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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위기 불안한 한반도 전환기 맞은 한국의 방위사업
기사입력 2017.11.02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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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증폭되기 시작한 한반도 위기설이 수그러들 줄 모른다. 안보 위기가 장기화되며 초겨울 살얼음판처럼 불안한 형국이다. 설전의 벽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선제적 군사 조치를 예상케 하는 발언까지 오가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벼랑 끝 전술’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 사이에 한반도 긴장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실 한반도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사건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5월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설, 8월 한·미 연합군사훈련 을지프리덤 가디언(UFG)과 북한의 괌 타격 위협, 9월 북한 6차 핵실험과 북한 정권 수립일 등 굵직한 이슈가 이어지며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완전 파괴’를 입에 올렸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가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란 성명으로 맞받아치며 신경전이 극에 달했다. 문제는 핵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 외교관들이 국제무대에서 핵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지난 10월 7일 열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다시 채택한 것도 핵 무장 완성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맞선 미국은 지난달 말 북방한계선(NLL) 북쪽 동해상 공역까지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전개했고, 한반도엔 순차적으로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호, 스텔스 전략폭격기 B-2 등 미국의 전략 자산이 배치됐다.

10월 중순 현재 팽팽한 긴장의 끈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과연 북핵 위기의 중심에 선 대한민국의 국방력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그 국방력을 견인하는 국내 방위산업의 위상과 글로벌 경쟁력은 어떠할까.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아덱스 2017’에서 만난 재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이미 세계 10위권 이내”라며 “정밀한 유도무기와 전투기를 수출할 만큼 세계 시장에 방산한류를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방위산업의 글로벌 위상

일반적으로 방위산업(防衛産業)은 무기체계와 구성품, 관련장비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산업이다. 서울 아덱스 2017의 한국방위산업학회 국제학술세미나에 참석한 전제국 방위사업청장은 “방위산업은 군사전략 이행에 필요한 수단을 공급해주는 군사력 건설의 중심”이라며 “국가 안보수호에 필요한 국방력과 기술력을 상징하는 자주국방의 근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은 ‘자주국방을 위한 국내 연구개발 우선’ 원칙에 따라 국방 분야의 R&D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최근 국방예산이 늘고 북한의 위협이 이어지며 지난해 정부의 국방 R&D 투자 규모는 2조5000억원을 상회했다. 2010년부터 최근 6년간 누적규모만 놓고 보면 1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는 영국, 프랑스, 일본, 독일보다 높은 수준이다. 물론 이러한 투자 덕분에 국방 기술력 또한 높아졌다. 산업연구원(KIET)의 방위산업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방위산업 기술경쟁력은 선진국 대비 86% 수준으로 평가됐다. 산업연구원의 ‘방위산업 세부기술 경쟁력 평가’ 결과 일부 핵심 분야를 제외하고 생산기술 분야에선 선진국의 90%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 국방예산은 2015년 기준 약 1조6000억달러로 집계됐다. 방산 전문가들은 “2011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기부진과 이라크 종전, 미국의 국방비 감축 등이 겹쳐지며 2019년까지 보합세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국방예산 지출이 가장 많은 국가는 어느 곳일까. 세계방산시장연감을 살펴보면 2015년 기준 미국(34.3%), 중국(12.2%), 러시아(4.8%), 사우디아라비아(4.5%), 프랑스(3.5%), 영국(3.4%), 인도(2.8%), 독일(2.6%), 일본(2.6%), 한국(2.1%)순이다.

세계 방위산업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2950억달러(새로운 무기를 구입하는 소요되는 획득예산 기준)에서 2019년 약 338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각국의 국방예산은 현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새로운 무기 구입에 대한 예산은 증가할 거란 분석이다.

▷국내 방위산업 매출, 꾸준한 성장세

국내 방위산업의 규모는 어떠할까. 최근 방산비리 여파로 주춤하고 있지만 매출액 면에선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공개한 ‘2017년 방위사업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지난해 방산업체 매출액은 전년대비 18.9%(2조2768억원) 증가해 3년 연속 10% 이상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탄약(9.4%), 기동(5.5%) 분야에서 선전했지만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의 수익성 악화로 전년대비 1.2%p 하락한 3.3%를 기록했다.

