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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韓商 유선하 스카이아시아 대표 | “불교성지 훼손 금기 과감히 깨고 해발 1100m에 케이블카 놨죠”
기사입력 2018.02.28 15:44:35 | 최종수정 2018.02.28 17: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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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서 갑질하는 한국인들이 가장 큰 리스크다. 동남아 국가라고 얕보는 습성부터 고쳐야 한다.”

미얀마서 최초로 케이블카 사업에 성공, 현지에서 유명 인사 반열에 오른 유선하 스카이아시아 대표는 ‘한국의 성공적 미얀마 진출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비판적으로 답했다.



상사맨으로 오랫동안 일을 한 그는 92년 미얀마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미얀마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 후 20년 가까이 미얀마를 주재원, 여행 혹은 사업차 드나들었고,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정도로 미얀마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이런 그가 이처럼 우리에게 쓴소리를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한국인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물론 자신이 추진하던 케이블카 사업과정에서 겪었던 여러 경험들도 한몫했다.

그가 케이블카 사업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미얀마 불교 성지 짜익티오를 방문하면서다. 해발 1100m의 산꼭대기 바위 위에 걸터앉은 듯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황금 바위에 세워진 탑은 미얀마 불교의 상징이다. 살아 생전에 세 번은 와봐야 한다고 믿는 미얀마인의 짜익티오 방문 행렬은 1년 내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열악한 도로 사정 탓에 방문객들은 가파른 각도의 산길을 곡예 운행하는 트럭을 타야만 한다. 이에 유 대표는 성지와 접근성을 높이는 케이블카 사업을 머리에 떠올렸고 실행에 나섰다.

하지만 이 케이블카 사업은 구상 자체가 다소 무모한 것이었다. ‘불교의 나라 미얀마에서 성지가 있는 산을 깎고 철탑을 세워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은 현지인들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시작부터 난관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가 미얀마 정부에 첫 사업제안서를 넣은 것은 2013년 중반께다. 그가 처음 맞닥뜨린 상황은 미얀마인들에게 생면부지인 케이블카 자체를 납득시키는 일이었다.

유 대표는 “성지에 인공구조물을 놓는 것 자체가 미얀마인들에게는 성지 훼손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었다”면서 “케이블카 자체를 이해시키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를 유 대표는 긴 설득의 과정을 통해 이겨 냈다. 거의 1년 반 동안 중앙정부 및 짜익티오가 있는 몬주의 관련 기관들을 찾아 다니면서 끈질기게 설득을 했다. 유 대표는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프리젠테이션만 수백 번이었다”고 했다. 그가 이들의 마음을 돌려 놓을 수 있었던 것은 상생을 강조한 덕분이었다.

