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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이 이끄는 트렌드 변화… 취미·여가상품 인기 쑥 “퇴근 이후를 노려라”
기사입력 2019.01.08 17:16:29 | 최종수정 2019.01.08 17: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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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로제의 본격적 의무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물론 주 52시간 근무제는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7월부터 시행됐으나, 대다수 사업장에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서 연말까지 처벌이 유예됐다. 비록 정부에서 계도기간 연장을 논의하고 있지만, 설혹 연장된다 해도 사회 분위기에 의한 철저한 시행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외국인 쇼핑객이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닌텐도 스위치 서울역 패키지’를 살펴보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그대로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이어졌고, 이는 유통업계 판도의 변화를 불러왔다. 취미·체험 분야 상품 판매 호조, 직장인들의 퇴근 이후를 노린 유통 마케팅까지 다각도의 변화가 나타났다. 본격적 ‘워라밸 시대’ 개막을 맞아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는 유통가의 상황을 다시 짚어봤다. 늘어난 여가시간… ‘취미’를 위해 아낌없는 소비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 개인의 행복과 여가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유통가에서도 취미생활 관련 용품이 매출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가 2018년 1월부터 12월 2일까지 발생한 850여 개 상품군 매출을 분석한 결과 게이밍 관련용품, 취미형 소형가전, 취미형 이색 이동수단 등의 제품군이 새롭게 존재감을 과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여가 선용과 직결된 상품군으로 ‘주 52시간 시대’를 맞은 소비자들의 만족 추구형 소비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가장 돋보인 히트상품군은 ‘스마트 모빌리티’로 통칭되는 이색 이동수단이다. 전동휠,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을 비롯, 전기 오토바이까지 다양한 이동수단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전년 상품군별 순위 117위에서 2018년 19위로 훌쩍 뛰어 오르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330.6%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전기자전거를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게 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또한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자전거 마켓 트렌드 자체가 근무시간 감소, 노령 인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일반 자전거에서 전기자전거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게이밍 용품’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7년 상품군별 순위 48위에서 지난해 26위로 22계단 뛰어올랐고, 매출액도 전년대비 117.9%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게이밍 노트북 118.2%, 게이밍 헤드셋 484.4%, 게이밍 키보드 101.5%, 게이밍 마우스 107.2% 등 대부분 두 배 이상의 매출 증가를 거뒀다. 이들 하드웨어와 연결되는 소프트웨어, 즉 게임 콘텐츠 자체도 2017년 101위에서 2018년 35위로 뛰어오르며 몸집이 커졌다. 늘어난 여가 시간을 PC·콘솔 게임에 소비하는 이들이 늘면서 연령·성별을 불문하고 게임에 대한 소비가 현저히 높아진 데 따른 결과다.

라이프스타일과 직결된 ‘취미형 소형 가전’ 역시 두각을 나타냈다. ‘취미생활 끝판왕’ 격으로 취급받는 음향·영상기기 분야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1월 이마트 가전 매출 전체가 13% 오르는 등 가전이 점포 전체 매출을 떠받친 가운데, 특히 사운드바·프로젝터 등 영상주변기기(45.7%)와 헤드폰·스피커 등 음향기기(8.2%)의 상승폭이 높았다. 미러리스·인스탁스 등 사진 마니아들의 카메라(19.9%) 소비도 늘었다.

여가생활의 양과 질을 높여주는 건강형·편의형 가전 제품군의 매출 상승도 컸다. 공기청정기 등 홈케어가전(43.8%)을 비롯해 로봇청소기·핸디청소기 등 청소기(41.3%) 제품이 주목받았다.

롯데마트에서는 어른들의 장난감이라 할 만한 ‘키덜트’ 카테고리가 인기를 끌었다. 2018년 1~11월까지의 카테고리 누적 매출이 전년보다 59% 신장했다. ‘키덜트’ 카테고리는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토이저러스 전체 매출에서 15% 가량을 차지하는데, 이는 2년 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게이밍 관련 상품이 롯데마트에서도 키덜트 매출을 이끌었다. 2017년 12월 국내에 닌텐도 ‘스위치’가 출시되며 지난해까지 판매가 이어져 매출이 180% 가량 증가했으며, 서울역점에는 단독으로 ‘스위치 서울역 패키지’가 등장하며 1억원 이상 판매되는 등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또한 롯데마트는 국내 최초의 독자 합금 브랜드인 ‘토이저러스 합금’을 론칭하기도 했다. ‘아스트로 강가(짱가)’와 ‘로보트 태권V’ 등 상품이 완판 기록을 세웠다. <날아라 슈퍼보드>, <건담>, <드래곤 볼>, <원피스> 시리즈 등 인기 캐릭터의 피규어 매출도 지난해보다 200% 이상 신장했다. 캐릭터를 이용한 액세서리 용품도 대인기다. 디즈니·마블 등 제작사의 주요 캐릭터를 활용한 차량 액세서리, 키링, 에코백, 보조배터리 등이 지난해 대비 각 200% 이상 상승한 매출을 거둬들였다.

