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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분해 위기에 놓인 한국당 2006년 참패한 우리당 전철 밟나
기사입력 2018.06.29 09: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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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후 보였던 모습과 똑같다.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정신 못 차렸다.”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 사실상 궤멸에 이른 자유한국당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적 목소리다.

선거가 끝난 직후 기자와 만난 한국당 내 관계자는 “무릎을 꿇으면 뭐하나, 망해 버린 집에서 남아있는 기득권을 여전히 챙기려 하는데”라며 지방선거 후 자당이 보이고 있는 모습에 실망스럽다며 이렇게 쓴소리를 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텃밭이었던 부(산)·울(산)·경(남)을 여당인 민주당에 내주는 등 17개 광역단체장 중 단 2곳, 그것도 TK 지역에서만 이기는 처참한 참패를 당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보수의 대표 선수였던 자유한국당은 사실상 TK당으로 전락해 버렸다.

충격파는 상당히 컸다. 선거 패배 직후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은 책임을 지고 일제히 사퇴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국민을 향해 무릎을 꿇으며 “잘못했습니다”라고 통렬한 사죄를 했다. 이어 의원총회, 초·재선·중진들의 여러 모임 등이 잇따라 열리면서 쇄신 방향을 조속히 도출해 내려는 움직임을 바쁘게 전개했다. 특히 “생명을 다한 당은 해체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당 의총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민이 당을 탄핵했다. 해체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 “무사안일주의, 보신주의, 뒤에서 다른 생각하고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는 구태 보수를 청산하고, 노욕에 절은 수구 기득권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태 청산과 기득권 해체 없이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려는 보수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면서 “한 줌도 안 되는 보수당 권력을 두고 아웅다웅하는 추한 모습을 더 이상 국민 앞에 보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당 해체, 비대위원장 외부 영입으로 쇄신?

이후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김 원내대표는 중앙당 해체, 비대위원장 외부 영입 등을 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 방안으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최대한 우리 환부를 도려내고, 수술하고 혁신하기 위해서는 당내 인사가 혁신 전권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구태청산 태스크포스(TF)를 동시 가동키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은 잠시, 당 쇄신에 대한 ‘각론’ 논의가 본격화하자 고질병인 이해득실을 따지는 기류가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 권한대행이 중앙당 해체를 공식 천명하자 당내에서는 “선거 참패에 책임이 있는 그가 이 같은 개혁 작업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는 월권 행위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김성태 세력(?)의 당내 장악 음모론까지 반발 기류가 급속히 퍼져갔다. 초·재선부터 중진 의원들까지 그의 독자 행동을 질타했다. 이런 가운데 특히 현 한국당 상황을 만든 주원인으로 거론되는 당내 계파 갈등까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정 집단의 움직임에 또 다른 집단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모양새다.

19일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 의원 10여 명은 참패 후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는데,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김 대행의 혁신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행도 모임에 참석해 혁신 구상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행보 역시 복당파 중심의 ‘세력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그러다 같은 날 열린 이날 초선의원들의 모임에 참석한 한 복당파 의원의 휴대전화 메모 사진이 퍼지면서 문제가 확산됐다. 휴대전화 메모 사진을 보면 ‘친박·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지금의 한국당 현실을 만든 친박계를 이번에 사실상 정리하자는 것인데, 맞는 방향이라 할지라도 현 시점에서 적절한 움직임인지에 대해 당 안팎에서 비난이 나오고 있다. 당장 친박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당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친박 김진태 의원은 “잘못하면 당이 해체될 판인데 계파싸움으로 당권 잡아서 뭐하겠다고 저러는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상황 속에 당내 어른 격인 중진들의 구태한 모습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개혁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그들 역시 당권에 욕심을 내려 하는가 하면, 지금의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당의 모습은 역시 이번 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바른미래당이 즉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30~40대의 비대위원들을 곧바로 선임해 수습 방안 찾기에 나선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인적쇄신 두고 계파논란

자유한국당의 선거 참패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국정 농단 사태를 일으킨 이들에 대한 청산작업과 반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당이 변하지 않았다는 민심의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정 농단 사태와 절연의 뜻이 없는 당이 내세우는 지지 호소에 국민들은 냉정히 등을 돌린 것이다. 여기에 홍준표 전 대표 체제의 막말, 현 정권에 대한 발목 잡기식 행보 등이 더해져 보수세력은 이번에 민심의 회초리를 세게 맞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은 ‘개인의 안위’가 더 중요한 계파적 행동을 보이고 있다.

선거기간 내내 막말로 오히려 민주당의 ‘엑스맨’이라는 웃픈(웃기고 슬픈) 별명까지 얻었던 홍준표 전 대표가 “마지막 막말을 한다”며 인적쇄신을 거론한 것도 이 같은 당내 기류와 무관치 않았다는 분석이다. 홍 전 대표는 선거 참패 후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당의 인적쇄신과 관련한 움직임은 더욱 파열음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 전조는 나타났다.

