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태국서 대박낸 전창관 더비빔밥 대표 | ‘음식 천국’ 태국에서 비빔밥 프랜차이즈 열풍
기사입력 2018.02.28 15:44:26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2012년 태국의 유력 영자 일간지 <방콕포스트>는 영업 1년도 채 되지 않은 한 체인형 레스토랑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방콕포스트>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체인 음식점에 관한 기사를 쓸 때 별로 흥분된 적이 없다. 왜냐하면 미디어의 관심을 끌기 위해 광고로 도배를 해 기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음식점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흥분됐다.” <방콕포스트>는 지면 한 페이지 전면을 할애해 이 식당에 관한 기사를 썼다. 이처럼 당시 <방콕포스트>의 눈길을 확 사로잡은 음식점은 한국의 비빔밥을 전면에 내세운 체인 레스토랑 ‘더 비빔밥’이었다. 2011년 전창관 대표가 세운 더 비빔밥은 이제 막 2호점을 낸 상황이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더 비빔밥은 우리의 고유 음식인 비빔밥을 대표 메뉴로 상정한 태국의 한국 음식점이다. 사실 올해가 한-태 수교 60주년이 되는 상황에서 비빔밥은 태국 현지에서 그리 유별나게 새로운 메뉴는 아니었다. 오히려 한류 열풍에 K-POP을 좋아하는 태국인들에게는 어느 정도 이미 익숙한 음식이었다. 그런데도 <방콕포스트>가 주목한 것은 ‘더 비빔밥’이 기존의 태국 내 한국 음식점들과는 다른 시장 접근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전창관 대표는 “창업을 할 당시 태국 내 한식당들의 방콕 외식업계 내 포지션은 한인타운에 모여 있는, 불고기식 음식들에 특화된 곳 정도로 여겨졌다”면서 “왜 한국 음식점은 KFC나 맥도널드는 물론, 서양식과 중식 등 세계 각국 유명 요식업체들처럼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없는가를 고민했고, 그 결과물이 더 비빔밥 이었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이어 “한류 열풍이 심화되었다고 하는 지금도 그렇지만 태국 내 한국 음식점은 일본 음식점에 비해 그 수가 턱없이 적다”면서 “한국 전자제품의 태국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한국 음식점이 없는 상황, 즉 한식의 제대로 된 맛과 멋을 구현해서 현지 사회에 깊이 파고든 이렇다 할 한식점들이 없는 상황이 안타깝게 여겨졌다”고 했다.

전 대표가 더 비빔밥을 열면서 가장 주목하고 신경을 쓴 것은 비빔밥 조리법의 공정화였다. 그는 “세계적 음식인 피자·햄버거·스파게티의 공통점은 도우, 빵, 면 이라는 플랫폼에 각양각색의 식재료 토핑을 얹은 형태를 통해 조리공정을 규격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면서 “한식 메뉴 중 비빔밥이 이에 근접화된 메뉴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비빔밥은 서양식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먹을 수 있지만 비빔밥의 특징인 건강한 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했다”면서 “각 지점별로 신선한 재료공급을 패스트푸드점처럼 신속하게 처리하는 규격화 과정에도 많이 신경 썼다”고 밝혔다. <방콕포스트>는 이를 두고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한국 음식점 중에 대기업의 전략적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 전문적으로 체계화해 설립된 레스토랑”이라고 평했다. 이 같은 전략을 현실화시키는 데 있어 전 대표의 부인 김명희 씨의 역할이 컸다. 한식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김 씨가 현재 더 비빔밥에서 제공되는 모든 요리의 레시피를 현지사정을 감안해 각 공정별로 새롭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체인점 어디에서나 동일한 맛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전 대표는 기존 현지의 일반적 한국 음식점의 이미지를 벗기 위한 고급화 전략도 폈다. 현지인들 상당수가 기존 태국 내 한국음식점들은 ‘꼭 그곳을 가야만 하는 장소로서의 의미’보다는 ‘그냥 한인타운 내 한식당가를 지나가다 들르는’ 평범한 음식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에 착안했다. ‘괜찮은’ 분위기에서 먹는 고급 한국음식을 대중에게 공급한다는 전략은 한류와 태국의 경제 성장 분위기와도 맞물리며 적중했다. 기존 태국에 진출한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매장 확장에 어려움을 겪거나 철수하는 사례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더 비빔밥의 성공은 상당히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방콕포스트> 인터뷰를 이끌었던 1, 2호점은 당시 이렇다 할 광고 없이 입소문으로 인기를 끌던 상황이었다.

현재 더 비빔밥은 6년 만에 8호점을 낸 상태로, 1호점 외에는 대부분 태국 주요 상권 내 자리 잡은 백화점과 쇼핑몰에 입점해 있다. 소위 태국에서도 소득이 넉넉한 사람들이 찾는 음식점이란 얘기다. 1호점은 태국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쿰윗 거리에 열었다.

