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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 주목할 만한 북한 숨은도시] (下) 나선, 부산 출발 열차 한반도 종착역 무산은 아시아 최대 노천철광 보유
기사입력 2018.10.02 11: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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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이달에 소개할 북한의 숨은 도시들도 흥미로운 곳이 많다.

통일 후 주목할 만한 북한의 숨은 도시 하편에 소개될 곳은 나선특별시, 함북 무산, 함남 덕성, 강원 이천지역이다.

나진항 전경

▶동북아 지정학적 요충지 나선특별시

나선시는 북한 최초의 경제특구다. 이는 곧 북한이 처음으로 대외에 공식 개방한 투자 지역이란 의미다. 북한이 나선시 개발에 나선 것은 이곳이 지정학적 가치를 일찌감치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이 일대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중·러가 마주보고 있어, 우리 입장에서는 대륙으로 진출하는 길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신경제지도에서 밝힌 철도 연결과 관련해서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의 한반도 종착역이 바로 나선이다. 이 철도는 향후 중국횡단철도와 연결된다.

이런 점 때문에 나선시는 통일 후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살아생전 각각 14회와 11회씩 현지 시찰을 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곳 현실은 그동안 추운 겨울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 나선 경제 특구가 설립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1991년이다. 당시 북한은 함북 나진·선봉지역을 2010년까지 동북아의 국제적인 화물중계지, 수출가공기지, 관광·금융기지의 기능을 가진 중계형 수출가공기지로 발전시킬 것을 구상했다. 이후 북한은 2015년 나선특구에 10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홍콩을 모델로 개발하겠다고 대내외에 선포하기도 했다. 당시 주 내용은 외자 유치를 통해 산업구 9곳, 관광지 10곳 등을 개발하는 것이었는데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선 특구는 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최희숙 연구자(가명)는 나선시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나선시 자유경제무역지대가 만들어지고 난 이후 1995년 8월께부터 2011년까지 16년간 특구와 관련된 한 무역회사에서 일을 했다. 이때 본 나선시의 상황은 외국인의 출입이 전혀 없었던 북한주민들에겐 획기적인 변화였지만 자유경제무역지대로서의 진전은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외부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소수의 중국인들로 이루어진 투자는 나선시에 큰 의미가 없었고, 이 투자를 받아들인 나선시 회사들의 역량 또한 보잘것없는 수준이었다”면서 “이후 보위부나 당기관의 감시만 강화되니 외국인들의 투자는 점점 미미해졌고 보따리 장사에만 치우치기 시작했다”고 했다. 사실 북한으로선 나선 경제특구를 설립한 것은 하나의 모험이었다. 개혁·개방 정책은 도입하고 싶지만 이에 따른 체제 동요는 북한의 고민거리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이 북한의 다른 지역과 전기 철조망으로 격리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이를 잘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나선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중러의 관심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한몫한다.

사실 나선특구의 핵심은 나진항이다. 국제 사회의 제재 여파에 나선 특구에 대한 외부 관심은 크게 줄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경쟁적으로 나진항 이용에 공을 들여왔다. 핵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도 양국은 이곳을 둘러싼 여러 협력 방안들을 다양하게 시도했다.

2014년 12월 러시아산 석탄이 나진항을 통해 포항까지 운송됐다. 시베리아 서부에서 채굴된 4만5000t이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타고 극동 러시아의 종착지 하산역을 거쳐 나진항에 도착한 후 배로 남하해 포항에 도착한 것이다. 남북러 3각 협력의 첫걸음으로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그러자 이듬해 6월 중국은 컨테이너 38개를 실은 자국 화물선을 북한 나진항을 거쳐 상하이로 보냈다. 컨테이너 화물은 중국 동북 지역의 광석·광물·목재 등이었다. 중국의 자원들이 나선항을 통해 이동된 것이다.

