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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자 되려면 ‘멘탈’도 키워야죠
기사입력 2018.02.08 16: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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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듣는 ‘구찌’는 즐거운 골프 양념

“선배, 어제 후배들하고 골프 치면서 초토화시켰어요.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스크린골프장에서 만난 후배 기자가 저에게 느닷없이 고맙다는 말을 한다. 한 달에 한번 스크린골프 모임을 하는 후배에게 뭔가 가르쳐 준 적도 없고 환상적인 꿀팁을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선배가 지난번에 라운드할 때 저한테 ‘스윙 스피드가 엄청 빨라졌다’, ‘다운 스윙 때 궤도가 아웃-인에서 인-아웃으로 좋아졌다’면서 칭찬해 주셨잖아요”라고 말한 후배는 “그런데 그날 갑자기 스윙 생각하다가 무너졌어요. 그리고 다른 골프 모임에서 따라 해 봤죠. 전 한번 예방주사를 맞았으니 괜찮았고, 다른 후배들은 자기가 왜 무너졌는지 모르고 평소보다 10타는 더 나오더라고요”라며 웃어 보였습니다.

자신도 처음에는 내가 한 말이 ‘구찌’인 줄 모르고 칭찬받았다며 좋아했다가 나중에야 안 것이죠. 골프는 좋은 스윙, 멋진 비거리도 중요하죠. 하지만 그 모든 결과를 만드는 것은 단단한 멘탈입니다. 보통 ‘구찌’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상대방을 교란시키거나 혼란하게 하고 방해하는 말을 뜻합니다. 골프는 너무나 예민한 스포츠죠. 그날 뭘 먹었는지, 전날 잠을 덜 잤는지, 신경 쓰는 일이 많았는지 등에 따라 샷이 변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마음’까지 흔들어 놓으면 제대로 자신의 스윙을 할 수 있는 주말 골퍼는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구찌’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동반자들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하기도 하고 적당한 긴장감도 조성합니다. 만약 4명이 라운드를 하는데 서로 구찌가 단 한 번도 없다면 그저 혼자 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구찌’를 어느 정도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상대방의 말이 나를 방해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축하’만 하는 것인지 가려내려면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구찌’의 기본 원리는 간단합니다. 프로 골퍼나 아마추어 골퍼가 연습을 할 때는 아주 잘 칩니다. 원하는 방향에 원하는 탄도, 원하는 구질을 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필드에 나가면 달라집니다. 프로골퍼는 “어드레스를 하고 난 뒤 백스윙을 시작하면 그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동작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말 골퍼는 다릅니다. 매번 스윙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전날 레슨 프로그램을 봤거나 조언을 들었던 것이 있으면 생각을 하며 스윙을 합니다. 물론 똑같은 스윙을 반복하니 잘됩니다. 그런데 연습장과 필드의 차이가 있습니다. 필드는 딱 한 번밖에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라는 스윙의 기본을 흔드는 것이 바로 ‘구찌’입니다. 생각을 복잡하게 하고 스윙을 분석하게 하는 것이죠. 생각이 많아질수록 스윙은 끊기고 실수가 생깁니다.

톰 왓슨은 “골프는 리듬의 게임이다”라고 말합니다. 구찌는 바로 ‘자연스러움’을 방해하는 겁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위험지역’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겁니다. 초보자나 호기로운 장타자에게 ‘우측에 OB구역이야. 그쪽으로 잘 휘는 슬라이스 홀이니까 왼쪽 보고 안전하게 쳐’라고 알려줍니다. 그런데 결과는 OB입니다. 정상적인 스윙으로 왼쪽으로 치면 되는데 자꾸 시선이 위험 지역을 향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스윙은 위험지역 방향으로 하게 되기 때문이죠. 이런 결과가 나오면 볼을 친 골퍼는 “진짜 이상하네. 난 왼쪽 봤는데 볼이 오른쪽으로 가. 홀 어렵네”라며 아쉬워합니다. 결코 구찌라고 생각 못합니다. 또 ‘장비’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것도 예상 밖 구찌입니다.

