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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for CEO 걷기 프로젝트] `변산반도국립공원 내소사 전나무숲길` 하늘 향해 곧게 뻗은 전나무 숲 속세의 찌든 때가 싸악!
기사입력 2019.01.09 16:03:02 | 최종수정 2019.01.09 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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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안 됩디다. 말 한마디 건네는 게 쉽지가 않아요. 1년 전이 다르고 6개월 전이 또 달라.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내가 생각해도 정말 후지더라고.”

오랜만에 밥이나 먹자고 만난 K팀장이 연신 ‘후지다’며 자평이다. 제 집에 온 손님이 밥 한술 뜰 때마다 후지다며 불평이니 흘끔흘끔 주방장을 쳐다보던 주인도 붉으락푸르락하다. 그랬거나 저랬거나 K팀장의 입가에 먹다만 밥알과 후진 한숨이 끊이지 않은 건 올해 고등학생이 된 아들 때문이었다.

이야기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방 발령을 받아 졸지에 주말부부가 된 K팀장은 올 초 기적적으로 회생(?)해 복귀했다. 사내 동료들은 든든한 빽 운운하며 금동아줄 잡았다고 호들갑이었지만, K팀장은 아닌 말로 간 쓸개 다 빼놓고 죽어라 버텼다.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있던 1년 동안 아들과의 소통이 막혀버렸다.

“요즘 애들 조숙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내 아들은 다를 줄 알았어요. 별다른 말 없이도 서로 통할 줄 알았지…. 근데 오랜만에 봤더니만 눈빛이 달라졌더군요. 그 눈을 보면서 한마디 하려는데 생각처럼 안 돼요. 그냥 윽박지르고…. 나도 서운했는지, 그러면 안 되는데 ‘왜 눈을 그렇게 뜨느냐’ ‘반갑지 않냐’ 큰소리부터 쳐대니 누가 좋아하겠어요. 스스로 내가 얼마나 후진지 낯부끄럽더라니까….”

벌건 얼굴로 멍하니 밥숟가락을 내려다보던 그는 “예전처럼 둘이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다”며 “가서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나름의 바람을 툭 내뱉었다. 두서없이 오고 간 수다가 공허했는지 벌컥이며 숭늉을 들이켜는 모습이 왠지 건조했다.

굳이 K팀장 때문은 아니지만 일주일 후 길 위에서 마주한 부자(父子)의 모습이 떠올랐다. 두런두런 담소하며 걷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길이 또 있을까.

걷는 것만으로도 가슴 뻥 뚫리는 힐링 공간

전라북도 부안은 자연산 보물이 그득한 관광도시다. 흔히 이곳의 세 가지 즐거움으로 맛, 풍경, 이야기를 꼽는데, 예부터 ‘변산삼락(邊山三樂)’이라 불렸다. 그 부안의 중심에 면적 157㎢의 변산반도 국립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197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17년 만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한국의 8경 중 하나다.편의상 바다와 접한 곳을 외변산, 내륙 쪽을 내변산이라 부르는데, 깎아지른 바위절벽의 절경을 품은 채석강이 외변산의 대표 볼거리라면 내변산에선 변산반도 남쪽의 백제사찰 내소사가 쌍벽을 이루고 있다. 걷기프로젝트의 새해 첫 코스는 내변산의 명소인 내소사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그 중에서도 내소사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600m의 전나무숲길이 하이라이트다.