2000년대 이후 독자적인 무기체계를 개발하며 급속도로 성장한 방산수출은 지난해 25억4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2011년부터 6년 연속 20억달러를 넘어섰다. 10년 전인 2006년에 약 2억5000만 달러였던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국내 방위산업의 주력 수출 품목은 함정, 항공, 탄약이다. 올해는 방산비리 등 사회 문제가 더해지며 항공분야의 수출이 미비하지만 2010~2014년 무기체계별 수출비중은 함정(33.0%), 항공(31.0%), 탄약(21.9%), 총포·화력(7.2%), 기동(3.8%), 통신전자(1.8%) 및 기타·개인장비(1.3%)로 구성됐다. 지난해 주요 수출 품목은 상륙돌격장갑차(약 5200만달러), KA-1(약 4000만달러), 군수지 원함(약 2억4000만달러), 호위함(약 3억6000만달러)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방위산업체의 수출 품목을 살펴보면 탄약, 부품류에서 전투기, 함정 등 최첨단 제품으로 품목이 다양화되고 있다”며 “기술력이 월등히 높은 제품들이 수출 전선에 나서며 수출액도 현저히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2014년 처음으로 30억달러를 넘어서고 이듬해 36억1200만달러로 최고 수준을 기록한 후 지난해 25억4800만달러 하락세로 돌아서며 업계 안팎에선 국내 방위산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수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데, 수출 부문에서 과연 성장곡선을 그릴 수 있느냐는 원론적인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한 방위산업체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국방예산이 줄고 글로벌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큰 얼개도 있지만 지난 수년간 방산비리 수사 등으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업계 종사자들의 사기가 떨어진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는 “도약의 큰 걸음을 걷기 위해선 현 정부가 내수 위주의 패러다임을 수출 패러다임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과도한 규제와 간섭보다 수출지원과 기술 이전 등 제도 개선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적한 장애물, 이번에는?!

최근 행사가 치러진 서울 아덱스 2017에서 산업연구원이 주최한 국제세미나(‘글로벌 방산시장 동향과 정부 간 수출계약 발전방향’)에 참석한 시몬 베제만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근 4년간 한국의 방산 수출은 연평균 30억달러를 상회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증가세를 기록했다”며 “한국이 적극적으로 수출산업화 정책을 지속한다면 머지않아 글로벌 G8(주요 8개국) 수준의 방위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미나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방위사업과 관련한 컨트롤 타워를 신설해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국내 방위사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수출 지원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선진국에 비해 기술이나 예산이 부족한 가운데 힘들게 무기 개발에 나서는데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결함으로 매도하거나 비리가 있는 것처럼 바라보는 풍토도 문제”라며 “무엇보다 숙련된 종사자들의 사업 추진 의욕을 꺾어선 득이 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군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방위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최저가 입찰 방식과 ROC(작전 요구 성능·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 등의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08년부터 전면 도입된 최저가 입찰 방식은 정부가 기술력보다 가격 위주로 입찰에 나서며 기술 개발보다 가격경쟁만 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의 과도한 ROC 요구도 방산기업들 입장에선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 중 하나다.

일례로 최근 연이은 결함에 방산 실패 사례로 지적돼 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은 2006년부터 6년간 1조2950억원을 투입해 2012년 개발이 완료됐다. 육군은 2012년 말 60대를 도입해 운용에 들어갔다. 하지만 실제 개발기간은 고작 4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의 기간 단축이 불러온 참사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 중 하나다. 반면 방산 선진국들은 개발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생산 후 운영과정을 거치며 수정하고 보완한다는 게 무기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의 경우 엔진결함, 오일 유출, 기체 균열 등 기술적인 오류로 예정된 개발 일정(초도생산기간 2012년)보다 무려 6년(2018년)이나 지연됐고, 344억 달러던 개발비가 551억 달러로 증가했다. F-35의 첫 생산물량인 초도생산기간은 2006년~2018년, 2016년까지 200대를 생산해 납품했다.

