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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스멘 & 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 | 신흥국 위기 속 한국號의 미래는…
기사입력 2018.10.01 17:22:07 | 최종수정 2018.10.02 10: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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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억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에 불이 붙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이 2500억달러(약 275조원)로 확대될 경우 미·중 경제가 둔화되고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져 세계 경제성장률은 최대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기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논하며 위기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중국의 부채 위기와 터키에서 시작된 신흥국 통화 약세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통화가치는 각각 50.9%, 40.9% 곤두박질쳤다. 터키 주가도 연초 대비 19.9%나 떨어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게 없는 상황. 과연 미국과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위기의 파고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창간 8주년을 맞은 매일경제 <럭스멘>이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기획으로 한국의 미래를 진단한다.



Chapter Ⅰ 수출과 美·中 의존도 큰 한국 경제

미래 먹거리 찾으려면 규제 혁파부터


무역 갈등, 미국의 금리인상 등의 이슈가 있지만 세계 경제는 전체적으로 큰 무리 없는 흐름을 보인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올해 7월 전망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017년 3.7%에서 2018년 3.9%, 2019년 3.9%로 세계 경제가 완만한 성장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올해 경기가 좋았던 유로존과 인도의 2019년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무엇보다 올해 세계 경기를 이끌었던 선진국의 경제가 내년에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선진국의 OECD경기선행지수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경기선행지수의 상승폭도 둔화되고 있다.

미국이 사상 최장기간의 호황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우선주의에 입각한 중국과의 무역 분쟁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경제가 단기적으로라도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금방 영향을 받는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동남아 국가도 마찬가지다. 자칫하다가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불안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또 도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지금 세계 실물경제는 IMF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보여주듯 그리 위태롭진 않지만, 한국 입장에선 불안 요소가 크다. 한국 경제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외 여건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불안 요소가 대두되어도 자신 있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Part 1 미국 경제 호황의 끝은 언제인가

지금 미국 경제는 호황이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4.2%(전기대비연율)를 기록했다. 2014년 3분기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다. 미국 GDP(국내총생산)의 70%를 차지하는 것이 민간부문의 소비다. 즉 미국은 개인들이 소비를 잘하면 잘 굴러가는 경제다. 미국 민간소비는 2014년 이후 분기 평균 3.0%(전기대비연율) 증가했다. 이 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2.0%p로 이전 4년간(2010~2013년) 1.1%p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됐다.(한국은행 보고서 ‘미국의 민간소비 현황 및 주요 리스크 요인 점검’)

민간에서 소비가 증가하는 이유는 소득이 늘었기 때문이다. 취직이 잘되고 임금이 상승하면서 가계소득의 60%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증가해 소비여력이 확충됐다. 2015년 이후 기업에서 사람을 구하려는 구인 수요가 취직하고자 하는 개인들의 구직 수요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됐다. 이렇게 노동시장 수급이 타이트해지니 임금 수준이 올라갔다. 가계소득 증가율이 금융위기 직후 낮은 수준에서 2011년 이후에는 높아졌다. 특히 전문사업서비스업종과 같은 고임금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 소득여건 개선 효과가 뚜렷해졌다. 미국의 전문사업서비스업종의 2017년 중위 주급(‘중위’의 개념은 주급이 제일 많은 근로자부터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장 가운데 위치한 근로자의 주급 수준을 의미)은 1037달러로 전체 평균인 829달러의 1.3배 수준이다.

소비 호황에 힘입어 미국 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9년 6월 저점 이후 110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사상 2번째로 가장 긴 확장 국면이다. 자연스레 언제까지 지속될까 하는 불안감도 생긴다. 불안감은 금융시장에서 제일 먼저 반응한다. 호황 국면의 미국 경기를 반영해 미국 주식 시장은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이상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간 격차가 11년래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단기금리는 빠르게 오르는데, 장기금리는 그보다 늦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으면 단기금리가 오르고 이후에 장기금리가 올라 일정 수준 금리 차이가 유지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장기금리 상승 속도가 단기금리보다 느린 것은 지금 당장보다는 먼 미래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서 장단기 금리 차가 마이너스, 즉 역전될 우려도 있다.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은 대표적인 금융위기의 전조 현상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Part 2 미국發 금리 인상, 신흥국 금융 불안

