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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울산광역시장 | “위기의 울산 구할 방법은 일자리뿐 4차 산업혁명, 일자리 6만 개 만들 수 있어”
기사입력 2018.02.02 14: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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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 시장, 김기현 울산시장을 직원들이 부르는 별명이다. 그만큼 임기동안 시의 넉넉한 살림살이를 위해 뛰었다는 이야기다. 특히 국비시장은 일자리 예산 확보에 전력을 기울였다. 김 시장은 이를 위해 일주일에 2번 정도는 서울, 세종시와 울산을 오갔다. 이 같은 김 시장의 행보는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었다. 김 시장 취임 초 대한민국 제조업의 대표주자였던 울산은 조선·해양발 불황이 시작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또 다른 주력산업인 자동차도 휘청이긴 마찬가지였다. 지역 전체는 구조조정에 휩싸였고, 일자리가 줄더니 지역 인구까지 감소했다. 한때 대한민국 소득 1위였던 자부심도 내놓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민선 6기를 맡은 지역 책임자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뛰어다니는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김 시장의 설명. 그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기업들 유치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임기 동안(지난해 연말 기준, 3년 6개월) 13조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고, 2만 개에 가까운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그가 따낸 국비 예산은 민선 6기 4년 내내 2조원이란 기록을 세웠고, 이를 바탕으로 울산은 4차 산업혁명 선도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노력들이 올 6월 지방선거 재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현재 김 시장은 올 6월 지방선거 자유한국당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지역 정가는 그의 재선 도전을 의심치 않는다. 이에 대해 김 시장은 “쇼하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일을 하면 시민들이 평가를 해주지 않겠냐”고 답했다.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기울어진 정치 판세는 지역 일꾼을 뽑는데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불황에 시달리던 울산이 민선 6기 동안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중후장대형 산업에서 관광을 비롯한 소프트한 산업으로 파이를 키우기 위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연구개발(R&D) 인프라 확충과 기업 투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매달린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이제 시작이라 안심할 순 없지만, 울산 경제 구조의 체질 개선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내는 것 같다.

▶조선, 차 위주로 된 산업구조를 바꾸겠단 말인가

정확히 말하면 울산의 경쟁력인 조선과 차 산업의 업그레이드다. 이 두 분야는 노동집약성이 높은 곳이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특히 조선 산업 체질 개선에 우선 주력하고 있다. 울산의 위기를 이야기할 때 ‘말뫼의 눈물’을 이야기하는데, 스웨덴 소도시인 말뫼와 울산은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스웨덴이 조선업 불황으로 위기를 겪은 말뫼를 구하기 위해 조선산업을 포기하고 미래 도시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울산이란 도시와 산업 규모상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구조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기술력 수준으로는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주목한 것이 글로벌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략이다.

▶울산판 인더스트리(제조업) 4.0을 말하시나

맞다. 제조업 패러다임 전환을 이야기하는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주도하는 흐름이지만, 울산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자산업 기반이 없는 울산이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면 경쟁력이 있겠나.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더라도 울산 실정에 맞는 적용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3D프린팅 산업 육성이 대표적이다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수많은 부품들부터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이미 제조업 트렌드는 대량생산이 아니라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이를 금형기술로 하면 비용감당도 안되고 경쟁력도 없다. 그런데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단 번에 해결이 된다. 일부 조선 기자재 부품의 경우 3D프린팅으로 만든 것들을 이용해 테스트를 하고 있다.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에게는 아주 멋진 산업이다.

여기에 조선산업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전략인 조선해양인더스트리 4.0s도 있다.

▶시가 내세운 4차 산업혁명 과제를 보면 너무 많은 것 같다

물론 그런 지적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전통산업을 고도화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조선과 차 산업이 어려워진 이후 울산이 할 수 있는 것은 고통을 감내하는 것밖에 없다. 때문에 항상 플랜B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물론 이 또한 지역이 가지고 있는 강점에 기반해야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를 예로 들어보자. UNIST 인근에 울산판 바이오 메디컬 실리콘 밸리를 만들려고 하는데, UNIST는 바이오에 강하다.

또 UNIST는 대학부설로는 세계 최대의 2차 전지 연구소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현재 해수전지를 개발하고 있는데 획기적이다. 공교롭게도 인근에 삼성SDI공장이 있다. 울산판 실리콘 밸리는 미 실리콘밸리에 있는 생명과학이 발달한 UC샌디에고와 손잡고 추진하고 있다. 3D프린팅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지역 연관 산업과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주력 산업으로 육성 중이다.

▶제조업 4.0 전략은 노동력 감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경험에 비춰보면 속단할 수 없다.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 일자리 감소 우려로 러다이트운동(기계 파괴)이 일어났지만 오히려 일자리는 더 늘었다. 2차, 3차 산업혁명을 거쳐서도 마찬가지다. IT 기술 혁명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었나? 역시 더 늘었다. 설령 일자리가 줄더라도 그래도 제조업 4.0 전략은 계속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안하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줄어들더라도 국가 경제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가 돌아가면 세금을 걷고 이를 나줘 줄 수도 있다. 일자리 감소 우려로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지도자가 아니다.

