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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 6대 관전 포인트 | ‘지방선거는 與의 무덤’ 이번엔 공식 깨질까
기사입력 2018.05.04 18:06:44 | 최종수정 2018.06.01 1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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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애초 이번 선거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이후 가속화된 보수에 대한 민심 이반, 그리고 여전한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인해 여권의 승리가 거의 기정사실화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집권 1년이 넘은 시점에 현 정부의 ‘실기’들이 나타나면서 반전의 분위기가 꿈틀대고 있다. 실제 의원시절 외유성 출장으로 낙마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건과 민주당 당원 드루킹의 댓글조작 의혹은 정권의 개혁성과 정당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또 다시 추가 악재가 터져 나온다면 민심이 어떻게 더 요동칠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선거 곳곳에서 혈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럭스멘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를 6가지로 정리해 봤다.

대진표 짜여진 서울시장 선거. 박원순 더불어 민주당 후보,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왼쪽부터)



▶1. 서울 민심의 향배는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의 꽃이다. 서울시장은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돼 이곳 승패여부는 정치권의 상징성이 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민심은 대선과 반대의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짙었다. 역대 선거결과가 이를 잘 말해 준다.

1995년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시장을 뽑기 시작한 이후 대통령 배출 정당의 후보가 서울시장이 된 경우는 1998년 고건 전 시장과 2010년 재선에 도전해 성공한 오세훈 전 시장 두 사람이 있다. 하지만 속살을 더 파헤쳐 보면 오롯이 중앙과 서울의 민심을 가져간 경우 고건 전 총리 때밖에 없다. 오 전 시장의 경우 한명숙 전 총리에게 패배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기사회생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민은 오 전 시장에게 한 번 더 서울시를 맡겼지만, 동시에 준엄한 경고를 보냈던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민선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진 1995년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었다. 당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조순 전 시장은 여당이었던 정원식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영삼 정부(1993.2~1998.2)의 임기 중반에 실시돼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했는데, 서울 민심은 여당을 외면했다. 조 전 시장은 1995년부터 1997년까지 3년간 서울시장을 지냈는데 대권 출마를 위해 임기 전 사퇴했다.

민선 2기 서울시장은 총리 출신의 고건 전 시장이다. 역대 서울시장 중 권력을 잡은 집권당 소속 후보로는 첫 번째 서울시장으로, 앞서 언급했듯이 민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1998년 7월 실시된 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고 전 시장의 득표율은 52.9%로, 상대 후보였던 최병렬 전 자유한국당(구 한나라당) 대표는 18.7%에 그쳤다. 당시 민심이 얼마나 한쪽으로 쏠려 있었는지 잘 엿보여 준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정치사 최초로 선거를 통해 수평적으로 권력이 교체된, 특히 진보세력이 처음으로 정권을 잡은 1997년 대선 직후 치러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보통 지방선거는 현 집권당과 정부에 대한 평가 성격을 띠지만, 당시는 IMF 외환위기란 미증유의 국난을 맞은 시점에 전 정권에 대한 책임을 묻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있던 상태여서 국민들은 교체된 정권에 계속 힘을 실어주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민심도 집권 중반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김대중 정부 임기 말인 2002년 6월에 실시된 민선 3기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야당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30대의 김민석 민주당 후보가 당내 중진인 이상수 전 의원을 꺾고 출마한 상태였다. 김대중 정부 말기는 두 아들과 측근들의 비리로 민심이 이반되는 상황이었고, 자유한국당은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와서 승리했다. 정부 초기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어진 대선에서 집권세력은 야당에게 정권을 뺏기지 않았다. 절묘한 민심의 균형 원리가 작동한 것이다.