59페이지의 인포그래픽 면을 참고하면 단기금리, 즉 2년물 국채 금리가 오르는 그림을 확인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의 경기 동향을 반영하는 단기금리의 상승은 향후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예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미국 연준은 결국 올해 기준금리를 4번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에 1.5%였는데, 연말에는 2.5%가 될 것으로 보인다. 2년 전에 비해 2%p가 높다. 급격하게 오르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고 꾸준히 시장의 예상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속도다.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경제가 자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연준이 보기에 미국 경제는 기준금리를 올려도 투자가 위축되거나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지 않을 정도로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 국한된 이야기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로 투자되었던 달러화가 미국으로 회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신흥국으로 투자되었던 달러화의 본국 회귀, 신흥국 입장에선 달러화 유출이 우려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실시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많이 증가했다. 특히 신흥국의 부채 규모(기업과 가계)는 2008년 약 23조달러에서 2018년 1분기에는 약 69조달러로 3배 증가했다.(국제금융센터 보고서 ‘신흥국 외화 부채 현황 및 시사점’) 이 중에서 기업부채는 약 32조달러, 가계부채는 약 12조달러다. 특히 외화표시 부채는 2008년 약 4조달러에서 2018년 1분기 약 9조달러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외화표시 부채를 국가별로 보면 터키가 가장 심각하다. GDP 대비 외화부채 비율은 터키(70%), 헝가리(54%), 폴란드(51%), 칠레(50%) 순서다.

외화표시 부채 중에서 달러화표시 부채가 76%를 차지하는 점이 미국 기준금리에 따르는 달러화 강세의 충격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 통화가치 약세를 야기하며 달러화 차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신흥국의 기업과 정부 측에서 상환 압력이 증대될 것이다. 신흥국이 2019년 말까지 상환이나 차환이 필요한 채권과 대출 만기는 가계부문을 제외해도 약 2조7000억달러이며, 이 중에서 달러화표시 상환액은 약 7200억달러로 전체의 30%에 이른다. 2018~2019년 달러화 채권 만기액은 중국이 약 1200억달러로 가장 많다. 금융위기 이후 고금리로 투자 유인이 높았던 브라질과 멕시코, 러시아, 인도, 터키 등도 상환 규모가 많다. 이들 국가에서는 차입 비용 증가로 올해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록적인 규모의 채권 만기액을 감안하면 상환 압박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대외조달여건이 악화되고,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외화부채 상환 부담이 큰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채무불이행의 우려가 확산될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런 이유 때문인가. 최근 터키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터키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리라화 가치가 폭락했다. 터키 금융 불안이 확산된 지난 8월 1일부터 15일까지 리리화 가치는 달러대비 17.4% 절하되었고, 주가는 6.9% 하락했다. 터키는 저축률이 낮고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구조적 요인으로 지난 15년간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보였다. 즉 해외자본 유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2013년 말 1120억달러에서 2018년 4월 말 기준 880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140%로 다른 신흥국보다 크게 높다. 터키의 경제 규모가 세계 20위권 안에 드는 점, 그리고 주변에 유럽과 중동이 위치한 점을 고려하면 그 연쇄 파장이 매우 크게 일어날 우려도 있다.

최근 터키의 불똥이 생각지 못한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튀었었다. ‘카타르국립은행(QNB) 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이 터키발 금융불안으로 인해 투자 위험이 높다는 분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에 팽배하다’는 매일경제신문의 9월 6일 자 뉴스가 그것이다. 조금 더 뉴스를 찾아보니 카타르 국립은행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ABCP에 투자한 MMF(머니마켓펀드)가 기관투자가의 대규모 환매 요청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도 있다. 즉 터키가 위험하니까 터키에 자회사를 둔 카타르국립은행의 부실이 우려되었고, 이 카타르국립은행의 예금이 자산인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에 투자한 우리나라 자산운용사의 MMF에서 유동성 인출이 일시에 몰렸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터키에 물린 카타르 자산 안정성이 문제가 아니라, 카타르가 친(親)이란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까닭에 미국이 이를 제재할 가능성이 더 큰 불안 요인이라고 한다. 요즘 미국은 이전과 달리 다른 나라보다 자기 자신의 이익을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흥국의 위기는 이와 같이 어느 한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 주변국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국가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이 문제다.