전 대표는 “더 비빔밥은 출발부터 수요층 타깃을 서민층이 아닌 태국의 중산층으로 잡았다”면서 “7~8년 전 한류의 확산에 따라 한국음식의 수요층이 넓어졌다는 판단하에 세운 전략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비빔밥 단일메뉴로만 누적 65만 그릇을 판매했다. 잠실 주경기장을 500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길이다.

비빔밥의 성공배경에는 이 같은 전략들 외에 한 가지가 더 있다. 사실 전 대표 자신이 태국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해외본부에서 전자제품 수출마케팅을 18년간 담당하는 과정에 태국 주재원을 2번이나 지냈다. 회사를 나와서도 태국과의 인연은 계속됐다. 더 비빔밥 설립 이전에 맨테크 커뮤니케이션즈라는 마케팅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다. 그가 태국에서 체류한 기간만 통산 22년이다. 이 기간 동안 언어뿐만 아니라 현지의 문화, 현지인들의 습성 등을 꾸준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경험이 더 비빔밥 성공의 숨은 비결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전하는 일화 한 가지.

“매장에서 판매되는 십여 가지 종류가 넘는 비빔밥 메뉴와 찌개류 등은 모두 돌솥에 담겨져 제공되는데, 여기에도 태국생활에서 경험한 것이 그대로 반영됐다. 주재원 시절 한식 구이 요리가 주를 이룰 때 태국 바이어 중 우연찮게 비빔밥 맛을 본 이들은 다른 식사자리에서 비빔밥을 극찬하곤 하는데, 비빔밥 중에서도 특히 돌솥 비빔밥을 좋아했다. 태국의 한 유명 언론인은 아예 전 대표에게 돌솥을 구해 달라고까지 했다. 이유가 궁금해 물으니 따뜻한 음식을 오래 먹을 수 있는 것 외에 식탁에서 계속 조리하는 듯해 먹는 느낌이 재미있다고 했다.”

2016년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 전 태국 국왕의 추모식 행렬을 위해 추도 식장에 길게 늘어선 태국인들에게 비빔밥을 무료 제공한 것도 태국인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었으면 하기 힘든 일이었다. 외국인이 직원들을 데리고 국왕의 추모 현장에 나와 자국민들을 위한 무료 밥 제공 봉사를 한 것은 현지 언론의 눈에도 이채로웠던 모양인지 뜻하지 않게 현지 주요일간지 취재 대상이 되어 현지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전 대표는 이 대목에서 제대로 된 현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아세안에서 우리 기업 혹은 사업 기회를 찾는 이들이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 바로 ‘현지화’ 노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남의 나라에 와서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것으로는 좋은 결과를 이뤄내기 힘들다”면서 “현지에서의 사업은 어떤 경우이든 모두 현지인들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부분은 기업이나 소상공인들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 측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면서 “양측이 이 부분에 서로 교류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솔직히 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태국에 진출한 우리 기관들로부터 도움을 기대하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며 “세월이 흐르며 많이 개선되기도 했지만 교민, 현지 기업인들 사이에서 아직도 미흡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했다. 전 대표는 “그들만의 끼리끼리 문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이 세운 신남방정책은 시의적절하고 꼭 제대로 추진되었으면 하지만 이를 현지에서 제대로 체감하게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면서 “일본의 경우 민관이 서로 상시적으로 만나 협력하고 문제를 해결하곤 하지만 우리의 민관은 서로 마주볼 기회조차 드물다. 이런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그동안 태국에서 한국 요식업체들이 일, 중 등 다른 외국계 레스토랑들에 비해 시장점유율에 있어 크게 취약하고 대중성 확보에 미진했던 것은 제대로 된 현지화가 아닌 우리 식대로 운영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올해 더 비빔밥은 방콕에서 추가 매장 확장을 할 계획이다. 센트럴 그룹 등 주요 백화점에서 러브콜이 진행되어 있다고 한다. 태국 77개주 전체에 더 비빔밥 매장을 여는 것이 최종 목표다. 더 비빔밥은 현지 배달 서비스뿐 아니라, 테이크아웃 시장에도 진출했다.
태국 내 3대 고급 수퍼마켓에 포장 비빔밥을 납품하고 있으며, 김치 판매사업에도 나섰다. <방콕포스트>는 당시의 취재 기사에서 “방문한 날 더비빔밥에서 디저트로 판매하는 팥빙수가 동나 너무 아쉽고 슬펐다”면서 “전 좌석 모두 손님들로 꽉 차 있었고, 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 등 다양한 외국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모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드론 경제학

30년간 헛바퀴 돈 아세안 공략 신남방정책으로 길 찾는다

미얀마 韓商 유선하 스카이아시아 대표 | “불교성지 훼손 금기 과감히 깨고 해발 1100m에 케이블카 놨죠..

태국서 대박낸 전창관 더비빔밥 대표 | ‘음식 천국’ 태국에서 비빔밥 프랜차이즈 열풍

'클라스는 영원하다' 아직도 건재한 펀드의 전설들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