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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커플이 택한 이태원…매력은 뭐?
기사입력 2017.10.20 10: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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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소문인 줄 알았던 톱스타 송중기·송혜교 커플의 결혼 루머가 실제 상황임이 드러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가운데 이들로 인해 평소보다 더 관심을 받은 것이 있다. 바로 송송커플의 새 보금자리로 추정되는 이태원 지역이다.

사실 송송커플의 예상 신혼집으로 거론된 곳은 우리에게 ‘서울 속의 외국’으로 익숙한, 세계 각지의 먹거리가 가득하고 빅 사이즈의 옷들을 구할 수 있는 상점들이 즐비한 이태원의 흔한 풍경 속 어딘가는 아니다. 이커플이 집을 구입한 곳은 이태원의 고급 주택지다. 인근에 대사관 관저, 재벌 총수 집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실제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걸어서 3분 남짓 거리에 있는 송송커플의 자택 옆에는 대사관 관저가 있고, 5분 거리 안에 삼성가 자택도 있다. 또 현대·LG가도 인근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태원과 맞닿은 한남동에 부자들이 밀집해 모여 사는 일대의 전체 면적은 3만여 평으로 추정된다.

▶재벌가 밀집 지역에 둥지 튼 송송커플

이 지역에 부자촌이 형성된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풍수적인 위치와 사생활을 중시하는 이들의 특성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일대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길지로 꼽힌다. 또 이 일대는 교통 등이 불편하고 각종 편의시설들이 전무해 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송송커플도 이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이곳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송중기·송혜교 커플이 구입한 이태원 집

하지만 이 커플이 단지 이런 이유만으로 이태원에 보금자리를 꾸미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닐 것 같다. 이태원은 부동산 시장의 장기 가치 측면에서 대한민국에서 빠지지 않는 좋은 입지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태원 부동산 시장도 8·2 대책 이후 관망세가 뚜렷하긴 하지만 언제든 휘발성이 강한 호재들로 가득하다. 현재 이태원 일대의 가장 큰 변화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다. 계획대로 올해 말 용산 기지 이전 작업이 완료되면 이곳은 용산민족공원으로 바뀌게 된다. 공원의 전체 면적은 약 80만 평으로 서울 중심부에 숲이 하나 생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태원 일대는 용산민족공원이 들어서면 유동인구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태원 배후로는 소득 규모가 꽤 있는 주거단지들이 속속 들어서게 된다. 지난 7월 일레븐건설에 1조552억원에 낙찰된 유엔사 부지(4만4935㎡)가 대표적으로, 회사는 이곳에 최고급 수준의 주거타운을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낙찰금액 1조원은 당초 예상가였던 8000억원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그만큼 회사는 이곳의 미래 가치를 높게 본 것이다. 유엔사 부지는 한남뉴타운과도 연계되고, 용산민족공원과 이태원을 연결하는 중간지점에 있다. 바로 인근에는 2만여 평의 수송사 부지도 매각을 기다리고 있다.

인접 거리에 있는 용산국제빌딩 4구역에서 7월에 분양에 나선 주상복합 아파트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의 경우 최고 3.3㎡당 4000만원을 넘는 분양가에도 최고 2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평균 분양가는 3600만원이었다. 이에 유엔사부지에 들어설 아파트의 경우 평당 4000만원을 어렵지 않게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한남 뉴타운 개발도 다시 탄력이 붙고 있다는 점도 이태원에는 호재다. 이달 한남 뉴타운 3구역이 14년 만에 서울시 건축심의를 사실상 통과했다. 현재 한남 뉴타운은 1~5구역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는데, 1구역은 사업성 부족으로 지정이 해제됐다. 한남 3구역의 10평 이하 소형 물건의 경우 평당 1억원을 넘어간다. 한강을 바로 끼고 있는 한남 5구역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한남뉴타운 전체가 완공되면 강남 못지않은 수준의 1만2000여 세대가 들어서게 된다.