Part 3 끝나지 않은 美·中 무역 분쟁

신흥국 입장에서 두려운 점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이다. 방금 본 터키-카타르 사례에서도 미국의 자국이기주의 이슈가 개입되면서 시장에서 불안감을 더 키운 점을 보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유세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중국에 대한 포문을 열고 취임하자마자 실천에 옮기면서 시작된 미·중 무역 분쟁은 미국의 중간 선거를 앞두고 끝 모를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경제 1, 2위의 아메리카 퍼스트와 차이나 파워가 정면충돌하는 모습이어서 봉합이 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미칠 것이다. 얼마나 충격이 클까. 과거 사례를 돌이켜 보자.

과거 1930년 미국에서 제정된 스무트-홀리(Smoot-Hawley) 법안을 시발점으로 세계적인 무역 전쟁이 발생했던 사례를 보면 보호무역 강화가 세계 경제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지 가늠할 수 있다.(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관세 전쟁의 시작과 한국경제의 위기’)

1930년 6월 미국에서 발표된 스무트-홀리 법안은 약 2만 개의 수입품목에 대해 관세를 새로 부과하거나 관세율을 인상시키는 것이었다. 스무트-홀리 법안의 평균 관세율인 60%는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었으며, 이는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수입 관세를 높이며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된 계기가 됐다.

그 당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통화를 평가 절하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공황이었음을 고려해도 세계교역량은 물량 기준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경기가 정점이었던 1929년 6월 대비 1년 후 약 8%, 3년 후 약 30%가 감소했다. 금액 기준으로 세계교역량은 1929년 1분기 약 84억4000만달러에서 1933년 1분기 약 30억4000만달러로 60% 이상 감소했다. 세계 산업생산은 1929년 6월과 비교해 1년 후 약 15% 감소했고, 3년 후인 1932년 7월에는 40% 가까이 감소했다. 금융시장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었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연일 폭락하는 가운데 명품을 싼값에 구입하려는 외국 관광객들이 지난 8월 중순 터키 이스탄불 루이비통 매장 앞에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와 같이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특히 세계 경제 1, 2위 국가 간의 통상 갈등은 교역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기업의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로 투자를 저해하기도 한다. 특히 대공황 당시와 다르게 지금은 국제 분업 관계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보호무역 조치 강화의 일환에 따르는 관세율 인상으로 수입 자본재 가격이 상승하면 기업 입장에선 늘어나는 투자비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글로벌 가치 사슬(Global Value Chain)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세계 교역이 둔화되고, 이는 다시 설비투자를 늘릴 유인을 약화시킨다. 결국 투자와 생산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미·중 무역 분쟁이 이와 같은 결말로 끝날까.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세계 경제의 침체다. 그렇지 않더라도 단기간에 타협점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의 본질은 1등이 되려고 하는 2등 괴롭히기다. 단순히 미국 입장에서 중국과의 교역에서 손해를 보니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 부상하는 중국(2등)과 이를 견제하는 미국(1등) 간의 패권 다툼이다. 중국은 2017년 10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집권 2기를 출범시켰으며, 이때 시진핑 주석은 2050년까지 ‘두 개의 100년’을 통한 ‘중국몽(中國夢)’ 비전을 공식화했다. 두 개의 100년이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첫 번째 중장기 목표, 그 이후에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경제력뿐만 아니라 군사력 측면에서도 세계에서 제일가는 현대화 강국 대열로 진입하겠다는 두 번째 목표를 말한다. 중국몽은 한마디로 미국을 넘어 국력과 글로벌 영향력을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겠다는 의미다. 즉 군사력 측면에서도 미국을 제치겠다는 것이다. 2045년까지 제조업 경쟁력을 미국 수준까지 올려놓겠다는 ‘중국제조 2025’가 기술 강국, 군사 대국으로 가는 핵심 정책이다.