“어, 이거 샤프트 굉장히 낭창낭창하네. 이거 타이밍 잘 못 맞추면 밀리거나 당기겠다. 너 스윙 스피드에 비하면 많이 약한데 너 정말 잘 맞춘다.”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전까지 곧바로 나가던 볼이 좌우로 휘기 시작합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타이밍’에 집중을 하기 때문에 스윙 리듬이 흔들리게 됩니다. 사실 구찌 중에는 ‘칭찬’이 가장 무섭습니다. “요즘 샷이 정말 좋아졌다” “라이도 없고 정말 최고의 버디 기회 잡았네. 무조건 버디네” “오른 손목 각이 더스틴 존슨 같다” “백스윙 톱도 좋고 오른발에 체중이 정확하게 실리네”같은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또 ‘장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이 홀에서는 원온 노려봐도 되겠다” “딱 너 투온할 수 있는 거리네”라는 말도 잘 들어야 합니다. 그냥 OB 내라는 소리입니다. 당연히 무너진 경험도 많습니다. 보통 ‘스윙 지적’을 가장 싫어합니다. 그런데 부러움의 말투로 이렇게 칭찬하면 사실 기분이 나쁠 사람은 없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라운드 도중 칭찬은 ‘구질’도 춤추게 합니다. 전체적인 리듬이 아니라 칭찬받은 부분만 생각하게 되면서 무너지는 것이죠. ‘걱정’도 잘 걸러 들어야 합니다. “너 왼쪽으로 휜 홀에서 조심해. 오늘 샷이 조금씩 밀리더라” “지난번에도 비슷한 홀에서 OB 났었어 편안하게 쳐” 등의 말도 많이 들으셨죠. 역시 나를 걱정해 주는 건 동반자밖에 없는 듯합니다. 그런데 걱정을 마음에 담고 힘을 빼고 편안하게 스윙을 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OB가 납니다. 평소처럼 치지 못하고 너무 힘을 빼서 오히려 ‘훅’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상대방의 ‘구찌’를 의식하지 못하고 ‘자신의 징크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전 홀에서 버디를 했다면 다음 홀 티박스에서 동반자들이 “버디님 치세요” “이 홀도 쉬우니 줄버디 해라”라며 응원을 합니다. 그런데 응원일까요. 아닙니다. 이번 홀에서는 힘들어가서 양파 하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제 경우는 스윙 스피드가 빠릅니다. 사실 제가 생각할 때는 ‘힘 빼고 부드러운 스윙’이라고 생각하지만 보는 사람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힘이 엄청 들어가고 스윙 스피드가 빠르고 임팩트 소리도 엄청 크다. 당연히 잘 맞을 경우 300야드는 날아간다. 물론 좌우 편차가 크다. 그런데 가끔 이런 빠르고 힘찬 스윙이 득이 될 때가 있습니다. 티샷은 물론이고 가끔 130m가 남았는데 피칭웨지를 잡고 굉장히 강하게 스윙을 합니다. 이렇게 빠른 템포의 스윙을 몇 번 하면 동반자들의 리듬도 빨라집니다. 저는 원래 제 스윙이라 무너질 일은 없지만 동반자들은 이상하게 빨라진 리듬에 당황하죠.

사실 ‘구찌’를 이기는 법은 멘탈을 강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아주 간단하게 자신만의 ‘스윙 리듬’을 만드는 ‘스위치’를 만들면 됩니다. 스윙을 하기 전 자신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 가장 강력한 ‘구찌 방지법’입니다. 루틴은 자신의 스윙 영역 안에 들어가는 거죠. 일종의 습관이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이 끼어 들 여지가 없습니다. 또 하나는 ‘스윙 포인트’를 만들면 됩니다. 자신만의 ‘체크 포인트’죠. 누가 뭐라고 해도 그 포인트만 생각하면 됩니다. 이 또한 루틴의 영역 안에 포함됩니다. 어드레스 때 ‘시선과 턱, 무릎’ 등 포인트를 정하고 백스윙 톱에서는 ‘귀와 어깨 사이’, ‘오른 손바닥 모양’ 등 자신만의 포인트만 있으면 사실 흔들릴 일이 없습니다.
그러면 상대방의 구찌는 들어도 한 귀로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구력’은 실력입니다.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구찌로 상대방의 멘탈을 시험해 보고 변화를 보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죠. 그리고 ‘방어’를 하려면 구찌의 종류와 말 속에 담긴 뜻은 알아야겠죠. 이게 바로 ‘내공’이자 ‘구력’입니다. 이번 겨울 스크린 골프나 겨울 라운드를 하면서 구찌도 내 것으로 만들어 보세요.

[조효성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9호 (2018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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