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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의 삐에로쑈핑, ‘한국의 돈키호테’ 꿈꾼다…재밌는 쇼핑 차별화로 인기몰이 성공 골목상권 충돌에 가성비는 미지수
기사입력 2018.10.30 10:19:05 | 최종수정 2018.10.30 11: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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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운영하는 만물상 잡화점 ‘삐에로쑈핑’이 유통업계 신개념 쇼핑 채널로 주목받고 있다. 오픈 이후 방문객수가 일평균 1만 명을 넘어서며 인기몰이 중이다. 일본 저가숍 ‘돈키호테’를 모방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본 인기상품 모음 매대 등 삐에로쑈핑만의 특화된 장점도 적잖다. 단, 전문가들은 삐에로쑈핑이 이마트의 주력 유통 채널이 되긴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을 제기한다. 돈키호테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일본 유통 환경이 한국과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삐에로쑈핑이 온라인 쇼핑에 밀려 침체된 오프라인 매장을 되살리고 ‘한국형 돈키호테’로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코엑스·동대문 이어 명동점 출점

관광명소 전략… 초반 바람몰이는 ‘합격점’

삐에로쑈핑은 ‘펀&크레이지’를 콘셉트로 ‘재미있는 상품’과 ‘미친 가격’을 표방하는 만물상 개념의 할인숍이다. 지난 6월 스타필드 코엑스 1호점에 이어 9월 동대문 두타 2호점을 열었고 조만간 명동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일단 초반 바람몰이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호점은 개점 11일 만에 방문객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인스타그램에서도 관련 게시물이 2만5000여 건을 넘기며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탔다. 9월에도 1호점(삼성동 코엑스점)은 일평균 방문객 수가 8000명, 2호점은 600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삐에로쑈핑 1호점은 연매출 1200억원을 목표로 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뜨거워 이런 추세라면 1500억원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것도 고무적이다. 외국인 고객 비중이 1호점은 오픈 초기 10%에서 최근 20%로, 동대문은 15%에서 30%로 늘었다. 삐에로쑈핑을 ‘관광 명소’로 키우겠다는 이마트의 계획이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삐에로쑈핑의 인기 비결은 뭘까. 돈키호테처럼 오프라인 쇼핑에 재미를 가미한 점이 핵심으로 꼽힌다. 특히 삐에로쑈핑은 돈키호테보다 더 재미 요소를 강조했다. 직원 유니폼에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문구를 새겨 넣는가 하면 매장 바닥에는 ‘제정신일 의무 없음’이라고 쓰여 있다. 매장 내 흡연실을 만들고 지하철 2호선 객실처럼 꾸몄다. 매장에는 최신식으로 재편곡한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노래가 경쾌하게 흐르고 위트가 담긴 동영상도 틀어 놓았다. 손글씨로 쓴 POP에는 가격 정보 외에도 재밌는 문구들이 담겨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삐에로쑈핑이 돈키호테와 비슷해 보이긴 하지만 똑같지는 않다. 재미 요소를 더 강화했고 상품 구성도 차별화했다. 돈키호테는 대형마트와 겹치는 상품이 많지만 삐에로쑈핑은 겹치는 품목이 전체 상품의 20%대 이하에 불과하다. 돈키호테가 장기 불황기에 접어든 일본 경제 상황에서 등장한 반면, 삐에로쑈핑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발길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돌리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됐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돈키호테 벤치마킹 ‘절반의 성공’

