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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도 뜨는 라이프스타일숍-공연·식도락·쇼핑을 한자리서
기사입력 2018.06.05 11: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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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도산공원의 짙은 녹음이 시야 가득 들어오니 복잡했던 마음마저 평온해진다. 때마침 흘러나오는 에이릴라 다이앤(Alela Diane)의 포크풍 음악 ‘Never Easy’가 귀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니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는다.

강남구 압구정동 패션 피플들이 손꼽는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숍 퀸마마마켓 얘기다. 맨 꼭대기 4층에 올라오면 통창에 블라인드 같은 구조로 자연광을 실내에 흩뿌려 여유로운 분위기가 펼쳐진다. 코가 먼저 반응하는 멋진 커피 향은 이곳에 자리 잡은 연남동 출신 커피 맛집 ‘매뉴팩트 커피’에서 나온다. 창을 열어 놓으면 건물 바깥에 바로 면한 도산공원의 수령이 긴 키다리 나무들이 한가득 시선에 닿고 바람을 맞은 잎사귀들이 흔들거리는 리듬감이 온몸으로 전달된다. 실내 공간 안에도 사람 키높이만한 거대 화분들이 가득해 식물원을 떠올리게 한다.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꼬인 선인장은 이국적이면서 고운 자태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부 화분들은 ‘치료 중’ 섹션에서 쉬고 있다. 평일에도 점심 무렵이면 근처 사무실이나 집에서 들르는 내방객들이 가득해 자리 잡기 힘들 정도다. 오전 10시 반 오픈에 맞춰 자리잡아야 창가 테라스 쪽이나 도산공원에 면한 녹음 짙은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HDR 벨벳트렁크



▶트렌드 선도하는 도산공원 취향 여왕 퀸마마마켓

여성 패션 브랜드 ‘오브제’를 만들었던 윤한희 대표가 만든 라이프스타일숍 ‘퀸마마마켓’은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다. 젊은 시절 우리나라 패션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뉴욕 진출 등을 준비하며 바쁘게 살아왔던 윤 대표는 오브제를 대기업에 매각하고 난 후 7년간 공백 끝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제안자로 등장했다. 의식주 전체를 아우르는 공간 퀸마마마켓을 건축가 조병수의 손을 거쳐 만들었다.

윤 대표는 “젊은 시절 많이 바빠서 화분도 제대로 키울 수 없었다”면서 “누군가는 이 공간을 거실로 독점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지만 일상 속의 쉼을 이 공간에서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퀸마마마켓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보물 같은 4층 공간에서 맛보는 커피 가격은 품질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이곳 3층에 있는 파크(Parrk)라는 서점도 독특한 문화 예술 서적이 가득한 보물 같은 공간이다. 땡스북스와 포스트포에틱스가 함께 운영하는 이 서점은 ‘어른들을 위한 서점’을 표방한다. 자신이 원하는 책을 자기 기준으로 스스로 고르는 서점이라는 뜻이다.

1~2층은 본격적으로 일상용품이 펼쳐진다. 1층은 팝업스토어라 규정됐는데 가운데가 뚫린 구조로 M(메자닌)층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1층 입구와 통유리 창 주변에 화분과 관련된 다양한 생활용품이 펼쳐져 있고 화분마다 이름과 키우는 방법이 손글씨로 표현된 택이 붙어 있다. M층에는 명상의 시간을 함께하기 좋은 촛대와 향 제품이 가득하다.

2층은 친환경 셀렉트숍이라 규정한 ‘오보이’가 있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세심하게 챙겨서 제안하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특히 애완동물과 관련된 잡지나 용품이 많다. 퀸마마마켓은 입구 문이 육중하다. 감히 들어가도 되는 공간일지 주저하게 만든다. 하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바깥세상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세계 각지에서 골라온 이쁘고 귀한 물건들 속에서 나의 반려용품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의 일상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알려주는 듯하다.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쇼핑몰 공세가 위협적인 가운데 기존 오프라인 유통 매장이 의식주 전체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독특한 개성을 지닌 복합문화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편집숍이라는 이름에서 더 나아가 일상 속 작은 물건 하나로도 나의 정체성을 질문하고 규정할 수 있도록 ‘슬로 라이프’를 구현하게 해준다. 단순히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안을 찾지만 선반 사이에서 뜻밖의 ‘내 짝’을 찾고 돌아가면 마치 봄소풍에서 보물찾기에 성공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친절한 설명을 해줄 준비가 되어 있는 매장 점원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즐겁고 함께 있는 서점이나 카페에서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런 공간들은 일본 츠타야서점이나 라카구 못지않은, 우리 도심 속 쉼터가 되고 있다. 대량 생산되는 물건들을 가볍게 소비하며 바쁘게 소진하는 우리 삶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일상 속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하고 각자 취향도 발전시키는 영감을 얻는 장소가 되고 있다.

