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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新 맹모삼천지교
기사입력 2019.02.26 14:39:55 | 최종수정 2019.02.27 1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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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이 ‘경기도의 대치동’으로 뜬 비결은

명문 ‘양서고’ 지역선발 늘리자 서울서도 전학


맹모삼천지교. 맹자의 어머니가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뜻으로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열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고사성어다. 현대에도 이 고사성어처럼, 아니 더 열성적으로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부모들은 많다. 그런데 이 고사성어에서 사실 중요한 것은 3번이나 거주지를 ‘옮겼다’가 아니라 ‘교육환경의 질’이 아닐까.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에게 제대로 된 교육환경을 찾아주기 위해서 세 번이나 이사를 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맹자의 집은 공동묘지 근처, 두 번째 집은 동네 시장 근처였다. 맹자가 여기서 주로 접했던 이들은 장사치들, 맹자는 이곳에서 이들을 따라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세 번째 옮긴 곳이 서당 근처였다. 주변 환경이 교육 친화적으로 바뀌자, 맹자도 변했다. 자연스레 책을 가까이 하며 공부에 재능을 보였다.

최근 국내 사교육 문제를 현실감 있게 다뤄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마지막 회에는 이런 장면이 등장한다. 캐슬에 이사를 온 새 주민이 “이곳이 아이들 교육을 시키기에 적합한 곳이라 이사를 왔다”고 한다. 캐슬의 속사정을 잘 아는 주인공들은 이 말에 속으론 웃지만 바깥 시선을 가진 새 등장인물은 캐슬이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자녀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부풀어 있다. 대치동이 여전히 사교육의 대명사로 오르내리고 있는 것도 사교육을 원하는 부모들에게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치동 사교육 환경의 축소판이 ‘캐슬’인 셈이다. 물론 모든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켜 좋은 대학에 보내려 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 적합한 환경을 찾아 제공하려 한다.

이런 점에서 서울과 인접한 양평은 참 묘한 곳이다. 소위 말하는 기존 제도권 교육에 혐오를 느끼는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교육환경을 제공하기도 하고, 대한민국 평균 부모들의 염원인 명문대 잘 보내는 대학을 위한 환경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양평의 매력은 실제 숫자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양평군의 인구는 11만6095명(외국인 미포함), 지난 2012년 군 단위에서는 드물게 10만 명의 인구수를 기록한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물론 양평군도 대한민국 전체의 인구 절벽현상과 맞물려 증가 추세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양평에 이런 저런 이유로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은 계속 늘고 있다. 이 같은 양평의 인구 흐름은 2013년 시로 승격한 인근 여주시와 비교하면 단연 두드러진다. 2018년 여주시 전체 인구는 11만1525명으로, 군 단위의 양평보다 적다. 특히 지난해 여주시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양평·여주를 지역구로 하는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조차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선거구 조정으로 양평 가평군이었던 지역구가 여주시 양평군으로 바뀔 때만 해도 사정은 이렇지 않았다”면서 “군 단위의 인구가 시 단위보다 많은 이 같은 현상은 이례적”이라며 놀란다. 당시 여주 인구는 10만9550명이었고, 양평의 인구는 10만2193명이었다. 10년도 채 안 되는 시간 속에 인구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 같은 두 지역의 인구 변화 요인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양평의 교육 여건 변화가 한몫했다는 점엔 이론이 없다. 이는 자치단체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실제 양평과 여주는 산업기반이 없어서 인구 유입 요인이 별로 없다. 대규모 신도시급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지도 않았다. 물론 군 차원의 인구 증가 정책, 교통 여건 개선 등의 효과도 있지만, 군청 조사에 따르면 양평으로 이주해오는 이들의 사유 절반이 주택 가족인 것을 보면 교육이 주요 원인일 수 있음을 엿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최근 양평 내에서는 자녀 교육을 위해 이동하는 ‘맹모삼천지교’의 새로운 유형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 내 명문 사립고인 양서고가 신입생 선발에서 지역 선발 정수를 확대하면서 꿈틀대는 움직임이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자리잡은 일반 사립고인 양서고는 명문대 많이 보내는 학교로 유명한 전국 단위의 명문고다. 양서고는 지난해부터 지역 내 선발 인원을 기존 30명에서 60명으로 늘렸다. 지난해 양서고 입학 커트라인은 중학교 내신 기준 200점 만점에 195점대 후반이지만, 지역 내 선발을 노리면 이보다 낮은 점수로도 양서고에 입학할 수 있다. 이를 노리고 양평 내 초·중학교로 전입을 하는 외지 학부모들이 있는 것이다. 양서면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최근 그런 조짐이 더 엿보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물론 양서고에 입학한다 할지라도 수업능력이 뒤처지면 내신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대학입시 경쟁이 시작되는 첫 출발인 고등학교를 선택함에 있어 전략적 선택을 하는 학부모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양서고의 경우 대입에서 농어촌특례 전형이 적용되는 학교인 점도 이 같은 행렬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경우 대개 양평 내 초등학교 5,6학년으로 전입시도가 있다고 한다. 농어촌특례 대상자가 되려면 지역 내 6년 거주 요건이 필요하다. 이 농어촌특례전형은 양평 내 다른 고등학교들도 적용된다.

