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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금리 급등·기준금리 4회 인상 가능성…강달러·고유가 겹쳐 ‘신흥국 6월 위기說’ 아르헨티나·터키 넘어 이머징 투자 위축되나
기사입력 2018.06.05 16:25:54 | 최종수정 2018.06.05 16: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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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세계 장기금리의 벤치마크로 꼽히는 미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3%와 4%를 오갔다. 한 해 전인 2007년에는 5%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미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은 미국경제의 호황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안전자산인 채권보다 위험자산인 주식이 각광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2년과 2016년에 1%대까지 떨어지는 등 과거에 비해 낮은 수준을 이어왔다.

그랬던 미 국채금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상승 모멘텀을 타더니 결국 3%선을 넘어섰다. 지난 4월 25일에 2014년 1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돌파한 뒤 2% 후반대로 주춤했다가 다시 3%선을 넘어선 게 지난 5월 9일이다. 이어 5월 15일 미 국채 10년만기 금리는 장중 3.093%까지 치솟으면서 2011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루 새 0.09%포인트가 오른 건 2017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월가에선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3.1%가 뚫릴 경우 다음 지지선인 3.2%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곧바로 제기됐다. 기준금리 흐름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만기 금리는 이날 장중 2.589%까지 올라 2008년 8월 이후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골드만삭스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내년 말 3.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로레타 메스터 미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국채금리의 이 같은 상승세는 미 채권시장의 강세장이 저물고 약세장이 도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의 ‘수장’ 이매뉴얼 로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초 ‘미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채권시장의 약세장을 예상한 뒤 “다만 채권금리가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하는 식의 진정한 채권 약세장은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먼 CEO는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을 거론했다. 그는 “미국은 경기 사이클의 후반부에 있다”면서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 감세로 생긴 여력을 투자에 활용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당초 예상보다 기업의 자본 지출이 부쩍 늘거나 노동시장이 한층 빡빡해져 임금 상승세가 빨라지면 인플레이션 신호는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먼 CEO의 진단처럼 최근 미 국채금리의 고공행진을 견인하는 요소가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견조한 미국경제 흐름, 고용지표의 호조에 따른 임금상승 가능성, 국제유가 급등세 등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미 소매업체 매출은 전월 대비 0.3% 증가해 두 달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미국의 소매판매가 호조세를 보이자 미 국채금리는 강하게 튀어 올랐다.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6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100%에 가깝다. 6월 금리인상을 시장이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미 기준금리는 1.75~2%가 돼 금리 2% 문턱에 도달한다.

이와 함께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총 4번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점차 우세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바클레이스, 노무라 등이 올해 4회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에 따르면 올해 기준금리가 총 4번 오를 확률은 50%를 넘어서면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금리인상 고삐를 잡아당기면서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신흥국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한층 빨라지면서 신흥국들에게 긴축 발작의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매파’로 꼽히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연준이 개선된 경제전망에 따라 3%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터 부크바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방송에서 “연준의 통화긴축이 연준이나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충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크바 CIO는 “연준이 시장을 달래가면서 금리를 서서히 올린다고 하지만 자본비용이 늘고 유동성이 말라가고 있는 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준의 금리인상이 아직 준비 안 된 시장에 주먹을 날릴 것이며 연준의 금리인상과 보유자산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방이 아닌 두 방이라고 말했다. 부크바 CIO는 “연준의 긴축 행보가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라면서 “역대 13번의 금리 상승기(통화 긴축기) 중 10번이 경기침체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프레더릭 뉴먼 HSBC 아시아 경제 공동부문장은 CNBC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3.5%에 이르면 아시아 신흥국 경제에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 상승이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를 초래하고 신흥국들에 머물러 있던 외국인 투자금의 유출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JP모건의 신흥시장 통화지수(EMCI)는 5월 15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66.37까지 하락해 2017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터키 리라화는 달러당 4.399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연초 대비 13%나 하락한 셈이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5월 중순에 달러당 25페소 선까지 추락하면서 아르헨티나발 신흥국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급락하는 페소화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아르헨티나 정부가 금리를 40%까지 끌어올리고 국제통화기금(IMF)에 300억달러(약 32조원)의 구제금융을 요청했지만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페소화 가치 급락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아르헨티나 경제를 패닉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자국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수입품에 대한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된다. 아르헨티나의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24.8%를 기록했고 올해 3월에는 25.4%까지 치솟았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올해 물가 목표치를 종전 10±2%에서 15%로 상향 조정했지만 이미 크게 넘어섰다.



▶“연준 통화긴축이 시장에 강력한 충격 줄 것”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세계 신흥국들의 달러부채는 지난 4월 말 기준 2조8350억달러(약 3000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달러 강세, 신흥국 통화 약세가 진행되면 이들 신흥국들의 달러부채 상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는 뇌관이다. 일각에선 강달러, 고금리, 고유가 3고(高) 양상 속에 6월 연준 금리인상이 가세하면서 여러 신흥국들의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신흥국 6월 위기설’이 제기되는 양상이다.

미국발 금리 인상은 금융시장을 흔들 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미 CNBC 방송은 장기물 국채금리에 연동되는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년 만의 최고치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신용도가 가장 높은 대출자의 30년만기 모기지 금리(고정금리)는 4.875%, 평균 신용도의 대출자들은 5%에 달했다.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소비 활동이 둔화되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게 된다. 9년째 경기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경제가 경기 사이클의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심심찮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경기 하강기 도래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3호 (2018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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