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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다가온 미래 더 멀리 가는 전기차 시대
기사입력 2017.12.29 16:39:11 | 최종수정 2018.02.21 14: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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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대구에서 열린 ‘대구국제미래자동차엑스포’ 현장. 기조연설에 나선 권문식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부회장)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적자를 없애면서 친환경차 사업을 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부회장은 “지금 갖고 있는 현대기아차 라인업 그대로 유럽의 환경 규제를 맞추다 보면 2조~3조원의 적자를 보게 된다”며 “친환경차는 아직 수익을 내는 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젤과 가솔린 같은 기존 내연기관이 30~40년 후에 없어질 거란 전망도 있지만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전제한 뒤 “전기차 배터리 가격 역시 10년 뒤 절반이나 3분의 1로 떨어질 가능성이 적다”며 “결국 전기차 인센티브는 고객이나 자동차 업계가 부담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남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가기보다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구국제미래자동차엑스포 현장

반면 또 다른 기조연설자 질 노먼 르노그룹 부회장은 한국에서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을 아시아의 전기차 허브로 삼겠다는 것이다. 르노그룹에서 전기차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질 노먼 부회장은 이번 엑스포에서 공개한 신형 SM3 Z.E.를 비롯해 전기차 택시 보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 택시는 일반 차량에 비해 주행거리가 길고 이용자도 많기 때문에 그 기여도가 훨씬 클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배터리 교체 비용 보전과 같은 경제적 지원과 출퇴근 외 시간 때 버스전용차로 주행 허용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 노먼 부회장은 전기차 시장의 미래에 대해 “현재 전 세계 전기차 비중은 0.5%, 유럽지역은 0.8%를 차지하고 있는데 한국은 유럽과 비슷하다”며 “오는 2020년 전기차는 세계 시장에서 4%, 2025년께는 9~15%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비교적 밝게 전망했다. 질 노먼 부회장은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전기차 선진국으로 노르웨이를 꼽았다. 그는 “노르웨이는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17%에 달한다”며 “버스전용차로 이용, 무료주차, 무료충전서비스 등 정부 지원에 힘입어 전기차 보급이 가장 잘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완성차 업체 두 곳의 임원이 바라본 자동차 시장의 미래는 ‘내연기관의 생존’, ‘친환경’, 그리고 ‘전기차’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해 한 완성차 업체의 임원은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친환경차로 전기차가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정부보조금이 없다면 가격 부담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현실적으로 2020년대 전기차 세상이 될 거란 전망은 장밋빛에 가깝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런가 하면 한 수입차 업체 임원은 이와는 정반대의 견해를 밝혔다.그는 “내연기관이 PHEV(Plug-in Hybrid Car·전기모터와 가솔린엔진을 함께 사용해 달리는 자동차) 등을 거쳐 전기차로 발전하는 건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며 “현재는 전기차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수요가 늘어 생산량도 늘게 되면 자연스럽게 생산원가가 낮아지고 대중화가 논의되는 시점에선 정부보조금 없이도 가격이 일반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연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3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총 28만7000대로 2016년 동기 대비 63%, 2분기 대비 23%나 증가했다. 국내 시장은 전기차(EV),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차 국내 판매량이 2015년 4만1978대, 2016년 6만8826대, 2017년 11월까지 8만8713대로 빠르게 늘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17년 10월 기준으로 국내 전기차 보급대수는 1만 대(1만75대)를 넘어섰다. 버스 등 상용차를 제외하고 승용 전기차 중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이다. 최대 출력 88kW, 최대토크 295Nm의 모터를 달고 1회 충전 기준 주행거리가 191㎞나 되는 이 차가 총 6203대가 팔려 나갔다. 전기차 분야의 압도적인 강자다. 2위는 르노삼성의 ‘SM3 Z.E.’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중 유일한 준중형 세단으로 총 1569대가 판매됐다. 기아차의 ‘쏘울EV’도 1209대가 팔리며 이름을 올렸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180㎞로 2016년 글로벌 판매량 2만1000대를 돌파하며 국산 전기차 중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가장 주행거리가 긴 쉐보레의 ‘볼트EV’는 총 539대가 판매됐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83㎞나 된다. 수치상으론 전체 배터리 용량의 80%만 충전해도 300㎞를 달릴 수 있다. 2017년 3월에 출시되기도 했고 한국GM이 확보한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판매량이 높지 않았다.