조현초 인근 전원주택 단지



하지만 공교롭게도 지난해 양평에서 가장 많은 순이동 인구 증가(전입자수-전출자수)를 보인 곳은 양서고등학교가 있는 양서면이었다. 양평군의 2018인구분석자료에 나타나 있는 수치다. 물론 이들 수치를 모두 교육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지만, 양서면의 이 같은 인구 증가는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사실 학교를 찾아 부모들이 이동하는 맹모삼천지교의 분위기는 양평 내에서 양서고가 처음이 아니다. 전국적 혁신학교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조현초등학교에도 있었다. 2009년 경기도에서 시작된 혁신학교는 한때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조현초의 인기를 반영했던 일화 한 가지. 조현초의 교육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던 학부모가 제때 집을 구하지 못해 학교 주변에서 텐트를 치고 몇 달간 살았다는 일화는 지역에서 유명하다. 조현초는 공립이라 학군 내 거주지가 마련되지 않으면 입학을 할 수 없다.

관심이 예전보다 뜸하지만 양평 내의 혁신형 교육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그런데 최근 이 학교들에도 미묘한 변화가 있다. 학교 구성원 수가 늘어나면서 학교에 대한 수요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 혁신형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학업 성적에 대한 관심을 갖는 학부모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아이들에게 체험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자유롭게 키우고 싶지만, 학업 성적에 대한 기대도 함께 가지고 있는 이들인 셈이다. 물론 양평 내 혁신학교를 찾아온 이들 중 이 같은 성향을 갖는 이들은 비중으로 따지면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역 학교관계자, 학부모들의 관측이다.

이들에 따르면 이 같은 성향을 가진 학부모들은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 혁신형 학교와 사교육은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이를 터부시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공부도 일종의 재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혁신 학교의 특징이 아이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주자는 것인데, 공부도 재능의 일부라면 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현상이 주목되는 것은 초기 혁신학교를 둘러싼 구성원과 후발주자들 간의 성격이 달라지면서 갈등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현초에 자녀를 보낸 한 학부모는 “학교 특성상 소외 받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너무 커진 나머지 혁신학교의 교육형태만을 보고 들어온 학부모의 경우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면서 “갈등이 직접적으로 표출되지는 않지만 내재된 불만은 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특히 안 그래도 적은 정규 교과과정 시간까지 줄어들게 되면 학력 수준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양평에서 혁신 중학교에 다니고 자녀를 둔 학부모도 “기대했던 대로 교육 환경은 만족스럽지만 솔직히 학업에 대한 걱정까지 지울 순 없다”고 토로했다.

역시 자녀들이 조현초를 나왔다는 이유원 용문중학교 운영위원장은 “솔직히 중학교 1학년 때는 아이가 적응을 못해 걱정스러웠지만 아이가 고비를 잘 넘겼다”면서 “양평의 초등학교 교육을 원하는 부모들은 스스로 방향성을 잘 정해야 나중에 진로와 관련해 혼란이 덜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 위원장은 “양평 교육현장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엄마들이 모인 까닭에 학업과 혁신 둘 중 하나에 집중할 수 없는 구조가 문제”라면서 “각자의 결정에 따라 교육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같은 교육적 고민을 하는 이들이라도 양평을 잘 떠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주 환경으로서의 양평은 그만큼 만족스럽단 이야기다.