그 다음 서울 시장선거는 참여정부(2003.2~2008.1) 중반인 2006년 5월에 치러졌다. 민선 4기다. 이 선거에서는 오세훈 전 시장과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여당 후보로 나와 맞붙었다. 당시 우리 사회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수도 이전 등 다소 급진적인 사회 개혁에 대해 국민적 갈등이 심한 상태였다. 당시 집권 여당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첫 여성 법무부 장관이었고, 당시 정부의 개혁의 상징이었던 강금실 후보를 내세워 국민들로부터 개혁에 대한 계속된 지지를 얻고자 했다. 하지만 서울 민심은 이를 외면했다. 다시 중앙정부와 대척점에 있던 오 전 시장이 이겼다. 오 전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 사상 역대 최고 기록인 240만9760표(61.05%)를 얻으며 27.31%의 득표율을 보인 강금실 전 장관을 여유 있게 제쳤다. 이어 2010년에 치러진 민선 5기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오세훈 전 시장은 최초의 재선 서울시장이 된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오 전 시장을 향한 민심 이반 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이때 오 전 시장은 야당 소속이 아니라 여당 소속이었다. 그가 속한 자유한국당은 2007년 대선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빼앗겼던 권력을 10년 만에 찾아오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인지 오 전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지지율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2010년 치러진 민선 5기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전 시장의 득표율은 47.43%로 상대 후보였던 전직 첫 여성 총리 출신인 한명숙 민주당 후보(46.83%)를 간신히 눌렀다. 당시 개표 초반부터 한 후보가 개표에서 앞서 나갔고 오 전 시장측은 거의 패배를 자인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새벽쯤에 선거 결과가 뒤집히며 오 전 시장은 재선에 성공했다. 여당 소속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는다는 서울의 민심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이처럼 힘겹게 재선에 성공한 오 전 시장이지만, 그는 중도 낙마를 하고 만다. 오 전 시장은 취임 1년여 만에 당시 논란이 거셌던 무상급식 실시 여부를 두고 주민투표를 통해 찬반 여부를 묻고 여기서 패배한다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는데, 서울 민심은 그에게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박원순 시장이 서울을 맡게 된 2011년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박 시장은 당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박 시장은 2014년 8월 실시된 36기 서울 시장 선거에서도 당선돼 현재 두 번째 시장직을 맡고 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집권당은 지금의 자유한국당이다. 역시 야당 출신 후보가 집권당 소속 시장 후보를 누른 것이다.

박 시장은 헌정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3선에 도전 중이다. 여기서 이번 선거의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가 2가지 등장한다. 하나는 유리한 대목이고, 또 하나는 부정적 관점이다.

긍정적인 것은 이번 지방선거는 고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치러진 민선 1기 지방선거와 분위기가 흡사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정치 사상 처음으로 여에서 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김대중 정부는 당시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한국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선거가 치러진 김대중 정부의 집권 1년 차 2분기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평가는 60%에 달했다. 이 분위기에 힘입어 고건 전 총리는 첫 집권당 소속 서울시장이 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은 60%대 중반을 넘나든다. 당시와 같다면 국민들은 국가 개혁을 위해서라도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추도록 서울시장을 다시 한 번 같은 권력집단에서 배출되게끔 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가 서울시장을 하는 동안 야당에서 여당으로 소속이 바뀌었다는 점은 과거 선거사례에서 볼 때 보탬이 되지 않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가 즉 집권세력이 됐단 이야기고, 오 전 시장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상황이 바뀌었던 오 전 시장은 재선에서 거의 패배 직전까지 갔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박 시장이 앞서 나가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의 선전 여부가 관심이다. 사실 안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 당과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 패배에 이어 서울시장에서까지 초라한 성적표를 받는다면 그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감안한 듯 안 위원장은 최근 민주당 당원의 댓글 조작 건 등 각종 사안에 과거와 달리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가 각각 연설을 하고 있다.



▶2. 여야 최대의 승부처 된 경남지사 선거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못지않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지역이 경남이다. 역대 선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분위기다. 이유는 현 여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적자이자 핵심 복심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유한국당에서는 두 번의 경남지사를 지낸 거물 정치인 김태호 전 최고위원이 각각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충분히 ‘빅매치’로 불릴 만한 카드다.