유 대표는 “케이블카가 도입되면 성지가 있는 몬주 및 미얀마의 관광산업이 발전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면서 “학교·병원·도로 건설 등 이익 공유 방안을 내세웠다”고 했다. 그는 “미얀마인들의 자존심은 의외로 세다”면서 “이익만을 내세우면 미얀마에서 사업은 길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 대표는 “자신이 20년 넘게 미얀마를 드나들며 쌓은 인맥이 없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그는 “미얀마에서도 중국 못지않은 미얀마 특유의 ‘꽌시(關係)’ 문화가 있다면서 누구를 접촉하고, 어떻게 미얀마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등 여러 문제 해결 과정에서 20여 년 동안 미얀마에서 쌓은 인맥들의 도움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몬주의 숨은 실력자인 스님들에게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이방인이 어떻게 지역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일을 세세하게 알 수 있겠냐. 현지 인맥들로부터 정보를 얻지 못했으면 설득 시간은 더 길어졌을 수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유 대표는 “흔히 꽌시라 하면 뒷돈을 떠올리기 마련이고, 사업지가 동남아여서 뭔가 뒷작업이 있었을 것이라는 오해도 많이 받는다”면서 “하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었고 사업추진 과정은 정정당당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련 장관이나 실무책임자에게 진행되는 사항에 대해 주기적으로 직접 손 편지를 쓰기도 했다”면서 진정성 있는 행동은 어디에나 통한다고 밝혔다. 물론 그도 관련 공무원들한테 선물을 한 적은 있지만 과하지 않은 상례 수준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직면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미얀마 정부로부터 사업권을 따낸 후에 닥쳤다. 공사 진행 중에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유 대표는 “그동안 나 말고도 케이블카 사업을 제안한 이들이 몇몇 나라에서 여러 번 있었지만 미얀마 정부가 짜익티오의 케이블카 사업권을 외국인, 그것도 개인에게 허락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면서 “하지만 자금 조달에 다소 문제가 생기면서 미얀마 정부와 사회의 시선은 싸늘해져 갔다”고 털어 놨다. 유 대표는 “당시 자금 문제로 공사 기일이 계속 지연되면서 사기꾼으로까지 매도를 당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지인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으면 나는 지금 미얀마에 발도 못 붙였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애초 사업 추진 자금을 우리 금융권으로부터 조달하려 했다. 하지만 담보가 걸림돌이었다. 그는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보고 대출을 부탁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미얀마란 국가 리스크가 큰 상태에서 담보 없는 대출은 더욱 힘들다는 것이었다. 우리 관련 기관들의 시선도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주 미얀마 한국대사관 조차 미얀마정부가 승인한 짜익티오 케이블카 사업 승인서를 믿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유 대표는 “한국에 들어와 모 은행 본사를 직접 접촉했고, 국회 외교분과에서 브리핑도 했고, 청와대 청원까지 넣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우리 금융권도 무작정 돈을 빌려줄 순 없겠지만 적어도 사업의 성격은 어떤지, 가능성이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보기라도 해야 되지 않냐”면서 “동남아 국가라고 무작정 리스크가 있다고 보는 태도는 정말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유 대표에게도 출구는 있었다. 지인 5명이 200억원을 전격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숨통이 트였고, 결국 미얀마 최초 케이블카는 완공돼 지난해 12월 15일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유 대표는 국민들의 원성을 들어가면서까지 케이블카 완공을 기다려준 미얀마 정부가 감사할 따름이다. 유 대표는 “공사를 끝내지 못했으면 국가모독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사업권을 따낸 것도 신뢰였고, 공사를 기다려 준 것도 신뢰였다”면서 “이것이 미얀마란 국가를 이해하는 데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자금 조달 문제로 1년이면 끝날 공사가 3년이나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유 대표와 미얀마 정부가 애초 맺은 계약 조건은 그대로 유지된 것도 “양쪽의 신뢰가 바탕이 됐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미얀마 정부는 유 대표에게 50년의 케이블카 운영권을 줬고, 10년 단위로 2번 재계약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줬다. 70년 동안 케이블 사업 운영권을 미얀마 정부가 보장한 것이다. 유 대표는 “특혜 시비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약속에 대한 성공으로 결과적으로 이 특혜가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유 대표는 “짜익티오란 불교 성지를 찾는 한 해 관광객이 300만 명이 넘는다. 케이블카 설치를 성공적으로만 끝내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이 비즈니스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는 매력적이었는데 이를 몰라본 우리 금융권의 소극적 안목이 안타깝다”고 했다.

유 대표에 따르면 운영비 등을 제외한 연 예상 순수익은 70억~80억원 정도로, 3~4년이면 지인들로부터 빌린 투자금을 전부 반환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는 “재밌는 것은 케이블카 사업을 우여곡절 끝에 해내자 그제야 한국에서 같이 사업을 해보자는 연락이 많이 온다”면서 “하지만 자신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미얀마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을 꼽으라면 “‘한국인’들이라고 주저 없이 이야기하겠다”는 유 대표는 자신의 동남아 두 번째 케이블카 사업을 꺼냈다. 현재 스리랑카 유명 관광지인 캔디에서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인데, 얼마 전부터 한국의 모 상장사가 갑자기 스리랑카 정부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유 대표는 “이 회사의 행태가 아세안을 향한 한국의 전체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유 대표는 “동남아 각국은 그렇게 만만하게 볼 상대들이 아니다”라면서 “진정성을 바탕으로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빈손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 대표는 “일본이 왜 미얀마뿐만 아니라 동남아에 영향력을 유지하는가 하면 이는 정성을 굉장히 쏟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일본의 반도 못 따라가는 것이 현실이고, 우리가 그동안 해온 것은 못사는 국가라고 업신여기고 갑질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제부터라도 현지를 잘 아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도 알아야 한다”면서 “발로 뛰지 않는 정책은 지금까지의 구태를 답습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 유 대표는 스리랑카 케이블카 사업과 관련해 독일 상공회의소 측과 투자의향서를 체결한 상태다. 미얀마에서도 추가 케이블 사업을 계획 중에 있다.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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