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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차세대 먹거리는 ‘차량용 반도체’ 이재용 부회장에 메모리보다 더 자주 보고
기사입력 2019.04.29 16: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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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삼성전자는 ‘삼성의 자동차용 메모리 솔루션(Samsung Automotive Memory Solution)’이라는 제목으로 60초 분량의 동영상을 유튜브 등에 올렸다. 5G 통신장비가 촘촘하게 들어선 도로에서 스마트키로 시동을 켠 자율주행 자동차가 질주하는 모습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성한 이 동영상은 마치 미래 콘셉트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전자 측은 이 동영상의 소개글에서 “효과적이고 빠른 자율주행 피드백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 처리 성능과 저장, 액세스를 위한 자동차 메모리 솔루션이 안전한 자율 운전 경험의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동영상과 관련해 지난 2017년 자동차 전장 전문업체인 ‘하만(Harman)’ 인수를 주도한 데 이어 최근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관심을 잇달아 표명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라는 풀이다.



한국 경제를 ‘하드캐리’하던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이 사실상 끝나고 가격과 수요가 모두 하락세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돌아오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분기마다 경신하는 등 최대 실적을 연이어 달성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향세로 돌아서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이상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자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점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연구개발과 상생협력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관련 사업 키우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유는 명약관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전체 시장에서 한 자릿수의 점유율에 불과하다. 반면 비메모리 시장규모는 2882억달러(약 325조원)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재용 부회장도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산업 발전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높다. 반도체 산업은 국내 수출의 20%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의 업황에 따라 국가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 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신속히 내놓기를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뉴델리 인근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 공장에서 생산된 1, 2호 스마트폰 뒷면에 친필 사인을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 연 20% 가까이 성장

비메모리 반도체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와 위탁생산을 뜻하는 파운드리 등을 포함한다. 이들 시장 중 중앙처리정치는 미국 기업이, 위탁생산은 대만과 중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전략은 ‘시스템 플러스 알파’로 불린다. 기존 시스템 반도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대상은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되는 AP가 첫 손으로 꼽힌다. 스마트폰용 AP는 자체 수요만으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분야가 전장(자동차 부품) 반도체다. 전장 반도체는 자동차용 센서나 각종 전자장치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말한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각종 IT기기가 늘어나고 자율주행이 확대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차량용 제품의 매출이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수급동향 조사기관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의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매출은 총 539억달러(약 61조2000억원)로, 전년보다 18.6%나 증가했다. 이는 전체 반도체 시장 매출 증가율(13.7%)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며, 모두 6개로 구분된 ‘반도체 최종 수요처(Semiconductor End-Use)’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성장률 수치다(표 참조).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의 메이저 수요처는 여전히 통신용과 컴퓨터용이지만 그 비중은 조금씩 줄어드는 반면 새로운 시장의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면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반도체를 포함해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장부품 시장이 2020년에는 34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성장성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별도 조직을 중심으로 ‘초격차’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 수립 등에 나서고 있다.



