 연구개발 총괄은 CES 현장에서 콤팩트카 CLA를 전 세계 최초 공개했다. 벤츠는 통상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등 자동차 전시회를 통해 신차를 공개해 왔으나 CES에서 이례적으로 신차를 내놓으면서 “벤츠의 목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선구적인 모바일 디바이스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3대 완성차업체 포드에서 스마트모빌리티를 책임지고 있는 선딥 마드라 부사장은 “포드를 비롯한 자동차업계는 최근 다양한 기업들과 제휴, M&A, 투자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최종 소비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완성차업계가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갖춰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Part Ⅲ5G는 모든 것을 바꾼다

VR, 배트맨 무대 고담에 온 것처럼


美 라스베이거스 = 신현규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1.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수백㎞ 떨어져 있는 LA의 드론을 조종하여 건물 주변을 탐색한다.

#2. 뇌암을 앓고 있는 환자 두뇌 속을 실시간으로 스캔하여 어느 부위에 메스를 가해야 할지를 찾는다.

#3. 농구선수의 눈에 고글을 심어서 실시간으로 선수 시점에서의 스포츠경기를 중계 받는다.

#4. 산불이 일어난 미국 캘리포니아 현장에 급파된 기자의 시선으로 산불 현장을 체험하고 그 참혹함을 경험한다.

#5. <배트맨> 영화의 무대인 고담시티 속에 관객들이 들어가서 스토리가 벌어지는 현장을 체험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놓은 혁신적인모빌리티컨셉카`비전어바네틱’.



이 모든 일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월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Consumer Technology Show)에서는 5G로 인해 가능해질 위와 같은 일들이 시연 또는 발표됐다. 세계최초로 5G를 상용화한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의 CEO 한스 베스트배리는 CES 2019 기조연설에 나와 “5G는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5G Changes Everything)”라고 말했다. 베스트배리 CEO의 기조연설에서는 위에서 열거된 사례 중 1번에서 4번까지가 실제로 발표되었다.

마지막 5번의 사례는 인텔이 워너브러더스와 손잡고 자신들의 CES 전시관에 직접 전시한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곧’ 현실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5G로 인해서.

▶원거리에 있는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

미국 남부에서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고 있는 서던컴퍼니(Southern Company)는 고객이 약 900만 명이다. 전기와 수도 공급망은 항상 유지보수가 필요하고 망이 끊긴다거나 잔고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900만 명이라는 큰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유지보수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유지보수에 따른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회사가 찾은 해법은 드론. 수도와 전력망을 정기적으로 순찰하면서 문제가 되는 곳을 열감지센서로 찾아내어 사전에 문제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유지보수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스카이워드(Skyward)라는 회사와 함께 드론으로 전력 수도망 보수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고자 했다.

문제는 드론을 띄울 때 사람이 항상 옆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무인드론이 아직 기술적으로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이 드론을 조정하려면 조종자가 근처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5G를 통해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두 회사는 발견했다. 기존의 통신망과 달리 5G는 일초당 평균 1기가바이트 정도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시속 500㎞로 달리는 물체 속에서도 연결이 끊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스카이워드는 이번 CES에서 버라이즌의 5G 망을 이용, 라스베이거스에서 LA에 있는 드론을 컨트롤하는 장면을 시연했다. 머라이야 스콧 스카이워드 CEO는 태블릿 속에 포함된 드론 컨트롤 프로그램을 이용해 LA에 있는 드론을 하늘로 띄우고, 미리 설정된 건물의 주변을 순찰하게 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드론과 연결된 태블릿에 떠 있는 인터넷 속도는 초당 900MB. 스콧 CEO가 띄운 드론은 예정된 루트를 따라 건물 주변을 한 바퀴 정찰했다. 스콧 CEO는 “원거리에서 드론을 띄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드론으로 집, 학교, 교통, 화재 등 각종 데이터들을 습득하여 바로 중앙 분석센터로 보내줄 수 있고,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5G로 인해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한국의 연구소에 앉아서 남극 세종기지에 있는 드론을 조종하여 사람이 가기 힘든 남극의 빙하 틈 사이로 들어가 아직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다양한 유물들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드론으로 CCTV가 없는 아파트 구석이나 시골 골목길을 순찰하며 범죄자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CES 2019에서 한 관객이 가상현실 안경을 끼고 콘텐츠를 감상하고 있다.



