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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 | 아마존은 모든 것을 저장하는 상점이다
기사입력 2019.01.08 11:20:58 | 최종수정 2019.01.08 11: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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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마셜 매클루언은 말했다. “데이터 뱅크가 개인에 관해 기록하면 할수록 개인의 존재는 감소한다.” 안드레아스 와이겐드는 반박한다. “데이터 기업이 우리에 관해 알면 알수록 우리의 존재는 증가하며, 우리는 자신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와이겐드는 아마존의 수석 과학자로 데이터 전략을 수립하고 소비자 중심 문화를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현재 스탠퍼드 소셜데이터연구소 대표인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동독 비밀경찰인 슈타지에 의해 강제로 6년간 구금된 경험이 있다. 10대 물리학도였던 자신까지도 감시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그는 ‘프라이버시 광’이 됐다. 이후 삶이 바뀌었을까. 오히려 자발적으로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인물이 됐다. “자신에 관한 데이터를 공유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가치가 그것이 내포한 위험보다 크다고 믿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이전까지 없던 가치를 새로 발견하고, 그것을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아마존을 떠난 뒤에도 그는 알리바바, AT&T, 월마트 등 숱한 기업과 일하면서 데이터의 힘을 보통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간의 경험을 공유하는 이 책 또한 원제 <사람을 위한 데이터(Data for the People)>처럼 어떻게 하면 데이터를 모두를 위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다. 고갈되는 석유와 달리 데이터는 늘어나기만 한다. 또한 디지털 형태이기 때문에 다수가 동시에 접속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소셜 데이터 혁명의 시대에 프라이버시는 우리를 지켜주는 보호막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자원이다. 매일 10억 명 이상이 활동, 습성, 관심사 등 소셜 데이터를 만들고 공유한다. 오늘날 소셜 데이터의 양이 두 배로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8개월이다. 이 데이터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위치 정보는 정부의 교통·건설 정책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페이스북의 개인정보는 신원 보증을 하며, 환자들에게서 수집된 정보는 의료기술을 업그레이드한다. 데이터 과학자들은 디지털 흔적을 통해 인간의 행동 패턴을 점점 더 선명하게 그려내는 탐정과 예술가로 변모하고 있다.

안드레아스 와이겐드 지음, 홍지영 옮김, 사계절 펴냄



구글·페이스북·아마존·우버·에어비앤비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를 제품과 서비스로 변환하는 실험을 다채롭게 소개한다. 아마존 수석 과학자로 일하면서 저자는 제프 베조스와 함께 기존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제품 추천과 고객의 클릭을 기반으로 한 추천 중 어느 쪽이 더 성공적인지 밝혀내기도 했다. 결과는 ‘클릭’이었다. 전문가 리뷰와 직원의 큐레이션 대신 이들은 별 1개부터 5개까지 천차만별인 검열되지 않은 고객 리뷰를 전격 수용했다.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의 힘은 강했고, 매출을 끌어올리는 마법을 부렸다. 아마존은 기존의 ‘교외 축구맘’,‘샷건과 픽업’ 등으로 분류되던 소비자 그룹도 개인화시켰다. 심지어 한 명의 고객을 ‘10분의 1명’ 단위로 구분해 변화하는 개인의 필요와 관심사까지 반영할 수 있었다. 저자는 ‘모든 것을 파는 상점’이라 불리는 아마존을 최초의 ‘모든 것을 저장하는 상점’이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아마존을 독보적인 기업으로 만든 것은 고객의 관심사와 선호하는 바, 그리고 현재 상황에 맞는 물건을 추천하기 위해 데이터를 가공하는 노력이다.”

데이터 혁명에 뛰어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저자는 먼저 프라이버시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을 걷어낸다. 소셜 데이터가 매일 수백억 개씩 생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가공 데이터는 금전적 가치가 없다는 것. 수백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야만 유용한 상관관계와 패턴이 드러난다. 한 사람이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데이터 정제소는 나머지 데이터로부터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개인이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데이터 정제소는 잃을 게 없다.

그렇다면 데이터 정제소가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뭘까. 금전적 보상은 무의미하다. 2015년 페이스북의 이익인 35억달러를 개개인에게 나눠주면 3.5달러에 불과한 푼돈이 된다.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 게다가 수집, 조합, 집계, 분석된 데이터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는다. 정제된 데이터는 우리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우리가 제공한 의학 데이터가 우리에게 건강을 되돌려준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심지어 알리바바인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은 이미 소셜 데이터를 통해 개인의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다. 한국에도 머지않아 다가 올 미래다. 링크드인이 사이트 트래픽의 급증을 통해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미리 알았던 것처럼, 각 기업이 쌓아둔 데이터는 세계경제에 예상 못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저자가 경계하는 것은 데이터와의 관계 정립이다. 저자는 20여 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투명성과 주체성이라는 두 원칙이 소셜 데이터의 오용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면서 데이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최선의 방침이라고 주장한다. 투명성은 기업이 어떤 정보로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 수 있어야함을, 주체성은 데이터를 스스로 이용할 권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내 신원이나 위치 정보, 구매 목록을 상황에 따라 조절할 권리,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에서 쌓은 데이터를 경쟁사인 리프트로 이전할 권리 등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증명하는 것은 명확하다. 데이터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자원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저자는 풍부한 사례와 탄탄한 지식을 통해 설득한다.
신기술에 자신을 내보이기 두려워하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데이터라는 자원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함께 만들어내는 공동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고. 그래야만 비로소 데이터를 소유할 수 있다. 그는 말한다. “사람의 사람에 의한 데이터는 사람을 위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

[김슬기 문화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0호 (2019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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