▶별명이 국비 시장인데

예산을 따고 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밖으로 많이 돌아 다녀서 그런 것 같다. 지난 몇 년 동안 울산 경제는 최악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많은 예산은 필수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지금 국가 최고 과제는 일자리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다. 이를 이겨내려면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유치를 해야 한다. 특히 국내 자본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해야 한다. 공무원을 늘리는 방안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은 승수효과가 없어 그 하나로 끝이다. 민간이 투자하면 일자리가 계속 파생돼 만들어질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국내 투자를 늘릴 수 있나

법인세를 내려야 한다. 미국, 일본 등 전 세계가 법인세를 내리고 있다. 일본을 봐라. 지금 일자리가 넘쳐나지 않나. 법인세 내려 기업들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한 결과다. 우리만 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가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일자리를 늘린다고 하는데

기본적 방향에는 공감한다. 솔직히 우리 노동시간은 길다.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욕구가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노사 모두 서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근무 시간은 줄이면서 임금을 그대로 받거나 올리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고용주의 솔선수범도 필요하다.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직원들의 휴가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힘썼다. 나도 개인적인 일이 없어도 휴가를 꼭 썼다.

▶결국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결국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쌓아둔 현금을 쓸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울산에서 현대차가 투자를 안 한 지 꽤 오래 됐다는 말이 있다. 현대차는 기업 환경에 유리한 해외에서만 공장을 자꾸 만든다. 현대차 미 몽고메리 공장의 임금대비 노동 생산성이 보다 더 낫다고 한다. 땅도 파격적인 가격에 분양받았다고 한다. 이런데도 우리는 법인세를 올리고 있다.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략이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있겠나

계획대로 된다면 다음 임기 동안 6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 울산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울산 경제의 전환점은 언제쯤 될 것 같나

금년 하반기로 들어가면 괜찮을 것 같다. 조선업도 최악의 침체기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것 같다.

신사업 때문에 서민 체감형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복지정책이 가장 손쉽고 선거 과정에서 득표 전략으로는 좋다. 하지만 지도자는 미래를 봐야 되지 않나. 이 썩는 줄 모르고 사탕만 계속 먹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울산의 전체 재정 중 복지예산이 30.9%다. 올해부터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제공한다. 다만 티를 안낼 뿐이다.

▶올 지방선거에서 개헌이 화두가 될 것 같다

개헌은 당연히 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서 하는 것은 반대다.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인데 먼저 여야가 충분히 토론을 해 합의를 해야 한다. 지방분권은 법률개정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지방분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재정의 독립성인데 이는 지방교부세법, 국세기본법 등 법률을 고치면 해결되는 부분이 많다.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지방선거 분위기가 현재 불리하지 않나

밝힐 순 없지만 여론조사도 일관적으로 나쁘지 않게 나온다.

▶관광 육성전략은 시 이미지와 잘 매칭이 되지 않는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적폐였다.(웃음) 의외로 태화강 등 울산에 볼거리가 많다. 문화관광해설사 이용이 3배가 늘어나고, 여행사를 통한 방문객 숫자가 3배가 늘어났다. 홍보의 효과도 있겠지만, 입소문이 컸다. 산업도시 울산을 전혀 기대하지 않고 방문했다가 의외의 볼거리들에 감동을 받고 가는 관광객들이 많다. 한때 악취로 고생했던 울산이지만 환경개선 노력들로 이제는 옛일이 됐다.

▶요즘 정치를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

요즘 정치가 너무 각박하다. 국회에 있을 당시 당 대변인은 서로 공격을 했지만, 원내대표 간에는 공격하지 않았다. 협상 창구는 감정의 골을 만들면 안된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공격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것 같다. 협상창구가 막히니 대화가 서로 잘될 리 있겠는가. 당에서 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등 2년 동안 당 협상창구를 맡으면서 뒤로는 비난을 할지언정 공개적으로는 한 번도 안했다.

▶생각하시는 분열 해법이 있다면

상대 때리기에 골몰하고 있는 지금 상태는 국가적 불행이다. 당장은 자기들에게 좋을 순 있겠지만 미래 세대들한테는 뭐라고 말할 것인지… 현재는 정치가 실종된 것 같다. 현재 울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상황은 너무도 불안하다. 환율이 해결되면 유가가 발목잡고 노사문제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계속 과거 이야기만 하고 있다. 미래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재선에 성공하신다면, 꼭 한 가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울산 경제가 재도약해서 대한민국 산업의 수도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50년 먹거리를 만드는 기반이 됐으면 좋겠다. 50년 후에 미래 세대가 평가할 때 그때 그 사람 미래에 대한 안목이 있었구나 하는 평가를 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반구대 암각화를 보전하면서 울산 시민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현 정부의 잘한 것, 못한 것 한 가지를 든다면

취임 초기에 연방제에 준하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밝혀 지방자치를 활성화시키기로 약속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가경제가 너무 어렵고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 아직 이 문제에 관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울산도 지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입장은

원전의 기술적 안전성 여부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평가되어야 하고, 여론이나 투표의 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에너지 대란과 전기요금 폭등 등의 문제를 겪었던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더라도,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안정적인 전력공급원이 될 때까지 국가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고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9호 (2018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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