이들 두 국가의 행보에는 경제적 실익을 추구하는 모습이 표면적으로 깔려 있지만 내적으로 동북아 패권경쟁이 숨어 있다. 이 항구는 이들 국가들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연해주 일대는 부동항이 없어 나선항을 이용하지 않으면 동해 쪽 바다 진출은 힘들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동북 3성에서 동해로 이르는 길은 북한과 러시아의 국경으로 막혀 있다. 일본이 중러의 나진항 이용에 계속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나선시 경제는 상당수 중국인들에 의존하고 있다. 보따리 장사는 장마당으로 변모한 상태지만, 중국 의존도가 꽤 크다. 최근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에 있는 나선시 원정리에 무비자로 입국해 물품을 살 수 있는 ‘자유무역시장’을 개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인들이 무비자로 북한에 와서 물건을 살 수 있는 시장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여행객들도 중국인들이 다수다. 나선시 대동강여행사의 경우 나선 바다 관광을 목적으로 오는 여행객들을 주로 상대하는데, 여기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중국어를 필수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한다. 그만큼 중국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일제시기 지은 나선시 동북아호텔은 아예 중국인들만 숙박할 수 있는 호텔이다. 나선시 대양상점은 중국인들이 들여오는 중국상품을 소매 혹은 도매로 판매하고 있다. 북한의 각지에서 중국 상품을 사기 위해 몰려온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은 나선 자체의 경제 개발 잠재력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구석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병욱 북한개발연구소장은 “나선 일대는 바람이 거세어서 풍력 발전 사업을 도모하기에 적합한 지형”이라면서 “나선 일대는 중국에서 전기를 끌어다가 쓰는데 풍력을 이곳에 도입하면 전기 자립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나선 일대에서 나는 꽃게, 새우 등은 그 맛과 품질에 있어서 특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이곳에서 나는 꽃게·새우 등의 판매 활로를 찾는다면 지역 대표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나선의 가치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맞물려 더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국경도시인 훈춘과 나선경제특구를 연결하는 지역에 직접 출자하여 관련 인프라를 건설하고 있다. 2012년 10월 이미 원정리~나진항 2급도로가 연결되었고, 훈춘 시내에서 취안허(권하) 세관까지 도로 포장이 이루어졌다. 네이멍구 울란하오터~훈춘까지의 고속도로는 취안허 세관까지 연결을 위한 공사를 이미 진행하고 있다. 훈춘~나선경제특구~청진까지 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선은 관광 잠재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5년 북한이 발표한 나선특구 종합계획을 보면 창진동식물원·비파성생태관광구·우암해돋이부감관광지·해상금관광지구·소초도유람선관광·갈음단해수욕장 등이 주요 관광 개발지로 거론됐다.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연결하는 철도 개통식 모습



▶‘나라의 맏아들’ 함북 무산군

함북 무산군은 북한의 북서부 내륙지대로 고원지대여서 지세가 험하다. 북한 내에서도 무산하면 춥고 급한 경사지를 올라야 하고 감자가 전부인 지역 정도로 알고 있다. 그만큼 험준한 지역이란 뜻이다. 하지만 북한 내에서 무산군은 소외된 지역이 아니다. 북한 당국이 만들어 낸 김일성의 빨치산 투쟁 신화와 연계되면서 주민 교양적 가치가 중요시되는 지역이다. 23개의 회합장소, 1개의 비밀근거지, 2개의 임시 비밀근거지 등 김일성과 관련된 항일 유적지가 곳곳에 있다. 또한 백두산과 가까워 대학생들의 백두산 수학여행 코스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무산을 널리 알린 것은 철광석이다. 북한의 철광석 주 생산지로 북한 당국은 무산 광산을 “나라의 맏아들”이라고 추켜올리고 있다. 무산 철광석은 아시아 최대의 노천철광으로 채굴비가 적게 들고 매장량 또한 30억 톤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의 합영투자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무산광산은 1~6호 광구까지 있다. 무산군뿐만 아니라 북한 전체로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무산의 위치는 무산광산 책임비서가 군 지역의 책임비서보다 높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광산과 관련해 무산광산연합기업소가 있다.

무산의 특별대우는 평양과 무산 사이 급행열차(제13·14열차)를 운영한다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다만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빠르게 운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무산에는 철광석 외에 규석이나 몰리브덴도 많이 묻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무산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고원지대다. 함경산맥 북서쪽 백무고원의 일부다. 군 면적의 90% 이상이 산간 지대이며 함경북도 지역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점에서 통일 후 지리적 가치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무산은 북동쪽으로 회령시, 동쪽으로 부령군, 동남쪽으로 청진시, 남쪽으로 경성군, 서남쪽으로 연사군과 접해 있다. 무산군 총 인구수가 12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 유명 사과산지 함남 덕성군

덕성군은 함경남도 중부에 있는 군이다. 북한 내에서 날씨가 온화한 지역에 속한다. 그래서 각종 다양한 농작물이 많이 생산되는데, 특히 사과가 유명하다. ‘덕성사과’로 불리는 이곳 사과의 품질은 ‘평양 진상품’이라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최고 지도자를 위한 생산 전담반인 8호, 9호 작업반이 과수 농장에서 평양에 보낼 사과를 선별하고 있다. 이 사과는 껍질째 먹을 수 있다.