▶뇌 속에 있는 암세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5G의 장점은 빠른 속도에만 있지 않다. 지연시간(Latency)이 거의 없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이론상 4G 네트워크는 지연시간이 10㎳라고 하며 유선네트워크도 이와 비슷하다. 그러나 5G는 지연속도가 이론상으로 1㎳ 정도로 낮다.) 게다가 매우 안정적이다. 즉 데이터 끊김이 없고 지연속도가 낮기 때문에 매우 안전이 요망되는 기기에도 활용 가능하다.자율주행차 솔루션에 5G가 필수적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량을 타고 가다가 사람이나 개 등의 생명체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즉각적으로 자율주행차가 이를 파악하고 멈춰서야 한다. 만일 자율주행차의 센서와 차량의 CPU가 5G로 연결되어 있다면, 지연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버라이즌의 기조연설에서는 5G의 짧은 지연시간 덕분에 가능한 솔루션 몇 가지가 추가로 발표되었다. 먼저 메디비스(MediVis)라는 헬스케어 기업의 창업자 크리스토퍼 몰리는 사람의 뇌 속에 있는 암세포를 증강현실(AR) 형태로 볼 수 있는 자신들의 솔루션을 시연했다. 기존에 뇌수술을 하는 외과의사들은 MRI나 CT를 통해 찍은 환자의 뇌 속을 단면으로 보고 평면적 계산을 한 뒤 집도를 했다. 그러다보니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사람의 뇌 속 혈류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이 성공적이지 않은 경우가 잦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메디비스라는 회사는 MRI나 CT를 통해 촬영한 사람의 뇌 속 모습을 실시간으로 잡아내어 일종의 증강현실 형태로 외과의사들에게 보여주는 솔루션을 만들었다. 문제는 지연시간. 만일 CT, MRI 등으로 촬영되어 재구성된 사람의 뇌 속 모습이 의사의 눈에 전달되기까지 지연시간이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수술은 참혹한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몰리 CEO는 “5G로 인해 헬스케어의 핵심인 연결성이 가능해졌다”며 “사람의 몸속에 살아 숨쉬는 수많은 세포와 혈관, 신경들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수술까지 해 내려면 그 속에 있는 정보들을 컴퓨터로 지연시간 없이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불현장에 들어간 것 같은 체험이 가능하다

이번 CES에 등장한 5G 관련 전시물들의 가장 큰 특징은 ‘콘텐츠’를 활용한 전시물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텔은 워너브러더스와 손잡고 자사의 킬러 콘텐츠 중 하나인 <배트맨>을 접목한 차량을 전시했다. BMW의 X5 모델을 개조한 이 차량 속에서 관람객들은 영화 <배트맨>의 무대인 고담시를 가상으로 여행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차를 타고 영화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선사한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일간지인 뉴욕타임스는 버라이즌의 5G 망을 이용해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을 준비하고 있다.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대표는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대표의 CES 기조연설에 나와 “저널리스트들이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는지를 5G로 혁신할 수 있으며, 독자들이 뉴스를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지를 5G로 혁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뉴스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혁신이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 주에서 최근 일어난 큰 산불 현장에 기자를 보내고 그가 촬영하는 콘텐츠들 속으로 일반 시청자들이 들어가 가상현실을 통해 산불을 체험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미 여러 저널리즘 연구소들이 시리아 내전, 지구 온난화 현장 등을 가상현실 콘텐츠로 제작해 배포하고 있는데, 5G 시대가 열리면 이런 뉴스 현장에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들어가는 일이 현실화된다.

