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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공간에서 경험하는 공간으로 플랫폼 서비스의 진화-20주년 맞은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韓 영화 르네상스 왔지만 독과점 논란도
기사입력 2018.08.29 08: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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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인 1998년. 국내 극장가의 관심은 대기업의 영화사업 철수였다. IMF사태로 온 나라가 휘청거린 와중에 삼성, LG, 대우로 대표되던 대기업들이 국내 영화시장에서 철수했다. 국민 오락거리로 성장곡선을 그리던 영화제작산업은 당연히 주춤했다. 그만큼 당시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바로 그 시점에 대한민국 최초의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CGV강변11’이 개관한다. 현 시점에서 돌아보면 콘텐츠는 주춤했으나 플랫폼은 일대 변혁을 맞은 셈이다.

다양한 영화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스크린이 11개에 달하는 시스템은 당연히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어쩌면 가장 대중적인 컬처쇼크는 이때부터가 아닐까. 세련된 내부시설에 질 좋은 화질, 로비와 매표소, 매점의 메뉴까지 화려하지 않은 게 없었다. 개점 첫해 이곳을 찾은 관객은 약 350만 명. 사업성이 증명되자 이후 롯데, 오리온 등 대기업들이 뛰어들며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프리머스’ 등 멀티플렉스 경쟁이 본격화됐다. 국내 극장가에 멀티플렉스 역사가 시작된 순간이다.



▶플랫폼의 중요성을 알린 멀티플렉스

사실 미국을 비롯한 여타 선진국은 이미 20세기 중반부터 멀티플렉스 시대를 맞았다. 이에 비해 국내 극장가는 하나의 상영관에 하나의 스크린만 존재하는 ‘1극장 1영화’ 체제가 굳건했다.

덕분에 당시 흥행작이던 <서편제>나 <장군의 아들>을 보기 위해선 서울 종로의 ‘단성사’에 가야만 했고, 성룡의 추석 신작이나 람보의 활약상을 보려면 맞은편의 ‘피카디리’ 극장 앞에 줄을 서야만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서울 강남에 뤼미에르나 씨네하우스 등 3~6개의 스크린을 갖춘 극장들이 개관하긴 했지만 지금의 멀티플렉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거대 극장을 작은 단위로 분할해 스크린만 늘려 놓은 형태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영화산업에 뛰어든 제일제당(CJ)은 당시 국내에서 생소했던 멀티플렉스 시스템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1995년 할리우드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월트 디즈니의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 음반업계의 거장 데이비드 게펜이 함께 만든 ‘드림웍스SKG’에 3억달러를 투자하며 대주주로 참여한 CJ는 가장 먼저 영화산업에 눈을 돌렸다.

특히 멀티플렉스는 CJ의 플랫폼 전략 중 핵심이었다. 1998년에 문을 연 CGV는 CJ와 홍콩의 골든하베스트(Golden Harvest), 호주의 빌리지로드쇼(Village Roadshow) 3개 합작사의 맨 앞 글자를 따서 붙였다.

CJ의 한 관계자는 “초창기 멀티플렉스는 극장 근처에도 오지 않던 비(非)고객들을 영화팬으로 만들며 관객층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며 “이후 멀티플랙스가 도심뿐 아니라 주거지역과 백화점 등 유통시설로 파고들며 가족관객을 흡수했다”고 덧붙였다. 멀티플렉스가 주거지 밀착 전략을 통해 가족관객의 발길을 끌었다면, 편리해진 예매시스템은 10대, 20대 젊은 관객들에게 첨단 시스템을 경험하게 했다. 인터넷부터 ARS, 무인발권기까지 영화가 시작하기 몇 시간 전부터 극장에 나가 줄을 서지 않더라도 여유로운 예매가 가능했다. 멀티플렉스의 다양한 부대시설은 영화관람뿐만 아니라 새로운 놀이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도심에 비해 문화시설이 부족한 도심 외곽 지역에도 하나둘 멀티플렉스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CJ CGV 4DX ScreenX