제조업의 경쟁력도 그렇지만, 첨단기술 부문에서도 중국의 부상이 미국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기존의 단계적인 산업 발전 경로를 생략하는 도약 전략을 구사한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주요 분야, 온라인 및 모바일 결제, 인공지능,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등의 분야에서 기존의 단계적인 산업 발전 단계를 생략하는 도약 전략을 구사하며 미국의 산업 발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온라인 및 모바일 결제액은 2016년에 미국의 11배 수준으로 많고, 인공지능 R&D 부문의 논문 양은 세계 최대이며, 특허 보유수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부문에서는 세계 최대의 생산량을 보이고 있다.

올 초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길게 보면 중국의 부상이 결실을 맺겠지만, 이를 좌시하지 않는 미국의 견제로 미·중의 통상, 정치, 외교 부문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외부의 압박에 더해 자국 내의 기업 부채도 심각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기업 부문의 신용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회사채 디폴트 규모도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 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회사채 금리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기업의 건전성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면서 2017년 연평균 4.71% 수준이던 최우량(AAA등급) 기업 회사채 금리는 올 들어 평균 5.09% 수준으로 상승했다. 회사채 금리 상승은 회사의 자금조달부담 증가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신용불량 등 원인으로 은행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만기 도래 채무상환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과 중국 내부의 부채 이슈 등으로 인해 중국의 경기 둔화가 진행될 경우 한국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우려가 크다. 한국은 중국과 실물경제와 금융 부문에서 이전에 비해 연관성이 많이 커졌기 때문이다.(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 ‘차이나 리스크, 교역 경로를 넘어선 중국 경제위기 전염 가능성에 대비하자’)

한·중 간의 경기 흐름 동조화가 크고,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심화됐다. 먼저 한·중 간의 경기 흐름을 2008년 이후 최근까지 OECD 경기선행지수를 이용해 보면, 양국 간의 상관계수(상관계수(Coefficient of Correlation·相關係數)는 두 변수 사이의 방향성에 대한 관계를 나타내는 판단 지표이며 그 값은 -1에서 1 사이에 위치함. 상관계수의 값이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가 같은 방향의 움직임을 가지는 양의 상관관계에 있다고 보며, 그 값이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을 가지는 음의 상관관계에 있다고 판단함. 한편 상관계수의 값이 0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 간에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판단함)가 한국과 중국의 값은 0.565로 나왔다. 이는 중국 경제가 경기상승(하강)세를 보일 때 한국 경제도 경기 상승(하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점은 많은 독자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2018년 상반기 현재 한국의 총수출 중에서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6.7%(2018년 1~6월 기준)로 2017년의 24.8%에서 크게 증가했다. 다른 주요 수출시장인

지난 3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고 있다.

ASEAN(16.6%), 미국(11.5%), EU(9.8%), 일본(5.2%)과는 격차가 크다.

금융 부문도 한·중 간의 동조성이 강해졌다. 특히 환율 부문에서 강한 동조성이 발견된다. 달러화 대비 원화와 위안화 환율은 2014년 초까지 하락, 2016년까지 상승 이후 하락 등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원화와 위안화는 달러화 방향성에 영향을 받는 동시에 양국 간 경제의존도가 높아진 것에도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2010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관계를 추정해 보면 0.57로 매우 높다. 또 다른 측면인 한국 금융권의 對중국 익스포저(Exposure·위험노출액)는 최근 증가 추세에 있으며, 전체 익스포저 대비 비중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 금융권의 중국에 대한 익스포저가 2016년 2분기 이후 증가하면서 대외 익스포저 총액 대비 對중국 익스포저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는 중국 내 리스크 발생 시 국내 금융기관으로 위험 전이 가능성이 확대되었다는 의미다.

중국 경제가 덜컹거리면 동남아시아의 경제도 영향을 받는다. 중국은 동남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중국과 동남아 무역 규모는 3배 이상 늘었다.(한국IR협의회 ‘최근 중국과 동남아 경제관계의 심화와 향후 전망’) 이는 같은 기간 동안 동남아의 대(對)세계 무역이 약 60% 증가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다. 교역뿐만 아니라 동남아는 한국, 중국, 일본과 함께 생산네트워크의 구성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는 전기기기와 기계류 및 부품을 주로 교역하고 생산 공정별로 볼 때도 중간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중국에 원자재를 많이 수출하고 있다. 또 다른 한 축인 직접투자도 중국이 동남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중국의 동남아 직접투자는 미국과 유럽, 일본에 비해 그 비중이 미미하지만 최근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에 더해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 아래 아시아 인프라 건설을 중심으로 주변지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동남아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교역 확대, 투자금 유입 등의 이점도 있지만 지리적으로 인접한 거대한 국가인 중국의 영향력 강화에 위협감을 동시에 느낀다. 기본적으로 지금의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피해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지리적 근접성과 경제적 관계로 인해 중국과의 갈등 국면을 원하는 국가는 없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 갈등이 남중국해 분쟁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은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의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에 기초했기 때문이다.