쇼핑의 오락화 외 편의성·가성비 성공요인 놓쳐

다만 삐에로쑈핑이 돈키호테를 따라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돈키호테는 1989년 회사 창립 이래 단 한 차례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지난해까지 28년 연속 실적이 상승했다. 일본 생활용품 전문점 ‘니토리(30년 연속 증수증익)’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기록이다. 삐에로쑈핑이 상당 부분 돈키호테의 성공 DNA를 모방했지만, 양국의 유통 환경과 기업 전략이 달라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돈키호테의 성공 비결은 ‘CVD+A’로 요약된다. 다양한 상품군과 심야 영업을 통한 고객 편의성 확보(ConVenience), 가성비 극대화(Discount), 그리고 쇼핑의 오락화(Amusement)다. 삐에로쑈핑은 이 중 쇼핑의 오락화를 가장 많이 벤치마킹했고, 더욱 발전시킨 측면도 있다. 단, 나머지 두 성공요인은 벤치마킹이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먼저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 삐에로쑈핑의 입지가 아쉽다. 돈키호테는 보통 로드숍 상권에서 건물을 통째로 쓰는 ‘독립쇼핑몰’로 출점한다. 소비자가 길을 가다가 언제든 바로 매장에 들어올 수 있다. 반면 삐에로쑈핑은 1호점과 2호점 모두 스타필드 코엑스점과 동대문 두타에 ‘입점’해 있다. 독립쇼핑몰이 아닌, 테넌트(입점매장)다. 이는 영업시간과 취급 품목 측면에서 상당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례로 코엑스점은 스타필드가 밤 10시까지만 영업하는 탓에 심야영업이 불가능하다. 돈키호테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황금 시간대가 저녁 8시부터 밤 12시(자정)이고, 외국인 고객의 40%가량이 이 시간대에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시간 측면에서 고객 편의성이 떨어진다. 삐에로쑈핑 두타점의 외국인 관광객 비중 30%라는 수치는 아직 오픈 초기이긴 하지만, 국내 대표 외국인 관광지인 동대문에 위치했음을 감안하면 저조한 성적표라는 평가다. 돈키호테의 경우 오사카 도톤보리점, 오키나와 고쿠사이도리점, 후쿠오카 나카스점 등 유명 관광지에 위치한 매장은 외국인 고객 비중이 50~60%가 넘는다. 관광지가 아닌 일반 상권의 매장을 포함해도 평균 외국인 고객 비중이 10%를 훌쩍 넘는다. 올 2월 기준 돈키호테 전체 매출 중 외국인이 ‘면세’를 신청한 매출 비중은 10%를 돌파했다. 면세 조건이 ‘5000엔 이상 구매’인 점을 감안하면, 5000엔 이하 소액 구매 사례도 포함할 때 실제 외국인 고객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씀씀이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삐에로쑈핑에 매우 중요한 고객이다. 돈키호테에 따르면 외국인 고객의 객단가는 평균 1만1500엔으로 내국인(일본인, 2500엔)의 5배(2017년 기준, 돈키호테 자료)에 육박했다.

취급 품목의 다양성도 아쉽다. 돈키호테의 SKU(상품 가짓수)는 보통 4만~6만 개, 대형 매장은 최대 10만여 개에 달한다. SKU가 많아야 2만~3만 개인 100엔숍, 드러그스토어 등보다 2~5배 더 많다. 전자, 생필품, 식음료, 패션, 스포츠 용품, 명품 등 거의 모든 제품을 파는 ‘풀라인업’을 갖춘 덕분이다. 돈키호테가 ‘세상에서 가장 싸고, 재밌고, 상품이 다양한 매장’을 표방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반면 삐에로쑈핑은 SKU가 4만여 개뿐이다. SKU를 더 늘리기 힘든 이유는 두 가지. 첫째, 삐에로쑈핑은 대형 독립쇼핑몰이 아닌, 중형 임차 매장 형태로 출점하다 보니 상품 진열 공간에 한계가 있다. 둘째, 다른 테넌트와 상품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가령 동대문 두타점은 다른 층에 입점해 있는 노브랜드를 감안해 삐에로쑈핑에서 식품 코너를 확 줄였다. 지난해 돈키호테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한 비중이 점포에 따라 적게는 30%, 많게는 55%에 달했음을 감안하면 출혈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돈키호테는 일본 소비자 사이에서 ‘저녁 식사 후 마실 나가듯 가볍게 둘러보는 일상적인 쇼핑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내국인들의 반복 구매에 식품 카테고리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돈키호테에서 식품 코너가 1층에 위치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 관광지 중심으로 출점하고 식품 카테고리도 확 줄인 삐에로쑈핑은 이 같은 일상적 반복 구매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삐에로쑈핑의 또 다른 약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매장 확대가 필수인데 추가 출점은커녕, 매장 공간 확대도 쉽지 않다.

일례로 돈키호테는 일본 전역에 총 4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반면 삐에로쑈핑은 현재 영업점이 2개뿐이다. ‘최저가’를 강조하는 저가숍 모델 특성상 구매력(Buying power) 강화를 위한 규모의 경제 달성은 필수. 그러나 삐에로쑈핑은 대규모 출점 계획이 없다. 실제 이마트 관계자는 “연내 몇 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치는 없다. 현재 신촌 그랜드마트 자리를 포함해 여러 입지를 두고 추가 출점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마트, 스타필드 등 자사 쇼핑몰에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출점하려 해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걱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심 외곽 상권에서는 삐에로쑈핑의 이마트 입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브랜드도 이 때문에 로드숍 출점에 어려움을 겪는데 SKU가 3만여 개나 되는 삐에로쑈핑은 오죽하겠나. 자사 쇼핑몰 내 다른 테넌트와 품목이 겹치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대형 독립쇼핑몰과 자가점으로 출점하는 돈키호테와 달리, 임차점으로 내는 삐에로쑈핑의 전략 차이에서 비롯된 근본적 문제”라고 말했다.

