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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비즈니스맨 생존 특명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기사입력 2017.06.05 09:11:48 | 최종수정 2017.06.09 17: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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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그리고 공포’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비즈니스맨들의 시선은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인류에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희망적인 측면과 로봇에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가 다른 한 축을 이룬다. 공포의 근원은 역시 불확실성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다룬 책의 판매와 출간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직접 관련 학문에 뛰어들어 배움에 나서는 직장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예측이 힘든 거대한 변화가 몰려오며 많은 직업의 몰락이 예상되는 환경에 ‘생존’을 위한 비즈니스맨들의 분투는 이미 시작됐다.



Part Ⅰ| 아빠 코딩할 줄 알아?

“지금 존재하는 직업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성인남녀 10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4차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혜택을 줄 것’이란 항목에 응답자의 82.6%가 동의한 반면 ‘4차 산업혁명은 내 일자리를 위협할 것인가’란 질문을 던지자 76.5%가 ‘그렇다’고 답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최신 IT 신기술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이 쏟아질수록 직장인들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래를 여는 새로운 성장동력’,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산업혁명’ 등 소개하는 문구도 다양하다.

국내에서 실제 어떤 직업이 사라질 것인지에 대한 정밀한 예측은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많은 직업의 소멸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해 보인다.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가 지난해 10월과 12월 내놓은 ‘인공지능의 미래를 위한 준비’, ‘인공지능, 자동화 그리고 경제’ 보고서는 매우 인상적이다. 이 보고서는 자율주행차량으로 사라질 일자리 수치를 근로 유형별로 매우 구체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적으로 현재(2015년 5월 기준) 16만8620명인 버스 운전자의 경우 자율주행차량으로 최소 60%(10만117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 트럭과 견인 트럭 운전자의 경우 그 타격이 훨씬 커서 167만8280명 중 80%(134만2620명) 이상이 실업자로 전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늘어나는 샐러던트 “눈 뜨고 당할 수 없다”

# 모바일게임개발기업 마케팅임원(CMO)으로 근무 중인 김상준(45, 가명)씨는 올해 초부터 일과 후 열심히 다니던 헬스클럽 대신 강남에 자리한 코딩스쿨에 입학했다. 경영학과를 졸업해 개발자와 관련 없는 커리어를 쌓아온 김 씨지만 게임에 대한 이해와 개발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코딩교육이 필요하다고 절감했다. 기초교육을 이수한 후 그는 게임업계에 종사하며 ‘코딩도 모르는 임원’이라는 자책감도 어느 정도 떨쳐 버리게 됐다.

# 최근 판사로 임용된 임준형(37, 가명) 씨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틈틈이 코딩 공부를 해왔다. 법대를 졸업해 ICT분야에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모의재판과정에서 소프트웨어 등 지적재산권 관련 사례에 대한 이해 자체가 힘들어 공부를 시작했다. 임 씨는 자신 외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문성을 고양하기 위해 코딩을 배우는 법조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공대 오빠로 신분 세탁’

최근 대학교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금융기관에 재직 중인 40세 김 씨가 최근 SNS에 게시한 글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수년간 직장생활과 사이버대학생활을 병행한 끝에 컴퓨터공학 학사학위를 취득해 ‘공학사’가 됐다. 공대 오빠가 됐다는 김 씨의 SNS는 금세 화제를 모으며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사이버대학에 입학하는 방법과 공부의 강도, 학위 취득 후의 계획 등 구체적인 방법론을 묻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4차 산업혁명은 직장인들의 큰 관심사가 됐다. 기업 면접장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질문거리가 됐으며 ICT기업에 종사하거나 프로그램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사내 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과 IT기술을 모르면 상사의 핀잔을 피할 수 없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놓치면 회사 생활이 힘들어진다. 나와는 상관없어 보였던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내가 하는 업무에 직접 침투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환경에 ‘샐러던트’(Saladent)가 늘어나고 있다. 영어로 ‘봉급생활자’인 샐러리맨(Salaryman)과 학생인 스튜던트(Student)가 합쳐진 신조어다. 샐러던트는 직장을 다니면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현재 종사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이들도 포함된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이라는 점에서 샐러던트는 기존의 평생교육과 유사해 보이지만 의미가 조금 다르다. 평생교육이 스스로 하는 지속적인 학습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샐러던트는 고용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성격이 짙다.

샐러던트 증가의 이면에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사회의 고용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취준생이 벌이는 입사 경쟁과 마찬가지로 직장인의 생존경쟁 또한 이에 못지않게 치열한 것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비즈니스맨에게도 고충이 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많이 선택하는 한 가지 옵션이 바로 코딩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코딩이란 용어 자체를 모르던 직장인들이 분야를 막론하고 코딩을 배우기 위해 나서고 있다. 그 많던 컴퓨터학원들은 ‘코딩스쿨’로 간판을 바꿔달고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각종 애플리케이션과 게임 등을 직접 체험하며 코딩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우친 대다수의 대학생과 직장인들은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학원을 노크하고 있다.

서연중학교 학생들이 LG CNS의 코딩교육 중 레고 로봇 실습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별안간 왜 코딩인가?

