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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일자리’ 해법은 없나…프랑스 철도노동자 재교육 통해 이직 유도
기사입력 2018.08.29 11: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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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 스마트카, 스마트점포, 스마트스테이션, 스마트톨링…

‘영리한’이란 뜻의 단어 ‘스마트’와 사회 시스템, 기계 장치 등과 결합된 이 용어들은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들이다. 스마트가 붙은 이 용어들의 핵심은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작동한다는 것이다. 스마트시티는 자동으로 도시의 각 기능들이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스마트카는 사람이 없어도 주행이 가능하다. 스마트점포는 결제 시에 사람이 없다. 상점에 들어갔다 걸어 나오면 끝이다. 스마트스테이션은 무인시스템이 적용된 역사를 의미한다. 고속도로 주행 중 통행료가 자동으로 부과되는 스마트톨링 또한 마찬가지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 같은 여러 무인 시스템은 서서히 현실화하고 있다. 그런데 무인이 주는 편리함을 느끼기도 전에 사회적 부작용들이 불거지고 있다. 그중 최근 이슈가 되는 것이 바로 일자리 문제다. 일자리 문제는 한 사람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무인 시대 도래에 따른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최저임금 논란, 경제불황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의 현상과 겹쳐 불안감은 더 커지는 상황이다. 이미 곳곳에서 이로 인한 파열음이 터지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서울교통공사와 노동조합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공사 노조는 시청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는데, 공사가 도입하려 하는 지하철 무인 운전(Driveless Train Operation)과 무인역사(스마트스테이션)가 주원인이다. 노동조합은 성명서에서 “서울교통 현장은 극심한 인력부족으로 인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오히려 사람을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이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책”이라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노조는 동시에 “청년실업 해소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공공기관의 경영철학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상 무인역사 무인 운전을 일자리 문제로 받아들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교통공사는 2022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 스테이션을 추진하고 있고, 무인 전철 도입을 위해 8호선에서 올 6월 시범 운영까지 한 상태다.

교통공사는 이 같은 조치는 경영 효율성을 위한 것이지 일자리 감축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무인 열차의 경우 기관사 없이 운행이 가능하나, 실제는 기관사가 탑승하여 운행하는 시스템이어서 일자리 감소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철도 운전에서 사람의 손길이 필요 없는 영역이 늘어나면 이는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운전사가 동반하는 무인열차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완전 무인 열차에 대한 실험 성공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호주의 한 철도 회사는 DTO 방식으로 280㎞를 달려 철광석 운송에 성공했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지하철 12호선 완전 무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사에 따르면 DTO 열차는 2025년까지 3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인화가 추진되고 있는 다른 분야에서도 일자리 경고등은 속속 켜지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최초 무인 슈퍼마켓 아마존 고를 선보인 아마존은 곧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에 추가 출점을 할 예정인데,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아마존 고의 등장으로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2.3%에 해당하는 350만 계산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향후 실업률이 6.3%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의 경우도 최저 임금논란과 맞물려 유통업계에서는 무인화 설비에 대한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편의점 이마트24의 경우 연내 신규 가맹점 70여 곳에 셀프형 점포를 도입할 계획이고, BGF리테일은 무인형 점포를 연내 기존 3곳에서 10여 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 1월 첫 도입된 이마트의 무인계산대는 7월까지 전국 이마트 144개 중 40개점에서 운영되고 있다. 롯데마트의 무인계산대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무인시대 도래에 따른 일자리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경만 공정거래소 소장은 “무인 시스템 확산과 일자리 감소는 정확히 반비례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비가 제때 되지 않는다면 미래 일자리 감소는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주형 공주대 테크노융합대학원 교수도 “무인 시대 도래는 인간끼리의 경쟁이 아닌, 인간과 시스템 간의 치열한 생존 경쟁 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 인간이 설 자리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그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슬기롭게 맞이할 준비는 새 성장동력을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해야 하는 것”이라며 “새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야 무인 시대 도래에 따른 일자리 감소 폭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이와 관련해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위협하고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여러 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면서 “여러 신기술이 가진 잠재적 고용창출 가능성, 융복합을 통한 신규고용 창출 가능성은 꽤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무인 철도 본격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프랑스가 노동자 재교육과 연수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마크롱 정부는 골칫거리였던 노동개혁을 시도하며 직업 재교육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무인 시대의 한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마뉘롱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후 노동시장 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개혁을 적극 밀어붙이고 있는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자 재교육 정책을 함께 펴고 있다. 이를 통해 새 일자리를 보다 손쉽게 마련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직업 재교육 분야에 150억유로(약 19조원)를 투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인화 문제를 실업문제와 연관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고령화 시대 도래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의 해법으로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현재 일본의 철도회사들도 무인화 열차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데, 노동력 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동일본철도의 경우 2017년 4월을 기준으로 전체 노동력의 4분의 1가량이 55세나 그 이상이다. 45~49세의 경우 채 4명밖에 되지 않는다.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6호 (2018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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