두 출마 선수는 전례 없는 혈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반드시 승리해야 할 이유가 너무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김경수 의원은 애초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잡은 정권의 기틀을 깊이 다지는 임무를 띠고 선거에 나섰다. 당의 강한 권유에서였다. 하지만 전 정권을 뒤흔들었던 댓글 조작 의혹이 현 정권에서 다시 불거졌고, 여기에 자신의 연루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선거 출마를 결정하는 순간 민심에 자신의 의혹에 대한 판단을 맡기겠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것인데, 만일 선거에 패배한다면 정치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후폭풍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김 의원은 사즉생의 각오로 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남이란 지역의 특성과 상대후보가 만만치 않다.

소위 부(산)·울(산)·경(남)이라 불리는 지역은 자유한국당의 아성이다. 박근혜 정부를 탄핵한 촛불민심을 등에 입고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도 경남에서는 이기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36.73%를 얻어, 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 37.24%를 득표한 현 홍준표 당 대표에게 1% 남짓 뒤졌다. 이런 곳에서 김 의원이 생환한다면 자신의 의혹에 대한 민심의 면죄부를 받는 동시에 현 정부의 개혁을 더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또 김 의원의 당내 정치적 입지는 더 커질 것이다. 현재 민주당에는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몰락한 이후 이렇다 할 차기 후보군이 없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면서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적통이나 다름없다. 당내에서도 안희정을 대체할 카드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국당 후보인 김태호 전 최고위원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 후보에 올랐고, 두 번의 경남지사, 국회의원 재선(경남 김해) 등 정치적 중량감이 상당하다. 이력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경남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의 선거 경쟁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김 전 최고위원에게도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때 당내 차기 대선 후보군에 올랐지만, 지금은 당내 정치적 입지가 다소 약해진 상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현 정부의 핵심인사인 김경수 의원을 상대로 이긴다면 무주공산의 한국당 내에서 다시 당내 대표 선수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김 전 의원은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정계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만큼 김태호의 정치적 야심은 여전하다. 일단 초반 선거 분위기는 김경수 의원에 우호적이다. 부산일보와 부산MBC의 의뢰를 받아 이달 13~14 양일 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김경수 후보가 43.2%를 얻으며, 34.1%를 얻은 김태호 후보를 9.1%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당선 가능성 조사에서는 김경수, 김태호 두 후보 간 격차가 4.7%포인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경수 의원도 “이번 경남지사 선거는 마지막까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김태호 전 최고위원에게 유리한 국면은 아니다. 이미 경남지사를 두 번이나 지내 ‘올드보이’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지역 내 일부에서는 ‘식상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또 최순실 사태 이후 지속되고 있는 보수당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두 사람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4·11 총선 당시 경남 김해을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당시 김경수 의원은 막판 여론조사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김태호 전 최고위원에게 패했다.



성추문에 낙마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조사를 받은 후 검찰을 나서고 있는 모습.

