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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업군 보유한 국내 상장사 분석해보니… 대형주 20곳 중 18곳 주가가 기업가치 밑돌아… 미·중 무역전쟁, 지배구조 압박이 올 최대 변수
기사입력 2019.02.07 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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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장사 주가가 ‘1월 효과(1월에 주가가 강세인 현상)’에 따라 작년 말 대비 반등하면서 투자자들 가슴에 때 이른 봄바람이 불고 있다.

연초 2000선이 무너질 때만 해도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악화 전망에 공포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지만 지난 16일 2100선을 회복하며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 같은 주가 반등이 그동안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나온 단기적 반등인지, 아니면 실적 개선 전망에 따른 중장기 상승인지에 쏠리고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대형 상장사들의 주가는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장기로 봤을 때 손해 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정 근거는 상장사의 현금창출력을 기준으로 평가한 SOTP(Sum of the Parts·사업부문의 가치 합산) 방식을 통해서다.



▶왜 SOTP인가

작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분기마다 영업이익 신기록을 세웠고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돈이 남아 현금성 자산이 넘쳐났다. 이 같은 호황에도 주가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부랴부랴 액면가를 50분의 1로 낮추는 액면분할을 단행하며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를 유도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더 하락했다. 작년 실적 기준 PER는 6배까지 떨어져 12배가 넘는 애플이나 TSMC와 같은 해외 경쟁사보다 크게 낮았지만 주가는 작년 내내 반등에 실패했다. PER가 낮으면 저평가 기대감에 매수세가 나타나야 하는데 이러한 일반적 공식이 깨진 것이다.

PER는 그동안 상장사 저평가 여부를 상대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대표적인 주식 평가 지표로 쓰였지만 약점도 분명하다. 동종업계와의 상대적 비교는 용이했지만 전 세계에서 다양한 사업을 해온 국내 상장사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대표적 사업이 반도체·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 등 4가지다. 그러나 반도체를 다시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누고 삼성전자가 큰맘 먹고 인수한 하만을 포함시킬 경우 사업군이 6개로 늘어난다. 6개의 사업군은 다른 업종에서 경쟁 중이다.

삼성전자를 PER 기준으로 단순하게 스마트폰의 애플이나 반도체의 TSMC와 비교할 수 없는 이유다.

청산가치 기준으로 주가를 평가하는 PBR도 다소 오래된 평가 방법이다. PBR 1배라는 뜻은 현 주가 수준이 해당 회사 사업을 접고 청산할 때 가치와 비슷하다는 뜻이다. 최근 코스피 평균이 PBR 1배 밑으로 내려가면서 이 방식은 더 이상 저평가 지표로 쓰이기 어려워졌다.

SOTP 방식은 기본적으로 각 개별 사업 가치를 모두 더하고 여기에 비영업가치와 순차입금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각 사업부가 속한 동종 업계의 수치를 활용하고 부채와 보유 현금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기업 가치 환산법으로 통한다. 실제 사업부를 별도로 상장시키거나 회사를 인수합병(M&A)할 때 많이 쓰이는 방식이다. 통상 SOTP로 나온 기업가치를 현재 시가총액과 비교해 저평가 여부를 따지게 된다.

▶삼성전자 시총, 기업가치의 60%

SOTP 방식으로 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기업가치의 60%만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작년 말보다 주가가 반등하면서 시총이 늘었음에도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는 뜻이다. 17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50조4000억원이다.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4%에 달한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여러모로 저평가된 상태라는 것이다.

SOTP로 보면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작년 예상 EBITDA(연간 현금창출능력)는 61조9800억원이다. 이를 메모리 업계 상수 2.7배(멀티플·유진투자증권 추정)와 곱하면 사업가치 16조9205억원이 나온다. 비메모리 사업 가치도 이런 방식으로 구한다.

다만 디스플레이 사업의 특성상 PBR 기준으로 사업가치를 반영했다. 최근 업황이 꺾이고 있는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은 EBITDA보다 낮은 순이익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다소 보수적으로 추정했다. 이같은 사업부별 가치를 모두 합산하면 320조원이 나온다. 시총보다 70조원 높은 수치다.

그러나 여기엔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주요 주식들(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S 등)이 빠져 있다. 이를 비영업가치라고 하는데 4조5000억원 수준이다.

영업가치와 비영업가치를 더하고 여기서 순차입금을 빼야 한다. 상당수 수출기업들이 부채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 기업가치가 줄어드는데 삼성전자의 순차입금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빚보다 현금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순차입금은 -88조9620억원을 빼면 오히려 기업가치가 늘어난다. 결국 삼성전자의 기업가치(413조6230억원) 대비 시총 규모는 60.5%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현금 창출력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지만 시총은 24%나 급감해 이 같은 저평가가 나온 것”이라며 “주가는 실적 이외에도 정부 규제 등 외부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크고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형주 20곳 중 18곳이 저평가

이번 분석에선 삼성전자를 포함해 지난 17일 기준 시가총액이 10조원이 넘고 지주사나 금융사를 제외한 제조업 기준의 코스피 시총 상위 20곳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20곳의 시가총액 합계는 647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SOTP 방식 기업가치 합계는 897조5000억원이다.

대형 상장사 20곳의 시가총액이 올해 현금 창출력 기준으로 평가한 기업가치의 72.2% 수준이란 뜻이다.

