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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걷기 프로젝트] 부산 해운대 동해남부선 철길-트렌디한 달맞이길 아래 오롯한 오솔길
기사입력 2018.07.12 11: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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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달맞이 고개 아래 미포마을에 들어서니 바다를 끼고 선 오롯한 철길이 이채로웠다. 그리고 그 철길 위에서 두 팔 벌려 중심 잡는 이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예나 지금이나 철길 위의 그 포즈는 여전했다.

“여기서 송정해수욕장까지 기차 타고 바다 구경한 게 엊그제 같은 데 시간이 벌써… 정말 훌쩍 흘렀네요.”

아직 중심잡기가 서툰 딸아이가 혼자 선로에 오르자 연신 셔터를 눌러대던 초보 엄마는 내심 그때가 그리웠다. 그러니까 아이가 태어나기 전, 콩닥거리는 가슴 안고 기차에 앉아 이제는 아이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차창 너머 먼 바다를 바라보던 그때가.

“이 길을 걷다 보면 부산이 참 많이 발전했구나 싶어. 철길은 옛날 흑백사진인데, 반대쪽 해운대는 컬러사진이야. 완전히 신세계가 됐어.”

인생은 육십부터라며 이제 겨우 7살 됐다는 할아버지는 앨범 한쪽의 흑백사진 속 탄탄했던 그때가 그리웠다. 젊은 시절 청사포 앞바다에서 허리에 손을 올리고 활짝 웃던 그때가.

“걷기 좋은 길이 있다고 해서 와봤어요. 부산 앞바다가 이 정도로 멋질 줄은 몰랐네요. 게다가 여긴 분위기 좋은 카페도 많아서 굉장히 트렌디한 것 같아요.”

첫 연애에 제대로 홈런 치고 싶은 22살 부산 사나이는 어떻게든 상대방의 마음에 들고 싶어 안달이 났다. 휴대폰 카메라로 연신 여자친구의 모습을 담는 품이 이보다 즐거울 수가 없다. 홈런보다 어렵다는 2루타 치고 나간 이대호의 표정이 저렇지 않았을까.



오랜만에 부산 바다를 마주하고 섰다. 해운대 백사장을 눈에 담고 달맞이 고개 옆길, 미포마을로 들어서자 두 개의 선로가 선명한 철길이 눈에 들어왔다. ‘동해남부선’이라 이름 붙은 이 길은 1934년 7월 15일 개통돼 부산과 경주를 이어주던 철도선이다. 그 철도 중 좌동과 송정역에 이르는 구간이 바다를 끼고 도는데, 당시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임해철도선이었다. 그렇게 개통 당시부터 아름다운 풍경으로 이름 날렸던 이 낭만적인 구간이 2013년 12월 2일 열차 운행을 멈추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우동에서 기장에 이르는 구간의 복선화가 완료되면서 더 이상이 열차를 운행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해운대 미포, 청사포, 구덕포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이 구간은 이제 기차 대신 두발로 걸어 다닌다. 그럼에도 길은 옛길 그대로다.

올해 7살 된 할아버지의 말처럼 흑백사진 속 한 장면이 연상되는 철길엔 그립고 즐겁고 설레고 행복한 이들이 저마다의 포즈를 뽐내며 선로 위에 오른다. 하기 싫다고 찡그리던 이나 너무 똑같다고 짜증내던 이도 선로 위에 오르면 뭐에 홀린 건지 표정이 활짝 핀다. 이쯤 되면 마법의 길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천천히 걸으며 사색하는 길

선로 위를 걷는 길은 속도가 더디다. 울퉁불퉁한 자갈이 깔려 있기도 하지만 철길 사이를 채운 나무판에 보폭을 맞춰 걷자니 여간해선 속도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

선로와 나무 위를 오르내리다 자갈 위를 걷다 보면 ‘드륵’ ‘버석’대며 신발 모서리에 부딪치는 소리가 싫지 않다. 이즈음 뒤를 돌아보면 철길 왼편으로 펼쳐진 해운대와 마천루, 저 멀리 광안대교까지 이어지는 도심구간이 새롭다. 새롭다는 건 그러니까 시간이 멈춘 듯 신기루 같다고나 할까.