롯데마트가 선보인 독자 합금 브랜드 ‘토이저러스 합금’의 ‘아스트로 강가’.



온라인몰에서도 여가선용과 직결된 소비가 크게 늘었다. 게임·이동수단 관련 상품이 인기를 끄는 점은 오프라인과 같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구색이나 공간상 한계로 다루기 힘든 문화생활 관련 용품이 주목받는 점이 돋보인다.

가령 G마켓에서는 미용·뷰티·스파 서비스와 관련된 e쿠폰이 전년보다 무려 296% 더 팔렸다. 뷔페·레스토랑·외식 관련 e쿠폰은 판매가 72% 늘었고, 영화관람권도 27% 상승했다.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접근하고, 빨리 익숙해질 수 있도록 고안된 일명 ‘뉴스포츠’ 분야 관심이 늘어난 점도 돋보인다. 가령 배구나 핸드볼을 변형한 종목인 츄크볼·킨볼 관련 물품의 판매가 G마켓에서 전년대비 96% 늘었다. 스포츠스태킹·인디아카 관련 품목(50%)도 시니어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예술 분야와 보다 가까운 취미생활 용품도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구매하고 있다. 지난 1~11월 옥션에서 취미미술을 위한 각종 드로잉 용품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71% 늘었다. 액세서리공예(204%), 한지공예(20%) 관련 상품의 판매도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각 온라인몰은 직장인 취미생활을 겨냥한 다양한 기획전과 프로모션을 선보이고 있다. G마켓은 대표 스포츠 취미활동으로 꼽히는 테니스 상설 기획전 ‘새 역사를 쓰다, 테니스 열풍’을 열고 있다. 옥션은 12월 17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구글플레이·넷마블과 손잡고 ‘모바일 게임이 좋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쇼핑은 평일 저녁에 해결… 주말은 가족과 보내는 날

주 52시간 근무제의 정착은 직장인들의 쇼핑 시간에도 변화를 줬다. ‘저녁이 있는 삶’을 내다보면서 평일 저녁 시간을 쇼핑 타임으로 잡는 이들이 늘어난 것. 이들은 개인적인 쇼핑을 평일 저녁시간에 마치는 대신, 주말 시간은 소풍 등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데 오롯이 바친다. 평일 저녁 쇼핑몰이 주말보다 상대적으로 한산한 데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쇼핑몰을 바로 들르는 데도 편하기 때문이다. 실제 주 52시간 근무제가 첫 시행된 한 달간 신세계백화점의 평일 6시 이후 매출은 시행 직전인 6월 대비 8.6% 증가했다. 이는 7월 신세계백화점 전체 신장률(전월 대비 2.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주변에 사무실이 많아 직장인들이 방문하기 편리한 서울 3개 점포(명동본점, 강남점, 영등포점)는 상승폭이 더 컸다. 이들 점포의 7월 평일 6시 이후 매출은 전월대비 5.8% 올랐으며, 이에 따라 평일 6시 이후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전월보다 2.9p 오른 25.1%를 기록했다. 직장인이 주가 되는 30~40대 고객 매출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전보다 12% 뛰며 이 같은 저녁 매출 신장을 견인했다. 다른 백화점의 상황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지난 10월부터 12월 중순까지의 평일 6시 이후 매출이 전년보다 평균 20% 올랐다. 사무실 인근 상권에 위치한 점포들(소공동 본점, 잠실점, 강남점, 영등포점)의 매출 상승폭은 이보다 높은 40% 수준이다.

평일 저녁 시간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이벤트홀이 고객으로 붐비는 모습.



또한 현대백화점이 압구정본점 등 전국 15개 점포의 12월 1~12일 매출 구성비를 따져 본 결과, 20~30대 매출 구성비가 전년(30.7%) 대비 5.2% 늘어난 35.9%를 기록했다. 식품관에서 장을 보거나,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가를 찾는 젊은 직장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오피스 상권을 입지로 가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평일 6시 이후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8% 늘었다.