방위산업의 컨트롤타워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일각에선 2006년 국방부에서 독립한 방위사업청의 역할론을 지적하기도 한다. 기대보다 힘에 부친다는 평가다. 대통령 직속으로 방산담당 비서관을 두고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방산비리가 터질 때마다 나오는 이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리보다 책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2015년 불거진 ‘통영함 납품 비리’ 이후 지적돼 온 방사청 직원들의 전문성도 개선돼야 할 시점이다. 독립 당시 방사청 조직은 약 50%가 군인이었으나 2015년 이후 군인의 비율이 현저히 낮아졌다. 방사청은 군인 비중을 30%로 줄이고 일반공무원을 70%로 늘리겠다는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기술경쟁력은 선진국 수준

기동, 함정, 화력 분야 우수

국내 방위산업의 기술 수준은 영국, 일본, 중국, 이스라엘, 스웨덴 등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특히 방위산업 경쟁력의 핵심 지표인 무기체계 부품의 국산화는 2010년 57.8%에서 2015년 66.1%로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무기 전문가들은 “부품 국산화율이 향상되면 군은 원활한 군수 지원과 적시공급으로 전력유지가 수월해진다”며 “무기체계를 운용할 때도 부품의 가격변동이나 단종 등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 방산관련 기업 관계자는 “부품의 국산화율이 높아지면 우수한 협력업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절충교역 등 무기거래 협상에서 유리해진다”며 “좀 더 시각을 넓히면 국내 부품 조달원 확대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고용창출 효과까지 가져와 후속사업과의 연계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기술경쟁력은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지만 핵심 분야의 기술은 아직 선진국 수준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의 조사를 살펴보면 4개 무기 체계 분야 12개 주요 방산 완제품에 포함된 46개 핵심 기술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국내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100)의 71.0으로 분석됐다. 이 중 70 이하가 무려 23개로 절반을 차지한다. 특히 항공, 함정 등의 핵심 부품류에 대한 개발역량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T-50 훈련기와 잠수함의 주요 전자부품류, 엔진류, 레이더 등 핵심부품은 수입 중”이라며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과 같은 대규모 국내 자체 첨단무기체계 개발사업의 효과로 기술력 향상과 부품 국산화율 향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수리온이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수리온·T-50 수출 정상화될 수 있을까

방산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정상화에 국내외 방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며 납품 재개와 수출 정상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9일 서울 아덱스 2017에서 진행된 포럼에 참석한 정성섭 KAI 사장 직무대행은 방산비리 의혹과 관련해 “그동안 관행처럼 하던 일에 잘못된 점이 있다면 바로잡겠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경영을 정상화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1일 하성용 전 대표 등 전·현직 임직원 9명을 기소한 검찰은 방산비리에서 경영비리로 범위를 축소하며 사실상 수사 종결 수순을 밟고 있다. 비리 의혹 외에도 감사원이 KAI의 전략 헬기 수리온에 결빙 결함이 있다고 밝히자, 방사청이 수리온 인수를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 KAI는 210대 계약 분 중 66대만 납품한 상황이다. 물론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수리온의 개발비도 회수하지 못했다. 기대가 높았던 인도네시아 수출도 실패했다. KAI는 내년 6월까지 수리온의 결빙 문제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리 의혹이 해소된다면 내년 초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사업(APT) 수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AI는 지난 3월 미국 록히드마틴과 미 공군의 요구에 맞게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개량한 ‘T-50A’를 개발, APT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 공군 조종사들이 현재 훈련기로 사용하는 40년 이상 된 T-38 350대를 전면 교체하는 것으로 사업 규모만 18조원에 달한다.



INTERVIEW | 민간기업의 자율권 보장으로 패러다임 혁신해야

▶▷“핵무기도 6개월이면 만들어 낼 수 있다”

최근 자연재난 혹은 북의 핵공격에 대비한 ‘생존배낭’이 화제다.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각종 재난에 대비해 마련해 온 가정용 비상 반출 가방인 이 생존배낭의 국내 판매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재난에 대비한 가정의 해결책 중 하나가 생존배낭이라면 국가의 현실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핵무기에 대응하는 나름의 무기를 지녀야만 현재의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며 “현재 국내 방위산업은 기술력보다 투자와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방위산업은 이미 세계 10위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빠른 기간에 발전을 거듭했는데요

1970년대 초반에 시작됐어요. 6·25 이후에 먹고 살려는 의지가 경제건설로 이어졌는데, 닉슨시대에 미군 철수가 거론되고 무장공비 등 북의 직접적인 도발이 이어지자 방위산업을 병행하게 됐습니다. 방위산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고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산업이에요. 제아무리 안보산업이라도 효율성을 따져야 하니 독자적인 개발보다 제철, 화학, 자동차, 조선 같은 국가 기간산업과 같이 발전시킨 것이죠. 처음엔 반대 의견도 많았습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큰 돈 써가며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많았어요. 뚝심 하나로 밀고 온 게 벌써 40여 년이 지났습니다. 현재 한국의 방위산업은 탱크, 잠수함, 함정, 훈련기를 수출하는 단계까지 오르게 됐습니다. 우리 기술로 전투기를 만들고 있으니 그야말로 경이적인 발전 아닙니까.