▶3. 성추문 안희정 낙마에 요동치는 충청 민심

이번 지방선거서 서울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지역이 충청권 선거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 운동’에 중도 낙마하면서 정치적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충청권은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에서 중원에 해당해 선거 때마다 여야의 치열한 대결에 승패를 쉽게 점치기 힘든 곳이다. 여야 모두에게 매번 쉽지 않는 싸움의 공간이지만 이번은 상황이 좀 달랐다. 현 정부의 높은 인기 속에 지역 맹주인 안희정 대세론을 더하면 여당에 유리한 선거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으로서는 중원을 차지한 후 부산·경남까지 당 세력을 확장하면 확실한 전국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호기였다. 하지만 안희정 전 지사의 몰락으로 민주당의 이 같은 구상은 크게 흔들려 버렸다. 특히 안 전 지사의 성추문이 여권에게 더 아쉬운 것은 충청권 선거의 핵심인 충남지사와 대전시장의 선거 판도를 이번에 뒤집을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 두 지역의 단체장 선거는 1995년 민선 지방선거가 시작된 이후 여권의 무덤이었다.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을 뽑기 시작한 이후 승자는 모두 야권 출신이었다. 즉 충청도 민심은 한 번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게 같이 권력을 주지 않았단 얘기다. 서울시장보다 더 절묘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민선 1기부터 3기까지(1995년 7월~2006년 3월) 충남을 이끈 심대평 전 지사는 고 김종필 전 총재가 이끌던 자유민주연합 출신이다. 이 시기는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였다. 그 뒤를 이어 이완구 전 지사(2006~2009)가 충남을 이끌었는데, 참여정부 때 선거를 치르고 당선됐다. 안희정 전 지사가 당선된 민선 5기와 6기 선거 때는 보수정권이었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였다. 대전시장도 지금까지 전부 야당 출신인사가 당선됐다. 현재 출사표를 던진 이들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는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MBN이 지난 4월 8일과 9일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승조 민주당 의원은 이인제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등 야권 후보들과의 대결에서 47.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29.2%에 그쳤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민주당 우세가 확실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충청 유권자들의 특성상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다.

실제 지역 정가에서는 선거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선거에 나선 이인제 전 최고위원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경남지사 선거에 차출된 김태호 전 최고위원처럼 올드보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국회의원 6선, 경기지사, 노동부 장관 등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은 장점이다. 대전시장에는 더불어민주당의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과 자유한국당의 박성효 전 의원이 맞붙었다.

보수의 아성 울산서 벌어지는 한판 승부도 관심이다. 자유한국당 후보 김기현 울산시장(왼쪽)과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각각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보수의 아성 울산서 벌어지는 한판 승부도 관심이다. 자유한국당 후보 김기현 울산시장(왼쪽)과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각각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4. 보수 아성 울산도 흔들린다

지난 3월 16일 경찰이 돌연 울산시장 부속실과 시청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기현 현 울산시장이 공천권을 따내며 재선 도전이 확정된 직후였다. 경찰이 내세운 이유는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 과정에 울산시 공무원들의 비리 혐의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김기현 시장의 친동생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경찰은 체포영장까지 발부했다. 경찰은 부인했지만, 김기현 시장과 그가 속한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면서 강력 반발했다. 오비이락일 수도 있는 경찰의 이 같은 행보는 울산의 정치 지형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만일 의도된 행보라고 가정한다면, 이는 현 여권이 얼마나 이번 선거 승리에 목을 매는지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울산도 부산·경남 못지않게 자유한국당의 아성이다. 역대 시장선거에서 한 번도 현 여권은 이겨보지 못했다. 1997년 2회 지방선거 때부터 20여 년간 보수진영의 독주가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강성 노조가 있고, 노동자들이 많은 인구 특성상 지역의 진보색채도 뚜렷하지만 지방선거 승리는 보수당의 것이었다. 그런데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분위기가 묘하다. 보수당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이변이 일어날 조짐이 엿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 시장을 제친 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이달 13~14일 실시된 리얼미터 울산시장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1.6%를 얻으며, 29.1%의 득표율을 보인 김기현 시장을 제쳤다.

UBC 울산방송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월 2~3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기현 시장의 지지율(37.2%)이 송철호 후보(21.6%)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번에 역전된 것이다.

자체적으로 근소하게 앞선다는 분석결과를 가지고 있던 자유한국당 측은 화들짝 놀란 상태다. 변호사 출신의 송철호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라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워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또 지금까지 울산 지역 국회의원 선거, 울산시장 선거 등에서 8번이나 낙마한 송 후보에 대한 동정론도 최근 지지율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송 후보가 마냥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조사에선 송철호 후보가 39.9%, 김기현 시장이 38.4%를 보이며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울산지역에서 지역의 두터운 보수층과 현대자동차노조 등으로 대변되는 강성 노동자 세력 사이에 끼어 정체성이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표의 결집력에 있어서 보수층이 강세를 보여 보수는 텃밭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보세력 전체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등에 업은 민주당이 이번에야말로 일을 낼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기현 시장의 ‘인물론’도 만만치 않다. 시정에 있어서 특별한 과오가 없었고, ICT, 3D프린트 등 4차 산업으로 지역 경제의 체질을 변모시키기 위한 노력들의 성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5.민주당 이번엔 부산 탈환 성공?

