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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체질 바꾸는 울산-‘울산판 인더스트리 4.0’으로 러스트벨트(미 동부 제조업 쇠락 지역) 위기 넘는다
기사입력 2018.02.02 15: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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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1일 울산시 남구 두왕동에 건설 중인 울산 테크노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현장. 이날은 올겨울 최고 한파가 몰아닥친 날이었지만 공사 현장은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96%의 공정이 진행된 단지 조성사업은 입주건물들까지 거의 완공된 상태, 이 테크노산업단지는 울산시가 그리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도시의 비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학융합지구 캠퍼스가 우리를 맞았다. 이곳에 들어서는 기관들은 울산시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곳들이 대부분이다. UNIST를 포함해, 국립 3D 프린팅 연구원, 차세대전지종합지원센터, 친환경 전지융합 실증화단지 등 이곳에 둥지를 튼 연구기관들은 울산시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연구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테크노산단은 울산에서 처음으로 주거단지를 배후에 낀 첨단 산업단지로 조성되는 곳으로, 지역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단지 바로 옆 부지에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 경쟁률은 5.16 대 1을 기록하며 순위 내 모든 평형이 마감됐다.

서중교 울산시 창조경제본부 산업입지과 사무관은 “이곳은 입지적으로도 울산 중심부와 멀지 않아 새로운 울산 성장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과학기술원 전경



▶4차 산업혁명 선도도시 울산

글로벌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이면서 한국판 ‘러스트벨트’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던 울산이 달라지고 있다. 러스트벨트는 펜실베이니아주 서부에서 오하이오주 동부를 가로지르는 제조업 쇠락 지역을 의미한다. 제조업 전성기 때 호황을 누리던 이 지역들은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미국 내 대표적인 낙후도시로 전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지역의 블루칼라들을 적극 공략해 당선된 바 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본거지인 울산의 쇠락 우려는 미 러스트벨트와 유사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조선·해양, 자동차 등 덩치 큰 제조업 기반의 지역 경제는 울산지역 내 총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외에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지역 경제 구조는 2014년 조선 해양 분야의 불황이 닥치자 직격탄을 맞았다. 이듬해인 2015년 울산의 경제성장률은 0.3%로 전국 평균(2.8%)에도 못 미치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2016년에도 지역 경제성장률은 0.9%에 그쳤다. 울산은 지금까지 구조조정 중에 있다. 공교롭게도 조선업 위기로 울산 경제가 침몰하기 시작한 것은 막 민선 6기가 시작된 해였다. 새로 울산 시정을 이끄는 김기현 시장은 탈출구를 고심할 수밖에 없었고, 글로벌 차원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던 4차 산업혁명을 눈여겨봤다. 특히 독일이 추진해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략인 인더스트리 4.0을 주목했다. 제조업이란 공통분모를 가진 독일의 길을 벤치마킹하면 울산도 해법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실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전략은 자국을 떠났던 대표기업 아디다스 같은 제조업체들이 다시 귀환을 결정할 정도로 성공적인 산업 패러다임 전환 사례로 거론된다. 이에 울산시도 지역 근간인 제조업을 바꿔 보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난해까지는 뚜렷한 움직임을 찾긴 힘들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30일 열린 울산 4차 산업혁명 U-SMART ICT 전략포럼에서 김기현 시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달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울산도 이런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각자도생 형태로 진행돼 온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를 체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울산의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수준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한 말이었다.

이후 울산 지역의 산·학·연은 힘을 모아 지난해 연말 ‘4차 산업혁명 U포럼’을 공식 출범시켰다. 그동안 체계 없이 이뤄지던 4차 산업혁명 관련 지역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한곳에 모인 것이다. 김 시장은 이 자리에서 “울산이 4차 산업혁명의 기관차가 될 것”으로 자신했다. 올해 울산시의 제1목표가 4차 산업혁명 선도도시다. 그 요체는 울산 전체를 제조업 근간을 유지하면서 R&D 중심 도시로 바꾸자는 것이다.

울산정보산업진흥원 관계자가 울산 4차 산업혁명 대해 설명하고 있다.

3D 프린팅 장비



▶국내 최초 3D 프린팅 클러스터 건설 중

울산이 4차 산업혁명 U포럼을 만든 것은 울산판 제조업 4.0 전략에서 의미 있는 대목이다. 독일의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인더스트리 4.0 전략은 정부가 먼저 제시했지만, 여기에 동력을 불어넣은 것은 민간이기 때문이다. 울산도 계속 시 차원에서만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움직임을 보였다면 그 한계는 뚜렷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시 산하 기구인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이 꾸려나가는 U포럼은 정부와 울산시 차원에서 인프라 조성 규제 완화 등 환경적인 부분을 제공하고 민간은 관련 원천기술 개발 등을 담당한다. 조선해양ICT, 스마트제조, 바이오 메디컬, 지능형 모빌리티 등 9개 분과로 이뤄져 있다. 이처럼 외형적인 면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전략과 비슷하게 가지만, 내용은 독일과 맥을 같이 하지 않는다. 제조업이란 공통분모는 같지만 속살은 결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울산의 대표 상품인 조선은 독일의 ‘차’처럼 빠른 조립 과정을 통해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백만 개의 부품에 건조 시간도 최소 몇 년은 걸린다.