덕성군은 이 같은 지역 특성을 한껏 활용하고 있다. 군내에 과실공장을 두고 사과를 포함해 지역에서 많이 나는 복숭아, 배, 살구 등을 이용해 다양한 응용 제품들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덕성은 물이 깨끗하기로도 유명한데, 각종 과일과 술도 생산한다. 이 제품들은 시장에서도 팔린다.

덕성군에서 생산되는 작물 중 강낭콩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덕성의 강낭콩 재배도 북한 내에서 꽤 유명한데, 재배철인 가을이면 전국에서 강낭콩 매입 러시 현상이 벌어진다고 한다.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강낭콩을 이곳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 잎담배 양잠 등도 재배하고 있다.

덕성군은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군내 철산노동자구에서 자철광이 생산되고 있고, 마그네사이트도 매장돼 있다. 또 동중리에는 금광도 있는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금광은 39호실 당 자금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자원이 풍부한 다른 지역처럼 덕성군 자원 개발도 교통 문제 해결이 관건이다. 채굴을 해도 이동이 용이치 않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은 자원개발성 산하에 조선자원개발 투자회사를 설립하여 관련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는데, 중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중국 500대 기업협회가 기금을 조성하여 북한 자원탐사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덕성군도 김일성의 항일투쟁을 선전하는 항일유적지가 많아 통일 후 관광잠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은 북한의 다른 지역들도 많다. 역시 교통이 관건이다.

이숙향(가명) 연구자는 “동해안에 인접한 덕성군이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양강도와 철도로 연결된다면 접근성이 좋아질 수 있다”면서 “금광산업과 관광 자원을 활용하면 또 다른 관광 축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北 무산 노천철광산



▶축산 산업 유리한 강원도 이천군

이천(伊川)군은 강원도 서남쪽 끝에 자리한 군이다. 내 천(川)자가 들어가는 지명에서 엿볼 수 있듯이 강을 끼고 있다. 그만큼 물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임진강과 그 지류인 옥계천, 문동천 등이 군 중심부를 흐른다. 군에는 길이가 5㎞ 이상인 하천이 12개 있다. 그 가운데서 임진강을 제외한 나머지 하천들은 군내에서만 흐른다.

물이 흐르면 길이 있듯, 이천은 분단되기 전 교통의 요지이기도 했다. 이천이 중심이 돼 동서남북의 연결이 가능했다. 물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농업이 발달했다. 군내 토지가 비교적 기름져 농사 짓기에 적당하다. 쌀·보리·콩·옥수수·수수·피 등이 경작된다. 양잠과 양봉도 활발히 이뤄지며, 각종 임산자원이 풍부하다. 산업기반도 농업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이천군의 특징이 분지형태의 지형이란 점이다. 사면이 산으로 싸여 있는 분지 형태의 지형은 자연 차단방역 효과를 낼 수 있다. 돼지 등 가축 사육에 적합한 환경이란 뜻이다. 이은진(가명) 연구자는 “해마다 발생하는 구제역 걱정 없이 돼지 사육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천군은 사슴농장도 운영하고 있다.

이천군의 풍부한 물은 온천과 약수로 이어진다. 갈산온천이 대표적인데, 눈병에 걸린 세종대왕이 이곳을 찾아 목욕을 하고 효험을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주변에 온천폭포까지 있다. 신당약수는 만성간염·만성위염·만성대장염·고혈압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산 성분이 강해 설탕만 넣으면 천연 사이다로서 손색이 없다고 한다.

이천군의 지명에는 역사와 관련된 곳들이 곳곳에 있다. 웅탄면 회전리 관혁산은 고려 태조 왕건과 관련이 있다. 왕건이 궁예의 부장으로 있으면서 이곳에 병마 훈련장을 만들었고 궁술 연마를 위해 과녁판을 세웠다고 해서 관혁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또 사견동이라는 곳은 율곡 이이 선생과 연관이 있다. 율곡 선생이 이곳의 경치가 너무 좋아 네 번이나 와 봤다고 해서 사견동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지하자원으로서는 니켈, 철, 탄탈-니오비움, 니탄 등이 묻혀 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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