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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 “2018년 정부가 할 일은 기업·국민 기(氣) 살리기”
기사입력 2018.01.05 16:06:31 | 최종수정 2018.01.05 16: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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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많아 책 읽는 시간이 늘었어요. 덕분에 커피와 세계 경제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초 현대경제연구원장으로 선임된 이동근 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생생한 결과물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30여 년간 관료생활을 거쳐 8년간 기업들의 대변인(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으로 활약해 온 그가 민간경제연구원의 수장으로 변신했다. 이 원장은 2018년 경제성장을 전망하며 그 어느 때보다 기업가정신을 강조했다.

“온 국민이 보는 TV드라마에 등장하는 대기업 회장이나 재벌 총수 캐릭터가 어쩌면 그렇게 악한 이들뿐인지. 미국이나 독일, 일본에서도 그렇게까지 나쁘게 나오진 않거든요.(웃음) 2018년에는 무엇보다 기업가정신을 고취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서로 기(氣) 살려주는 한 해가 되면 더없이 좋을 것 같네요.”



▶2018년 경제성장률 2.8% 전망, 나쁘지 않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2018년 경제전망치가 화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7년 경제성장률을 3.1%, 2018년은 그보다 조금 안 좋은 2.8%로 전망한다. 한 3.0%까지 왔다 갔다 할 것 같다. 민간경제연구소는 수치를 좀 보수적으로 잡는다.(웃음)

▷그 배경은 무엇인가.

한국은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다. 때문에 국외상황이 가장 큰 전제인데, 전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7년이 3.6%였고, 2018년 3.7%로 예상된다. 국내와 국외의 상황이 다른데, 그에 대한 배경으로 반도체 호황의 착시 효과를 들 수 있다. 2017년은 반도체 산업의 수출이 예상보다 월등했다. 2018년 상반기까지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고, 하반기에 조금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신정부의 부동산 긴축정책이 더해져 2018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나왔다.

▷그러고 보니 2018년 전망은 전 세계 경기와 국내 경기가 반대되는 상황이다.

우리가 개발도상국일 때만 해도 세계경제성장률이 3%일 때 5%, 10%까지 껑충 올라갔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잠재성장률이 정체 내지는 저하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3%를 넘기가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볼 땐 3%가 작은 숫자지만 외국인들이 바라볼 때 우리 경제규모에선 꽤 괜찮은 숫자다. 아주 이례적으로 미국이 3.5% 정도 성장하고 일본은 1.5% 정도, 그러니 미국과 일본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우리는 3%만 가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내부적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2%가 안 된다. 소위 체감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다.

▷5년이나 10년 뒤를 바라보면 위기라는 의견도 있는데.

건강한 지표는 아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월등히 상황이 좋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비정상인 건 아니지 않나. 그 효과가 너무 큰 것뿐이다. 우리는 제조업이 중심인데 현재 IT나 일부 분야를 제외하곤 중국이 거의 따라왔다는 게 위기일 순 있다. 반도체도 2~3년이면 어지간한 범용 제품은 비슷한 수준이란 분석도 있다. 또 석유화학이나 조선을 포함, 철강분야는 거의 따라왔다고 봐야 한다. 또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데 그 분야가 약하다.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라 여기에 ICT를 융합하거나 신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데 미국이나 독일, 중국보다도 약한 수준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기업인들 입장에서도 체감온도가 다를 텐데.