Chapter Ⅱ 미래 한국의 먹거리,

반도체·바이오·스마트시티…


세계 경제 1위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세계 경제 1, 2위 간의 패권 경쟁 등으로 혼란스러운 정치 경제적 흐름이 나타날 경우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할 것인가.

제일 먼저 우리가 잘해 왔던 주력산업을 재정비해야 한다. 철강, 유화, 기계, 자동차,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이 그것이다. 새로운 산업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 문제점이 많은 산업이다. 그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개선의 첫 번째 단추는 경쟁력 제고에서 찾아야 한다. 산업의 핵심경쟁력이란 결국은 연구개발 활동과 그 산업적 성과를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R&D의 낮은 효율성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민간 R&D에 개방형 혁신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폐쇄적 기업 문화를 전향적으로 개선하고 R&D의 아웃소싱 생태계를 조성하며 지적재산권 제도를 업그레이드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두 번째 단추는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꾀해야 한다. 4차 산업 혁명시대에는 단순히 물건을 잘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잘 만든 물건에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한 서비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고 기존의 유형 제품 개발만 강조한다면, 제조업은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최종제품의 공급업체로 전락해 고부가가치 실현이 어려워질 것이다. 제조 관련 서비스업 또한 발전이 크게 제약받으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즉 스타트업, 중소제조업을 대상으로 한 융합상품 개발부터 판매, 이용과 관련된 기술 솔루션 및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정부가 할 일이 보인다. 정부는 융합 상품 개발과 제공에 필요한 빅데이터, AI 등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플랫폼, 클라우드 기반 IT 인프라, 데이터 보안 등 관리 체제 등을 구축해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새로운 산업을 찾아야 한다.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에 대해서는 많은 독자들이 대략 감을 잡았을 것이다. 데이터로 표현되는 정보의 양과 다양성이 예전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정보를 서비스업과 제조업에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관건인 사회가 될 것이다. 사람이 중심이 되겠지만, 그 바로 옆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있어 사람의 감각이나 판단, 결정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ICT 기술과 첨단 로봇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사람이 내린 결정의 합리성이 의심을 받을 것이다. 결국 정부에서 발표한 미래선도사업(①미래자동차 ②드론 ③에너지신산업 ④바이오헬스 ⑤스마트공장 ⑥스마트시티 ⑦스마트팜 ⑧핀테크) 등이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다.

단, 민간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규제 철폐로 혁신 환경을 조성해야 무엇이 되었건 신성장 산업이 등장할 것이다. 취약한 제조업체의 상품 개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민간 기업은 새로운 시장과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를 개발할 수 있는 혁신 역량이 필요하다. 정부는 규제 철폐와 제도 개선을 통해 민간 기업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사업 환경을 지속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민간 기업의 변혁을 조언하고,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필요한 R&D, 인력 등을 지원하는 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방향은 잘 잡았다. 키포인트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규제 패러다임이 ‘민간 자율규제’로 전환돼야 한다.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허용하고 예외적인 사항으로 금지하는 방식인 네거티브 규제(성문법 체계인 우리나라의 규제는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금지하고 예외적인 사항을 나열해 허용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이다. 이에 비해 판례법 중심의 미국의 규제는 규제대상으로 명시된 것 외에는 거의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이다)로 전환해야 한다. 이와 같은 규제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마련된 이후에야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미래선도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Chapter Ⅲ INTERVIEW |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가계부채·임금상승이 위기 뇌관

경기부진에 금리카드 못쓰는 딜레마


미국의 금리인상과 신흥국 위기,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환경이 어지러운 가운데 한국호의 방향키는 어느 곳을 향해야 할까.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잘하는 분야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신산업에 대한 규제는 개혁해야 한다”며 “반도체와 바이오, 원전 분야의 경쟁력 유지”를 강조했다

