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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혁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세계경제를 패닉으로 몰아넣는 무역 보호주의 美·中 무역전쟁, 치킨게임의 끝은?
기사입력 2018.07.12 10: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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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글로벌 무역전쟁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시작했다.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바로 잡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명분이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수긍하는 교역 상대국은 없다. 미국발 관세폭탄을 맞은 상대국은 바로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세계경제가 보호무역주의 수렁으로 깊게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백악관은 6월 15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백악관, 상무부, 재무부, 미 무역대표부(USTR) 고위 관료들의 90분간 회의를 거쳐 이뤄졌다. 7월 6일부터 발효될 관세부과는 2단계로 진행되는데 340억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관세가 1차 부과되며 160억달러에 달하는 284개 품목에 대해서는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관세를 적용할 방침이다.

미국의 관세폭탄은 중국 당국이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적극 육성하고 있는 첨단기술 제품들을 겨냥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겠다는 포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 성명을 통해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 때문에 우리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잃는 걸 참을 수 없다. 중국산 기술제품들이 미국과 다른 많은 국가의 성장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관세는 본질적으로 미국 기술과 지식재산의 불공정한 이전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발 관세폭탄을 맞게 된 중국은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중국 상무부는 6월 15일 미국의 관세 부과 방침 발표 직후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신에게도 이롭지 않은 미국의 근시안적인 행위에 맞서 어쩔 수 없이 강력한 반격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양국이 이전에 달성한 모든 경제 무역의 성과는 무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 무역협상의 합의사항이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현재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협력을 통해 양국이 서로 윈윈하거나 대립을 통해 모두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보복관세에 대해 추가관세로 맞대응한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겨냥한 관세조치나 비관세 장벽을 꺼내든다면 추가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주요 2개국’(G2) 무역 갈등이 더욱 증폭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로 불거진 무역전쟁에 승자는 없다. 양쪽 모두 패자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으로 촉발된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상대국의 보복을 낳고 글로벌 공급 체인을 와해시켜 세계 경제 회복에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도 미국을 향해 칼을 뽑아들었다. EU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위스키, 오토바이, 청바지 등의 미 주력 품목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AFP통신은 EU집행위원회의 소식통을 인용해 EU 회원국이 미 관세 부과에 맞서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에 만장일치로 지지했다고 전했다. EU는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EU, 캐나다, 멕시코 등이 생산한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이후 보복 관세를 매길 품목을 작성해 왔다. EU는 28억유로(약 3조53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하기도 했다.

카를 브라우너 WTO 사무차장은 “미국이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관세는 WTO 규칙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역전쟁은 자동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행동에 반응할 때만 생기고 이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브라우너 사무차장의 말대로 미국발 무역전쟁은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점차 확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은 대중 통상압박의 수위를 높이기 위해 중국 기업들의 대미투자에 제동을 거는 방안을 다음 조치로 꺼내들 방침이다. 6월 17일 블룸버그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인용해 미국이 2주 내로 중국 기업들의 대미투자에 대한 제한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미 의회는 중국의 미국 내 첨단산업 투자에 제동을 거는 입법안을 초당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관심국가’의 자본이 미국의 첨단기술과 안보 관련 기업에 투자할 경우 투자 허가요건을 현재보다 훨씬 강화해 기술유출을 막는 게 주요 골자다. 여기서 특별관심국가는 사실상 중국을 뜻한다는 게 미 업계의 해석이다.

중국의 기술 도용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진영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부과를 옳은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슈머 원내대표는 “중국은 미국을 전적으로 이용한다. 우리의 지식재산을 훔쳐갈 뿐 아니라 미국의 좋은 회사들을 (중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중국이 반격하겠지만 (미국이) 조금 엄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트럼프의 대중 통상정책을 지지했다.

중국도 추가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폭탄을 중국을 향해 쏘아 올리자 중국도 그와 똑같은 크기의 관세폭탄으로 응수한 것처럼 유사한 보복 수단을 가시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해 허가를 늦게 내주거나 안전점검을 이유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시키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 또한 중국 소비자 차원의 미국상품 불매운동과 미국관광 금지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마이클 히어슨 유라시아그룹 아시아디렉터는 블룸버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무역분쟁이 고조되는 걸 원치 않지만 그렇다고 미국에 맞대응하는 걸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미 국채를 대거 매각하거나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는 방법으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재무부는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이 지난 4월 58억달러 줄어 1조180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여전히 미 국채 최대 보유국으로 일본이 뒤를 잇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6월 15일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첨단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승인했고 중국은 같은 규모의 미국산 제품 659개 품목에 대해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맞불을 놨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관세폭탄을 주고받는 와중에 중국 국회부의장 격인 왕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미국을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부위원장은 미 의회의 초청으로 지난 6월 13∼16일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무역·지식재산권 등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왕 부위원장의 방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세부과 강행을 막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이후 미국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공황에 대한 우려 신호를 계속 발신했다.
지난 5월 초 노벨경제학자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교수를 포함한 1140명의 미국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무역전쟁이 1930년대 세계 대공황 같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에 전달한 공개 서한에서 “과거 대공황이 발생한 배경에는 지금과 같은 미국발 관세 경쟁이 존재했다. 지금까지 발생한 무역전쟁에서 승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4호 (2018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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