양서고 전경



▶맹모들 모여들자 전세금도 쑥

양평의 맹모삼천지교는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다만 매매 시장보다는 전세 가격 강세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양서고가 자리잡고 있는 양서면 일대 주변에는 신축 아파트, 빌라 등의 건축이 활발하다. 새 주거 환경이 뜸했던 곳이라 수요가 있다고 한다. 특히 학군을 보고 들어오는 외지인들의 발걸음도 꽤 있다는 것이 지역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양서고등학교와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이 아파트의 20평형대 매매가는 2억8000만원, 전세가는 2억3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굳이 신축이 아니더라도 전세는 강하다.

용진부동산 관계자는 “지역 부동산 시세 변동 요인을 학교 요인으로만 찾을 수는 없다”면서도 “학교를 이유로 집을 찾는 이들은 매매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수요는 꾸준한 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곳뿐만 아니라 양평의 전원주택지 가격은 최근 부동산 불황 속에서도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다.

혁신학교 선호 현상이 다소 주춤한 지금, 학교 인근 전원주택지 가격은 입지마다 상황이 다르다. 현재 가장 땅값이 강세를 보이는 곳은 서종초 인근이다. 양평 내에서 교육뿐만 아니라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문호리에 있어서 그렇다. 최근 테라로사가 양평에 지점을 내면서 문호리 일대 땅값은 더 급등했다. 테라로사 인근 대로변 부지의 경우 1년 전 평당 가격은 300만원대였지만 지금은 1000만원에 이른다. 서종초 인근 전원주택의 경우 6억~10억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한때 양평 내 혁신학교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조현초 인근 전원주택지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다소 가격이 주춤한 편이다. 1억3000만~1억4000만원이면 30평대 전원주택 전세를 구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수요와 공급이 잘 맞지 않아 거래는 그리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

정배초등학교 인근도 마찬가지다. 황인만 정배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최근 주택지 거래가 일어나긴 했지만 시세는 서종초 인근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았다”면서 “매매보다는 전세 시장에 수요자들이 좀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배초 인근 전원주택의 경우 25~35평대 물건의 전세 시세가 1억5000만~2억원 사이에서 형성돼 있다. ‘경기도판 스카이캐슬’ 양서고

졸업생 25%가 서울·연고大 진학


양서고 인근 신축 아파트



양평의 명문 양서고등학교는 올해도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라고 불리는 학교에 50명 넘게 합격시켰다. 졸업생 수 대비 25.8%가 SKY에 진학한 것이다. 서울 주요 대학에는 매년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합격한다. 꼭 좋은 학교 기준을 명문대 진학률로 볼 필요는 없지만, 대한민국 좋은 고등학교의 평균 잣대가 이들 SKY를 포함한 명문대에 얼마나 보내느냐로 구분된다는 점에서 양서고는 명문고로 불릴 만하다. 특히 올해 서울대 합격자는 13명으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합격자 배출을 기록했다.



농촌 지역에 있는 학교인 양서고가 서울대 등 명문대에 많이 보내는 학교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농어촌 자율형 학교로 지정된 것이 계기였다.

한상 양서고 교장은 “사실 양서고의 역사는 오래됐다. 1979년 양서종합고등학교로 설립돼 운영됐고, 자율형 학교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그저 그런 농촌 학교였다”면서 “하지만 학생 선발부터 교과 과정까지 학교에서 재량권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자율형 학교로 지정되면서 학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상 교장은 양서고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해 양서고의 산 역사나 다름이 없다.

학교는 이듬해인 2003년 이름도 양서고등학교로 바꾸며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자율형 학교의 장점을 십분 살려 전국 단위로 학생 모집에 나섰고, 차별화 전략으로 전원 기숙사 생활, 집중교육 등을 내세웠다. 양평 내 여러 고등학교 중에 학생 전원 기숙사 생활은 양서고뿐이다. 이는 학교 설립자인 어경찬 이사장의 철학이 반영됐다. 양서고는 2003년 전원 기숙사 시스템을 갖췄는데 농촌 지역의 양서고에 좋은 인재를 많이 오게 하려면 적어도 먹고 자는 것에 대한 걱정은 덜어 줘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어 이사장은 평소 가지고 있었다. 현재도 사립인 양서고의 기숙사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여기에다 양서고만의 집중 교육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자율형 학교 전환 이후 3년 동안 학생 수가 미달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율형학교로 전환한 후 첫 입학한 학생들이 치른 2006년 대입시험에서 SKY 대학에 7명을 보내는 기염을 토했다.

