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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 위에 건물주, 수난시대 예고- 文정부 토지공개념 실체화 선언 속 ‘부자’ 대명사 건물주가 정부 ‘타깃’으로
기사입력 2018.10.11 1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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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금싸라기 땅’으로 통하는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매일경제 기획취재팀이 지난해 초 가로수길 양측 블록에 위치한 134개 건물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한 결과, 중소형 빌딩으로 부를 세습하는 대한민국 금수저들의 자산 증식 패턴이 한눈에 들어왔다. 법인을 제외한 개인 소유 상업용 건물 134개 소유자 가운데 상속 또는 증여로 소유권을 취득한 곳이 35%인 47곳에 달했다.

일반인들이 꿈도 꾸기 힘든 수백억원대 빌딩을 두 곳 이상 소유한 소위 ‘빌딩 거부’도 5명이나 확인됐다. 만 19세 청년이 수십억원대 빌딩 지분을 증여받아 사회초년생 월급을 뛰어넘는 월 500만원대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는 사례도 확인됐다. 어느 정도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강남에 빌딩 하나 갖고 인생을 편하고 살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부러움 반, 냉소 반이 섞인 사회적 인식을 신랄하게 보여준 셈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8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국내 부자들 중 85%는 빌딩, 상가와 같은 투자용 부동산을 보유한 ‘건물주’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건물주’들의 수난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

국회에서 여야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 기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도록 합의하면서부터다. 아울러 참여정부 때 도입이 결정된 후 12년째 잠들어 있는 상가와 업무용 빌딩 등 소위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 공시 추진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임대료 인상을 차단하고 대폭 세금을 올려 ‘부동산 불로소득’을 완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이런 전방위적 공세 뒤에는 결국 노동소득을 감퇴시키는 부동산 초과자산 소득을 회수해 노동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토지공개념’이 배경이다. 풍족한 자산가의 대명사가 된 빌딩주·건물주들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임차인의 계약청구 기한 연장이다.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상요구와 임차인들 간의 갈등은 해묵은 스토리지만 이번엔 임대료 갈등으로 흉기까지 휘두른 이른바 ‘궁중족발’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2년 전 서울 종로구 서촌의 한 빌딩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던 김 모 씨가 지난 6월 7일 강남구 압구정로 거리에서 건물주 이 모(60) 씨에게 망치를 휘둘러 부상을 입힌 사건이다.

김 씨는 2016년부터 종로구 서촌의 궁중족발 건물 임대료 문제로 이 씨와 갈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5월 영업을 시작한 김 씨는 개점 당시 보증금 3000만원에 월 임대료 263만원,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는 상가임대차 계약을 했다. 이후 2015년 5월 임대료가 297만원으로 한 차례 오를 때까지만 해도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건물을 인수한 이 씨가 건물 리모델링 명목으로 일시적 퇴거를 요구하면서 공사 이후 재계약 조건으로 보증금 1억원·월 임대료 1200만원을 제시하면서 충돌이 시작됐다. 이 사건으로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김 씨는 임차 기간이 5년이 넘은 탓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하는 계약갱신 요구권이 없었다.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폭증한 임대료를 내지 않고도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임대 계약이 7년이나 경과됐기 때문이다. 현재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기간은 5년만 보장돼 궁중족발과 같이 5년이 넘은 가게들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회동을 마친 후 상가임대차보호법, 규제개혁법 등을 9월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법개정으로 한꺼번에 건물주 임대료 올리면

자영업자 오히려 피해볼 수도

법무부는 지난해 7월에 상가임대차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상한 인하, 환산보증금 한도 높여 상가임대차 90% 이상 보호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가 개정안 마련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임대료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여야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 기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도록 합의했다. 그러나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임대인에 대한 조세특례법안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패키지’로 처리할 것을 주장하면서 여야 합의가 틀어졌다.

한국당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인한 임대인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 측에서는 우선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 뒤 조세특례법안은 11월 국회에서 처리하자며, 한국당이 합의할 경우 연장기간을 10년에서 8년으로 축소하는 방안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 시행이 미뤄지긴 했지만 언제든 여·야합의가 예상돼 앞으로 임대차 갱신청구권이 10년으로 늘어나는 건 시간문제다. 결국 빌딩주·건물주들은 최소 10년은 임대료 인상이 불가능해진다. 개정안에는 계약갱신 연장 외에도 권리금 회수 보호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재래시장을 권리금 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도 있다.

