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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차 국민보고대회 대한민국 미래도시전략-성장 멈춘 서울 ‘IDEA City’로 재설계
기사입력 2018.03.27 17:44:00 | 최종수정 2018.03.27 17: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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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그동안 주어진 도시 속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여러 시민들이 함께 모여 그들이 원하는 도시를 맞춤형으로 만들면서 살 수 있다. 가상현실과 각종 디지털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한국은 이러한 ‘이데아시티’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지난 3월 22일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매일경제신문 창간 52주년 기념 국민보고대회(공동연구: 매일경제, MBN, 포스코경영연구원, 여시재, 포스텍)에서는 ‘이데아시티’라는 미래도시 건설 플랫폼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이데아시티는 한마디로 다양한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스스로 살고 싶어 하는 도시를 가상의 디지털 공간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상상해 보고 세부설계 계획이 나오면 이를 백지상태의 현실공간에 건설하자는 구상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소개한다.



▶1. 가상공간에 만드는 디지털 트윈

전 세계에는 약 150여 개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들이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정말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는 ‘스마트한’ 도시는 찾기 힘들다. 한국의 서울이나 인천 송도 등을 생각하면 된다. 해외에서는 이 두 도시가 스마트시티로 분류되어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예를 들어 서울시는 지난 3월 한 컨설팅회사가 선정한 세계 스마트 시티 6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서울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서울이 충분히 똑똑하지 않다고 느낀다.

그렇다고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 5세대 이동통신 같은 기술들은 물론 드론이나 자율주행차와 같은 기술적 아이디어들은 이미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어 있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관련 실험들이 진행조차 되기 어렵다.

이유가 있다. 첫째, 이런 파괴적 기술들은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기 때문에 기득권 세력들의 반발이 심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자율주행차의 다음단계인 차량공유 서비스를 택시운송사업자들의 반대로 불허했다. 둘째, 집값이 비싸다. 실리콘밸리 인근에서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창업을 했던 이유는 그들이 마음껏 창업할 수 있는 차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서울시에 잡스나 게이츠 같은 천재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창업을 하려면 오피스 임대 비용이 필요하다. 2017년 발표된 세계은행의 Doing Business 2016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평균소득의 14.6%가 있어야만 창업이 가능해 이 분야에서는 주요국들에 비해 뒤처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식의 진입장벽이 높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수많은 기술들을 개발하려면 인재와 지식, 그리고 데이터가 있어야 하지만 이들을 확보하려면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도시를 디지털 가상공간에 지어보는 것이다. 디지털 공간은 기득권 세력이 없고, 집값이 필요 없으며, 지적재산권에도 구애를 받지 않는 공간이다.

가상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는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다. 1990년대 뉴욕시에서부터 사이버-물리 시스템(CPS)이라 하여 디지털공간에 도시를 구현해 보는 작업이 시작됐으며, 2015년 후 싱가포르에서 프랑스의 다쏘시스템이라는 회사가 3D로 도시를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 인구 8만 명의 작은 나라 안도라에서는 도시를 마치 레고블록 조립하듯 가상공간에서 구성하는 ‘시티스코프’라는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2. Digital Public Sphere

이런 가상도시가 구성된다고 해도 누군가 참여해서 데이터들을 쌓아 나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마치 위키피디아처럼 많은 참여자들이 데이터들을 업데이트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상에서 이루어지는 공론장(Public Sphere)이 필요하다. 공론장이란 위르겐 하버마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본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충분한 정보가 제공된 상태에서 이상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열린 토론의 공간이다.

