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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 400만대 10년 전으로 후퇴한 한국 車산업
기사입력 2018.11.28 11: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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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차 400만 대 생산’.

위기에 빠진 자동차산업을 구하기 위해 제시된 마지노선이다. 지난 11월 14일 서울 서초동 한국자동산업협동조합에서 열린 자동차산업발전위원회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완성차·부품업계 대표들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 이날 위원회에는 정진행 현대차 사장, 박한우 기아차 사장,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등 5개 완성차 대표와 1·2차 부품사 대표들이 참석해 올 국내 생산량 400만대를 지키고 2025년에는 450만 대 규모로 생산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400만 대는 고사 위기에 내몰린 국내 중소 부품사들의 생존이 걸린 이른바 마지노선이다. 이날 성윤모 장관은 “자동차산업의 밸류 체인이 무너지면 복구가 어렵기 때문에 부품업계에 대한 긴급 금융 지원, 일거리 확보, 생산성 향상, 미래차 대응 등 자동차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자동차부품산업 활성화 대책에는 금융 지원과 함께 단기 수요 창출,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한 경쟁력 강화, 규제 개혁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328만 대에 그쳤다. 이대로라면 8년 만에 400만 대 선이 무너진다. 이러한 완성차 기업의 부진에 부품사들은 폐업 위기를 맞고 있다. 자동차산업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기존 내연기관차 중에서는 팔리는 차를 더 만들고, 미래차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야 생산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와 관련해 부품사들과 공동 R&D로 위기를 돌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중소 자동차 부품사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을 통한 1조원 규모의 보증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이다. 오히려 R&D 자금과 만기 대출 상환 등을 위해 정부에 추가로 1조70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그야말로 총체적난국”이라며 “완성차업체의 실적 하락에 생태계 붕괴를 걱정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내수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Check 1 한국경제의 버팀목 車산업 어쩌다?

올해 완성차 기업들의 실적은 바닥이다. 큰 형님 격인 현대·기아차는 3분기(7~9월) 실적발표에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3분기 성적표는 매출 24조4337억원, 영업이익 2889억원.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지난해 3분기(1조2042억원)에 비해 4분의 1 토막이 났다. 2010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분기 기준으로 최저치다. 기아차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현대차보다 하루 뒤에 발표한 3분기 실적은 매출 14조743억원, 영업이익 1173억원. 지난해 3분기엔 영업적자가 427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흑자라고 다 같은 흑자가 아니다. 지난해 3분기는 통상임금 소송 패소에 따른 비용이 반영돼 적자를 낼 수밖에 없었다.

2016년 3분기의 영업이익 5248억원에 비하면 77.6%나 줄었고, 올 2분기(3526억원)와 비교해도 66.7%나 줄었다. 영업이익 2000억원대를 예상한 시장 전망치에도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2%, 기아차는 0.8%에 그쳤다. 3000만원짜리 차 한 대 팔아 달랑 30만원 남긴 셈이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의 실적도 좋지 않다. 쌍용차의 3분기 실적은 매출 9015억원, 영업 손실은 21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고작 0.1% 늘었지만 영업 손실은 26.4%나 증가했다. 르노삼성은 여타 브랜드와 비교해 부실한 라인업이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1%나 줄었다. 부산지역 부품업체 관계자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진행하는 닛산 로그와의 생산 계약이 내년 9월에 끝난다”며 “부산공장 매출의 절반이 닛산 로그에서 나오는데, 후속모델 유치가 내년 장사의 시작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올 초 군산공장 폐쇄라는 극단적 구조조정까지 단행한 한국GM은 경영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다. 올 3월 쌍용차에 내수 판매 3위 자리를 내준 뒤 제자리걸음이다. 한국GM의 내수 판매(1~3분기)는 전년대비 약 3만6000대나 줄었다. 수출 물량도 2만4000여 대 감소했다.

지난 6월 자신있게 선보인 중형 SUV 이쿼녹스의 실패가 뼈아팠다. 이쿼녹스의 월 판매량은 약 200대, 목표였던 1000대와는 수치상으로도 거리가 멀었다. 그런 이유로 올해는 적자 규모가 1조원(지난해 84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경영정상화 합의에 이른지 반 년 만에 다시 노사갈등까지 불거진 상태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벼랑 끝 위기 상황에 전문가들은 ‘경쟁력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 차에 대한 해외시장의 호평에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를 소홀히 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형차, SUV가 주름잡는 세계 시장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중저가 차량은 중국브랜드에 밀리기까지 했다. 한 완성차 기업 임원은 “사실 올해보다 내년이 걱정”이라며 “주가와 실적이 이미 1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자동차산업의 대내외적인 여건이 녹록치 않다. 국내에선 노조와 글로벌 투기자본, 수입차 공세 등의 문제가, 해외에선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부진, 무역전쟁에 따른 환율 악재, 각국의 강력한 환경규제, 미국발 자동차 관세 폭탄 등이 도사리고 있다. 한마디로 사면초가다.