▶관객 증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CGV가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프리머스 등 멀티플렉스가 차례로 문을 열었다. 단관 극장들도 빠르게 멀티플렉스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일부 개인 극장들은 대기업 중심의 멀티플렉스에 대항하기 위해 ‘시너스’ 같은 별도의 브랜드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결과 전국의 극장 수는 452개(스크린 수 2766개). 이 중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3대 브랜드의 극장이 354개나 된다. 이들 극장이 확보한 스크린 수만 2545개.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 만에 극장 10개 중 9개가 멀티플렉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가 됐다. 멀티플렉스의 경쟁 속에서 공간과 서비스가 눈에 띄게 변화하자 관객들은 더 잦은 발걸음으로 호응했다. 1997년 4700만 명이던 영화관람객 수는 멀티플렉스가 생긴 1998년에 연간 5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후 2002년 1억 명, 2013년에는 2억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12억4000명) 기준 1인당 연간 평균 관람 횟수는 4.25회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찾는 이들이 많으니 콘텐츠의 질도 높아졌다. 한국영화산업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전달된다. 2003년 개봉한 <실미도>는 한국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 이후 <왕의 남자> <괴물>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최근 <신과 함께>에 이르기까지 22편의 국내외 영화가 관객 1000만 명 이상을 돌파했다. 그중 한국영화가 17편이나 된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상영된 영화 중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7년 연속 50%를 넘어섰다.

메가박스 ‘더 부티크 프라이빗’



▶오감 자극하는 체험관으로 진화

새로운 성장동력은 해외진출

멀티플렉스는 현재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첨단 기술이 적용되며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곳에서 체험하고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3D를 넘어 좌석이 움직이고 아래쪽에서 바람이 부는 4DX, 전면뿐 아니라 좌우 벽면 전체를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스크린X 상영관도 일반화됐다.

롯데시네마가 선보인 세계 최초의 LED 시네마 ‘수퍼S’(잠실 월드타워관)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영화관 LED 스크린’으로 기네스에 등재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시네마 LED 스크린이 설치된 이 상영관은 기존 프로젝터 기반 극장용 영사기의 화면 밝기와 명암비 등의 한계를 극복한 혁신적인 상영관이다. 쉽게 말해 영사기가 필요 없는 극장이다. LED 캐비닛 96개를 활용한 가로 10.3m 크기와 영화에 최적화된 4K(4096×2160) 해상도를 자랑한다. 롯데시네마가 수원 등 11개관에 설치한 ‘슈퍼4D’도 신통방통한 시스템. 영화 속 장면을 더욱 실감나게 느낄 수 있도록 물, 바람, 진동, 번개, 향기, 안개, 거품 등의 특수 효과를 구현한다. 월드타워관의 ‘씨네패밀리’에는 4인실 3곳, 6인실 1곳이 마련됐다. 공간 내에서 투명 유리창을 통해 스크린이 보이며, 영화의 사운드를 별도로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옷걸이와 담요 등 편의시설도 구비돼 유아를 동반한 가족도 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첫선을 보인 클라우드 시네마 라운지는 영화관에서 생맥주, 칵테일, 스낵, 브런치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롯데시네마는 월드타워관을 시작으로 지난 4월 김포공항관, 연내 3호점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2008년 베트남 진출을 시작으로 2010년 중국 심양에 송산관을 개관하는 등 현재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총 50개관 264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도 법인을 설립, 멀티플렉스 개관을 추진 중이며 미얀마 등 동남아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2022년까지 동남아 시장 내 140여 개의 상영관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롯데쇼핑의 시네마사업본부였던 롯데시네마는 지난 6월 1일 물적분할하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업 롯데컬처웍스로 새롭게 출범했다.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시네마 외에도 롯데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신과 함께> 등 연간 10여 편의 국내영화를 투자, 배급하고 있다. 최근 <신과 함께2>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수익 부분이 주목받기도 했다.(<신과 함께>의 전편 수익은 극장수입을 제외하고 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아시아 최대의 멀티플렉스(메가박스 코엑스점 17개관)를 개관하며 영화 사업을 시작한 메가박스는 부티크 호텔을 콘셉트로 한 프리미엄 시네마 ‘더 부티크’와 ‘더 부티크 스위트(Suite)룸’, ‘더 부티크 프라이빗’ 등으로 고급화에 나서고 있다.