선거 참패 후 이틀이 지난 15일 정종섭 김순례 김성태(비례대표) 성일종 이은권 등 한국당 초선 의원 5명은 “보수 정치 실패에 책임 있는 중진들은 정계에서 은퇴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한국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중진들도 당 운영 전면에 나서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과거 같으면 선거 참패 후 나선 당내 초선들의 움직임은 이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에는 과거 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라고 부르는 소장파들이 초선 시절부터 당 체질 변화를 위해 전면에 종종 나서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고, 당내 개혁세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5명 초선의원들의 행동은 당 안팎에서 전혀 공감을 얻지 못했고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됐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의원을 지낸 전여옥 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초선 진짜 처음이지?’라는 제목의 글에서 “일찌감치 친박을 넘어서는 ‘진박’이라며 지난 총선 때 ‘진박 인증’ 모임과 사진까지 제시한 정종섭 의원을 비롯해 초선 5명이 중진들은 정계 은퇴하고 결단을 내리라고 했다”면서 “국회의원 그만둔 줄 알았던 초선들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정풍운동’을 하겠다. 진짜 이 정도면 역대급 철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전 의원은 “자신들이 한 행동을 단 1초라도 눈감고 생각하면 도저히 저렇게 못 한다”면서 “홍준표 대표의 막말에 버금가는 자한당 궤멸의 진짜 책임자들”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중진 용퇴 주장한 초선들조차 비난받아

굳이 전 전 의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초선들의 중진 용퇴 주장이 힘을 얻지 못하는 것은 ‘순수성’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이들이 나서자 ‘저들이 왜’라는 시선이 팽배했다”면서 “결국 당 위기를 틈타 특정 당권주자를 밀기 위함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실제 아직 표면화되진 않았지만 당내에서는 차기 당권을 둘러싼 미묘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어차피 인적쇄신이 필요한 시점이고, 이때만큼 당내에서 입지 확대를 하기에 좋은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에 외부 인사를 영입해 개혁 작업을 과감하게 해나가겠다고 했지만 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킬지, 조기 전당 대회를 열지를 두고 여전히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2006년 집권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선거 참패 후 보인 모습과 복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5월 열린 지방선거 시도지사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전북 1곳만 차지했고, 12석을 가져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 대패했다.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TK당’이라고 치부되는 것처럼 열린우리당은 ‘전북당’이란 오명을 얻었다.

이에 당시 열린우리당은 참패 충격을 조기에 수습하고자 비대위를 조기 출범시키려 했지만 당권을 두고 파열음이 났다.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동영 전 의장이 사퇴한 후, 고 김근태 의장을 중심으로 선거 패배에 대한 뒷수습을 하려 했지만 정동영 계의 반발이 시작됐다. 열린우리당 참패의 원인으로는 참여정부의 급진적 개혁과 부동산 등 각종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컸던 것이 이유인데, 여기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고 당권을 두고 내부 갈등이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친노-비노 세력 간의 갈등이 더 극심해졌다. 이 같은 분위기를 결국 다잡지 못한 당은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그해 7월과 10월에 있었던 재보선에서도 참패를 당했다. 열린우리당은 이후 정계개편의 회오리 속에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을 통해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한국당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는 지적은 ‘곧 현실화’될 수순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대로라면 2020년 총선은 또 다시 보수세력의 궤멸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비대위원장 외부 영입 인사를 구체화할 할 경우 누가 당을 맡을지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비대위원장은 단순히 당의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세력의 재건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만일 또 실패하면 보수 세력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장기간 헤어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당, 2020년 총선서 단독 과반

현실화 가능성 높아

이미 민주당 내에서는 6·13 지방선거 기세를 몰아 2020년 총선에서 단독 과반 확보를 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표출하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 의석을 바꾸는 문제도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고 “적어도 총선에서 단독 과반수가 돼야, 타당에 신세 안 지고 정국을 주도적으로 끌어갈 수 있다”고 했다. 친문 손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1 대 180석, 반드시 만들어 내 우리 대통령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적었는데, 180석은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수다. 즉 민주당 단독으로 국정을 좌우할 수 있는 의석 확보를 다음 총선에서 해내겠다는 뜻이다.

만일 민주당의 바람대로 2020년 단독과반이 현실화된다면, 보수세력은 궤멸 수준을 넘어서 회복불능의 상태가 된다. 때문에 이번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어떻게 해서든지 당을 현 여권에 대항할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 거듭나게 해 다음 총선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게 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는 것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당내 계파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비대위원장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2020년 당내 공천권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은 잠시, ‘선당후사’가 아니라 ‘선사후당’이 판치고 있는 것이다.



▶보수의 새 패러다임부터 만들어야

현재 당 안팎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종합해 보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포함해 당 원로인 박관용,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이 있다. 하지만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와 홍정욱 전 의원도 비대위원장 영입 후보군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교롭게도 이들 두 사람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역시 새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설왕설래가 많다.

하지만 ‘참신한 인물’ 찾기에 골몰하기보다는 ‘당이 얼마나 강도 높게 변할 의지가 있는가’, 또 ‘개혁 작업에 순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내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으려고 하겠냐. 지금 당이 필요한 것은 진정으로 변하려고 하는 강력한 의지”라면서 “그런 다음 삼고초려를 통해 외부인사 영입을 현실화하는 순서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거론되는 인물 중 일부에서는 보수당의 개혁 작업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나, 얼마나 당 개혁작업을 소신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지를 두고 심각히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보듯이 보수를 향한 민심 이반은 대한민국 정치의 큰 흐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를 바꾸기 위해서 당은 그동안 사로잡혔던 과거의 틀에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권의 구도를 보수와 진보의 개념에서만 보지 말고, 시대적 변화에 맞는 새 패러다임과 거기에 담을 가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여기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개혁의지가 정말로 있는 것이 확인된다면 외부 영입인사들이 더 의지를 갖고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 패배 직후 직접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을 한 의원은 김무성, 윤상직 두 사람뿐이다. 한국당 의원 대부분이 처절한 반성보다는 한 몸 챙기기에 바쁜 모습이다. 계파논란이 계속되자 서청원 의원은 20일 탈당을 선택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4호 (2018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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