-반면에 미흡한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걸 개발하다 보면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그걸 극복해야 성공에 이를 수 있는 것이죠. 방위산업은 그 시행착오와 실패의 과정이 수없이 반복됩니다. 그런데 실패한 내용을 ‘잘못했다’, ‘비리가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어요. 일생 방위산업에 바친 이들의 사기도 바닥입니다. 최근 성실실패제도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반가운 일입니다. 예산과 기술이 부족해 실패했다면 인정해 줘야죠. 자생적인 생태계를 마련해주진 못할 망정 자국의 방산업체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는 일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습니다.

발사되고 있는 ‘현무-2A’

-방위산업의 선진화가 화두입니다

기술발전의 속도가 예전에 비해 빨라졌습니다. 그런데 관련 기업들이 수사다, 감사다 발목 잡혀 있느라 다른 건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시점이에요. 우리는 현재 세계적인 기술수준을 갖추고 있고, 우리의 무기를 도입하려는 국가들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는 부품 공급, 중·후진국에는 완성장비를 수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는데, 다른 일들로 바쁘다 보니 한 때 36억달러까지 치솟았던 수출액이 25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방위산업은 국가의 효자산업이에요.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할 순 있지만 기회를 주고 힘을 북돋아 줘야 도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선행돼야 할 점이라면

군 울타리 내에서만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나가야죠. 군의 기술이 앞선다면 민간 기업에 알려주고 민이 앞선다면 군에 알려줘야 합니다. 민과 군이 처음부터 함께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예요. 그러려면 통제보다 자율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통제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일례로 방위산업을 시작할 때 육성 차원에서 지원하던 원가보상제도가 현재는 간섭하는 제도가 됐어요. 초창기의 무기 원가는 재료나 인건비가 전부라 계산하면 딱 떨어져요. 그런데 현재의 무기는 소프트웨어가 대부분이잖습니까. 그 소프트웨어에 어떻게 원가 개념을 적용해야 하는지…. 정부가 요구하니 따르지 않을 수 없고, 민간기업 입장에선 옴짝달싹할 수가 없습니다. 이젠 기업에 자율권을 줘야 합니다. 원가는 시장에서 형성돼야죠. 패러다임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일각에선 방위산업을 이끌 컨트롤 타워를 논하기도 합니다

관련 부처나 군, 기업들의 입장과 시각이 다르다는 방증입니다. 규제와 자율에 얼마나 많은 간극이 있겠어요. 결국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문제의 핵심을 먼저 파악해야겠죠.

-한국형 3축체계 조기구축에 강조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3축체계는 각 축이 제대로 진행돼야 완성될 수 있는 겁니다. 아무리 정보를 많이 수집해도 타격할 능력이 없다면 알고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병목이 없도록 제대로 갖춰야 합니다. 핵무기가 비대칭 무기이긴 하지만 우리 나름대로 응징적 보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게 되면 함부로 버튼을 누르진 못할 겁니다.

-현시점에 북한의 핵무기에 맞설 현실적인 대응무기라면

지상에 있는 무기가 기습공격으로 타격을 받는다면 해상에 떠다니는 무기가 대안이 될 수 있겠지요. 핵잠수함도 그런데, 미국의 핵우산이 있긴 하지만 우리 스스로 비장의 무기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평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무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다시 굴욕의 역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국내 기술 수준으로 핵잠수함의 건조가 가능합니까

참여정부 때 추진하다 중단됐는데, 현 기술력으로 판단해 보면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문제는 돈이죠. 결국 투자와 의지의 문제예요. 북한만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유사시에 우리의 한 칼이 될 수 있다면, 가장 경제적인 무기는 핵잠수함일 수 있습니다. 국내 전문가의 말을 빌면 우리의 방위산업은 핵무기도 6개월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6호 (2017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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