이를 통해 가상도시 시민들은 자신들만의 헌법을 만든다. 예를 들어 로봇과 인간의 공존을 지향하는 도시가 만들어진다면 해당 이데아시티의 헌법은 다른 곳들과 다르게 로봇의 권리를 존중하는 내용의 헌법체계를 만들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를 통한 차량공유를 가치로 내세우는 도시가 있다면 차량 ’소유’권이 아니라 차량 ’공유’권이라는 새로운 권리를 헌법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지적재산권의 분할 보유를 가능하게 하려면 역시 법 체계가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

이렇게 구성된 헌법을 바탕으로 시민과 전문가, 그리고 기업들은 이데아시티에서 어떤 실험들을 할지 마음껏 제안하고 토론하여 가상도시를 구성한다. 1990년대에 유행했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시티(Sim City)를 여러 사람들이 함께 플레이하면서 합의하는 도시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철도와 도로를 어떻게 배치할지, 드론 비행장을 어디에 설치할지 등을 미리 테스트해 보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받을 수 있다.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도시를 만들고 헌법을 만드는 사례는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핀란드 헬싱키 인근에 위치한 부두 칼라사타마 개발계획에는 약 3000명의 주민 중 12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있다.

지방분권이 확실한 스위스는 대표적으로 시민들이 도시 단위에서 직접민주주의 형태로 새로운 실험들을 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충분한 곳이다. 암호화폐의 메카로 자리 잡은 스위스 ‘주크’ 시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재단을 만들 수 있는 법 체계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인재와 자원을 끌어들이고 있다. 주크 시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주크 시의 인구는 3만 명 남짓인데, 일자리는 4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암호화폐를 운영하기 위한 변호사와 회계사들이 이곳으로 와서 일하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로움은 주크 시가 남들보다 빠르게 관련 법 체계를 만들기로 주민합의를 이뤄 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헌법을 만드는 도시의 개념은 아예 이론적으로도 체계화가 되어 있다. 뉴욕대 교수이자 전 세계은행 부총재인 폴 로머는 2010년부터 ‘차터시티’라는 개념의 도시개발 모델을 제시했다.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헌법(Charter)을 만들고 새로운 기술과 사회제도를 실험할 수 있는 도시개념이다. 그는 세계은행이 추구하는 개발도상국의 원조모델도 바로 이 형태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 창간 52주년 제27차 국민보고대회에서 연설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



▶3. 백지상태에서 규제 없는 공간에 구현

디지털상에서 가상으로 헌법과 구체적인 모양까지 갖추어지고 나면, 해당 디지털 플랫폼은 전 세계에 이미 수출이 가능한 상품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도시 모델을 필요로 하는 공간은 무수히 많다. 중국만 하더라도 2050년까지 도시화 비율은 80%(현재는 약 5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의 도시 건설 계획은 그 원대한 꿈에 비해 구체적 방법론이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베이징과 텐진 사이에 건설을 추진 중인 슝안지구의 경우 우리나라의 송도 신도시와 비슷하게 기술 전시장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화웨이 등이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들을 내놓고 있지만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꿀 만한 파괴력 있는 도시계획 모델은 아직 없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이데아시티 플랫폼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나아가 인도 및 아프리카 등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플랫폼이 아직 현실에 실현된 케이스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얼마의 비용이 들어가고, 얼마만큼의 효용이 나타날 지에 대한 타당성 평가가 진행되기 어렵다. 결국 국가가 R&D를 통해 해당 플랫폼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시에 이런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는 시범도시를 만들어 현실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먼저 현실화하는 국가에서 전 세계 도시 플랫폼 사업자가 탄생할 수 있다. 마치 구글이 모바일 스마트폰의 OS 플랫폼 사업자가 된 것처럼 말이다.

이를 현실화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장벽이다. 가상공간에는 규제가 없지만 현실공간에는 법적 규제가 촘촘히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상도시들을 현실 시범도시에 구현하려면 해당 도시를 규제가 완전히 없는 특별구역으로 선언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상공간에서 도시를 구현한 의미가 발생한다. 매일경제와 MBN, 포스텍, 포스코경영연구원, 여시재 등으로 구성된 이번 이데아시티 연구팀은 이데아시티 현실 건설 프로젝트를 위해 규제 샌드박스(규제 없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볼 수 있는 법적공간)의 중요성을 우선적으로 강조했다.