아무래도 현 시점에 노동계의 목소리가 커지다 보니 기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다른 국가들은 미래 성장동력이나 먹을거리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서 투자와 성장을 독려하는 분위기인데, 우리는 그런 독려가 약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다 먹을거리도 없고, 중국에 제조업마저 추월당하면 뭘 먹고 살아야 하는지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 환경에는 법이나 제도도 있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있다. 그런데 각종 제도와 규제를 완화하는 게 어렵다. 이미 기득권 세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 법률, 교육 분야는 비교적 우수한 인력이 많이 종사하고 있어 문을 열고 경쟁시키면 발전 가능성이 농후한데, 일단 기득권 세력에게 막히면서 입법 조치도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우선 규제에 막혀있는 제조와 서비스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두 번째는 과거에 비해 환경, 안전, 인권, 노동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가야 하는 방향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업이 활동하기도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비용이 높아졌고, 경쟁력은 떨어졌다. 물론 그 가치가 절대 나쁜 건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은 그러한 가치관의 문제를 극복하고 발전해 나갔는데, 우린 극복하기 전에 규제하니 넘어서기가 어렵다. 구체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그런데, 기업의 입장에선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가고 있다. 또 하나, 국정농단 등 일련의 사태를 통해 기업과 재벌총수에 대한 이미지가 한없이 추락했다. 대기업은 총수가 없으면 소위 통 큰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다. 2016년부터 이러한 투자들이 거의 없어졌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성과가 놀랍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이미 2~3년 전에 무모할 정도로 많은 투자를 했다. 그 효과가 지금 나타난 것뿐이다. 앞으로는 그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적 열망을 거스를 순 없지만 한쪽의 목소리만 강하다 보면 서로 균형 있는 발전이 어렵다. 과거에도 분배냐 성장이냐, 환경이냐 개발이냐, 노동이냐 기업이냐를 놓고 가치가 충돌해 왔는데, 지금은 너무 간극이 벌어져 대화가 쉽지 않다. 대화가 곧 발전이 될 수 있다.

▷최고세율 25% 법인세 개정안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한데.

국민감정을 고려하면 거역할 순 없는데, 외국의 투자자들 입장에선 한국은 최고세율이 그냥 25%일 뿐이다. 다른 국가들은 우리처럼 기업에 따라 세율이 다르지 않다. 개인소득세가 누진제인 건 이해가 되지만 법인세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가 그러고 있다. 25라는 숫자가 높다 낮다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에서 우리를 볼 때 “저 나라는 경제성장도 잘하고 유명한 기업도 많은데 법인세가 25%나 된대, 낮춰도 신통치 않은데 올리네.” 이럴 수 있다는 말이다. 법인세는 외국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하는 기본적인 기준이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됐다. 신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평가보단 규제완화,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는 정치, 사회적 분위기가 아쉽다. 좋은 기업들이 좋은 경영을 하고 좋은 사회공헌을 하는, 좋은 사례들이 많이 발굴되길 기대한다.



▶체감경기 높이려면 SOC예산 늘려야

▷일반인들의 입장에선 체감경기가 곧 부동산 경기다.

신정부에선 2018년에도 규제가 예상된다. 강남 3구에 대해선 특히 더 그렇다. 실제로 강남 3구는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비정상적으로 올랐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 어느 나라나 좋은 동네가 비싸기 마련인데, 수년 전보다 월등히 오른 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돌려 주면 부동산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과 함께 건설 경기도 화두인데.

강남 3구에 대한 시장 안정은 잡는 게 맞는데, 그렇다고 건설경기까지 잡는 건 잘못된 일이다. 보통 부동산과 건설을 같이 말하는데, 건설은 건축을 하는 개념이다. 건축은 관련된 업종이 굉장히 많다. 아파트 하나를 건설하면 인테리어부터 금융대출까지 파생된 산업이 사슬처럼 얽히고설킨다. 건설을 죽이면 다른 것도 다 죽는 셈이다. 또 건설과 관련된 업종 중에는 이사부터 도배까지 특히 서민 업종이 많다. 내년 예산을 보면 복지는 늘고, SOC(사회간접자본)는 주춤했다. SOC 예산을 단 1%라도 증가시키는 게 체감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동산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게 가계부채다.

기준금리를 올려서 가계대출 금리가 오른 것인데, 이전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이 거품을 더해 가계대출 숫자가 1400조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우리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을 순 없다. 앞으로도 이러한 움직임은 지속될 것이다. 미국은 보통 분기별로 한 번씩 올리곤 했는데, 2018년에는 하반기에 조금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도 최근 금리인상에 부담을 갖고 있어서 6개월 내에는 변동이 없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2018년엔 동계올림픽이라는 국가적인 행사가 있다.

러시아의 국가적 불참 등 대흥행에 대한 조건이 아쉬운데, 하계와 비교해 동계는 사실 크게 흥행하는 게 쉽지 않다.
일단은 강원도 평창지역의 인프라나 개발이 긍정적인 요인이다. 일례로 여수엑스포도 개최 전에는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현재 철도와 도로 등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지역 발전으로 연결됐다. 투입한 자금에 비해서 경제적인 효과 또한 좋았는데, 평창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8호 (2018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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