▷최근 금융위기론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우선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와 신흥국의 외환위기를 주목하고 있다. 그 다음으론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11월 6일이 미국의 중간 선거이니 그 이전에 중국과 어느 정도 합의를 보지 않을까 살펴보고 있다. 그 세 가지가 관건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국내 금리인상 시기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1.5%고, 미국이 2.0%이니 0.5% 차가 난다. 미국은 연내 두 번 정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0.25%씩 두 번 올리면 2.5%가 되는데, 그럼 우리와의 차이가 1.0%다. 이건 제법 큰 차다. 이렇게 되면 우리도 금리를 올리긴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우선 불경기엔 금리 인상이 어렵다. 가계부채 등의 문제 때문에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한국은행이 정부가 언급한 금리인상 필요성을 반박하기도 했는데.

경기가 좋지 않고 물가도 2% 이내로 크게 오르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가장 큰 목표는 물가안정 아닌가.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단, 부동산경기 안정이란 이슈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국내 이슈도 녹록지 않다.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소득주도성장인데.

정부입장에선 고용수치가 안 좋으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일자리 정부라는 걸 너무 앞에 내세우다 보니 정책방향에 자충수를 둔 느낌이다. 지지율이 떨어졌다곤 하지만 50%나 되니 나쁜 건 아닌데, 일자리에 대한 여론은 기대가 많이 줄어들었다. 사실 소득주도성장 자체는 나쁜 개념이 아니다.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서 소비가 늘면 기업들도 투자가 늘고 고용이 늘어난다는 이론이라 틀린 말은 아니다. 단지 소득주도성장의 주요 정책으로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너무 갑자기 내세운 게 패착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을 늘리는 건데, 그 방법은 굉장히 많다. 다양한 방법을 언급하지 않고 노동계의 입장만 내세운 게 아닌지, 그로 인해 소득주도성장 자체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확대된 것 같다. 그런데 정작 국가경제란 큰 틀에서 보면 소득주도성장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럼 어떤 면이 중요한 건가.

정말 위험한 건 제조업이나 주력산업의 경쟁력이다. 미래 먹거리 산업이 무엇이냐. 이게 훨씬 중요하다. 우리는 현재 대기업과 반도체 분야의 의존도가 높은데,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불확실한 미래의 돌파구라면.

최근 이슈로 떠오른 남북 경협도 당장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큰 분야다. 시장 규모가 훨씬 커진다. 북한이 노동력이나 자원에 경쟁력이 있다고 보면 희망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북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고 가격경쟁력도 가질 수 있다. 철도나 도로, 전력 등이 확충되면 러시아나 중국으로 물류도 안정된다. 건설, 전력 관련 기업에겐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가능성이 높은 미래먹거리 산업은 무엇인가.

대외변수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우선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노동유연성, 노동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또 하나는 신산업에 진출해야 하는데 가능성이 있어도 규제에 막혀 개발이 안 되고 개발했어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을 고쳐야 한다. 이전 정부에서 내세웠던 차세대 성장동력을 살펴보니 노무현 정부는 10개, 이명박 정부는 17개, 박근혜 정부는 13개, 문재인 정부는 8개를 내세우고 있다. 어떻게 묶느냐에 따라 다를 뿐이다. 우선 반도체는 지속적으로 세계 1위를 수성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투자에 탄력도 받았고, 맨 파워도 뛰어나다. 두 번째는 바이오·헬스 산업이다. 이 분야는 실력도 좋고 성공 가능성도 높은데 규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외에 철강, 석유화학, 섬유 분야는 세계 시장이 워낙 넓고 크기 때문에 소위 니치마켓에서 경쟁력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내 원전 기술에 대한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검증된 기술과 산업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내년 국내 경제를 전망한다면.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영업이익률이 올해와 내년에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적인 경제성장률은 올해 2.8% 성장이 예상된다. 내년에 급작스럽게 떨어지진 않을 것 같다.
고용숫자는 줄어들고 하위계층의 소득이 줄어도 상위계층의 소득이나 영업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내년에도 2.8% 수준은 될 것 같다.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닌데, 말 그대로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이건 마이너스 요인이다.

[안재형 기자,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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