한 교장은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2007년 신입생 모집(정원 220명)에 1000여 명이나 몰렸다”고 회고했다. 또한 “최근에는 초등학생 자녀까지 학교 입학설명회에 데려 오는 학부모들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다 2010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자율학교가 폐지되면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양서고는 자신들만의 특성을 살리며, 2015년부터는 매년 두 자리 숫자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는 명문 학교로 자리매김했다. 의대·한의대 합격자도 매년 20명을 넘거나 가까이 된다.

물론 전원 기숙사 생활에 집중교육을 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성적 경쟁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여기에 양서고만의 노하우가 있다. 양서고는 입학과 동시에 학생별 맞춤형 전략을 제시한다. 학교의 일방적 제안이 아니라, 학생과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며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짠다. 이와 관련해 양서고가 내세우는 자랑 중 하나가 비교과 과정인 전공연구역량 강화프로그램이다. 수시로 대학입시를 겨냥하는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데, 난이도가 높아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들도 꽤 된다고 한다. 총 5단계로 이뤄진 이 프로그램은 학생이 진로희망서를 제출(1단계)하면 적성검사 등을 통해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고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이해하고 진로를 구체화하기 위해 전공독서 인증(2단계)이란 단계를 거친다. 3단계는 자율동아리 활동으로 공통의 진로와 관련된 연구 활동을 학생들끼리 자율적으로 모여 구성해 활동하게 된다. 4단계는 전공심화 과정으로 매주 토요일 오전 시간 등을 활용해 설정 주제에 대한 연구활동 및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관련 분야의 석학 연구원 멘토 등을 섭외해 세미나도 진행한다. 5단계는 학술연구보고서 활동으로 양서학술대회를 연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중에서도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6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이 3년 동안 진행된다. 이 끝에 나온 학생들의 논문 수준은 예사롭지 않다. ‘딥-러닝을 활용한 험지 조난사고에 따른 위치 탐색 로봇고안 및 적용방안 탐구’ ‘생체 분해성 재료로 제작한 소구경 인공혈관과 3D 프린터와 바이오 잉크로 제작한 미래형 인공혈관의 구체적 적용에 관한 연구’ 등 우수 논문으로 선정된 이들의 콘텐츠는 대학 혹은 대학원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까지 받는다.



양서고 같은 학교들은 뛰어난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어 경쟁이 치열해 내신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이 시스템으로 내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학교 측은 설명한다. 한상 교장은 “실제로 3년 동안 이 과정을 하고 나면 자신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수시 전형에서 앞선 경쟁력을 갖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이 같은 비교과정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적는 방식이 달라지는데, 이는 수시 공략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한 교장은 “이미 이에 대한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한 교장은 “학교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열정 아니겠느냐”면서 “방학 때면 실시하는 연수에 빠짐없이 참가하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선생님들의 집단지성이 모여 차별화된 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는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도 전폭적으로 하고 있다. 방과 후 학생들이 원하는 특강을 강사를 초빙해 여는가 하면, 2~3년 전부터는 주문형 강좌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정규 교과 과정을 심도 깊게 들여다보는 일종의 심화 학습인데, 정시와 수시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 교장은 귀띔한다. 경제학 개론, 고급 물리, 고급 화학, 논증적 글쓰기 등 학생들 수요에 맞춰 다양한 강좌가 개설된다. 한 교장은 “지역 특성상 사교육을 제때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지적 욕구를 풀어주는 계기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매스챌린지, 전공독서 프로그램 등도 양서고 만의 특화 교육과정이다.