특히 이번 CES를 돌아본 비즈니스 리더들 중 일부는 5G로 인해 가장 빠르게 성장할 산업이 엔터테인먼트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5G를 주창하는 통신사들이 대부분 엔터테인먼트 회사나 콘텐츠 생산 관련 회사들과 제휴를 CES에서 발표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버라이즌은 월트디즈니, 뉴욕타임스와 5G 콘텐츠 협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디즈니는 버라이즌뿐만 아니라 차량 제조회사인 아우디와도 손잡고 게임·영화 등의 전통적인 콘텐츠를 자율주행차 안에서 보다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협업하고 있다. 특히 아우디는 CES 2019에서 전시관 자체를 하나의 파티장처럼 꾸몄고, 차량 내부에서 ‘즐길거리’를 다수 진열해 5G 시대를 엔터테인먼트로 잠식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국내 기업인 SK텔레콤도 이번 CES에서 엔터테인먼트로 5G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국내 최고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엔터와 함께 5G 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제품을 전시했다. 20세기폭스도 CES에 모습을 드러냈다. 존 페니 20세기폭스 전략비즈니스개발임원은 9일 CES 콘퍼런스 연설을 통해 “10년 전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되는 광경들을 우리가 목격했다면 앞으로 5G 시대에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콘텐츠가 제작 단계에서부터 함께 협업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ES에 등장한 5G, MWC로 이어진다

CES에 등장한 다수의 기업들은 5G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이제 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또 다른 가전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는 5G를 활용한 디바이스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MWC 행사의 초점을 5G로 잡을 것으로 추정된다. 갤럭시S10 모델 중 5G와 연결된 제품이 드디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모토로라는 이미 5G폰 ‘Z3’를 출시했고 LG전자 샤오미 레노버 등도 5G 스마트폰을 MWC에서 본격적으로 공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스베스트배리 버라이즌 CEO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LA에 있는 드론을 움직이는 시연을 해 보이고 있다. 우측은 머라이야 스콧 ‘스카이워드’ CEO. 사진제공 = CTA

5G가 줄 수 있는 7가지

❶ 일초당 최대 10기가바이트의 데이터 전송력

❷ 킬로미터당 10테라바이트의 모바일 데이터 공급능력

❸ 시속 500㎞로 움직이더라도 연결이 끊어지지 않음

❹ 킬로미터당 1백만 개의 디바이스와 연결 가능

❺ 4G에 비해 10% 수준의 에너지 소비

❻ 0.0001% 정도로 낮은 데이터 전송 실패율

❼ 5밀리초 이하의 데이터 전송 지연시간
Part Ⅳ여전한 中 IT 굴기

바이두, 자율차 활용 첨단 무인택배 시연


美 라스베이거스 = 이동인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매년 초 열리는 CES에서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주인공 역할을 했다. 약 5년 전부터 한·일 기업의 틈바구니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화웨이 등을 중심으로 메인 스폰서, 기조연설 자리를 꿰찼다. 전시관도 삼성·LG·소니에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CES 2019 참석을 위해 LA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예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CES 2019에 참가한 중국 기업은 1211개로 작년보다 20% 줄었다고 보도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CES 참여 중국기업 수는 1551개사였다. 최근 4년 내 CES 참여 중국기업 수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중국 기업 수는 여전히 전체 참가 기업 중 27% 수준에 해당하는, 아직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피할 수 없는 미중 무역분쟁

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화웨이(華爲)의 전시장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업체들이 생산하는 통신장비를 미국 기업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행정명령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작년만 해도 중국 화웨이의 최고경영자(CEO)가 2년 연속 연단에 올라 화제가 됐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해 미국 정부의 제재로 도산 위기까지 내몰렸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는 올해 정식으로 전시장을 마련하지 않은 채 미국 지사 차원에서만 작은 규모의 부스를 꾸렸다. 화웨이도 부스 규모를 대폭 줄였고 5G 통신 장비를 전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웨이는 여전히 메인홀에 자리 잡았다.

