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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세제 개편 움직임에 국산·수입 맥주시장 부글부글…한여름, 목 타는 맥주전쟁
기사입력 2018.07.31 11:16:15 | 최종수정 2018.07.31 11: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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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말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된 스페인 맥주 ‘버지미스터’ 열풍이 한동안 맥주업계의 화두였다. ‘500㎖ 4캔에 5000원’. 덕분에 그동안 공식처럼 굳어졌던 ‘수입맥주 4캔 1만원’ 공식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소비자는 환호했고 국산맥주 업계에선 한숨이 터져 나왔다. 버지미스터는 국내 주세법상 ‘기타주류’로 분류되면서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맥아 함량은 70% 이상으로 국내 주세법상 맥주 기준(10% 이상)을 충족하지만 첨가물 중 알긴산(해초산)을 포함하고 있어 기타주류가 됐다. 일반 맥주와 맛은 비슷한데 반값이니 소비자가 먼저 찾았고 품귀현상까지 빚어졌다. 국산맥주 업계의 한숨은 바로 이 주세법에 기인한 가격 때문이다. 기타주류처럼 수입맥주가 한 묶음에 1만원을 넘지 않는 것도 바로 이 세금 덕분이다.

▶주세 적용이 전혀 다른 국산 vs 수입

국산맥주는 제조원가를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이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와 이윤을 더한 금액을 대상으로 주세(출고원가의 72%)와 교육세(주세의 30%), 부가가치세(출고원가와 주세, 교육세를 합친 가격의 10%) 등 세금이 붙는다. 수입맥주는 과세율은 같지만 과세 대상이 다르다. 해외에서 만들다 보니 공장 출고가에 운임비 등을 더한 수입 신고가를 기준으로 세율을 부과한다. 그런데 수입업체가 직접 수입 원가를 신고하기 때문에 정확한 가격을 알기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예 수입 원가를 낮게 신고해 세금을 적게 내면 국산보다 맥주가격을 낮게 조정할 수 있어 이윤을 낼 수 있다”며 “수입신고가는 부르는 게 값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결국 반값 맥주의 무기가 주세 적용의 차이 때문이란 주장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가 주장하는 “국산과 수입맥주의 판매가격이 같을 경우 국산에 부과되는 세금이 최대 20% 많다”는 논리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일부 수입맥주는 아예 관세도 내지 않는다.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미국산은 올 1월부터, 유럽연합(EU)에서 만든 맥주도 7월부터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이 2013년 32.2%에서 지난해 처음 절반을 넘어선 뒤 올 4월 54.3%로 높아졌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2억6309만달러(약 2807억원)로 전년대비 45% 증가했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선 국산맥주의 해외생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오비맥주가 판매한 카스 대용량(740㎖) 제품이 단초가 됐다. 오비맥주는 2018 러시아월드컵 한정판으로 생산한 대용량 맥주 30만 상자(한 상자에 15캔)를 미국에서 들여왔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740㎖ 카스가 3500원인 반면 국산(500㎖)은 2700원이다. 100㎖당 가격을 따지면 수입한 카스가 67원 더 저렴하다. 같은 맥주라도 수입산이 더 싸다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해 국내 생산이 줄어들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오비맥주 측은 “국내에 740㎖ 제품을 생산할 공장 라인이 없어 한정 생산을 위해 미국에서 수입한 것”이라며 “용량이 클수록 단가를 낮출 수 있고 세금 문제 등으로 가격이 싸졌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주세개편 논의, 업계 시선 집중