양서고의 특·장점 중 의외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명문고이긴 하지만 농어촌특별 전형 대상 학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한 교장은 “내신 경쟁이 치열해서 농어촌특별 전형을 겨냥하는 학생보다는 수시나 정시를 통해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많긴 하지만 이 또한 양서고만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전략적으로 이를 활용하고자 외부에서 이주를 오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파악이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양서고의 장점은 학생과 교사의 열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매일 같이 교사들 절반가량이 학교에 자발적으로 남아서 아이들의 학습 상담을 도와주는가 하면, 학생들 스스로 자율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 공정한 경쟁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교내에서 만난 3학년 정윤 학생은 “공부에 대한 압박감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학교가 공부에 대한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하지는 않는다”면서 “오히려 주변 친구들을 보고 스스로 자극을 받을 때가 많다”고 했다. 스스로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이다. 기숙사 생활의 장점으로 학교에서만 생활하다보니 동아리 활동 등 여가 시간을 가져도 총량 차원에서 공부량이 적지는 않다는 점도 내세웠다. 조현초·정배초, 인성교육 ‘혁신학교’로 인기

2007년 양평 조현리에서는 하나의 교육실험이 벌어졌다. 공모제로 조현초등학교에 부임했던 이중현 전 교장은 기존의 획일적 공교육 시스템과는 다른 시골 학교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학교를 만들었다. 이 전 교장은 아이들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며 자연 친화적 환경을 활용한 창의적 교육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금은 우리에게 익숙한 혁신학교형 교육이지만 당시로서는 꽤 신선했다. 이때는 조현초가 혁신학교로 지정되기 전이다. 물론 조현초의 교육 형태는 조현초만의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경기도 내 남한산 초등학교에서 토론과 체험 중심의 작은 학교 교육이 가장 먼저 시작됐고 이것이 지역 내 곳곳으로 전파됐다. 하지만 경기도내 혁신교육하면 조현초가 먼저 회자되는 것은 그만큼 이 모델이 성공적이었단 뜻이다.

최영식 현 조현초 교장은 “아이들의 행복 추구가 학교의 지향점이었다”면서 “학업중심이 아닌 삶을 가꾸는 수업 방식에 대한 호응도가 컸다”고 했다. 학교 수업과정도 신선하고 창의적이었다.

지금은 혁신학교를 지향하는 학교에서 일반화되다시피 한 문화예술을 활용한 교과과정이 대표적이다. 최 교장은 “예를 들면 뮤지컬·연극 등을 아이들하고 같이 준비해 나가면서 그 과정 속에서 국어교육을 하고, 미술 수업도 하는 방식이었다”면서 “함께 뭔가를 만들고 이뤄나간다는 점에서 공동체 의식 함양 배양 목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토론과 체험 중심의 수업 위주로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자율성도 최대한 보장했다. 지금도 조현초 학생들은 체육대회, 장기자랑, 벼룩시장 등 각종 행사를 스스로 기획하고 있다.

동시에 시골에 위치한 장점을 살려 자연과 함께하는 생태교육도 극대화했다. 이 일환으로 아이들은 벼농사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서부터 산으로 들로 마음껏 뛰어다닌다. 또 학교는 도심 학교에 부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도 입소문이 났다. 시골학교로는 드물게 발달 장애 등이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특수학급이 2학급이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조현초에 기존 교육 체제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학부모들은 열렬히 반응했다. 몰려드는 입학생으로 인해 학교는 과밀현상을 빚었다. 혁신학교 도입 초기 전체 6학급에 불과했지만 6~7년 사이에 16학급까지 확대됐다. 당연히 학교 공간의 문제가 발생했고,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금도 교장실은 학교 건물 밖 컨테이너 개조 건물에 있다.

인터뷰하는 한상 양서고 교장



이 같은 현상 때문에 지금도 조현초에 입학하려면 대기는 필수라는 말도 돌고 있다. 하지만 최 교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입학을 위해 대기를 해야 한다면 학교에 입학 정원이 나기를 기다려야 하지만 조현초는 공립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최 교장은 “조현초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거주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시골이라 살 집을 구하기 힘들어 학부모들이 거주지를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몰려드는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조현초 인근의 부동산 가격은 한때 급격히 치솟기도 했다. 최 교장은 “한때 위장 전입 의혹이 있으면 직접 찾아다니며 확인을 했다”고 한다. 최근 그 수요가 다소 주춤한 모양새지만, 학부모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조현초의 올해 신입생은 36명으로, 시골학교로서는 꽤 많은 편이다.

최 교장은 “학교에 대한 높은 관심은 좋지만 학교가 지향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과밀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학교에 관심있는 부모들이 있으면 솔직하게 장단점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시골생활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을 자세히 알려주지만 그래도 자녀를 입학시키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학교를 찾은 당일에도 대안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가 자녀 전학을 위해 조현초를 찾아왔다.