▶출격 대기 중인 국내 전기차

2018년에는 단 한 번 충전으로 더 오래, 훨씬 더 멀리 가는 전기차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정부가 전기차 충전시설을 현재 2300여 곳에서 2020년까지 3000개 수준으로 늘리기로 하며 충전 인프라가 점차 확대되는 데다, 1회 충전으로 3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차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현대차는 2018년 상반기에 소형 SUV ‘코나’의 전기차(EV) 모델을 출시한다. 2018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될 예정이며 1회 충전으로 39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비교하면 주행 가능 거리가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기아차는 2018년 하반기에 소형SUV ‘니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주행거리는 코나EV와 비슷하지만 앞·뒷바퀴 길이가 100㎜ 길어 공간 활용성 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GM은 쉐보레 볼트EV 판매량을 10배 이상 늘린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한국GM은 국내에서 판매하는 볼트EV 전량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대구국제미래자동차엑스포에서 공개한 신형 SM3 Z.E.를 출시한다. 신형은 기존 모델보다 주행 가능 거리가 57%나 향상돼 1회 충전 시 213㎞를 달릴 수 있다. 르노삼성은 이와 함께 2018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2500대, 신형 SM3 Z.E.를 2000대 이상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쌍용차도 이르면 2018년 말 티볼리 전기차를 출시하며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1호차 출고식을 마친 현대차의 전기버스 일렉시티



▶수입 전기차도 점입가경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동차 수입액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1월부터 10월까지 자동차 전체 수입액은 84억7000만 달러로 2016년 같은 기간보다 3.4% 감소했다. 디젤승용차 수입액은 33억86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로 22.4% 감소했다. 가솔린 승용차의 전체 수입액은 35억2500만달러로 살짝 증가(1.0%)했다. 반면 전기차 수입액은 4100만달러로 2016년보다 무려 210.6%나 급증했다. 수입차 소비자 중 전기차를 찾는 고객이 월등히 늘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추세에 2018년 수입차 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친환경, 특히 전기차로 집중되고 있다.

2018년 국내 수입차 시장에 새롭게 출시되는 전기차 중 이목이 집중되는 모델은 BMW의 ‘i3’다. 2014년 첫선을 보인 후 전 세계에서 6만 대 이상 판매된 인기모델이다. 2017년 9월에 주행거리를 50% 늘린 ‘i3 94Ah’(208㎞)가 출시되기도 했다. 새롭게 출시를 앞둔 모델은 외모가 달라진 부분 변경 모델이다.

그런가 하면 BMW 그룹은 2017년에 전기차와 PHEV 차량을 포함한 전기화 차량(Electrified Vehicles)의 10만 대 판매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하랄드 크루거 BMW그룹 회장은 “1년 만에 전기차 10만 대 판매를 달성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BMW그룹은 향후 전기 이동성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BMW그룹은 2025년까지 25종의 순수 전기차와 PHEV 모델을 전 세계에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2021년에 개발이 완료될 5세대 전기 파워 트레인과 배터리 기술을 전체 차량에 장착할 수 있도록 확장 가능한 모듈화 키트를 채용할 계획이다. 이미 BMW i 브랜드는 ‘i1’에서 ‘i9’, BMW ‘iX1’에서 ‘iX9’까지 모델명 등록을 이미 마친 상태다. 2018년에는 BMW ‘i8 로드스터’, 2019년에는 MINI의 순수 전기차, 2020년에는 BMW ‘X3’의 전기차 버전이 출시되고, 2021년에는 자율주행 기능을 더한 BMW iNext가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포르쉐도 2017년 10월 출시한 ‘뉴 파나메라’에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한다. ‘파나메라 4E-하이브리드’의 최고출력은 462마력. 전기 모터로만 50㎞까지 달릴 수 있다. 제로백은 4.6초에 불과하다.

재규어는 2017년 하반기에 전기차 ‘I-페이스’를 출시한다. 90kW급 배터리를 장착했고, 1회 충전 시 유럽(NEDC) 기준 500㎞, 미국(EPA) 기준 380㎞를 주행할 수 있다.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71.4㎏.m의 성능에 제로백은 4초, 50kW DC 고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90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2016년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2만1000여 대가 판매된 르노의 ‘조에’는 아직 국내 출시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거리가 400㎞에 달한다.

