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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펀드매니저 대해부] (1) 패시브 한국 펀드매니저 大解剖(대해부)
기사입력 2017.12.29 16:07:04 | 최종수정 2017.12.29 16: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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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5월 20일, 국내 1호 주식형 펀드가 탄생한 날이다. 수많은 세파를 견뎌 내며 발전한 국내 펀드시장은 사람으로 치면 어느덧 지천명(知天命)을 앞두고 있다. 강산이 4번 바뀌고도 8년이나 지난 반백년 역사의 중심에는 수천억~수조원의 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가 자리해 있다. 증권시장의 ‘꽃’이라 불리며 시장의 중심에 선 펀드매니저의 능력에 따라 수많은 투자자들이 울고 웃었다. 10년 만에 랠리를 맞이한 주식시장에 힘입어 펀드시장도 다시 예전의 활력을 찾고 있다. 이러한 시류에 맞춰 싸늘한 자본시장이란 전쟁터에서 매일같이 수익을 위해 싸우며 한국자본시장을 빛낸 펀드매니저들의 계보와 발자취를 돌아보는 연중기획을 마련했다.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패시브(Passive) 전성시대


‘투자전문가가 시장을 이길 수 있을까?’

펀드매니저들을 희화화할 때 흔히 인용되는 사례가 있다. 원숭이와 전문가의 수익률 게임이다. 세기말을 갓 지난 2000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숭이와 투자전문가의 수익률 게임이라는 선정적인 실험을 진행한다. 원숭이가 무작위로 던진 다트에 미리 적어 놓은 종목과 전문가들이 선정한 종목의 수익을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저명한 경제지에 실려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만큼 승자는 원숭이였다. 원숭이는 -2.7% 손실을 기록해 1등을 차지했고, 투자 전문가와 아마추어 투자자들은 -13.4%, -28.6% 손실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침팬지와 펀드매니저, 고양이와 전문 투자자, 5세 어린이와 증권 전문가 등 여러 게임에서 전문가의 패배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들 사례는 시장을 소극적으로 추종하는 패시브(Passive) 펀드의 우수성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 곧잘 재생산된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으로 ‘개가 사람을 물어’ 뉴스가 된 사례들이다. 펀드매니저가 승리한 다른 사례도 있지만 곧 잊혀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988년 10월부터 10년 동안 100차례에 걸쳐 펀드매니저가 선택한 종목과 기자가 무작위로 고른 종목을 놓고 수익률을 비교했다. 1998년 10월 결과를 집계하니 펀드매니저의 승률이 61%로 나타났다.

▶액티브는 ‘종목’, 패시브는 ‘시장’

패시브 전략은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적극적(Active) 운용’과 반대인 ‘수동적(Passive) 운용’이라 부른다. 특정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는 시장 자체에 투자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투자 상품으로 시장상황에 따라 손실을 볼 수도 이익을 볼 수도 있다. 쉽게 말해 액티브 펀드는 ‘종목’을, 패시브 펀드는 ‘시장’을 사고파는 셈이다.

(액티브 펀드와의 해묵은 비교는 뒤로하고) 패시브 펀드의 우수성은 인간에 대한 우월함이 아닌 ‘최소의 비용’으로 분산투자 효과를 가져다 주는 상품구조에 있다. 단적인 예로 100만원의 자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개인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양한 우량주에 분산투자하기 힘들지만 패시브 펀드를 통해서 이들 종목은 물론 코스피 전체 종목에 고르게 자금을 투입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시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종목을 고르게 매수해 유지하는 터에 비용도 적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인 최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 박사는 2005년 “존 보글의 인덱스 펀드 개발은 바퀴와 알파벳 발명만큼 가치 있다”며 보글의 업적을 칭송하기도 했다.

인덱스 펀드와 유사한 구조이지만 상장된 형태로 자유롭게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ETF는 1992년 미국 아메리카증권거래소의 네이선 모스트가 처음으로 등장시켰다. 인덱스의 저렴한 비용과 투명성에 더해 시장에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유동성까지 갖춰 금세 투자 시장의 주류로 떠올랐다.



▶‘대기만성’ ETF 투자시장의 중심으로

국내에는 1990년 1월 3일 KOSPI200 지수가 탄생하며 이를 추종하는 여러 상품이 시장에 선을 보이게 되었다. 1999년 국내 1호 인덱스 펀드의 등장과 함께 패시브 시대를 열었지만 오랜 기간 암흑기를 겪었다. 인덱스 펀드가 주류로 자리 잡은 미국과 달리 2001년 기준 국내 전체 주식형 펀드에서 인덱스 펀드의 비중에 1%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2년 처음 선보인 ETF 역시 초반에는 거래량 부족 등 관심도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인덱스 펀드와 ETF가 국내시장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 데는 일반투자자들의 선입견이 큰 몫을 했다. IT버블을 겪으며 시장의 비효율성을 타고 단기간에 몇 십 배씩 상승하는 종목들을 목격하며 소위 ‘대박’을 바라는 투자문화가 자리 잡았던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시장만큼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패시브 펀드는 ‘심심한’ 투자상품쯤으로 취급됐다.

미운오리가 백조로 다시 태어나게 된 시기는 대략 2008년 말 발발한 금융위기 이후다. 펀드 시장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 반면 ETF는 가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시장 초과 수익률이라는 성과에 대한 의심이 확대되면서 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ETF로의 자금 이동이 되는 추세가 강화되었다. 특히 인덱스 펀드에 비해 손쉽게 매매가 가능하고 보수가 저렴한 ETF에 자금이 몰렸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200개 종목을 복제한 ETF의 경우 가장 낮은 곳은 0.15%만 내면 된다. 또한 국내 투자자들이 과거 펀드 상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마케팅에 휩쓸리는 행태를 보인 것에서 상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수료 등 펀드 상품의 다양한 정보에 대해 합리적 선택을 하는 문화도 한몫했다. 특히 2012년 레버리지 ETF가 등장하는 등 다양한 유형의 상품이 출시되면서 어느덧 ETF는 투자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펀드매니저들도 잘 모르는’ 국내 1호 인덱스 펀드는?

국내 최초의 인덱스 펀드는 KOSPI200을 대상지수로 한 미래에셋투자자문의 코스파이더로 1998년 12월 3일에 모집해 1999년 2월 9일 자에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인덱스 펀드는 1999년 10월 8일 설정된 키움자산운용(구 우리자산운용)의 ‘키움프런티어인덱스플러스α증권자투자신탁S-1[주식]C1’이다.


국내 1호 ETF는 2002년 10월 4일 나란히 상장된 삼성자산운용의 ‘삼성KODEX200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과 키움자산운용(구 LS투신)의 ‘키움KOSEF200상장지수증권투자신탁(주식)’이다.

패시브 펀드(Passive Fund) 대표주가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로 펀드를 구성해 그 지수가 오르는 만큼의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믿기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주관적인 운용이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보수가 저렴하다.

액티브 펀드(Active Fund)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시장이나 종목의 가격을 예측하여 좋은 종목을 적절히 매수, 매도하는 펀드. 패시브 펀드보다 운용비용이 더 들고, 기대수익이 높은 만큼 변동성과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높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8호 (2018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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