이러한 업계 상황에 최근 수입 맥주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맥주 과세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의 ‘종가세’ 체계를 ‘종량세’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7월 10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마련한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홍범교 조세연 선임연구위원은 “국산·수입맥주 모두 리터(ℓ)당 일정 금액의 주세를 매기는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종량세를 적용하게 되면 향후 국산과 수입맥주 모두 동일하게 용량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리터당 840~860원의 주세를 부과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세청도 기획재정부에 이 같은 내용의 세제 개편을 건의한 상태다. 기재부는 국세청의 안을 검토해 내년 세법개정안에 반영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일단 국산맥주 업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종량세가 시행되면 국산맥주도 4캔 묶음에 1만원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국산맥주 때문에 수입맥주 가격이 오른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오히려 걱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수입맥주 업계의 목소리는 정반대다. 한국주류수입협회는 협회 차원의 입장문을 통해 종량세로의 세제 전환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종량세로의 개편이 소비자 부담을 가중할 수 있고, 맥주뿐 아니라 전 주종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리터당 세금이 같아지면 일부 해외 공급자가 원가를 올릴 수 있어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협회 측은 “종량세가 도입되면 가격이 높은 수입맥주는 주세 부담이 낮아지고, 가격이 낮은 수입맥주는 주세가 높아진다”며 “이로 인해 국내 대기업은 국산맥주의 세제 혜택에 고가 수입맥주로 이중으로 혜택을 받는다”고 밝혔다. 또 “수입맥주를 국내에 유통하는 중소기업이 낸 세금으로 인해 대기업이 세금을 덜 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성장세 탄 수제맥주 업계

종량세 도입 찬성

최근 국내 맥주 시장에 트렌드로 자리 잡은 수제맥주 업계는 종량세 도입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수제맥주란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하우스맥주와 지역 특색을 살린 맥주를 의미한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현재 국내맥주시장은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주세법 체계로 여러 가지 기형적인 구조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현재 종가세 체계는 품질이 좋은 맥주를 만들 경우 이익을 보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질 좋은 재료와 우수한 인력 고용에 드는 인건비, 장비 도입을 위한 비용에 주세가 연동돼 가격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수제맥주업체들이 5000명에 달하는 종사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량세 도입 시 인건비에 대한 주세의 부담 완화로 수제맥주업체들의 고용창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소매점 판매 허용 등 각종 규제 완화로 날개를 단 수제맥주 업체가 최근 100개를 넘어 선 것으로 집계됐다. 패션유통기업 LF가 지난해 1월 인수한 주류유통업체 ‘인덜지’가 강원도 속초에서 수제맥주 공장을 착공하며 100번째 주류제조면허를 받았다. 2013년 55개에서 5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최근 수제맥주의 인기는 다양한 맥주 맛을 찾는 소비자의 증가와 지난해 청와대에서 수제맥주 시음이 이뤄진 것을 계기로 주세법 시행령상 판매와 시설 규제를 대폭 낮추면서 얻게 된 결과다. 기존의 수제맥주는 제조자 영업장에서만 팔 수 있었지만 지난 4월 통과된 시행령 개정으로 마트와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도 유통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수제맥주 업계에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 지난해 출고량과 매출액 대비 각각 0.4%, 1%에 불과하다. 국산맥주 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 프랜차이즈를 통해 인기가 꾸준히 늘고 있긴 하지만 일반 맥주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비싸다는 게 대중화에 한계”라고 지적했다.

국산맥주 업계도 맥주 수입에 동참 국내 맥주 제조사의 맥주 수입도 눈에 띄게 늘었다. 수입맥주가 국내 생산 물량에 영향을 미치지만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회사가 세계 최대 맥주기업 AB인베브인 오비맥주는 멕시코의 ‘코로나’, 일본의 ‘산토리’, 벨기에의 ‘스텔라아르투아’, 중국의 ‘하얼빈’ 등 20종이 넘는 맥주를 수입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수입맥주 판매는 2014년 555억원에서 지난해 1821억원으로 3년 새 3배 넘게 늘었다.
전체 매출의 6% 비중이다. 하이트진로도 2011년 일본의 ‘기린이치방’을 시작으로 6종의 수입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올 들어 ‘밀러’ ‘쿠어스라이트’ ‘블루문’ 등의 수입맥주를 들여왔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5호 (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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