이에 각 유통사는 퇴근하는 직장인 고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을 만한 행사를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지난 8월 한 달간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진행한 야간 프로모션이 대표적이다. 전 점포에서 야간 장터를 열고 신선식품·생필품을 할인 판매하는 한편, 문화센터와 연계한 여러 가지 문화 콘텐츠도 선보였다. 야간 시간대에 강사와 수강생이 참여하는 연주회를 진행했으며, 매장 내 주요 동선에는 문화센터 회원들의 예술 작품을 전시했다. 저녁시간은 ‘체험’에 투입

백화점·마트 문화센터 함박웃음


롯데마트가 보여줬듯 주 52시간제와 연결되는 또 다른 유통 활황지는 문화센터다. 문화센터는 일부 특강을 제외하면 몇 달간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꾸준히 방문해야 수강 가능하다. 예상치 못한 야근이 잦다면 등록하기 어렵다. 하지만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해진 직장인들은 취미와 자기 계발을 목표로 문화센터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는 지난 10~12월 4분기 겨울학기에 예기치 못한 젊은층 수강생 증가를 경험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급 수강생 비율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이상 급등한 것. 최신 트렌드·이슈를 반영해 취미는 물론 기타 실용적 목적, 미래 사업까지 연결시킬 수 있는 강좌를 여럿 개설한 점이 주효했다. 가령 다육식물 정원 만들기 같은 순수 취미는 물론 SNS 콘텐츠 제작, 중국 투자 등 실용적 강의까지 영역을 넓혔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문화센터에서 직장인이 요리 관련 강좌를 수강하는 모습.



현대백화점에서 지난 9월부터 진행한 문화센터 가을학기에도 젊은 직장인이 대거 불어났다. 이색적인 부분은 1회 1~2시간만 교육을 받는 ‘원데이 특강’ 수강 고객이 전체의 54%에 이를 만큼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들 특강 수강생 중 57%가 20~30대였다.

2개 이상의 원데이 특강을 수강한 고객은 전체 수강 고객의 34%에 달했는데, 이 중 76.4%가 20~30대였다. 특강은 크리스마스 파티 음식 만들기, 셀프 헤어스타일링, 필라테스로 몸매 만들기 등 취미 관련 강좌가 주를 이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주 52시간 시행과 워라밸 문화 확산으로 야근·회식이 줄어 여가시간이 늘다 보니 ‘취미 찾기’를 목적으로 한 직장인들의 문화센터 수강이 급증했다”며 “원데이 특강 수강이 늘어난 이유도 다양한 분야 수업을 듣고, 본인에게 잘 맞는 취미 활동을 물색하는 인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꽃꽂이 관련 강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이들 직장인 문화센터 수강생이 몰리는 시간도 저녁 시간대다. 종전 문화센터는 주부 수강생이 찾아오는 오전 11시~오후 2시에 가장 붐볐지만, 이제는 퇴근 후 저녁이 새로운 피크타임으로 뜬 셈이다. 실제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에서는 지난 가을학기 기준 저녁 시간을 이용하는 수강생이 전년대비 약 15% 늘었다.

문화센터 수강생의 증가가 그대로 점포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만큼 각 유통사는 늘어나는 직장인 수강생을 붙잡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일반 고객의 백화점 이용 횟수가 월 평균 1.2회인 데 비해 문화센터 회원이 이용한 횟수는 월 평균 약 8회로 6배가 넘는다. 롯데백화점에서도 문화센터 수강생의 1인당 매출이 일반 고객 대비 약 4배에 달하는데다 해가 지날수록 숫자가 더 커지는 추세로 보고 있다.

때문에 현대백화점의 경우 직장인 고객 유치를 위해 이번 가을학기부터 평일 6시 이후 정규 강좌를 종전보다 20% 가량 늘렸다. 발레 스트레칭 등 체형교정 프로그램부터 어학 특강에 이르기까지 취미활동 전반을 포괄하는 강좌를 개설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이번 가을학기에 ‘워라밸 시대’를 겨냥한 강좌 비중을 전년대비 10~15% 가량 늘려 선보였다.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과정, 필라테스, 드럼 등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취미 관련 강좌는 조기 마감됐다.

롯데마트는 그간 1개 매장에서 평균 약 400개(특강 포함) 강좌를 개설해 왔는데, 내년 봄학기부터는 20여 개 정도를 추가 개설하기로 했다. 더해지는 강좌는 팔라테스, 저녁요리, 기타, 드럼, 플루트 등 자기계발 관련 강좌 위주로 구성된다. 체형교정과 같은 건강·힐링 분야도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좋아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역시 오후 6~9시 사이 저녁 시간대 강좌를 늘리고,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강좌를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와인업체와 제휴한 특강이나 재테크 강좌가 대표적이다. 수강생 유치를 위해 워라밸 강좌 신청 시 할인, 사은품 증정 등도 병행하기로 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워라밸 시대를 맞아 맞아 문화센터가 지역 직장인들의 휴식과 함께 삶의 가치를 높이는 장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문화센터 이용고객의 경우 여러 번 반복해서 백화점을 방문하므로, 고정고객화되는 경우가 많아 더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문호현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0호 (2019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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