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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시장 적과 아군 따로없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생존 위한 합종연횡
기사입력 2019.06.26 10: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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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전 세계 자동차산업이 대량생산으로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끈 2차 산업혁명 이후 다시금 변화의 시기에 놓여있다. 전기차(BEV)의 확산과 수소연료전지차(FCEV)의 상용화가 포스트 내연기관 시대를 이끌고 있다면 연결성과 이동성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서비스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일각에선 이러한 현상을 ‘C.A.S.E’로 요약한다. ‘Connected(커넥티트카)’ ‘Autonomous(자율주행차)’ ‘Sharing(모빌리티 쉐어링)’ ‘Electrical(전동화)’의 약자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상당수의 기업이 정리해고와 해외 공장 폐쇄 등 미래를 대비한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제휴에 나서고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시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상황을 짚어봤다.



최근 전 세계 자동차업계를 들썩이게 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르노 간 합병이 프랑스 정부와 닛산 반발 등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FCA 측은 “제안의 합리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한 자신을 갖고 있다”면서도 “통합 성공에 필요한 정치적 조건이 현재 프랑스에는 갖춰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현지 언론은 프랑스 정부가 통합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에 르노 출신 임명 등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르노의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 개입이 합병 철회의 직접적인 원인이란 말이다.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르노와 제휴한 닛산·미쓰비시의 반발에 따른 프랑스 정부의 입장 선회, 이탈리아 정부의 개입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FCA의 한 축인 피아트는 이탈리아 기업이다.

결국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FCA와 르노의 합병 논의는 현재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맞닥뜨린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완성차 기업 관계자는 두 기업의 합병논의에 대해 “근시일 내에 내연기관차에 대한 수요가 현저히 줄어 미래차 기술 선점이 관건인 상황에 투자에 대한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친환경차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에 돌입했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경쟁 브랜드와의 공동연구도 마다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한 전략적 승부에 어제의 적(敵)은 더 이상 적이 아닌 셈이다. 경기 둔화에 따른 판매 부진과 차량 공유·전기차·자율주행 등 변화의 시기에 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일례로 세계 최대 완성차 기업인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5월 연례 프레스콘퍼런스에서 “앞으로 10년 내에 70여 종 22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관리직 7000여 명을 감원, 59억유로(약 7조5500억원)를 확보해 미래차 기술인력 2000여 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그룹 내 브랜드인 아우디의 아브라함 숏 회장은 “아우디는 이미 2025년까지 신형 아우디 모델 3대 중 1대는 전기구동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이 될 것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웠다”며 “아우디는 이 비전에 맞춰 배출가스 없는 이동성을 실현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GM은 올해부터 내연기관차의 생산비용을 60억달러(약 6조8000억원)씩 줄여 이를 친환경차(전기차, 자율주행차)의 투자 재원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GM은 “현재 30% 수준인 미래차 관련 인력 비중을 70%까지 늘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미 포드는 유럽공장 15곳에서 대규모 구조조정과 기존 라인 축소에 나섰고,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는 미국과 멕시코, 중국 공장에서 가솔린차 생산규모를 20% 줄이고 인력 감원에 나섰다. 모두 친환경차 생산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생존을 위한 전략적 제휴

미래차 개발에 있어 기술력 확보를 위한 적과의 동침도 주목할 만하다. 숙명적인 라이벌이라 불리던 벤츠와 BMW의 전략적 제휴도 그 중 하나.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그룹과 BMW그룹은 지난 2월 자율주행·운전자보조시스템·자동주차 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고 미래 모빌리티서비스 업체에 10억유로(약 1조3160억원)를 공동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카셰어링, 택시 호출, 주차, 충전, 복합 운송 서비스 분야의 제품을 개발하고 보다 긴밀하게 연결시키기 위한 양사의

전략적 투자다. 복합운송 서비스 ‘리치나우(REACH NOW)’와 충전 서비스 ‘차지나우(CHARGE NOW)’, 택시 호출 서비스인 ‘프리나우(FR EE NOW)’, 주차 서비스인 ‘파크나우(PARK NOW)’, 카셰어링 서비스인 ‘셰어나우(SHARE NOW)’ 등 5가지 서비스가 투자 대상이다.

디터 제체 다임러 그룹 회장은 “합작 투자 형태의 지능형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재와 미래의 도시 이동성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있다”며 “신생 기업 및 기존 공급업체의 지분투자를 통한 다른 공급업체와의 협력 또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랄드 크루거 BMW그룹 회장은 “우리는 글로벌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선도적인 기업을 만들고 있다”며 “이번 양사의 협력은 성장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극대화하고 투자를 공유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2025년 이후에 내놓을 차세대 콤팩트카(소형차)의 공용 플랫폼에 대한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상호 협력을 통해 미래 중복 투자 부담을 줄이고 공동 플랫폼을 양산해 생산라인 효율화 등 비용도 절감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런가하면 올 초 폭스바겐그룹은 포드와 포괄적 제휴를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올 1월 허버트 디이스 폭스바겐 그룹 회장과 짐 헤켓 포드 회장은 “이르면 2022년부터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상업용 밴과 중형 픽업트럭을 함께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지난해 글로벌 상용차 판매량은 약 120만 대로 이번 협업은 생산적 측면에서 세계 최대 규모다. 폭스바겐그룹과 포드는 전 세계 상업용 밴과 픽업트럭시장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트랜스포터’ ‘캐디’ ‘아마록’, 포드는 ‘트랜짓 시리즈’와 ‘레인저’가 대표 차종이다.