22년간 군산 경제를 이끌며 효자 역할을 해온 한국GM 군산공장이 지난 5월 별다른 행사나 입장 발표 없이 조용히 문을 닫았다.



▶Check 2 한국차 위상 10년 후로 후퇴, 왜?

정부까지 나서서 400만 대 생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이런 추세라면 2007년 국내생산 409만 대를 기록한 이후 11년 만에 400만대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1~3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89만여 대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올 전망치를 410만 대 수준으로 잡았던 KAMA는 최근 생산량을 395만 대로 낮췄다. 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2011년(466만 대)과 비교하면 70만대나 줄어든 수치다. 2004년부터 지켜오던 자동차 생산국 5위 타이틀은 지난해 인도에게 내줬고, 올해는 멕시코에도 밀려 7위로 밀려날 상황이다. 쌓여있는 난제에 앞날은 캄캄하다. 미국발 관세 폭탄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고, 2년 연속 인상률 10%를 상회한 최저임금, 탄력근로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주52시간 근로시간제 등이 부담이다.

지난 10월 19일 열린 한국자동차산업학회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노사 리스크’를 강조했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경쟁력 제고의 걸림돌 중 하나는 노사문제”라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건비, 매년 노사분규와 임금인상이 계속되는데 사측에선 막을 장치가 없고, 가뜩이나 낮은 근로 유연성에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이 더해지면서 전 세계 완성차 업계에서 근로조건이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Check 3 불 보듯 뻔한 부품업계의 후퇴

어닝쇼크에도 안팎을 정비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완성차 기업과 달리 부품협력사들은 코앞에 폐업위기가 닥쳤다. 1차 부품 협력 상장사 89곳 중 42곳이 올 1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500개 자동차 부품업체 영업이익률은 2010년 5.06%에서 지난해 2.92%로 사실상 반토막 났다. 부품사의 상황이 악화되면 완성차의 원가 부담이 늘면서 재무 여건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는 완성차 기업의 실적 부진, 재고증가로 이어지며 다시 부품사의 경영 악화로 악순환된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선 내년 상반기 줄도산을 피할 수 없다”며 “그래서 정부에 3조원대 긴급자금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6월 현대차 1차 협력사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다이나맥, 금문산업, 이원솔루션 등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다. 고무부품을 공급하는 2차 협력사 에나인더스트리는 지난 7월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자동차산업의 직접 고용 규모는 39만 명이다. 이들을 4인가구의 가장으로 잡으면 160만 명의 생계가 달린 상황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내수가 안 되니 자의반 타의반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대다수 2차, 3차 부품사들은 해외시장을 뚫을 여력이 없다. 수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정부 정책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Check 4 경쟁력 강화가 관건, R&D에 집중해야

과연 최악의 위기라는 우려에 대안은 없는 걸까. 최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자동차산업학회 세미나 현장에서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30년간 자동차 산업에 이런 큰 위기는 없었다”며 “리콜 등 문제로 일본 기업이 힘들었을 때 반사혜택을 누린 측면이 있는데, 그때 연구개발에 집중했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 완성차 기업엔 노사 전문가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이 되면 상여금 미포함 시 중견기업의 30%가 최저임금에 걸린다”며 “2차 협력사는 70%까지 걸리게 돼 있다”고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팀장은 “국내 부품업체들이 힘들다고 하지만 전 세계 IT 업체들은 앞 다퉈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들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품목을 정해줘서라도 무조건 1등 부품사를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범석 자동차부품연구원 본부장은 “IMF 때는 가장 먼저 줄이는 게 R&D 비용이었지만 그때 살아남은 기업들은 R&D의 소중함을 안 기업들”이라며 “기술을 확보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영섭 한국ICT융합네트워크 회장은 “독일은 전기차,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내연기관차도 무시하지 않는다”며 “일본은 신(新)내연기관에 대한 R&D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규제에 막힌 미래車 국내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에 머무는 사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IT기업과 합종연횡하며 미래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인공은 전기차가 중심이 된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다. 국내 완성차 기업 중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투싼 ix35’를 양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국내시장에서 수소차 보급은 답보상태다.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국내 수소 충전소는 8개에 불과하다. 옆 나라 일본은 101개, 미국도 70여개나 된다. 정부가 나서 수소 충전소를 확대할 계획이지만 입지가 공개되며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도 셀프 수소 충전을 금지하고 있어 수소를 셀프로 충전하는 게 불가능하다.
올해 수소차 보조금은 고작 746대만 지원됐다. 업계에선 “보조금 없이 일반인이 대당 7000만원이나 하는 수소차를 사기는 부담스럽다”고 지적한다. 그림의 떡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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