# 언론사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취준생 김병준(30) 씨는 최근 코딩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난해 10여 차례의 면접에서 4차산업에 대한 질문이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며 관련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절감했다. 스스로 준비가 부족했다고 느낀 그는 빅데이터와 AI관련 아카데미를 거쳐 강사 자격증을 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경제학 전공인 그는 컴퓨터 비전공자도 가능하다는 말에 뛰어들어 내년부터 실시되는 초등코딩교육 강사는 물론 학교, 학원, 공부방, 문화센터 등에서 강사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강사로 진로를 바꿀 생각도 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종종 상사의 욕을 할 때 등장하는 말이 ‘엑셀도 못 하는 부장’이다. 네모 칸으로 나뉘어 있는 ‘셀’ 안에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특정 ‘수식’을 입력하면 해당 계산을 수행하라는 명령이 된다. 이를 통해 회식비, 출장비를 정산하기도 한다. 명령어를 입력해 놓으면, 엑셀은 빛처럼 빠른 속도로 계산한다. 갑자기 엑셀 이야기를 꺼낸 것은 엑셀이 코딩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기기에게 나 대신 일을 하라고 명령을 하는 과정이 코딩이라면 우리는 매일 코딩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직 ‘0’과 ‘1’로 존재하는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언어를 ‘코드’라고 하며, 코드를 사용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코딩’이라고 한다. 개념은 간단하지만 코딩은 결코 엑셀만큼 쉽지 않다. 일반인들도 많이 들어봤을 C언어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코포자(코딩포기자)를 다수 양산했을 정도로 지금도 악명이 높다. 그럼에도 직장인들이 코딩을 배우기 위해 나서는 이유는 바로 미래다. 코딩을 배우는 모두가 프로그래머가 되어 고도의 앱을 뚝딱 만들어낼 순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이해도는 천지 차이가 된다.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것은 명백히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쉽게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영상을 촬영해 앱을 활용하면 쉽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그럴싸한 한 편의 영상물이 만들어진다. 코딩도 마찬가지다. 10년, 혹은 5년 후만 보더라도 코딩 환경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핀테크 업체에 근무하는 한 개발자는 “빠른 시간 안에 비전문가들도 참여하기 간편하고 이해가 쉬운 도구가 마련돼 누구나 쉽게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롭게 태어날 직업으로 인생 2막

# 42세 직장인 강혁준 씨는 현재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두 아이를 둔 아빠다. 총각 때부터 자녀들에게 사교육 부담만큼은 주지 않기 위해 다짐하고 또 다짐해 태권도 외에는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러나 최근 결심이 흔들린다고 했다. 주변에서 학교 입학하기 전 코딩선행학습을 해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 때문이다. “아직 초등학교에 제대로 된 강사도 없을 것이 분명해 사교육 없이는 아이가 코포자가 될 수 있다”란 아내의 걱정도 마음을 무겁게 했다. 자기도 모르는 코딩을 직접 가르칠 수도 없기에 걱정은 더욱 커졌다.

몇 년 후면 ‘초딩들도 다 하는 코딩’이 될 수 있다. 강 씨는 스스로 코딩학원에 다니고 있다. 대부분 직장인인 강 씨의 클래스에는 초등학교 코딩강사를 지망하는 직장인과 취준생이 상당히 많아 적지 않게 놀랐다고 한다. 국내는 오는 2018년부터 중고등학생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초등학교에서도 소프트웨어 수업을 가르치게 된다. 주요 교과목은 ‘알고리즘 체험’, ‘컴퓨팅 사고에 기반을 둔 문제 해결’, ‘프로그래밍 개발 및 설계’ 등이다. 국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3년부터 일찌감치 코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코딩 교육이 국가의 경쟁력에 일조한다는 근거를 내세워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정규수업으로 편성토록 했다. 그는 ‘모든 학생이 컴퓨터 코드를 배워야 한다. 단순히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고 놀 것이 아니라,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하라’고 충고했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코딩을 배우자는 취지의 ‘아워 오브 코드(HourofCode)’ 캠페인은 이미 미국 내에서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영국 역시 지난 2014년부터 코딩을 정규 과목으로 편성했고, 핀란드와 프랑스 등도 교과 과정에 도입했다.

이러한 직장인들의 코딩학습은 새롭게 등장할 직업군에 대한 관심도도 반영됐다. 바로 코딩강사다. 초등교육은 물론 직장인이나 주부, 재취업 희망자를 대상자를 한 코딩이나 프로그래밍 교육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롭게 바뀔 직업 환경에 사회에 나가도 자기계발을 위해 평생 배워야 하는 시대가 왔다.

다수의 직업종사자는 쉼 없이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지식을 불려나가는 기계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자신의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이나 위협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새로운 일자리나 직업이 더 생길 것이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컴퓨터와 인터넷 때문에 우리 생활의 편의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낙관론도 존재한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과거 자동차가 발명됐을 때 마차를 운영하던 사람들도 같은 걱정을 했다”며 “그러나 자동차의 등장으로 정비사, 도로를 닦는 사람, 자동차 보험설계사 등 많은 일자리가 새로 생겼듯 4차 산업혁명으로 직업들은 굉장히 많이 늘어날 것”이라 전했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1호 (2017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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