중형 픽업트럭과 상업용 밴 수요는 향후 5년간 증가세가 예상된다. 두 회사는 차량 설계에 대한 개발비를 공유해 비용은 줄이고 효율성은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각자의 제조역량을 활용하는 한편, 브랜드 특성은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제휴로 포드는 양사가 2022년 출시할 중형 픽업트럭과 유럽 고객을 위한 상업용 밴을 제작하고, 폭스바겐은 시티밴을 생산하게 된다. 폭스바겐그룹과 포드는 자율주행차, 모빌리티 서비스, 전기차 등의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짐 헤켓 포드 회장은 “양사가 각각 체질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여 차세대 모빌리티 시대를 만들어 가는 데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버트 디이스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이번 제휴는 우리의 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협업은 바다건너 일본의 완성차 기업 닛산과 미쓰비시의 톨 왜건 타입(Tall Wagon-type) 경차 생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닛산과 미쓰비시의 합작회사 ‘NMVK’는 닛산의 기술력과 경차 생산에 대한 미쓰비시의 폭넓은 경험을 활용해 올 3월 닛산에서 ‘올-뉴 닛산 데이즈’와 ‘닛산 데이즈 하이웨이 스타’를, 미쓰비시에서 ‘eK 왜건’과 ‘eK X’를 선보였다. 이 차량들은 주요 부품은 공유하지만, 닛산과 미쓰비시의 브랜드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미래차 분야에선 최근 GM의 자율차 부문인 크루즈(Cruise)에 대한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과 혼다의 투자가 회자되고 있다. 지난 5월 초 크루즈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그룹과 일본차의 대명사 혼다 등으로부터 11억5000만달러(약 1조3천443억원)의 투자금을 펀딩 받았다. 투자 이후 크루즈의 기업가치는 190억달러(약 22조2천억원)로 평가받고 있다. 크루즈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에도 손정의 회장은 비전펀드를 통해 2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10월에는 혼다와 연합했다. 혼다는 12년간 27억달러를 들여 자율주행차 공동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GM은 2016년 크루즈(당시 크루즈오토메이션)를 인수하며 자율주행 부문에 뛰어들었다.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벤처기업 크루즈오토메이션은 소프트웨어 개발 엔지니어들로만 구성된 연구개발(R&D) 전문 업체였다. GM에 인수된 이후 크루즈는 1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자율주행 분야의 선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때 폐쇄적인 문화로 유명했던 일본의 토요타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소프트뱅크와 공동출자해 모빌리티서비스 모네트를 설립한 이후 스타트업과 에너지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특히 미국의 우버와 동남아의 리프트 등 글로벌 공유서비스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올 초에는 파나소닉과 배터리 설계 및 제조에 나서기도 했다. 토요타는 친환경차 시장 확대를 위해 자체 보유한 하이브리드차(HV) 관련 기술특허를 무상으로 개방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 우측)과 리막의 마테 리막 CEO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개방적 발걸음, 활발한 전략적 제휴

국내 대표적인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그룹도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전략적 제휴와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친환경차와 수소전기차를 보편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합종연횡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와 연료전지 기술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고 수소전기차 기술 확산과 시장 활성화를 위해 특허·주요 부품을 공유하기로 했다.

10월에는 현대차가 에어리퀴드(산업용 가스회사), 엔지(다국적 에너지기업)와 수소전기차 및 수소 충전 인프라스트럭처 확대를 위한 제휴를 맺고 차량 제조, 에너지 생산, 인프라 전문기업 간 포괄적 협력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카셰어링(차량 공유 서비스)·카헤일링(차량 호출 서비스) 등 차량 공유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서둘렀다. 지난해 1월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인 그랩에 투자했고 7월에는 호주 카셰어링 업체 카 넥스트 도어에 투자한 데 이어 8월 인도 2위 차량 공유 업체 레브에 투자하면서 글로벌 모빌리티 사업의 기반을 확장하기도 했다.

자율주행차 분야에선 미국 자율주행업체 오로라와의 협력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2017년 미국에서 설립된 오로라에 2018년 1월부터 전략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양사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를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을 공동 연구해 왔다. 향후 넥쏘 이외에 현대·기아차의 다양한 차량에 대한 자율주행 기술 공동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 개발을 위해 미국의 인텔,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한편, 중국의 바이두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고성능 레이더(Radar)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의 라이다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등에도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 5월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업체 ‘리막 오토모빌리(Rimac Automobili)’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고성능 전기차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리막은 2009년 당시 21세 청년이었던 마테 리막 CEO가 설립한 회사로 현재 고성능 하이퍼 전동형 시스템 및 EV 스포츠카 분야에서 독보적 강자로 손꼽히고 있다.

2016년 리막이 개발한 ‘C_One’은 400m 직선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경주인 드래그 레이싱에서 쟁쟁한 고성능 전기차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C_Two’ 역시 1888마력(ps)의 출력을 바탕으로 제로백 1.85초를 기록해 전 세계 언론을 놀라게 했다. 이날 계약 체결로 현대차가 6천4백만유로(약 854억원), 기아차가 1천6백만유로(약 213억원)를 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적으로 고성능 전기차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이번 협업으로 보다 빠른 시간에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전동형 차량에 이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N브랜드의 미드십 스포츠 콘셉트카의 전기차 버전과 별도의 수소전기차 모델 등 2개 차종에 대한 고성능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선보일 계획이다. 고성능 수소전기차 모델이 양산에 이를 경우 세계 최초의 고성능 모델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될 전망이다. 올 초 CES에서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누군가 수소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차를 만든다면 현대차가 처음일 것”이라고 밝히며 고성능 수소전기차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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