현 여권의 오랜 숙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PK지역 공략이다. 보수세가 강한 이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려 하지만 선거 때마다 쉽지 않았다. 경남의 경우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며 보수의 아성을 무너뜨린 적이 있지만, 부산 시민은 야성이 있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진보진영에 도시를 한 번도 내어주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민선 시대가 열린 이후 부산에서 진보진영이 이긴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감지되는 보수의 위기가 울산과 달리 더 뚜렷하다.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돌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거돈 후보는 자유한국당 후보인 서병수 현 시장을 각종 여론조사에서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이달 11~12일 중앙일보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거돈 후보는 43.5%의 지지를 받아 서병수 시장(24.2%)을 크게 앞질렀다. 13~14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오 후보는 45.3%를 얻었다. 지난 3월 24~25일 MBN이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51%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서 시장의 지지율은 각종 조사에서 20~30%대에서 머물러 있다. 울산과 달리 당선 가능성에서도 오 후보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오 후보는 49.0%, 서 후보는 28.1%를 각각 기록했다. 사실 오 후보의 돌풍은 지난 선거 때도 확인된 바 있다. 2014년 선거에서 오 후보는 서 시장에게 불과 1% 차로 패배했다.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오 후보가 탄핵 정국 이후 불고 있는 친박근혜계 정치인과 보수당을 향한 민심 이반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 시장은 그동안 친박 핵심인물로 분류돼 왔다. 부산시장을 향한 4수생 오거돈 후보의 꿈의 실현이 여느 때보다 가까이 온 듯하지만 마냥 안심할 순 없다. 민선 시대가 열린 이후 한 번도 부산을 지금의 정치세력에 뺏긴 적이 없는 보수세력의 기반이 의외로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아놓은 조직력도 오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이다. 오 후보의 경우 인물론에서는 지역에서 호평을 받고 있지만, 조직력 면에서는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자신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는 최근 부산을 방문해 “지금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구도가 돼 있다”며 “결국 서 시장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4년 만의 리턴 매치를 벌이는 자유한국당 후보 서병수 시장(왼쪽)과 오거돈 더불어 민주당 후보.



▶6. 호남서 제3당 생존할까?

지난 총선 때 호남을 휩쓴 국민의 당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분당하면서 호남 정치 구도가 급변했다.

기존 맹주였던 더불어민주당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분당된 두 정당들이 호남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특히 민주평화당의 생존여부가 최대 관심이다. 민주평화당은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과의 합당을 결정할 때 이에 반대하고, 호남민심을 지키겠다며 분당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민주평화당에 다소 불리한 모습이다. 지난 총선과는 달라진 환경에 그들을 지지했던 호남민심은 급변했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하는 반면, 민주평화당은 한 자리 숫자로 추락했다. 4월 초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호남지역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90%를 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70%대 중반에 이르는 지지를 호남 민심으로부터 받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바람에 밀려 호남 28석 중 3석을 건지는 데 그쳤던 민주당은 이번엔 뒤집어진 전세를 바로잡아 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평화당의 눈에 띄는 반격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민주평화당은 경쟁력 있는 곳 위주의 기초단체장에 대한 공천을 발표하며 더불어민주당과 세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유력한 전남지사 후보였던 박지원 의원이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바른미래당은 전남지사·광주시장 등 주요 호남 단체장에 적당한 인물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호남에서 민주당의 독주체제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2호 (2018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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