삐에로쑈핑과 돈키호테의 결정적 차이점은 운영 매뉴얼이다. 돈키호테는 상품 진열이나 판매 관련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다. 매장에서 파는 상품도 절반 이상은 본사가 아닌, 각 점포에서 자체 조달, 진열한 것들이다. 그러다 보니 매장마다 상품 구성이나 가격이 제각각이다. 본사가 각 점장과 직원들에게 매장 운영에 대한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한 결과다. ‘지역 내에서 가장 저렴하고 재미있는 백화점’이 되려면 해당 상권을 가장 잘 아는 직원들이 의사결정을 하게 해야 한다는 지론에서다. 다카하시 미츠오 돈키호테 전무는 “가격은 직원이 아마존과 비교해서 결정하게 한다. 일일이 본사에 보고하지 않고 기동력 있게 움직이게 한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본사의 위기관리위원회와 규제위원회가 공동 대응한다”고 말했다. 권한 위임 전략은 직원들의 임금체계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전체 임금 중 성과급 비중이 점장은 50%, 일반 정직원은 30%, 아르바이트생도 10%에 달한다. 갓 입사한 아르바이트생에게도 매대 하나를 통으로 맡겨 상품 진열부터 가격 책정, 판매까지 권한을 위임하고 그에 대한 성과급을 준다. 아르바이트생부터 직원, 점장이 모두 매장만의 차별화된 성과를 내는 데 최적화된 운영 시스템인 것이다.

반면 삐에로쑈핑은 이마트의 담당 바이어가 매장 콘셉트와 운영 방식 결정을 주도하는 ‘중앙집권적’ 시스템이다. 돈키호테보다 매장 단위의 고객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가격 할인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상권별, 매장별 특성화에도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마트가 삐에로쑈핑 만든 이유

수익 아닌 홍보 목적… 돈 안 벌어도 좋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삐에로쑈핑이 수익을 창출하는 채널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보다는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사양 산업이 된 상황에서 이마트가 새로운 유통 채널 실험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브랜드의 혁신성을 홍보하는 창구로도 활용하는 ‘양수겸장’의 수라는 것.

유통 전문 A애널리스트는 “삐에로쑈핑이 이슈는 많이 되고 있는데 (사업 측면에서는) 굉장히 지엽적이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온라인 쇼핑이 성행하고 유통 채널도 다양해 단순 공산품 판매만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 이마트도 삐에로쑈핑에 그리 역점을 두고 있지 않다. 차라리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등 기존 사업이 더 중요하다. 삐에로쑈핑은 단지 유통 채널 실험의 일환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유통 전문 B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의견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방문 고객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마트는 기존 유통 채널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트레이더스도 기존 이마트 중 매출이 20~30% 이상 빠진 악성 점포를 새 단장해서 성공한 사례다. 삐에로쑈핑이 잘돼서 트레이더스처럼 돈을 벌면 좋겠지만, 안돼도 크게 손해 볼 것은 없다. 이마트의 지속적인 쇼핑 채널 혁신 노력을 소비자에게 보여준 홍보 효과를 톡톡히 거뒀기 때문이다. 삐에로쑈핑이 적자를 보더라도 홍보·마케팅비로 쓴 셈 치면 된다. 유통점은 어떻게든 방문 고객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마트는 삐에로쑈핑을 언제, 어디까지 출점할까. 이는 물론 향후 삐에로쑈핑의 성과에 달렸다. 단, 이마트가 삐에로쑈핑을 본격적인 수익 창출 모델로 삼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는 있다. 삐에로쇼핑을 임차점이 아닌, 자가점 형태로 출점하는 순간이다. B애널리스트는 “현재 삐에로쑈핑은 유동인구가 많은 A급 상권 위주로 출점하고 있다. 겉으로 잘돼 보이는 이유도 그래서다.
하지만 임차점인 탓에 비싼 임대료를 주고 나면 남는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유통업이 그래온 것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가치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이마트가 삐에로쑈핑을 정말 본격적으로 키우려 한다면 자가점 형태로 출점에 장기적으로 마진을 남기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8호 (2018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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