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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까지 중계하는 e스포츠의 세계-올해 글로벌 e스포츠 시장 1조원 달할 듯
기사입력 2018.10.11 11: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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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서울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인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저녁 7시가 다가오자 일을 막 마치고 퇴근한 30~40대 직장인에서부터 10~20대 학생, 외국인까지 수많은 사람들로 넥슨 아레나의 입구가 붐비기 시작했다. 나이도 직업도 인종도 다르지만 이들이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는 같았다. ‘롤’이라고 불리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e스포츠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암 페이스북 게이밍 아레나, 넥슨아레나, 아프리카TV 스튜디오 등 주요 e스포츠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 수는 총 21만1900명으로 2016년 16만6600명 대비 약 30% 증가했다. 2014년 한국서 열렸던 전 세계 롤 최강팀을 가리는 ‘롤드컵’을 보기 위해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엔 4만 명의 관중이 운집하기도 했다.

당시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20만원에 달하는 암표를 구해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가장 비싼 티켓의 정가는 5만5000원에 불과했다. 4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온 올해 롤드컵은 인천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벌써부터 티케팅을 기대하는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승… 경, 호. KT 롤스터. 스멥 팬이에요.”

경기장 입구에서 만난 응우옌 미 찌(24) 씨는 서툰 한국어로 자신이 응원하는 프로게이머의 이름을 발음해보였다. 스멥(Smeb)은 게임단 KT롤스터 송경호 선수의 게임 속 아이디. “한국 여행 오면 꼭 와보고 싶었어요.” 베트남에서 의대에 재학 중인 그녀는 친구와 한국 여행 중에 넥슨 아레나를 방문했다. 이날은 게임단 KT롤스터 대 킹존 드래곤 X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미 찌 씨는 “1년 전부터 직접 롤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경기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베트남에도 e스포츠가 있지만 방송은 이제 막 활성화되는 단계”라며 “베트남에서 롤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 경기를 챙겨본다”고 전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 이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12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취미로 e스포츠를 즐긴다’고 응답한 비율이 45.1%였다. 그리고 이 중 e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에 대해선 ‘방송을 시청한다’는 응답이 75.1%로 ‘e스포츠 종목인 게임을 직접 즐긴다’고 답한 사람(54.5%)보다 많았다. 게임을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장을 찾는 관람객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관련 시장도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2016년 국내 e스포츠 시장은 약 830억원으로 2015년 대비 약 14.9% 상승했다. 전 세계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9억6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021년엔 16억5000만달러(약 1조800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인데 2016년부터 5년간 연평균성장률을 계산하면 약 27%다.



▶귀에 영어해설기 꽂은 외국인 관람객도

게임을 직접 하는 걸 넘어서 경기장을 찾아와 볼 정도라면 대부분 미 찌 씨처럼 20대 혹은 10대 학생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30~40대 관람객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엔 외국인도 있었다. 호주에서 온 마흔세 살의 트로이 엘리스 씨는 이날 한국인 아내와 함께 경기장을 방문했다. 자신을 ‘스타크래프트’와 ‘도타2’를 즐기는 ‘올드게이머’라고 소개한 그는 “엊그제 처음 롤 대회를 보고 흥미를 느껴서 경기장을 찾았다”며 “티켓가격도 싸고 여가시간으로 즐기기 좋은 활동인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롤 경기 티켓 가격은 좌석별로 4000원, 2000원, 1000원이다. 외국인이 관람석에서만 발견되는 건 아니었다. 무대 한편엔 외국인 해설자 두 명이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착용한 채 열띤 목소리로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다. 경기장을 찾는 외국인이 많다 보니 대회를 주관하는 게임사와 방송사는 이들을 위한 중계환경까지 마련했다.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 경기를 보기 위해 찾은 관중들



▶“재능 있고 하고 싶다면 시켜줘야죠”

오후 8시,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자 1·2층 객석이 꽉 들어찼다. 기자의 옆 좌석엔 퇴근 후 경기장을 찾은 직장인 두 명이 나란히 앉았다. 강남 인근에 위치한 회사서 함께 일하는 김범수(40) 씨와 이강(29) 씨는 평소 사내 게임 동호회에서 롤을 즐겨 왔고 “말 나온 김에 오늘 가보자”고 해 경기장을 찾았다고 전했다. 김범수 씨는 자신을 스타세대라고 소개했다. 1998년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한국에 출시된 뒤 너도나도 PC방으로 달려갔던 ‘스타 붐’에 동참했던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그는 스타크래프트 방송은 2000년 초부터 봤고 롤은 2013년부터 봤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영수(34) 씨와 김숙희(34) 씨도 회사 점심시간에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롤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돼 경기장을 찾았다고 전했다. 관람객들 중 비교적 나이가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e스포츠를 산업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김숙희 씨는 “게임은 중독자를 양산하고 e스포츠는 도박이라고 생각하는 건 옛날 사고방식 같다”며 “프로게이머를 직업이라고 말하고 이렇게 많은 관객이 몰린다. 이젠 진짜 스포츠가 되고 하나의 문화가 됐다”는 생각을 전했다. 자식이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엔 “페이커(프로게이머 이상혁 선수의 아이디)가 30억원을 번다. 적성에 맞다는 생각이 들면 당연히 밀어주죠. 운동선수 수명을 생각하면 어렸을 때부터 밀어줘야죠”라고 답했다. 이 씨 역시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직접 경기장에 와보면 생각이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팀 SKT T1의 프로게이머 이상혁이 연봉과 부대수입을 합해 연간 40억원 이상 벌어들인다는 것은 업계에 퍼진 공공연한 비밀이다. 프로야구 최고연봉자인 이대호 선수의 연봉은 25억원이다. 앞서 언급한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프로게이머 평균 연봉은 9770만원으로 2016년 대비 52.5% 증가했다.

프로스포츠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캐스터와 해설자다. 이날 경기의 중계를 맡은 성승헌 캐스터는 이날도 화장실에 다녀오는 시간을 빼놓고는 한시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 시원시원한 함성과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그는 팬들 사이에서 ‘성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12년을 e스포츠 중계에 몸담아 온 그는 “이젠 e스포츠는 거스를 수 없는 문화적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예전엔 인기가 저조한 팀이 경기를 하면 관객들이 많이 없었어요. 대부분 ‘팬심’으로 경기장을 찾았으니까요. 근데 요새는 ‘그냥 놀러’ 오셨대요. 일반인 관람객들이 많이 는 거죠.”

그는 한두 번의 큰 계기만 있으면 보수적 시선들과의 거리감을 확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4년 만에 다시 올해 한국서 개최될 롤드컵과 e스포츠가 최초로 국제대회 종목으로 채택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그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아시안게임 e스포츠가 역사상 최초로 지상파 방송 3사에 의해 생중계된 일은 달라진 e스포츠의 위상을 증명하는 동시에 e스포츠가 대중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아시안게임 넘어 올림픽도?

올해 아시안게임에선 시범종목이었지만 2022년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이미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특히 e스포츠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서 열리는 만큼 올해 아시안게임보다 경기장, 방송 등의 환경은 훨씬 나아질 전망이다.


또한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을 넘어 올림픽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IOC는 지난 7월 e스포츠 관계자들을 초청해 스위스 로잔에서 ‘e스포츠 포럼’을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향후 e스포츠의 정식종목 채택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조직을 꾸리기로 결정했다. 다만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난 4일 “폭력과 차별을 조장하는 게임을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해 난항이 예상된다.

[이석희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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