기업 가치 대비 제값을 못 받는 이유로 글로벌 무역전쟁과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이란 외부 변수가 제시되고 있다.

이들 시총 상위 업체들은 주로 수출업종에 종사하기 때문에 뛰어난 기업가치를 보유하고 있어도 향후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 압박이 지속되면서 실적과 상관없이 지속 경영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다.

이 같은 변수를 고려해도 주가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국내 기업들의 주가는 미·중 무역전쟁, 경기둔화 등 각종 악재를 거의 반영한 수준”이라며 “악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 기업가치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분석대상 20곳 가운데 무려 90%인 18곳의 시총이 기업가치를 밑돌았다.



SK하이닉스는 D램 반도체 단일 사업 구조이지만 역시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주가가 반등했지만 현재 시총은 기업가치의 66.5%에 그쳤다.

이들처럼 분석 대상 평균치(72.2%)에 미치지 못하는 저평가주로는 LG생활건강(64.2%), SK이노베이션(64.8%), LG전자(70.9%)가 손에 꼽힌다.

정유 업종으로 분류되는 SK이노베이션은 화학·윤활유·배터리 등 사업군이 다양하다. SOTP로 본 정유와 화학 사업가치는 각각 11조8790억원, 6조6370억원으로 두 사업가치만으로 시총(16조9000억원)을 넘어선다. 증권가에선 배터리 사업의 잠재적 가치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작년 말 배터리 누적 수주 잔액은 300GWh로 전년 대비 362% 증가할 전망이다. 폭스바겐 등 유럽과 미국에서 수주가 증가한 덕분이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2022년 손익분기점을 넘어 규모의 경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사드 악재로 주가가 부진하지만 현금 창출력과 실적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1% 늘어난 200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와 ‘숨’ 등 고가 화장품 판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사업가치는 21조9520억원으로 시총(17조원)보다 높다. 이 밖에도 각각 2조원, 3조원짜리 생활용품과 음료사업도 갖고 있다. 순차입금도 마이너스여서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사업가치 대비 시총 수준은 60%대에 머물고 있다. 작년 주가 하락이 두드러진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시총이 10조원대에 턱걸이하고 있지만 이 업체의 가전사업(H&A) 한 곳이 11조6350억원의 기업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적자 사업인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TV·노트북 사업(8조570억원)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미래 유망 사업인 자동차 전장 사업에 대한 기업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면 LG전자 주가가 크게 반등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LG전자는 자동차 전장부품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단기 실적 측면에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해당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키워온 뚝심을 갖고 있다. 자동차 전장부품 부문은 LG전자 내 VS 사업본부와 지주사 LG에 신설된 자동차부품팀이 서로 협조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증권가에선 VS 사업본부가 흑자를 달성할 경우 LG전자 주가는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는 의견이다. 매출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 기대감이 높다.

지난 2015년 1조8000억원대였던 VS 사업부 매출은 2017년 3조4891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작년 3분기까지는 매출 2조888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4.6% 성장했다. 그러나 작년 이 기간 동안 43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사업이란 꼬리표는 떼지 못했다.

증권가에선 LG전자 VS 사업본부가 올 4분기부터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8월 인수한 차량용 헤드램프 전문 업체 ZKW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고, 또 주요 전략선과 신규 계약도 올해 대거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설비



바이오 업체의 기업가치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현 주가를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125.6%)가 기업가치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셀트리온(70%)은 현금 창출력 대비 낮은 주가 수준을 나타내며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바이오 종목들의 경우 현재 현금 창출력이 낮은 반면 신약 개발에 성공했을 경우 높은 평가를 받는 특성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평가됐다기보다 셀트리온이 저평가된 상태”라며 “바이오주는 현금 창출력 대비 높은 수준의 주가를 기록하는 게 정상인데 셀트리온은 회계 이슈에 지배구조 압박 우려감까지 나타나 최근 주가가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IT업종의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기업가치 대비 시총이 101.9% 수준이지만 업종 특성상 이 같은 주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네이버는 4차산업 혁명 관련주로 각광받았지만 작년에 대규모 투자와 인건비 상승으로 실적이 하락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그러나 비용 증가로 인한 실적 하락은 오히려 매수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 네이버가 각종 신사업의 성장을 통해 올해 영업이익 ‘1조클럽’에 등재될 것이란 예상 덕분에 이 종목의 연초 주가가 벌써부터 뜨겁기 때문이다. 작년에 실적 감소를 감수하고 해놓은 투자가 올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국외 핀테크(금융과 IT 기술이 접목된 서비스) 사업과 모바일 광고 수익 증가가 실적에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풍부한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지난 2017년 이후 매년 자회사 출자·외부 기업 투자·펀드 출자 등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2017년에 금융시장을 겨냥해 미래에셋대우와 상호 지분 투자에 5001억원을 투자했고 같은 해 AI 업체 등 30여 곳의 기업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작년에는 프랑스 계열사와 일본 자회사 라인에 유상증자 참여 형태로 1조원 넘게 지원했다. 핀테크 AI 등 각종 신사업 확대 목적이다. 이 같은 투자에 대한 성과가 가시화될 경우 주가 상승 폭보다 기업가치 상승 폭이 커져 저평가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일호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1호 (2019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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