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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폐지 협박 ‘테슬라’ vs 상장 서두르는 ‘애스턴 마틴’ 英·美 자동차株, 투자자라면 어디 베팅할까
기사입력 2018.10.11 11: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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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한 달간 미국과 영국에서는 공교롭게도 자동차회사 주식이 증시를 핫하게 달궜다. 미국 테슬라와 영국 애스턴 마틴이 그 주인공. 지금 당장 수중에 2억원이 생긴다면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X’를 사고 싶은 사람과 애스턴 마틴의 클래식한 ‘밴티지’를 사고 싶은 사람은 분명 다른 사람들일 것이다. 차값이 비슷하다고 취향이 같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 두 회사가 만드는 차만큼이나 이들 회사 주식도 판이하게 다르다.

애스턴 마틴 뉴 밴티지



▶상폐도 꽃놀이패? 기술주 테슬라

우선 나스닥의 ‘말썽주’ 테슬라. 9월 들어 주당 300달러 아래서 헤매고 있는 테슬라는 지난 2010년 19.20달러에 상장한 완전 전기차 회사다. 테슬라 주가는 한때 400달러가 넘어가면서 상장한 지 10년도 안 돼 주가가 무려 20배나 폭등하기도 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테슬라 상장’이라는 금융용어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다. 적자기업 테슬라에도 상장을 허용해준 나스닥을 본떠 코스닥에서도 상장 기준을 완화해 주면서 생겨난 용어다. 그만큼 투자자와 창업가들에게 상장에 대한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준 셈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상장 이래 지금까지 항상 적정 주가 논란에 시달려 왔다. 매년 적자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의 주식이 과연 주당 몇 백달러씩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 심지어 이 회사 채권은 1달러가 안 되는 경우도 파다하다. 곧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에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하는 세력도 그득하다. 어차피 적자기업인데도 매분기 매출 증대 압박에 시달리고 실적발표 때마다 연구개발비를 허투루 쓰는 게 아니냐는 월가 애널리스트·투자자들의 분노에 부딪혀 왔다.

때문에 지난 8월초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테슬라 홈페이지 블로그에 “2년 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테슬라 비상장 전환 문제를 논의했다”는 트윗을 올리면서 전격 상장폐지 의사를 밝힌 것. 주가는 하루에 20%씩 하락하면서 난리가 났다. 상장폐지를 하려면 지금 시장에 유통 중인 주식을 다 사들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계산한 트위터 비상장 비용만 해도 최소 700억달러(약 80조원)에 달한다. 머스크 CEO는 이 자금을 사우디 국부펀드가 대줄 것처럼 말했지만 지금 머스크는 상장폐지는커녕 미공개정보 활용으로 미국 금융당국 SEC의 조사만 받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자들로부터 줄소송까지 당한 상태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사면초가다. 당장 부족한 자금을 시장에서 수혈받으려면 신규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해야 하는데 채권가격은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진 상태다. 테슬라의 2025년 만기 회사채 가격은 1달러도 안 된다. 신규 주식발행도 만만치 않다. 주가가 오르면 상장폐지가 어렵고 주가가 하락하면 신주발행은 더 어렵다. 같은 금액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주식을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어려운데 주식은 인기 있는 이유는 이 회사 주식이 단순한 자동차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우주여행까지 꿈꾸는 기술주다. 아마존도 만년 적자였지만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섰듯 테슬라도 언젠가 대박이 오리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하다 못해 상장 폐지를 한다 하더라도 기존 주주의 3분의 2는 주식을 안 팔고 갖고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올 정도다.

테슬라 모델 X



▶런던증시의 신흥 럭셔리주 애스턴 마틴

랜드로버, 재규어 등 영국의 자동차 회사는 100년이 넘는 기업들이다. 그러나 산업화시대에 도요타가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가 되고 독일·일본·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이머징마켓에서 대량생산을 시작하면서 영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빛을 잃었다.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인도에 팔려 나가면서 영국 런던증시(LSE)에서도 상장 폐지됐다.

그런데 이 와중에 런던증시에 새로 상장하겠다고 나선 자동차회사가 있다. 그게 바로 007 제임스 본드가 타는 차 ‘본드카’로 유명한 애스턴 마틴이다. 애스턴 마틴의 앤디 파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부터 틈만 나면 상장의지를 밝혀 왔으나 지난 9월 초 처음으로 ‘연내 상장’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 화제가 됐다.

애스턴 마틴이 상장에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은 테슬라와는 정반대의 탄탄한 실적 덕분이다. 애스턴 마틴도 물론 어두운 과거가 있다. 과거 7번이나 파산을 선고했던 애스턴 마틴은 지난해부터 7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만도 매출이 8%나 늘어났고 3종 스포츠가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올해는 6000대 이상 차를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등 신흥 아시아의 부호들이 애스턴 마틴을 사려고 몇 달씩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한 해 1000만 대 이상씩 차를 찍어내는 도요타, 폭스바겐 등에 몸집을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증시에 상장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애스턴 마틴은 상장예비심사청구서에서 상장 후 기업 가치(시가총액)가 50억파운드는 된다고 봤다. 이는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이 2억5000만파운드는 된다고 계산한 것이다. 시총이 EBITDA의 25배면 럭셔리 회사 수준이다.

프랑스 명품업체 에르메스가 EBITDA 24배에 거래되고 이탈리아 스포츠카 페라리도 18배 남짓이다. 특히 이 정도 시총이면 런던 증시의 벤치마크인 FTSE100지수에도 편입될 수 있을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셈법은 그러나 조금 다를 것이다. 애스턴 마틴이 기업공개하는 주식은 전체 주식의 25% 정도다.

구주매출이 일어나면 기존 주주들은 대박이지만 럭셔리 주식의 특성상 매출이 급상승하기는 어렵다.
잔잔한 성장률의 럭셔리주가 고성장 IT주만큼이나 주가상승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리라는 예상이다. 본드카를 만드는 애스턴 마틴이 ‘본드(Bond·금융시장에서는 채권이라는 의미)’ 대신 ‘에쿼티(Equity·주식)’를 팔겠다고 나서면서 런던 증시는 한껏 달아올랐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혁신기업 ‘테슬라’의 구주를 사들일지, 올드한 자동차업계의 ‘애스턴 마틴’ 신주를 사들일지는 온전히 투자자의 취향 문제다. 모델X를 타느냐 밴티지를 타느냐가 취향의 문제인 것처럼.

[한예경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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