사실 미포마을에서 새터마을, 청사포마을과 구덕포마을, 송정마을(구 송정역)로 이어지는 철길은 산책로에 들어선 후 약 500~600m 구간만 걷는 이들로 북적일 뿐, 나머지 구간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그래서인지 간혹 마주치는 이들 중 몇몇 홀로 걷는 이들은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혼자 중얼대며 걸어온다. 그 모습이 이상하다 싶다가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나랑 대화하겠어’라고 생각해보면 언제부터 그랬는지 혼자서 중얼대며 걷고 있다.

바다 옆을 걷는 길은 지루하지 않다. 한여름 내리쬐는 햇볕도 차가운 바닷바람 앞에선 제 기운을 잃는다. 달맞이고개 아래에는 유선형 아치가 고풍스런 터널이 자리했고, 휘돌아 나가는 구간에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면 부서지는 파도가 새하얗게 퍼져 나간다.

구 송정역에 이르기 전 도착하게 되는 청사포는 해운대 12경 중 하나다. 한류와 난류가 섞이는 동해의 남쪽 끝, 남해의 동쪽 끝에 있어 물고기가 풍부하고 질 좋은 횟감이 많이 잡히는데, 잠시 들러 숨을 고르며 해마루와 망부송을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새벽과 저녁 무렵에는 수려한 해안경관을 수놓는 일출과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청사포를 지나 송정으로 넘어가는 길 중간엔 ‘하늘전망대’도 자리하고 있다. 해수면에서 20m 높이, 바다 쪽 70m 길이로, 청사포 마을의 수호신이라는 푸른 용(龍)을 형상화했다.

청사포를 지나 구덕포에 이르면 철길과 맞닿은 키 작은 집이 달맞이언덕 끝자락에 조성된 주상복합아파트와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강렬하게 대비된다. 그 모습이 생경해 고개 돌려 다시 올려다보니 철길에서 이어진 세월의 더께가 정겹다. 이 정겨움은 길이 마무리되는 구 송정역까지 이어진다. 송정해수욕장 뒤편에 자리한 구 송정역 주변은 울긋불긋 크고 작은 호텔과 제각각 세련된 카페들로 그득하다. 고즈넉한 과거와 북적이는 현재가 공존하는 그곳, 역사 내부에선 때때로 작은 사진전과 회화전이 열리곤 한다. 어쩌면 여기까지 걸어 왔으니 잠시 차분히 숨 고르고 가라는 배려인 것처럼….



해운대 달맞이언덕 문탠로드 & 동해남부선 부산 해운대에서 유명한 산책로는 문탠로드다. 동해남부선 철길이 요즘 뜬 명소라면 이곳은 꽤 오래전부터 명성을 이어온 ‘핫플레이스’였다.
2008년 해운대구청이 달맞이언덕의 능선을 따라 만든 이 길은 ‘선탠(Suntan)’이란 단어에 영감을 얻어 ‘문(Moon)탠’이라 이름 붙였다. 달빛 가온길(0.4㎞)~달빛 바투길(0.7㎞)~달빛 함께 길(0.5㎞)~달빛 만남 길(0.5㎞) 등 약 2.2㎞ 구간이 이어지는데, 소나무 향 그득한 길이 정겹다. 이에 반해 고즈넉한 철길인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9.8㎞ 전 구간은 시민공원으로 조성됐다.



◆ 해운대 추천 관광코스

▷· One Day Trip

해운대관광안내소→해수욕장 해변거리→동백섬→황옥공주상→동백공원 산책로→최치원 동상→누리마루 APEC하우스

▷· Two Day Trip

영화의 전당→벡스코→부산시립미술관→올림픽공원→요트경기장→영화의거리→동백섬→누리마루 APEC하우스→최치원 동상→SEA LIFE 부산아쿠아리움→미포선착장→달맞이고개→해월정→해월정사→해운대 온천→해운정사→송정해수욕장→죽도공원(송일정)→해동용궁사→대변항→장안사

▷해운대 택시투어 (등대콜 관광택시)

· 코스1(해운대 방면)

해운대→부산시립미술관→달맞이고개 갤러리→청사포→해운대

(이용요금 3시간 6만원, 4시간 7만원)

· 코스2(야경 관광)

동백섬 산책로→문탠로드 산책→송정해수욕장→송정 죽도공원

(이용요금 1시간 2만원, 5시간 8만원)

[부산=글·사진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4호 (2018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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