▶이태원 배후에 두터운 중산층 들어선다

신영균 부동산멜론 대표는 “뉴타운 전체 개발로 신구 거주민들의 교체가 이뤄지면 이태원의 배후에는 두터운 중산층이 신수요층으로 자리잡게 된다”면서 “용산민족공원 활성화가 더해지면 이태원 상권은 앞으로 더 유망해 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송커플이 만일 이 같은 이태원의 향후 변화될 모습을 그리지 않고 고가 주택을 구입했다면 이는 단순 주거 차원에서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의 부동산 재테크 관심은 익히 알려진 상태여서 이태원의 향후 변화될 모습에 베팅을 한 것으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이태원의 입장에서 보면 경리단길로 인해 이태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것은 지역 내 국소적인 변화, 하지만 용산민족공원과 한남 뉴타운 등 이태원 배후 여건이 확 바뀐다는 것은 일종의 거시적 변화다. 지금도 많이 오르긴 했지만 이태원의 투자 가치는 장기적인 면에서도 여전히 전망이 밝다는 의미다.

송송커플이 구매했다고 알려진 이태원 저택의 가격은 서울시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2002년부터 계속 올랐다. 2002년 129만원이었던 공시지가는 지난해 858만원을 기록했다. 속도는 경리단길 부활로 이태원이 다시 뜨기 시작한 이후에는 더 가팔랐다. 이태원·한남동 일대 개발이 완료되면 송송커플의 구매 주택의 재산 가치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영균 대표는 “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이태원 일대 상권은 여전히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면서 “특히 장기적으로 보광로 일대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이유는 이태원 상권이 한남 뉴타운 개발과 함께 한강 쪽으로 뻗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보광로 일대도 평당 700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이태원 거리



▶상권 수준은 서울에서도 돋보여

부동산 114에 따르면 이태원 상권 수준은 서울 전체를 압도한다. 올 2분기 이태원 지역의 상가 평균 임대료는 1㎡당 5만5000원으로 서울 전체 3만3000원을 크게 웃돈다. 서울 주요 상권과 비교하면 이태원 상권의 우위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신사역 일대의 경우 2분기 평당 평균 상가 임대료 수준은 1㎡당 4만2000원으로 1분기 5만원에 비해 하락했지만, 이태원은 같은 기간 1㎡당 5만5000원의 임대료를 기록하면서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 들어 1㎡당 상가 임대료가 5만원을 기록한 지역은 신사역과 이태원이 유일했다.

하지만 이런 이태원에도 명암은 있다. 풍부한 투자 개발 수요가 있지만 다소 급등락이 심한 점은 위험 요소다. 실제 뉴타운지역이 해제된 한남 1구역과 한남 2구역의 일부 지역에 투자했던 이들은 낭패를 보고 있다. 한남 2구역의 경우 3억7000만원에 거래되던 오피스텔 13평형이 지금은 1억5000만원까지 추락했지만 살 사람이 없는 상태다.

또 이태원의 부활을 이끌었던 경리단길의 경우 치솟는 임대료로 인해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이라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더라도 들어올 이유가 있다고 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후죽순 생겨난 비슷한 업종의 가게들이 경쟁에서 밀려 1년도 채 안 돼 내놓은 물건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 사무소에 따르면 권리금 4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을 주고 문을 연 한 디저트카페의 경우 권리금을 2000만원까지 낮춘 상태지만 처분이 여의치 않은 상태다.

이태원 세계맥주 거리



▶뜬 경리단길보다 실리 찾아 이태원역 주변으로 몰려들어

이런 경리단길 상권 기류로 인해 기존 이태원역 주변의 노후한 상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비싼 임대료를 주고 무리하게 경리단길에 들어가느니 임대료 부담이 적은 이태원역 일대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 3년 전 경리단길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왔다는 박효진 사장은 “경리단길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거품이 심하다고 여겼다”면서 “당시 이 주위에 디저트 카페가 하나도 없어 자리를 잡았는데 성공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박 사장 가게 주위에는 미국 요리학교 출신 등이 운영하는 경리단길 못지않은 특색 있는 가게들이 자리를 잡으며 영업을 하고 있다. 물론 이곳도 경쟁이 점점 심해지기는 마찬가지다.

박 사장은 “저희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후 5군데에 비슷한 가게가 생겼고 3군데가 폐업을 했다”면서 “월세도 3년 전 150만원비해 꽤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리단길 월세 임대료 상승 속도에 비하면 그리 가파르지 않다. 이러다 보니 30대의 젊은 창업 열기도 이태원에서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퓨전식 소주 가게를 연 30대의 한 사장은 “이태원의 가장 큰 장점은 젊은이들의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 아니겠냐”면서 “너무 알려진 경리단길보다는 역과 가까운 이곳이 여러 면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가게를 열게 됐다”고 전했다.

