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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명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미·중 무역전쟁 이어 무력시위까지 살벌했던 냉전시대로 되돌아가나
기사입력 2018.07.12 10: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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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대결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미·북 정상회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사이에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경쟁과 대치가 더욱 삼엄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벌어졌던 미·소 냉전이 2000년대 들어 미·중 냉전으로 변모한 형국이다. 지금까지는 무역전쟁이 미·중 대결의 본질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양상은 무역전쟁으로 불리는 미·중 양국의 통상압박이 주가 아니라 군사적 대결이 주를 이루고 있다. 6월 초 미군의 B-52 전략폭격기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주변을 비행했다. 당시 미군은 B-52 2대가 디에고 가르시아 공군기지를 출발해 남중국해를 선회 비행하고 복귀했다고 밝혔다.

스프래틀리 군도는 중국과 주변국들이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지역이다. B-52 전략폭격기는 미군 핵 전력의 핵심이다. 길이 49m, 너비 56m, 무게 221t인 초대형 폭격기로 31톤의 폭탄을 싣고 웬만한 도시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전력이다. 따라서 B-52 전략폭격기가 남중국해 인근에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심기를 충분히 자극할 수 있다. 당연히 중국이 발끈했다. 중국은 곧바로 남중국해 인공섬에 지대공 미사일과 대함미사일 등을 배치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B-52를 남중국해에 파견하는 것은 군사적 대결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중국은 어떤 군함이나 전투기에도 겁을 먹지 않으며, 모든 필요한 조치를 통해 주권과 안전을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맞서 미국이 ‘자유의 항행’ 작전을 강행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타이완 해협 일대에 미군 항공모함 전개를 진지하게 검토했다. 미군 항공모함이 타이완 해협을 운항한 것은 지난 2007년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이 마지막이다. 중국이 강력 비난했지만 미국은 중국이 최근 타이완 해협 주변에서 군용기와 군함 등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군 지도부의 가시 돋친 ‘설전’도 만만치 않다. 케네스 맥킨지 미군 합동참모본부 중장은 “미군은 서태평양의 작은 섬들을 점령한 많은 경험이 있다”며 “남중국해 인공섬 폭파 역량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극단적인 발언에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미국은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치지 말기를 바란다”고 비난했다.

미국 B-52 폭격기



▶미국, 6월부터 태평양사령부 공식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변경

미군은 6월부터 미군 태평양사령부 공식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변경했다. 군 자산을 추가하거나 재배치하는 것 없이 단지 이름만 바꾼 것이기는 하지만 태평양사령부의 활동 목적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을 보호한다는 것인 반면,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역할은 중국을 견제한다는 임무를 내포하고 있다.

미·중 군사적 대치는 최근 스파이 및 해킹 시도로 이어져 양국 관계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국 정부 해커가 미 해군 컴퓨터를 해킹해 비밀정보를 빼갔다고 보도했다. 탈취된 정보는 2020년부터 미 해군 소속 잠수함이 사용할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 개발 계획으로 용량이 614GB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킹된 정보에는 잠수함용 신호, 탐지 정보와 암호체계, 해군 전자전 도서관 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와 관련해 중국 보안부 소속 요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6월 초에는 미국 국방정보국(DIA)에 근무했던 론 록웰 한센이 시애틀 공항에서 중국으로 가려다 FBI에 체포됐다. 미국 검찰 조사에 따르면 한센은 수십만 달러를 받고 중국에 국방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센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회의에 참석한다는 명분으로 중국을 수차례 방문해 정보를 넘겼으며 이번 중국행에도 미군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에는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제리 춘 싱 리가 중국에 국방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미·중 관계를 극단적으로 몰고 갈 만한 사건이 최근에 또 하나 발생했다.

중국 광저우 주재 미국 영사관 직원들이 일제히 청각 이상 증상을 호소하며 미국으로 후송된 사건이다. 미국 국무부는 해당 직원들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동시에 중국 전역의 대사관, 영사관 직원들에게 건강 주의보를 발령했다. 청각 이상의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이 쿠바와의 수교 이후 쿠바의 음파공격으로 미국 영사관 직원들이 뇌손상 등의 치명적 피해를 입은 적이 있기 때문에 단순한 사건으로 넘기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와중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미·중 무역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양국 대표들은 6월 2일부터 베이징에서 만나 무역 적자와 관세부과 문제를 논의했으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철회하지 않자 중국은 미국산 제품의 구매 확대와 추가 수입을 거부했다. 관세 전쟁도 다시 불이 붙었다. 이 정도면 통상압박의 보조 수단으로 군사적 압박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대결을 돕는 수단으로 통상압박을 활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군사적 대결에 통상압박이 더해지고 외교적 압박도 더해졌다.

미국은 지난 6월 4일 중국 톈안먼 민주화 운동 29주년을 맞아 성명을 내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다. 통상 국무부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는 데 반해 이번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직접 성명을 내고 “당시 중국 정부의 진압으로 인한 희생자와 구금자, 실종자 등을 모두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사망한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2010년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을 언급하며, ‘6월 4일의 영령들은 아직 영면에 들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또 6월 12일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 신청사 준공식에 국무부 차관보를 참석시킴으로써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는 중국 정부를 자극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6월 14일 중국을 찾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미국은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주요 2개국(G2)의 ‘강대강’ 대결 국면을 바라보는 국제사회는 불안하기만 하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유럽 주요국들이 잇따라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역시 외교적 스탠스를 더욱더 신중히 해야 할 시기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4호 (2018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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