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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의 茶이야기 ④ 와인 디캔팅처럼 茶도 마시는 법 중요
기사입력 2019.05.13 15: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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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는 것은 간단하다. 찻잔에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조금 있다가 마시면 된다. 그런데 제대로 마시려면 신경 좀 써야 한다. 와인 제대로 마실 때 디캔팅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차가 더 까다롭다. 찻잎을 얼마나 투입할지, 몇 도씨의 물을 사용할지, 물을 얼마나 넣고 얼마동안 우릴지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같은 찻잎으로 차를 우려도 수많은 조합이 생겨난다. 어떤 조합이 최적인지는 차의 종류마다, 사람 입맛마다 다 다르다. 각자 경험에 따라 자기 취향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기본원리는 알고 마시는 것이 좋다.

연파 연꽃다기세트



▶찻잎은 얼마나 넣어야 하나?

차를 우린다는 것은 결국 찻잎의 성분을 빼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찻잎을 많이 넣고 짧게 우리는 것과 조금 넣고 오래 우리는 것이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 우리면 찻잎뿐만 아니라 줄기 성분까지 나와서 쓴 맛이 날 수 있다. 그래서 고수들은 찻잎을 많이 넣고 짧게 우리는 것을 선호한다. 보통 한번에 5g정도 넣고 여러 번 우려 마신다. 한번 우리는 데 소요시간은 대략 5~15초이다. 이것 역시 경험칙이다.

몇 번 우릴 수 있는지는 차에 따라 다르다. 보통 1~2번 우리면 끝나지만 보이차와 같이 차의 성분이 깊숙이 숨어있는 경우는 7~10차례까지 우리는 것이 가능하다.

어떤 마니아들은 찻잎에서 줄기까지 모든 성분을 즐기기 위해 보약처럼 달여 마시기도 한다. 차 문화 초기인 당나라 때는 차를 빻아 가루로 만들어 솥에 끓여 마셨다고 한다. 차를 달일 경우 물 1L에 찻잎 2~3g정도 넣고 약한 불에 2시간정도 올려두면 된다.

홍삼 달이는 것과 비슷하다. 달여 마시는 차는 여러 번 우려 마실 수 있는 보이차, 흑차만 가능하다. 특히 흑차의 경우 달여 마시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보이차의 경우 야생 고수차는 달이면 기가 막힌 맛이 나올 때가 있지만 싸구려 찻잎은 그냥 우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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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온도는?

차의 종류에 따라 달리한다. 녹차와 같이 고소한 향이 나는 차는 팔팔 끓는 물을 사용하면 향이 사라질 수 있다. 향이 휘발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70~80도씨 정도의 물을 사용한다. 녹차 이외의 차는 티포트에서 끓는 물을 바로 부어도 좋다.

실제 마실 때는 60~70도 정도로 약간 식히는 것이 좋다. 너무 뜨거우면 차 맛을 못 느낄 뿐만 아니라 식도에 상처를 낼 수도 있다. 찻잔이 작은 이유는 빨리 식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물이 좋은가?

차의 고수들은 물에도 신경을 쓴다. 당나라 때 다성으로 불리던 육우는 그의 저서 <다경>에서 “차에 쓰일 물은 산의 물이 최고, 그 다음이 강물, 최하품이 우물물이다. 산의 물은 콸콸 흐르는 계곡물 보다 젖샘(乳泉)이나 돌못(石池)에서 조금씩 게으르게 나오는 것이 으뜸이다”라 했다. 조선시대 초의선사도 여기에 동의했다.

그런데 현대인의 경우 산에 가서 젖샘을 찾아 가져온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 생수를 사용하면 무난하다. 물의 성분을 좀 더 진하게 하기 위해 무쇠주전자로 끓이는 마니아들도 있다. 차 맛이 훨씬 좋아지고 운치도 있지만 녹스는 것을 막기 위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연파 차호



▶다구는 어떤 것이 좋을까?

차를 마실 때 물을 끓이는 티포트와 컵만 있으면 되지만 운치 있게 마시려면 약간의 도구가 필요하다. 다기(茶器)는 도자기제품을 많이 사용하지만 중국에서 만드는 자사(紫沙)제품도 많이 애용한다. 도자기는 고령토에 유약을 사용해 가마에서 구워낸다. 흙의 성분과 유약, 그리고 가마 온도에 따라 다양한 작품이 나온다. 값도 천차만별이다. 사용하는 데 큰 차이는 없겠지만 연파와 같은 명인들의 작품은 흙과 유약에서 풍기는 느낌이 다르다.

자사제품은 자사라는 중국 장수성 이싱지역에서만 생산되는 독특한 흙으로 만든 것으로 작은 주전자 형태인 자사호(紫沙壺)가 대표적이다. 자사는 가마에서 소성 시 치밀하게 결집이 이루어져 유약을 바르지 않아도 물이 새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다만, 무수하게 작은 기공이 생기면서 외부와 공기는 통한다. 차를 우리면 그 수많은 기공에 차 성분이 깃들어 차 맛을 좋게 해준다고 한다. 차 맛의 혼란이 있을까봐 한 호에 한 가지 차만 우리는 마니아들도 있다.

자사제품은 나름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엉터리가 많다는 것이다. 이싱(도자기로 유명한 중국의 도시)에서 자사가 나오는 황룡산은 이미 없어졌다. 자사를 모두 캐어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질 좋은 자사는 물량이 한정되어 있어 비싸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공예사들이 만드는 자사호는 한 개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할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유사한 진흙같은 것을 섞어 만드는 제품이 많아졌다. 자사호가 진짜인지 엉터리인지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차도 제대로 보관해야 맛이 유지된다

집에 차가 있다면 어떻게 보관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차도 보관이 잘못되어 부패하거나 곰팡이가 생기면 끝난다. 차를 보관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냄새, 습도, 온도, 밀폐 여부다. 이 중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냄새다. 차는 냄새를 잘 흡수한다. 김치 냄새, 화장품 냄새, 담배 냄새가 나는 차를 상상해보라.

냉장고 안이나 화장대 부근, 찬장 구석 등에 넣어두는 것은 최악이다. 하루 온도차가 큰 베란다에 보관하는 것 역시 좋지 않다. 햇볕도 피해야 한다. 집에서 보관 시 가장 좋은 장소는 공기가 잘 통하는 서재이다. 차통의 경우 차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녹차, 홍차 등과 같이 발효가 진행되지 않는 차들은 변질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밀봉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바깥 온도변화를 차단할 수 있는 주석 차통이 최고이다. 그러나 아무리 잘 보관해도 이런 차들은 대략 2~3년 안에 마시는 것이 좋다. 보이차의 경우 후발효가 계속 진행되어야 하므로 밀폐된 차통보다는 숨을 쉬는 자사제품이 좋다. 하지만 질이 낮은 흙을 사용한 제품은 고약한 냄새가 밸 수 있어 피해야한다. 안전하게는 우리나라 옹기통도 좋다. 아니면 좋은 도자기통에 넣고 가끔 한 번씩 열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자니 자사호



이상으로 네 번에 걸친 나의 차이야기를 끝낸다. 나름대로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하려 했는데 어느 정도 독자들에게 다가갔는지 모르겠다.
사실 차 전문가들이 엄청 많은데 나 같은 아마추어가 글을 쓴 것에 대해 언짢아하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저 차의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그동안 함께했던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시리즈 끝>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단국대 겸임교수]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4호 (2019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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