아직 시중에 판매되지 않은 스마트폰 ‘어너 뷰20(HONOR View 20)’와 ‘어너 매직2(HONOR Magic2)’를 선보이면서 북미 시장을 겨냥했다. 이 두 모델은 현재 스마트폰이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풀스크린, 홀스크린을 시현한 스마트폰이다. 세계 1위 시장을 위협하는 화웨이지만 북미 시장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화웨이는 이날 두 가지 기종을 통해 풀스크린 화면, 홀스크린 화면을 선보이면서 기술력 자랑했다.



▶중 TV·가전 업체 한국 더 이상 카피캣 아냐

싱겁게 끝난 화웨이의 전시관 주변에 중국 전자 굴기의 대표적인 분야인 TV·디스플레이 분야의 기업들을 둘러봤다. TCL은 최근 프리미엄 TV시장의 트렌드로 떠오른 ‘QLED 8K TV’를 메인으로 내세웠다. 부스 뒤편에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결합한 농구 게임을 전시해 인기를 끌었다. TCL은 로쿠TV를 탑재한 8K TV ‘X10 QLED 8K TV’를 연내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로쿠는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레이어 업체로 미국 내 1위 업체다. 삼성전자 TV에도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로쿠는 하드웨어 기반으로 유튜브, 넷플릭스, HBO 등 콘텐츠를 스트리밍 서비스한다. TCL은 로쿠TV 플랫폼을 장착해 자사 TV 소비자에게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각종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하이센스도 로쿠TV 플랫폼을 탑재한 4K UHD R8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 회사는 ULED라는 새로운 패널을 내놨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사이에 흑백으로 이미지를 표현하는 색이 추가된 이중 패널 디스플레이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밀리고 있는 LCD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소개 됐다.

수십에서 수백 개의 백라이트를 제어하는 로컬 디밍 방식과 다르게 백라이트는 그대로 패널에서 1차로 빛을 제어한 후 전면에 배치된 컬러를 구현하기 때문에 보다 저렴한 방식으로 완벽한 검은색과 고휘도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게 하이센스의 주장이다. 이 구조가 TV 패널에 적용되면 2900 니트 이상의 밝기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이제는 한국에 기술 영역과 다른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제품이었다. LG전자 근처에 부스를 잡은 가전 기업 하이얼은 단순한 제품 소개에서 벗어나 조명이나 색감 등 디자인이 한층 나아졌다. 전시 기술도 제품 배치 등에서 나아진 모습이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실속은 있었다. 주방가전을 선보였는데 조리대 위 후드 패널은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도 한참을 머물 정도로 관심을 끄는 제품도 몇몇 있었다. 조리시간에 눈높이 대화면 ‘태블릿 PC’로 각종 정보를 검색하고 집안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이얼이 CES에서 전시한 사물인터넷(IoT) TV 리모컨에는 구글 어시스턴트 메뉴가 탑재됐다. 눈길을 끈 제품은 시제품이지만 ‘살균 신발장’이었다. 30칸이 넘는 신발장에 신발을 넣으면 자외선으로 살균해주는 제품이다. 바로 옆에는 신발을 직접 빨고 말릴 수 있는 ‘신발 세탁기’와 ‘신발 건조기’가 전시됐다. 우리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중국만의 가전 기술도 선보였다는 얘기다.



▶바이톤, 로욜 등 중국 IT 굴기 맘껏 뽐내

사실 메인홀 전시관은 중국의 굴기를 느낄 정도의 제품이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메인홀과 떨어진 남쪽·북쪽 전시관에선 얘기가 달랐다. 중국은 로봇 분야에 78개 업체가 참가했다. 이는 일본 7개, 한국 2개를 압도하는 규모였다.

