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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12가지 인생의 법칙` | ‘내 인생을 바꾼 교수’로 뽑힌 멘토의 충고
기사입력 2018.12.04 15: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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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세대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괴짜 교수’가 있다. 1993~1998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를 거쳐,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조던 B 피터슨. 2013년부터 강연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구독자 수는 151만 명, 조회수 7000만 뷰를 넘어섰다. 토론토대 학생들에게 ‘내 인생을 바꾼 교수’로 꼽힐 뿐 아니라, 말 그대로 밀레니얼 세대의 ‘구루’가 된 슈퍼 스타다.

‘혼돈의 해독제’란 부제로 출간된 이 책은 올해 미국 아마존에서만 22주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지켰다. 질의응답 사이트 쿼라(Quora)에 답을 쓰는 취미를 가진 그가 ‘일생에서 누구나 알아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한 40개의 답변 중 12개를 추려 묶어낸 책이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된 것. 12가지 법칙은 사실 뻔한 말처럼 느껴진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같은 보수적인 공자님 말씀을 파괴력 있는 논증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피터슨의 힘이다.

캐나다의 시골에서 태어나 석유 시추공, 목공소 인부, 바텐더 등을 경험하며 자란 그가 특별한 건 “행복이 삶의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고 말하는 냉소적인 심리학자라는 점이다. 심지어 그는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처럼 역경에 맞서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첫 번째 법칙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를 설명하며 그는 바닷가재 이야기를 꺼낸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서로 좋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동물과 같다. 바닷가재는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서열싸움을 벌인다. 싸움에서 패배한 수컷은 뇌의 화학성분이 패배에 길들여져 다시는 싸움에 이길 수 없게 된다. 인간의 뇌도 패배에 취약하다는 면에서 이와 동일하다.

조던 B 피터슨 지음, 강주헌 옮김, 메이븐 펴냄

사랑에 실패하거나 직장을 잃은 인간은 불안함을 느끼고 우울증에 빠지곤 한다. 자연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인간도 취약해졌을 때는 질병에 걸리기 쉽고 강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기 쉽다. 따라서 싸움에서 승리한 바닷가재를 기억해야 한다. 바닷가재는 3억5000만 년 동안 이어져 온 삶의 지혜를 알고 있다. 똑바로 서라! 가슴을 펴고! 반듯하게 서서 생각을 거침없이 말할 때 세로토닌이 신경 회로를 타고 흐를 것이고,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가장 의미 있는 조언은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였다. 성경에서 예수의 죽음은 희생에 관한 원형적인 이야기다. 성경의 숱한 이야기를 통해 그는 ‘카라마조프가 형제들’의 대심문관에 준하는 논증을 이어간다. 기독교가 노예제도를 끝내고 인간의 평등을 설파한 종교라면, 니체와 철학자들은 기독교의 죽음을 알렸다. 그렇다면 자아를 해방시킨 인류가 벌인 일은? 전쟁과 홀로코스트였다. 우리는 악해지려는 천성과의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1984년 냉전시대의 의미 없는 이데올로기 갈등에 허무함을 느낀 저자는 스스로를 구원하는 길을 탐색했다. 불평등하고 고통스러운 삶은 아무리 원망해도 바뀌지 않는다. 그에게 의미 있는 일이란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참혹하던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것이며, 병들고 타락한 역사를 정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편의주의’를 비난한다. 쉬운 길만 택하면 나의 저주를 다른 사람이나 미래의 내가 떠맡게 된다. 그의 첫 책 ‘의미의 지도’가 논증한 것처럼, 삶의 의미를 찾을 때 우리는 심연에서 벗어나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의미야말로 혼돈과 질서의 궁극적인 균형이다.

마지막 계명,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에서는 가슴 아픈 사연을 알게 된다. 그의 딸 미카일라는 7살 무렵, 발이 아파 신발을 신지 못했다. 소아 류머티즘 관절염이었다. 무려 37개의 관절에 문제가 있었다. 성인에게만 처방되는 약으로 상태가 호전됐지만 병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수차례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삶만이 남은 것이다. 가족에게도 삶은 전쟁이었다.

이때 그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그의 집 건너편에 사는 고양이 진저가 이따금씩 그에게 다가와 30초 정도 머물다 갔다. 딸이 병과 싸우던 지옥과 같은 시기, 그가 숨을 돌릴 수 있는 기쁨의 순간이었다.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며 그는 배웠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게 아니라, 바로 그의 한계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그는 실로 오랜 시간 왜 세상이 갈등으로 가득할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이 끔찍한 딜레마에서 해방되는 방법으로 그가 찾은 답은 ‘개인의 향상과 발전’, 그리고 ‘누구나 자발적으로 존재의 부담을 어깨에 짊어지고 영웅의 길을 택하려는 의지’였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 사회와 세계에 대한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우리 모두 진실을 말해야 하고, 황폐해지고 망가진 것을 고쳐야 하며, 낡고 고루한 것을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

마치 짐을 나르는 짐승처럼 하루하루를 견디는 우리에게 영웅이 되라는 주문이라니. 영웅주의가 만연한 북미 지식인다운 조언이었다. 그럼에도 성경의 창세기에서 시작해 신화와 종교학, 문학, 생물학, 심리학을 종횡무진하며 ‘인생의 황금률’을 알려주는 성실함에 설득당하고 만다. 길고양이의 생존조차 어려운 영하 40도 혹한의 땅 캐나다 앨버타에서 자란 성장기까지 듣고 나면, 그가 왜 오디세우스처럼 강철의 멘탈을 갖게 됐는지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그의 딸은 어찌됐냐고? 우연히 만난 물리치료사 덕에 발목 절단 수술을 피했다.
통증을 이겨내고 결혼해 딸을 낳았다. 피터슨은 절절하게 고백한다. “모든 것이 좋다. 지금만큼은.”

[김슬기 매일경제 문화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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