더 부티크 상영관은 4K 프로젝션 시스템과 JBL 사운드 시스템이 도입됐고, 음료나 스낵을 놓을 수 있는 인비트윈 테이블과 양팔걸이 좌석, 가방이나 소지품 수납을 위한 사이드 테이블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와인 콜키지 서비스 등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 부티크 스위트룸은 스칸디나비안 리클라이너 시트와 가구를 배치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총 36석 규모로 여유 공간이 충분해 프라이빗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4K 프로젝션 시스템, 마이어 사운드 시스템 등 감독이 의도한 소리를 그대로 살린 최고의 관람 환경이 특징이다. 스위트룸 상영관 관객에겐 무릎 담요, 실내용 슬리퍼, 생수, 리프레시먼트 캔디로 구성된 웰컴 패키지가 제공되고 상영관 내에서 음식 주문이 가능한 룸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CJ CGV는 지난해 7월 CGV용산아이파크몰을 개관하며 차세대 컬처플렉스 시대를 열었다.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참여형 문화 놀이터 콘셉트가 주목받고 있다. 개장 후 1년 동안 CGV용산아이파크몰의 전체 객석률은 다른 CGV 극장 대비 7.7% 높게 나타났다. 특별관에 대한 객석률은 이보다 더 높아 4DX는 13.1%, IMAX는 17.9% 높았다. VR아케이드와 가상스포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신개념 엔터테인먼트 공간 ‘V 버스터즈(V Busters)’는 2017년 기준 CGV 다른 엔터테인먼트 공간 대비 2.3배 높은 방문율을 기록했다. 올 7월에는 멀티플렉스 20주년을 기념해 서울 강변점에 숲속에 누워서 영화를 보는 듯한 ‘씨네&포레’ 상영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2006년 10월 중국 상하이에 첫발을 내디딘 CGV는 그동안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터키에 진출했다. 지난해 10월엔 러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인 ADG 그룹과 조인트벤처(JV) 설립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진출국을 7개국으로 확대했다. 현재 국내 152개 극장, 1125개 스크린을 포함해 세계 7개국에 470개 극장, 3503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TOP 5 수준이다. CJ CGV는 올 연말 국내외 500개 극장을 돌파하고,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설 전망이다. 서정 CJ CGV 대표는 “CGV는 영화 상영을 넘어 다양한 즐거움과 특별한 경험을 통해 관객의 라이프스타일을 풍요롭게 하는 컬처플렉스를 지향한다”며 “국내를 중심으로 확보된 NEXT CGV 역량을 기반으로 기진출국과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을 구분, 차별적 확산 전략으로 글로벌 확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CGV는 2020년까지 3개국에 추가 진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누적 총 11개국, 1만 스크린, 86%의 거점이 해외에 위치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시네마 샤롯데 로비



▶스크린 독과점은 여전한 해결과제

국내 멀티플렉스의 성장전략이 분명한 가운데 일각에선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부작용도 여전하다는 반응이다. 원하는 영화가 이미 상영관에서 사라졌거나 상영하더라도 심야시간대에 배정돼 사실상 관람이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블록버스터를 중심으로 한 화제작은 멀티플렉스 서너 관을 차지해 쏠림현상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최근 개봉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상영관은 전국 2766개 스크린 중 2000여 개나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웬만한 영화는 상영될 기회조차 없다는 게 영화계의 목소리 중 하나다. 국내 영화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와 배급, 상영까지 모든 영화 유통 과정을 한 대기업 계열사가 좌우하면서 불공정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영화계의 대기업 수직계열화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6호 (2018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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