아무래도 이태원 하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서울 시내 대표 관광지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레지던스도 투자자들이 꾸준히 관심을 갖는 품목이다. 이태원 일대에는 송송커플뿐만 아니라 비·김태희 부부도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장동건 씨 등도 건물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태원의 유래와 발전사(史)

서울 속의 외국, 글로벌 이방인들이 모여 사는 이태원의 현재 모습은 역사적으로도 유래가 깊다. 즉 근·현대 들어 형성된 모습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절반만 맞는 것이다.

이태원이 지금처럼 바깥세상과 긴밀하게 연을 맺은 것은 조선시대부터다. 이태원은 조선 시대 교통망인 역원제의 핵심 거점이었다. 역원은 관리에 말을 빌려 주는 역과 관리나 여행자에게 숙식을 제공했던 원이 결합된 말로 이태원은 먼 길을 떠나는 이들에게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하는 원이 설치됐던 곳이다. 이태원은 한성을 남쪽에서 드나들 때 거치는 첫 번째 공식 숙소였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에 따르면 이태원(梨泰院)이란 지명의 유래도 조선 시대의 교통망인 역원제에서 찾는다. 하지만 위치는 현 용산고등학교 인근으로 지금의 우리에게 익숙한 이태원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태원은 또 이태원(異胎院)으로 불렸는데, 여기에도 외부와의 ‘연’이 깔려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좀 아픈 역사다.

서울역사박물관이 펴낸 ‘이태원: 공간과 삶’에 따르면 이 지명은 임진왜란 때 겁탈당한 여승들이 아이를 낳으면서 집단 거주를 했던 곳이어서 붙여졌다. 임진왜란 때 항복하거나 귀화한 왜군들이 이태원에 집단 거주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태원의 역사를 찾아보면 이처럼 우리를 침탈한 외국 군대와 관계가 많다. 고려시대 원 간섭기에 몽고군의 병참기지가 용산에 있었고, 임진왜란 시에는 왜군이 현재 효창공원 부근에 보급기지를 설치했다. 현재와 같은 이태원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태동된 것은 일제시대부터다.

현재의 미군 용산기지 부지의 연원이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일제는 러일전쟁에 승리한 후인 1906년부터 용산에 군 기지를 조성해 흩어져 있던 병력을 모았다. 그리고 이 일대에 일본인 주거지도 집중적으로 개발했다.

꼼데가르송 건물

이태원의 주인은 해방이 되면서 미군으로 바뀌었다. 일본군이 조선을 떠나면서 빈자리를 미군이 대부분이 인수했기 때문이다. 미군은 당시 전쟁으로 파괴된 건물을 빼고 온전한 건물 상당수를 그대로 썼다. 미군의 이태원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은 미 8군 사령부가 용산기지로 이전한 1953년께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것은 현재 이태원의 고급주거단지 형성이 이 같은 이태원의 역사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당시 전쟁은 끝났지만 한국은 여전히 어지러운 상황이 계속됐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한국을 위해 머물렀던 외국인들, 대사관 직원 등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안전한 보호 장치가 필요했고, 미군 기지가 있는 이태원을 주목했다. 왜냐하면 유사시 주한 미군으로부터 보호를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이 일대에 외국인들을 위한 주거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터가 일제시대 일본이 장교들을 위한 관사용으로 조성한 곳이었다. 현 하얏트 호텔 서쪽 인근 땅이다.

1980년대 우리 경제가 성장하면서 이 ‘특별한’ 동네는 더욱 ‘서울 속의 외국’ 이미지를 굳혔다.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 살던 이 동네는 지리적 이점과 고급화 분위기 속에 국내 돈 꽤나 있고 힘깨나 쓰는 인사들로 부터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수요를 겨냥해 이태원, 한남동 일대에는 큰 평수의 고급 주택들이 공급됐고, 흥행에 성공했다.

세계화 분위기 속에 이태원을 향한 이질적인 이미지는 이제 많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이태원 일부에 ‘그들만의 세상’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태원은 ‘과거의 그늘’을 여전히 짙게 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서울 속 낯선 곳이었던 이태원의 모습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와 씁쓸한 현실이 한데 섞여 있는 것이다.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7주년 특집호·제85호 (2017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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