조현초 전경



양평에는 조현초 같은 혁신학교들이 많이 있지만, 폐교 직전까지 갔던 정배초등학교 사례를 빼놓을 수 없다. 서종초등학교의 분교였던 정배초는 학생 수 급감으로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1999년 폐교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본교로 승격됐고, 다소 줄긴 했지만 학생 수도 한때 100명을 넘었다.

정배초의 부활은 조현초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왜냐하면 마을공동체가 합심해 정배초를 살리는 데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학교 졸업생은 물론 지역민들이 직접 관계자들을 찾아 정배초 폐교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학교의 역사 속에 자리 잡은 마을 공동체와의 끈끈한 관계 때문이다.

유미용 정배초 교장은 “학교에 문제가 생기면 지역사회가 자기 일처럼 아파하는 곳이 이 지역”이라면서 “폐교를 딛고 일어서자 학교 공동체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유 교장은 “공동체의식을 기르고 인성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지역밀착형이라는 점이 정배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외지인 학생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현 시점에도 마을과 학교의 관계가 유지되는 비결이다. 유 교장은 일례로 “도서관에 사서가 없어서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사서활동을 하는가 하면 학교 버스가 없어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자 학부모들이 직접 차량지원도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교육 과정 면에서는 조현초와 정배초의 차이점은 거의 없다.

정배초 또한 정규 교과과정 외에 다양한 체험활동을 한다. 생태활동의 일환인 에코팜 수확물 나눔, 문화예술 수업, 글쓰기 등 작은 학교에서 주로 하는 것들을 다 다룬다. 산·들로 둘러싸인 학교 주변 환경도 비슷하다. 또 엄밀히 따지고 보면 양평 내 초등학교들은 지금처럼 혁신학교형 배움 과정이 자리잡기 이전부터 농촌 학교의 특성을 살린 활동들을 하고 있었다.

정배초의 유 교장은 “텃밭활동만 해도 교사 초년기 시절부터 학생과 하던 것들이었다”면서 “다만 이런 것들이 입소문이 나고 또 체계화되면서 양평 초등 교육 현장이 더 관심을 받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유 교장은 1993년부터 양평 내에서만 생활을 하고 있어 지역 사정에 정통하다. 때문에 농촌에 있는 학교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역 커뮤니티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영식 조현초 교장



하지만 현재 이곳 학교들도 고민이 있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감소세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학교마다 차별화를 고민케 한다. 정배초의 경우 중미산자락노리터란 마을 공감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과 학교가 모두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학교는 5월이면 체육대회, 10월이면 은행축제 등을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유 교장은 “지금까지 해오던 것이지만 더욱 체계화해 지역과 학교를 더욱 확고히 하나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의 성패는 학부모, 교직원, 지역주민 등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이 학생들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고 협력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교장은 “정배초의 경우 학교 버스가 없는 부분이 가장 아쉽다”면서 “지역 주민들이 어렵게 살린 학교라는 점을 감안하고 또 학생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서라도 버스 문제가 해결됐으면 한다”며 “그래야 줄어드는 학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난 대목이 있다. 지난해 양평 초등학교들 사이에서는 탤런트 이영애 씨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이었다. 양평에 거주하는 이 씨의 자녀들이 취학 연령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만일 자기들 학교로 온다면 이보다 더 큰 홍보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씨가 서울로 이사를 가자 학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현재 양평에는 서종초, 수입초, 세월초, 양서초 등이 혁신학교로 지정돼 있다. 양평 교육 키워드는 ‘자율성’

유미용 정배초 교장



양평 교육의 대표 상품인 조현초와 양서고는 그 특성상 잘 양립되지 않는다. 서로 교육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현초는 작은 학교 속 열린 교육을 지향하고, 양서고는 수월성 교육을 통해 좋은 대학 잘 보내는 학교로서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서로 우위에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 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있다. 바로 자율성이다. 조현초 같은 혁신학교가 아이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것이다.

교육 이주 1세대 격인 백권우 서종면 자치위원은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학풍이 마음에 들었고, 이를 통해 아이가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 같다”면서 “혁신학교를 지향하는 부모들 대부분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양평 내 혁신학교의 교과과정도 이런 점들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 운영에 참여하고, 지역 축제를 기획 및 개최까지 하는 것은 자율성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하기 힘들다.