뜬금없지만 ‘하늘을 찌를 듯 솟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무는 단연 전나무다. 국내 자생종인 전나무는 산에서 절로 자란다. 아름드리 전나무란 표현도 흔한 표현 중 하난데, 그만큼 크고 높고 곧게 뻗어나간다. 하늘을 가릴 듯 군락을 이룬 숲은 삼림욕 장소로 그만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숲 중 전나무 숲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국내 내로라하는 전나무 숲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이 ‘내소사 전나무숲길’이다. 경기도 국립수목원,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숲길과 함께 3대 전나무숲길이라 불리고 있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도착해 변산해수욕장에서 해안선을 타고 돌다보면 도로가 끝날 즈음에 내소사 입구가 나온다. 그리고 일주문(매표소)을 지나면 길 양 옆에 전나무들이 기다란 터널을 만들고 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란 이럴 때 느끼고 쓰는 말일까. 한겨울 숲길은 색이 또렷하다. 해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그늘 아래 나무색은 짙고 깊다. 색과 함께 소리도 울림이 깊다. 어쩌면 전나무 숲이 자연방음 효과를 가져왔는지 지나는 이들의 말 한마디, 까르르 웃는 소리가 울림 없이 귀에 착 감겨 온다. 눈이라도 오면 그 효과가 더 진해진다는데, 마침 폴폴 내리는 눈 덕분에 제대로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목소리 낮춰 속삭이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둘도 좋고, 셋도 좋은 풍경에 왠지 서먹한 부자(父子)의 모습까지….

담소 나누기 좋은 관음봉삼거리 코스

경내에 들어서면 널찍한 정원이 펼쳐진다. 객을 반기듯 커다란 돌그릇에 약수가 흐르고, 푸른 청자 빛을 띤 고려동종(보물 제277호)이 아담하다. 동종에서 시선을 멀리두면 작은 3층 석탑이 세워져 있는데, 그 뒤로 보물 제291호인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다. 연꽃과 국화꽃 등 갖가지 꽃문양으로 조각된 문살이 섬세한데, 여타 다른 건물에서 찾아보기 힘들 만큼 독특하고 기계로 찍어낸 듯 연속된 문양이 신기하다. 대웅전은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자르고 깎아 끼워 맞췄다. 그 시대에 어떻게 그런 식의 상상과 기술이 가능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진다.

내소사를 한 바퀴 둘러본 후 찾는 곳은 관음봉이다. 내소사에서 관음봉삼거리를 거쳐 이르는 봉우리인데, 이곳에서 세봉을 거쳐 내려오면 다시 내소사에 이르게 된다. 3시간 남짓 걸리는 이 코스가 부담스럽다면 관음봉삼거리까지 약 1.2㎞를 찍고 돌아 나올 수도 있다. 약 50분이 소요되는데 시간은 짧지만 나무계단과 암반을 번갈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중간 중간 쉬어야 몸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 일행과 오랜만에 두런두런 수다 떨기에도 이만한 길이 없다. 내소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높이 약 20m의 직소폭포가 있는데, 그 아래로 제2, 제3의 폭포가 이어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뒷산인 낙조대(448m)도 추천한다.
이름처럼 서해로 떨어지는 낙조의 경관이 훌륭하다.

변산반도국립공원 내소사 코스

내소사→관음봉삼거리→ 관음봉→세봉→내소사

내소사를 둘러싸고 있는 산을 한 바퀴 도는 코스.(5.2㎞, 3시간) 능선을 따라 내변산과 내소사, 칠산 바다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산행할 수 있다. 내소사에서 관음봉삼거리 구간은 오르막 구간이며 관음봉삼거리와 세봉삼거리 사이에 암반 지대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내소사에 이르는 길

· 서울(소요시간 3시간 50분)


-서울→서해안고속도로(목포방면)→줄포IC→지방도 710호선(곰소방면)→지방도 23호선(격포방면)→지방도 30호선(격포방면)→내소분소

-서울→경부고속도로(부산방면)→천안분기점→천안논산민자고속도로(논산방면)→논산분기점→호남고속도로(전주방면)→태인IC→국도 30호선(부안방면)→국도 23호선(줄포방면)→국도 30호선(격포방면)→내소분소 · 광주(소요시간 1시간 20분)

-광주→호남고속도로(서울방면)→장성분기점→고창담양고속도로(고창방면)→고창분기점→서해안고속도로(서울방면)→줄포IC→지방도 710호선(곰소방면)→지방도 23호선(격포방면)→ 지방도 30호선(격포방면) → 내소분소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0호 (2019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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