전시장을 둘러본 로봇 전문가 데니스 홍은 “중국 로봇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S로 시작하는 전시관을 찾다가 선전(Shenzen)으로 시작되는 중국 기업들의 부스가 안내 책자 4페이지가 넘는 것을 보고, 메인홀만으로 중국의 IT기술을 평가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CES 2019에서 많은 관람객들의 사우스홀에는 메인 센터보다 오래 기다려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삼성과 화웨이를 제치고 세계 최초 폴더블폰을 선보인 중국 회사 로욜이 내놓은 플렉시 파이를 만져보기 위한 줄이었다. 많은 관람객들은 실제 이 스마트폰을 만져 보고 싶어 줄을 섰다. 15분 넘게 기다리자 차례가 왔고 직접 폰을 접어봤다. 두께 등 디자인 면에서 완성도가 낮다는 평판도 있었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일부 관람객은 “폴더블폰이기는 한데 구부러지는 것이지 접히는 건 아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동차 분야도 중국의 기술력이 드러났다. 올해 CES에 참가한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큰 주목받은 업체는 텐센트가 투자한 중국 전기차 회사 ‘바이톤’이었다. 바이톤은 48인치 디스플레이 패널을 장착한 세단, 8인치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스티어링 휠 등을 선보이며 언론과 관람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것은 SF가 아니다.” 중국계 신흥 전기자동차(EV) 메이커 ‘바이톤의 카르스텐 브라이트필드(Carsten Breitfeld)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이 모인 기술 콘퍼런스 단상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이 말과 함께 브라이트필드가 소개한 것이 바로, 바이톤이 개발한 전용 디스플레이다. 이 제품은 올 하반기에 생산이 시작될 예정인 모델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공급하는 패널이다.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강화한 미래 자동차 시장의 중요한 트렌드라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대형화’를 구현한 제품에 찬사가 쏟아졌다. 특히 바이톤이 연말에 판매를 개시할 SUV ‘M-바이트(Byte)’는 다수의 외신으로부터 테슬라(Tesla)의 막강한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AI 미국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는 맞춤형 자율주행과 차량용 네트워크 기능이 결합된 신규 솔루션 브랜드 ‘아폴로 엔터프라이즈’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기존 자율주행 시스템 ‘아폴로(Apollo) 3.0’을 업그레이드한 ‘아폴로(Apollo) 3.5’를 선보였다. 특히 바이두는 아폴로 자율주행 시스템 기반의 무인배송 서비스를 시연하면서 미래 물류 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이두는 이번 CES를 맞아 중국 창사(長沙)에서 미국까지 장거리 택배 서비스를 시연하는 과정에 아폴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활용했다. CES 개막 전날 중국에서 출발한 택배는 항공편에 실린 후 미국에 도착 후 다시 무인화물차를 통해 라스베이거스 전시장까지 안전하게 배송이 완료되는 과정을 담았다. 바이두는 단거리와 장거리 간선 물류를 통합한 복합 운송 분야에도 자율주행 시스템이 응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단순한 도로는 물론 복잡한 주택가 골목을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는 무인 물류 시스템을 선보이며 자율주행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이두는 자율주행시스템 분야에서 200여 업체를 협력사로 확보했다. 그 중 중국의 신흥 전기차 브랜드인 웨이마(威馬) 자동차와 협력, 오는 2021년까지 자율주행 레벨 3 수준의 자동차를 양산하기로 했다. 미국의 물류 스타트업인 유델브(Udelv)는 올해 안에 바이두의 아폴로 시스템을 이용해 월마트를 포함한 미국 내 유통업체를 겨냥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음성인식 분야에서는 아이플라이텍이 전시 부스를 차렸다. 이 회사는 판단 능력을 갖춘 ‘인지 AI’를 CES 전면에 내세웠다. 전날에도 통·번역기 체험공간은 관람객 행렬로 장사진을 이뤘다. 주력 제품 통·번역기를 포함해 받아쓰기 기계, 스마트 장난감, AI 노트북으로 부스를 꾸렸다. 전체 라인업에 인지 AI를 적용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지난해에 비해 전시 규모를 크게 줄였다.
스마트시티와 로봇을 전면에 내세웠다.

알리바바는 BMW 차량에 최신 스마트 음성인식 기기인 티몰지니(TmallGenie)를 탑재해 음성인식을 통한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 가전제품 원격제어 등의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CES 기간 알리바바는 독일의 데이터 분석 업체인 아르티잔스를 9000만유로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김규식 산업부 기자, 한예경 산업부 기자, 신현규 모바일부 기자, 이동인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1호 (2019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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