그런데 양서고도 학업에 있어서 학생 개개인의 주도성을 강조한다. 이는 시키는 공부가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를 뒷받침하겠다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서고의 장점인 기숙사 생활도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강조한다. 학교도 이런 점을 십분 내세운다. 물론 혁신초등학교에서 말하는 자율과는 좀 다른 측면이 있지만 공부도 재능의 일종으로 보는 교육관에 따르면 양서고가 우수한 학생들을 자율적 학습 환경을 통해 성장시키는 것 또한 또 다른 ‘자율’의 의미가 될 수 있다. 실제 졸업생들도 이점엔 동의한다.

지난해 서울대에 진학한 김연진 학생도 “양서고 교내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율성”이라고 말했다. 양서고에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적성을 살려 만든 자율동아리가 44개나 있다.



최근 이 같은 키워드를 하나의 양평 내 흐름으로 이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양운택 양평교육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체인지메이커 운동이다. 체인지메이커 운동은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자기 주도형 참여를 강조한다.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지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체인지메이커 운동의 골자다. 양평 전역에서 다수의 학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인성 교육의 일환이기도 한 이 흐름이 초·중·고가 분절되다시피한 양평 교육 시스템에서 가교역할을 할지 기대된다. 왜냐하면 조현초와 양서고의 자율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결국 인성 함양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조현초, 양서고를 찾았을 때 학생들은 낯선 이에게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몸에 배어 있었다. Interview 정병국 양평 지역구 의원(바른미래당)

“좋은 학교 만들기 운동이 양평 교육혁명의 시작

교육정책에서 정부는 시범 역할에만 그쳐야”




양평·여주를 지역구로 하는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양평 관내에 도서관을 지어주고 병영카페를 만들어 책을 기증하는 등 보이지 않는 활동들을 꾸준히 해왔다.

여기에는 국회의원 출마 당시의 경험이 한몫했다. 5선의 정의원은 아직도 2000년 국회의원 첫 선거 당시를 잊지 못한다. 한 토론회에서 상대편에게 받은 질문이 뼈아팠기 때문이다.

당시 상대 후보는 “양평의 교육 발전을 위해 자녀를 이곳 학교로 전학시킬 수 있냐는 것”이었다. 정 의원은 “당시 솔직히 쉽게 답하지 못했다”면서 “자신도 학창시절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 이곳을 떠나 서울에서 유학을 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그는 떠나는 양평이 아닌 머물고 싶은 양평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고, 그 결과물이 교육환경 개선이었다. 정 의원은 “뜻있는 지역민들과 군민포럼을 만들고 이곳을 중심으로 좋은 학교 만들기 운동을 펼쳤다”며 “교육 시설 개선의 일환으로 ‘벽돌 모으기 운동’도 벌였다”고 했다. 그는 “양평은 수도권에서 대표적인 규제 지역”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교육에 더 집중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 운동은 정 의원이 16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첫 당선된 뒤에도 계속되다가, 당시 같은 당 소속이었던 손학규 전 의원이 2002년 7월 경기도지사가 되면서 더 큰 힘을 얻었다. 손 지사가 취임 후 경기도에서 교육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학교 21곳을 좋은 학교 만들기 운동의 모델로 선정해 전폭적으로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양평도 포함이 됐다.

정 의원은 “이후 학생들이 떠나가기만 하는 학교에서 명문대 합격자가 나오는 등 성과가 나타났다”면서 “여기에 지역 학교들의 자연친화적 교육 인성학습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지금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양평 모델의 성공 모델을 ‘자발성’에서 찾았다. “지역 공동체의 자발적 움직임이 없었다면 이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교육 분야가 아니더라도 양평 곳곳은 지역 주민들의 자율성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발전돼 양평 내에는 지역민들의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리버마켓이 대표적이다. 그는 “양평 교육 모델의 성공은 우리 교육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정책 모델이 있으면 정부의 역할은 이를 보여주는 시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의정 활동에 있어 보이지 않게 신경 쓴 것이 또 있다.
바로 지역구내 문화 인프라 개선 사업이다. 양평의 경우 12개 읍면 모두에 도서관을 설치했으며, 특히 양평에는 군 단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군립미술관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평가에 따르면 양평의 문화지수는 군 단위 중에서는 최고다.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매경DB·양서고 제공]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2호 (2019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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