▶4. 이데아시티가 이루어진다면

위에서 서술한 것이 이데아시티의 개략이다. 시선을 돌려보면 전 세계에는 이데아시티 방식의 개발이 필요한 곳들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북한이다.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에 도시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곳이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 인근에 마음껏 기술과 제도를 실험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든다면 어떨까.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맞닿는 나진-하산 지역이나 조금 더 러시아 쪽으로 들어간 곳에 나오는 자루비노 항 같은 곳은 개발가능성이 크기도 하면서 여러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맞닿은 곳이다.

이곳을 다국적 시민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는 디지털 공론장을 통해 가상도시 형태로 개발해 보면 의외로 국가의 이념과 이기주의를 초월할 수 있는 도시가 탄생할 수도 있다.

이런 이데아시티는 일자리를 탄생시킨다. 마음껏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사업 아이템들이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직업의 지리학>을 쓴 엔리코 모레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제조업 일자리가 하나 생기면 부가적으로 서비스업 일자리가 약 2개가량 만들어지지만, 창의적 일자리가 하나 생기면 부가 일자리가 5개 가까이 창출된다. 이데아시티가 창의적 스타트업의 허브가 된다면 일자리가 이곳에서 샘솟을 것이다. 게다가 이데아시티의 일자리는 지속가능하다.

제조업의 경우 오늘날 군산이나 거제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주력산업이 무너지면 도시 자체가 황폐해질 정도로 경기 사이클의 의존도가 심하지만, 이데아시티는 하나의 스타트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 그 자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이 원하는 경제모델 그 자체가 바로 이데아시티다. 일자리를 늘릴 수 있으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현실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약 3조원 가까이 되는 대외원조자금을 활용해 이데아시티 플랫폼을 수출한다면 국가적으로도 이익이 되면서 개발도상국에게는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무기를 쥐어 주는 셈이 된다. 흔히 한국의 경제성장, 즉 한강의 기적은 도시화의 산물이라고 한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한국의 도시개발 모델에 대한 존경심과 향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데아시티는 좋은 수출상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다. 에스토니아가 실행하는 것과 같은 전자영주권(E-Residency)을 전 세계에 진행될 이데아시티에 도입할 경우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인구가 확장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에스토니아의 전자영주권은 한국에 있어도 마치 에스토니아에 있는 것처럼 현지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일종의 가상 패스포트이다. 한국사람들이 에스토니아에서 법인을 운영하고 세금도 낸다. (한국으로 송금하기 위해서는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현지법인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각종 회계 및 은행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현지업체를 활용하여야 한다. 결국 에스토니아 입장에서는 한국 사람들을 자신의 경제활동 인구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5. 이데아시티의 의미는 IDEACTION

도시 사회학자였던 벤자민 바버는 이렇게 말했다. “국가와 달리 도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용적이어야 하고, 혁신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국가는 이념덩어리지만 도시는 실용 그 자체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도시는 한마디로 실험실이어야 한다.

원격의료, 자율주행차, 플라잉 드론 등 신기술의 실험실뿐만 아니라,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 모든 주거공간과 오피스가 공유되는 사회 등을 성공적으로 탄생시킬 수 있는 제도적 실험실이기도 하여야 한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이 인간에게 던지는 직격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되기도 한다. 먼 옛날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인간이 없는 도시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지만,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없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고 묻고 있다. 단순히 반복되는 노동은 로봇에 의해 쉽게 대체되고 있다. 심지어 교육과 훈련에 의해 길러진 변호사나 회계사, 의사 등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결국 창의성이 인간의 근본적 가치가 된 셈이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다시 던져 볼 수 있다.

“액션이 없는 아이디어란 무엇인가?” 실행하지 않는 창의성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런데 세상에는 실험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들이 무수히 많다. 도시가 바로 그런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보고대회 연구진이 IDEA와 ACTION 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만든 IDEACTION 은 아이디어와 액션은 분리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데아시티가 바로 그런 융합의 공간이다.

잠깐용어 이데이 시티(IDEA City) 플라톤의 이데아(이상세계)에 나온 신조어. 디지털 공간에서 의견을 모아 가상도시를 만들어 보고 여기에 시민과 기업가, 전문가들이 다양한 실험을 해본 후 실제 도시를 건설하는 플랫폼을 뜻한다.

[신현규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1호 (2018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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