재규어 I-PACE



▶전기차 이후 신에너지차 대안, 수소연료전기차

전기차를 포함해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8월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차세대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수소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월 평창동계올림픽 운영 차량을 목표로 현재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에 발표한 수소전기차는 1세대 ‘투싼ix’보다 월등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며 “핵심 기술인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효율, 성능, 내구성, 에너지 저장 4가지 부문에서 획기적인 개선을 이뤘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차세대 수소전기차는 차량 전체의 시스템 효율을 기존 55.3%에서 60%대로 끌어올렸다. 수소전기차는 내연기관의 엔진이 없고, 외부의 전기 공급 없이 연료전지스택에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 모터를 움직여 주행한다.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고,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에 의해 물만 배출될 뿐이다.

한편 지난 11월 중국 북경 샹그릴라 호텔에서 진행된 ‘제5회 한·중 자동차산업 발전 포럼’에선 차세대 친환경 신에너지차에 대한 논의가 분분했다. 포럼 현장에서 진행된 ‘수소연료전기차가 전기차(EV) 이후의 차세대 친환경 신에너지차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의 패널토론에 참석한 왕쥐(王菊) 중국 자동차 공정학회 기술부 총감은 “경제적 효율성, 편리성 등을 감안할 때 수소연료전기차는 전기차 이후의 신에너지차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중국 정부와 학계도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지속해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7년 초 단 한 번의 수소 충전으로 580㎞를 주행할 수 있는 차세대 수소연료전기차(FCEV) 양산형의 성능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Test-Drive | 전기차, 직접 타봤더니

시내에선 그뤠잇, 시외는 스튜핏

과연 전기차의 속내는 어떨지 가장 궁금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경험해 보자며 차문을 열고 한참을 살펴봤다. 시승에 나선 전기차는 BMW의 ‘i3’. 지난 9월 발표된 ‘i3 94Ah’ 이전 모델이니 2014년 탄생한 i3의 오리지널 버전이다.

우선 생김새가 단순하고 귀엽다. 작은 체구에 비해 막상 내부는 상당히 넓었다. 뒷좌석 뒤편의 트렁크도 꽤 유용하다. 보닛을 열어보니 내연기관 엔진대신 충전할 수 있는 단자와 220V 플러그가 자리해 있다. 그러니까 이 차량, 전기차 충전소에서도 전기를 머금을 수 있고 집에 돌아와 220V 돼지코로도 충전할 수 있다.

차량의 무게는 획기적으로 줄였다. 배터리로 인한 무게 부담을 탄소 섬유 강화플라스틱(CFRP)이란 초경량 소재로 극복했다. 덕분에 공차 중량은 1300㎏에 불과 하지만 64㎞/h 속도의 전면 충격에도 탑승자의 안전이 보장된다. 후륜구동인 이 차량의 최고출력은 170마력, 정지 상태에서 60㎞/h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7초에 불과하다. 제로백은 7.2초. 그럼 충전시간은 어떻게 될까. 살짝 매뉴얼을 살펴보니 100% 충전까지 완속으로 3시간, 80% 충전까지 급속은 30분이 걸린단다. 220V 비상용충전기를 사용하면 8~10시간이면 완충. 바로 그때 주행할 수 있는 최대 거리는 132㎞다. 자, 그럼 시동을 걸어볼까.

그런데 이 차, 조용하다. 엔진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뭔가 허전하다. SF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앞으로 가고 발을 떼면 브레이크 없이도 선다. 그러니까 좀 과장해 전동카트가 떠오른다. 어쨌거나 영하의 날씨에 보장된 주행거리는 110㎞. 시내 주행을 위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일반 차량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운전이 편하다.

날이 쌀쌀해 엉덩이 뜨뜻해지는 열선 스위치와 히터 버튼을 눌렀더니 그때부터 뭔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버튼을 누르기 전에 110㎞에서 서서히 줄어들던 주행가능거리가 버튼을 누른 순간 30㎞가 뚝 떨어지며 70㎞를 가리켰다. 아차, 싶다. 시내에선 백화점, 마트 등 충전기가 설치된 곳이 많이 별반 신경 쓸 일이 없지만 교외에서 출퇴근용으로 사용할 땐 글쎄. 실제로 서울 충무로에서 자유로를 타고 일산 킨텍스까지 34.67㎞ 구간을 운행해 보니 살짝 심장이 콩닥거린다. 킨텍스의 충전소가 어찌나 반갑던지…. 2018년형은 200㎞를 훌쩍 넘는 주행가능거리를 자랑한다니 고려해 보시길.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8호 (2018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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