▶삼성의 자동차 관심, 반도체로

삼성전자가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것도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확대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이해된다.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글로벌 1위 전장 회사 하만을 9조3700억원에 인수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른 후 전면에 나서 인수합병을 지휘한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하만은 현재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4% 이하의 낮은 비중만 차지하고 있으나, 하만카돈과 JBL 등 카 인포테인먼트 분야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2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 4대 미래 성장사업의 한 축으로도 차량용 반도체를 주축으로 한 자동차 전장 사업을 꼽았다. 지난해에는 선행기술 개발팀을 확대·재편해 혁신 테스크포스 하만X를 출범하고 자율주행차 전장 시장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자동차에 필요한 다양한 반도체들이 있는데 그중 대부분은 삼성전자가 만들 수 있는 제품으로 이 시장을 삼성전자가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한때 완성차 시장에 진출한 경험도 있다. 앞서 3월 유튜브 동영상이 공개되자 삼성전자가 다시 전기차 사업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완성차 산업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전장을 중심으로 반도체 인프라를 연결하는 영역에는 관심이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 성과물도 내놓고 있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19에 등장한 하만의 디지털 콕핏은 총 6개의 스크린이 담겼으며 개인별 최적화된 인포테인먼트 환경을 제공하고 이동 중에 삼성 덱스와 연동도 가능하다. 디지털 콕핏은 자율주행차로 발전하는 자동차의 미래에 있어 중요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외에도 LG, 퀄컴 등도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10월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인 엑시노스 오토를 공개했다. 엑시노스 오토 V9은 최대 2.1GHz속도로 동작하는 옥타코어(Octa Core)가 디스플레이 장치 6개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고 카메라는 최대 12대까지 지원한다. 3개의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디지털 계기판과 CID(Center Information Display), HUD(Head Up Display) 등의 어플리케이션을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올 들어서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독일 아우디에 ‘엑시노스 오토 V9’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 부품플랫폼사업팀을 중심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용 ‘V시리즈’를 비롯해 ADAS용 ‘A시리즈’, 텔레매틱스 시스템용 ‘T시리즈’ 등 맞춤형 자동차용 프로세서를 계속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6년 일찌감치 ‘오토모티브 전략팀’을 구성해 메모리 기반의 ADAS, 인포테인먼트 시장 분석에 나선 SK하이닉스도 최근 LPDDR(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 등 D램 제품과 eMMC(내장형 멀티미디어카드) 등 낸드플래시 제품을 자동차용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자동차는 스마트폰 등 다른 IT 기기보다 훨씬 가격이 비싼 제품이기 때문에,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양도 엄청나고 가격도 비싸다”며 “자동차를 잡으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잡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데, 삼성이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도 자동차용 반도체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전략에 따라 최근 주요 칩셋 업체와 전장 업체, 전기자동차 업체들과 함께 공동으로 중장기 전략 수립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선택은?

미래차의 자율주행 단계가 높아질수록 반도체는 더 많이 필요하다. 현재 고급 차량에 적용 중인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도로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레이더 센서, 기지국 및 다른 차량과의 연결을 위한 통신 칩셋 등 반도체 수요가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차량용 반도체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규격이 까다롭고 개발 기간도 오래 걸린다. 현재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일본 르네사스, 미국 TI, 독일 보쉬 등이 앞서고 있다. 하지만 적용 분야별로 점유율이 판이하고 인공지능(AI), 5G 등 신기술 도입과 더불어 언제든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신흥강자들이 속속 가세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그래픽용 반도체 기업인 미국의 엔비디아는 자사의 자율차용 AI 반도체와 전용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시스템인 ‘드라이브 오토파일럿’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인 자비에르와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를 결합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엔비디아의 칩셋과 드라이브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장착하면 스스로 도로 상황을 판단하고, 경로에 따라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로 바뀌는 식이다. 엔비디아는 독일의 자동차 부품 업체인 콘티넨털, ZF 등과 손잡고 자사의 시스템을 장착한 부품을 생산해 2020년부터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라인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모바일용 반도체 기업인 퀄컴도 자동차용 반도체 라인업을 다각화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라인업을 저가인 ‘퍼포먼스’, 중가인 ‘프리미어’, 고가인 ‘파라마운트’로 나눠 자동차 업체들이 적합한 자율차용 반도체와 시스템을 선택·탑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미국의 아마존과 손잡고 아마존의 AI·콘텐츠 서비스 등을 자동차에서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스마트폰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반도체를 탑재하는 기기”라며 “반도체 기업들 입장에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치열한 기술 경쟁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시장에서 후발주자격인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선택이 주목받는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메모리 반도체보다 자동차용 반도체쪽 보고를 더 자주 받을 만큼 관심이 높다”고 상황을 전했다.

당장 시장에선 업체 인수설이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 세계 1위 회사인 ‘NXP’가 대표적이다. 네덜란드에 본거지를 둔 NXP는 퀄컴이 470억달러에 인수를 추진했지만 중국 규제당국의 합병 승인을 받지 못함에 따라 인수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잠재적인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이다. 2위인 독일 인피니언의 인수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에 대해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NXP나 인피니온 인수에 나선다 해도 반도체가 각 국에서 보호하는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면서 “혹여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단번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업계 1위인 NXP만 봐도 매출이 5조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가 기존 전장 업체들과 제휴를 강화하거나 공동사업을 진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후발 주자인 삼성이 완성차 업체나 다른 부품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생태계를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하만을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 차량용 반도체 제품이 워낙 다양한 만큼 하만이나 다른 브랜드를 활용해 시장에 진출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자금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효과적으로 협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에 대한 주장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메모리의 최대 시장인 차량용 반도체는 진입장벽이 워낙 높아 인수합병 외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대기업 투자나 인수합병에 정책적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4호 (2019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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