이에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전략이 추구하는 개인 맞춤형 제품을 실시간으로 생산해 내는 스마트 공장 개념을 도입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하에, 울산시는 제조 공정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하드웨어’ 개선보다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전략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예가 현재 진흥원이 주도하는 조선해양ICT 융합사업인 인더스트리 4.0S다. 여기서 ‘S’는 Ship(배)을 의미하기도 하고, Software(소프트웨어)를 말하기도 한다. 요지는 조선해양에 ICT 기술을 접목해,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적인 그러면서 안전한 운항이 가능한 배를 만들어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진흥원은 전 세계 IT개발자를 위한 구글 앱 엔진처럼 IoT, 빅데이터로 배와 조선소 분야에 특화된 ICT 소프트웨어를 만들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테크노산업단지에 조선해양ICT창의융합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며, 관련 응용기술 20개도 개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인근 대기업 및 중소기업 관계자들과도 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인더스트리 4.0에서 하드웨어적 개선이 없으면 절반의 성공인 것을 감안해 울산도 이에 대한 준비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울산시가 국내 최초로 3D 프린팅 클러스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울산시가 현재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이기도 한 3D프린팅 클러스터는 조선뿐만 아니라 차 산업 등 지역 내 모든 제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다.울산과학기술원(UNIST) 3D 프린팅 기술개발 센터장인 김남훈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는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빠른 협업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의 고질적인 대기업 위주의 경제 체질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지역 반응은 뜨겁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내 설치된 3D프린팅 첨단 생산기술 연구센터에는 하루 2~3개 업체가 부품 생산과 관련된 다양한 상담 요청을 위해 들린다.

김 교수는 “비용이 많이 드는 금형을 제작하지 않고 다양한 부품을 만들 수 있는 3D프린팅 기술로 인해 기업들은 다양한 모험적인 실험을 리스크를 줄이면서 도전할 수 있다”면서 “이런 것들이 쌓이면 지역 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김 교수 팀이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전기자동차 라이노는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전체 부품 중 40%를 3D 프린팅 기술로 만들었다고 전했다.울산시는 지난해 미국(EWI·에디슨접합연구소)과 영국(AMRC·첨단제조연구소)의 3D프린팅 상용화 연구기관의 분원 설치도 협약했다. 현재 3D 프린팅 관련 국제 인증 품질평가센터도 추진 중이어서, 이들 시설들이 모두 집적화되면 국내 3D프린팅 기술 경쟁력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클러스터는 조성중인 테크노 산단 내에 들어선다.

울산테크노일반산업단지 조성 현장,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전기차



▶자율주행차·바이오·해수전지 등 신기술에 5조원 투자

울산시가 지역의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해 추진하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현재 울산은 4대 분야 12개 전략 100대 과제를 선정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사업비만 5조1959억원이 투입된다.

울산시는 지금까지 언급한 조선해양·3D 프린팅 산업 외에 현대자동차의 본거지인 것을 감안해·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수소차 등 친환경자동차산업육성은 물론 바이오메디컬 산업·에너지 신산업선도도시 등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관련해 울산과학기술원이 개발하고 있는 해수전지다.

기존 전지 재료인 리튬이 아닌 바다에 풍부한 나트륨을 이용해 만드는 해수전지는 바닷물이 있는 곳이면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세월호 이후 국민들 관심이 부쩍 높아진 해난 사고 구조와 관련해 활용도가 클 수 있는 대목이다. 관련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김잔디 연구원은 “구명조끼나 바다 위 부이 등 각종 고정 표식에 설치하면 해난 안전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시장은 “해수전지의 활용 확장성은 크다”면서 “반도체보다 더 큰 국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게놈 연구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게놈을 분석해 정보를 제공하는 등 게놈기반 바이오메디컬 사업도 추진 중이다.

물론 이 같은 울산시의 노력들이 아직까지 피부에 와닿는 것은 아니다. 경제 체질 개선이란 긴 시간을 요한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도 2006년 첫 아이디어가 나온 후 2011년 독일 연방 정부의 미래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결정됐고, 2015년에서야 그 구현 전략이 발표됐다. 특히 울산판 제조업 4.0 완성은 더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소프트웨어 개선 이후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완성하려는 전체 로드맵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현 울산 경제의 바로미터인 신도시 삼산동 디자인 거리에서 만난 최미희(35) 씨는 “선거를 치를 때만 해도 이곳은 저녁만 되면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지역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이를 반영하듯 울산은 지난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경기 불황에 전국 개인소득 1위 자리를 내줬다. 울산과 2위 서울의 격차는 2011년까지만 해도 136만원에 달했지만 조선발 불황에 격차가 매년 줄어들더니 결국 2016년에 역전됐다.

울산과학기술원이 만든 해수전지 샘플



▶관광산업은 또 다른 효자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선도도시 전략 외에 울산은 또 다른 성장 동력을 만들고 있다. 울산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이 보이는 ‘관광’ 자원 개발이다. 산업도시 울산이 처음에 서비스 분야인 관광산업에 뛰어든다고 할 때 회의론이 많았다. 지난해 울산시는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아 울산 방문의 해를 추진했는데, 당시 방문객 목표 400만 명이었다.

다소 무리한 목표라며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7개월 만에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12월까지 울산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721만 명이나 됐다. 2016년 대비 177.3%나 증가했다. 특히 문화관광체육부가 선정하는 ‘2017 대한민국 관광 100선’ 중 울산이 4곳이나 포함됐는데, 특별시·광역시 모두를 포함해 울산이 서울 다음으로 많은 명소가 선정됐다.
행정자치부 빅데이터 공통기반 ‘혜안’을 활용해 분석해 보니 태화강 대공원, 대왕암공원, 울산 외곽 1000m 이상 고봉을 일컫는 영남알프스 등이 인기 관광지로 꼽혔다. 영남알프스에는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 중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말쯤 지역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변곡점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9호 (2018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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