업종이나 실물경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장사를 시작한 지 3~4년 정도 돼야 자리를 잡는다. 보장 기간이 5년이 아닌 10년으로 늘어나면, 소상공인이 더욱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는 셈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 5년마다 메뚜기처럼 자리를 뜨거나 다 키워놓은 상가를 프랜차이즈 기업 임차인에게 빼앗기던 부작용이 방지돼 자영업자·소상공인 입장에선 반길 만한 정책”이라며 “건물주 입장에서도 안정적 상권형성에 따라 일부 지역에선 상권가치가 상승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임대료 급등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는 계약 보장기간만 담긴 게 아니다. 연 5% 임대료 인상이 제한된다. 이번 개정을 통해 5년간 제한된 임대료 인상이 10년으로 늘어나면 임대인들이 제도 시행에 앞서 임대료를 대폭 늘릴 유인이 생긴다. 아울러 정부가 환산보증금을 최소 30~50% 인상하기로 하면서 상가 임대차보호법 대상도 늘어날 전망이라 계약갱신청구 기한 연장과 함께 이런 흐름을 재촉할 가능성이 있다.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주택 임대차 계약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을 때 전셋값은 그해에 17.5%, 이듬해에는 4개월간 20.2% 뛰는 등 평균 16.8% 폭등한 바 있다. 반론도 있다. 위 사례는 1989년 전후 약 5년 동안 땅값과 집값이 임차료와 함께 오르던 시기여서 기간 연장으로 인한 효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윤섭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국회 토론회에서 이처럼 지적하면서 “2003년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으로 기간 보호 5년이 생겼을 때 상가 임차료가 폭등한 실증례는 없었고, 2013년 환산보증금 초과 임대차에 5년 갱신권을 부여했지만 이때도 부작용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건물주에게 무조건 불리한 법개정만 있는 건 아니다. 정부는 부동산 임대수입 7500만원 이하 상가 임대업자가 동일한 세입자에게 5년 초과해 임대하면서 임대료 인상을 최소화하면 소득세와 법인세 5%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임대료 인상을 최소화한다는 조건은 법정 상한 5%보다 낮은 연 3% 이내를 말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부동산 임대소득자 개인 90만 명 가운데 약 74만8000명(83%) 정도가 수혜 대상이고 법인은 1만8000개 중 4000개(22%) 정도이다.

대기업 대리점이나 대형 프랜차이즈는 법 취지와 맞지 않다면서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울러 참여정부 때 도입이 결정됐으나 12년째 ‘준비 중’인 상가와 업무용 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가 이번 정권에서 이미 예고된 상황이다. 현재 상가나 오피스 빌딩, 호텔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은 별도의 공시가격이 없다. 토지와 건물 각각에 대한 과표를 산정해 합산하는 식인데 건물이 위치한 토지는 국토부 개별공시지가를, 건물은 각 지자체에서 산정한 시가표준액을 활용한다.



▶정부, 건물분 종부세 부과 위해

빌딩 등 비주거 부동산 공시가격 도입 예고

공시지가와 시가표준액은 대개 시세의 절반 수준이다 보니 보유세를 제대로 책정할 수 없는 구조다. 이마저도 종합부동산세는 토지분에만 부과되고, 토지분 종부세의 과표기준이 공시지가 80억원 이상이어서 160억원이 넘는 비주거용 부동산을 갖고 있어도 종부세 부담이 없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에 대한 종부세를 대폭 강화한 만큼 상가·빌딩에 대한 종부세 부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민심 이반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2005년부터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서도 공시가격을 도입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공시가격을 토대로 세금이 매겨지는 토지와 주택의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오피스 빌딩 등에 대한 가격공시의 필요성이 거론됐으나 이는 보유세 등 세금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부담 때문에 도입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르면 올해 말 정부의 가격공시 준비 작업이 일단락돼 내년에는 정책적인 결정만 있으면 언제라도 시행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2015년부터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감정원과 조세연구원, 지방세연구원 등을 통해 연구용역을 해왔다.

지금까지 1·2차 과제로 상가와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공시 방안이 검토됐고 6~7월 공장과 창고 등 산업용 부동산 가격공시를 연구 중이다.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과열로 난리통이 발생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9·13 부동산종합대책이 제대로 약발을 발휘한다면 다음 정책실행 1순위 리스트에 올라 있다. 현재 과세 체계에서 상가와 오피스 등 비주거용 부동산은 과세표준이 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정해져 주택이나 토지에 비해 세금을 덜 낸다는 조세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또 같은 건물이라도 국세인 상속세는 국세청 기준시가를 적용하고 지방세인 재산세는 행정자치부 시가표준액에 따라 부과돼 과표 기준이 달라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토지나 주택처럼 가격공시가 이뤄지면 세금이 오를 수밖에 없어 참여정부인 2005년 첫 도입 방침이 발표됐으나 지금껏 미뤄져 왔다.

내년 이후 가격공시가 이뤄질지는 국토부보다는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이 종합적인 판단하에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보유세 인상과 관련한 방침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았다.

증세 자체가 워낙 민감한 문제인 데다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최근 집값 과열에 따라 국민적 비난여론이 커지면서 주택뿐 아니라 서민·중산층들이 임대료를 내면서 힘들게 가꾼 터전을 건물주들이 모두 앗아가고 있다는 진보층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는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친 후 도입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정책은 조세저항을 감안해 장기적인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당장 몇 퍼센트 세금을 올린다는 식이 아니라 정책적인 무리 없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에서 천천히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용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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