HDR 퀸마마마켓



▶도심형 리조트를 표방한 예술 공간 사운즈한남

최근 용산구 한남동에서는 갤러리 가나아트와 미술 경매회사 필립스 한국사무소 등을 한자리에 끌어모아 화제가 되고 있는 ‘사운즈 한남’은 입고 먹고 습득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약 600평 규모 대지에 다섯 개 건물로 상가와 오피스, 레지던스가 결합된 도심형 복합문화공간이다. 주거지 속에 숨어있고 고층 건물이 아니다 보니 겉으로는 도드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잿빛 벽돌 공간 안에 들어서면 중정 구조를 통해 확 트인 하늘이 한눈에 들어오고 쉬어가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주변에 적당히 널브러져 있는 벤치와 테이블은 도심속 피크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날 좋을 때 몸과 마음이 함께 ‘광합성’을 하기 적당해 한남동 패션피플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가정식 밥집 ‘일호식’과 캐주얼 양식당 ‘세컨드 키친’이 베이커리 카페 ‘콰르텟’과 함께 음식을 담당한다면, 안경점 ‘오르오르’는 입는 것, 꽃집 ‘브루니아 플라워’와 레지던스는 주거와 관련 깊다. 편의점 ‘이마트24’에서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으니 이곳에 실제 거주하는 14가구는 정말 편리하겠다. 가나아트 한남은 습득하는 공간의 한 형태라 볼 수 있다. JOH컴퍼니가 앞서 기획했던 디뮤지엄과 디타워, 글래드호텔 보다 좀 더 낮은 자세로 접근해 엄마 품 속처럼 편안한 느낌을 자아낸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완성될지 기대된다.

사운즈 한남



▶재활용해 오래 쓰는 디자인 디앤디파트먼트

한남동을 지나다 보면 패션피플들이 꼭 줄 서서 몰려 있는 낡은 건물이 있다. 이들이 기다려서라도 맛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카페 ‘앤트러사이트’다. 낡은 벽돌 건물 내부에는 거대한 식물 화분이 그득해 폐허 속에서 자연을 즐기는 듯한 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앤트러사이트는 제주에서도 유명한 카페다. 이 건물에 함께 공생하는 라이프스타일숍이 일본서 물 건너 온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이다. 커피점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지하(경사지형을 활용한 건축이라 아래 골목에서는 지상이다)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디앤디파트먼트는 일본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가 ‘롱 라이프(수명이 긴) 디자인’을 기획하고 국내에서 밀리미터밀리그램과 손잡고 서울에 지점을 냈다.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생활용품을 재활용해서 가치를 높이는 것이 기본 콘셉트다. 현재 일본에 지점 9곳, 한국에 1곳이 있다. 우리가 어릴 적 썼던 낡은 상표가 박힌 유리컵도 디자인 제품으로 재활용돼서 진열돼 있고, 중국집에서 흔히 접하던 얼룩무늬 녹색 종지를 발견하면 무척 반갑다. 지하 2층 가구 매장은 일본에서 직수입한 독특한 디자인의 목재 가구가 그득하다. 한국에서 재활용된 제품과 일본 등지에서 공수된 제품이 골고루 섞여 있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공수한 특별한 간장과 소스 등 작은 먹거리 재료도 참신한 선물 후보가 된다.



▶성수동 특유 낡은 분위기 속 젊은 감각 라이프스타일숍 속속 열어

성수동 성수역에서 뚝섬역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구두 공방과 공업사들이 주류지만 종종 힙한 카페, 식당 사이로 라이프스타일숍이 등장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스튜디오를 운영하거나 패션 관련 일을 하는 이들이 주로 재료와 공정 발굴 차 자주 찾는 곳이다 보니 이들 창작자들의 마음을 뺏을 만한 물건들이 많다. 과거 공장 건물을 개조해 ‘날것’ 혹은 빈티지 감성이 가득 묻어난 ‘벨벳 트렁크’가 대표적이다. 신발 마니아들을 자극할 만한 특별한 나이키 운동화 라인이 입구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본 언더커버 매드스토어가 빨간 콘테이너 형태로 숍인숍처럼 들어서 있다. 일본의 재활용 생활용품 브랜드가 숨겨놓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남성과 여성 모두 좋아할 만하고 스트리트 패션 감성에 닿아 있다. 매장 안이 널찍해서 남성 고객들이 성큼성큼 돌아다니면서 멋진 티셔츠나 목욕 용품을 고르기도 좋다.

이곳 가까이에는 반대로 소녀적 감성이 가득한 편집숍 ‘WxDxH (Width Depth Height)’가 있다. 스튜디오 ZGMC가 운영하는 이 숍에는 예쁜 그릇과 향 관련 제품이 다양하다. 가게 이름은 사이즈를 측정할 때 쓰는 용어인 Width x Depth x Height의 약어인데 다양한 분야의 좋은 제품들을 깊이 있게 선별해 소개하고 나아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야심 찬 뜻을 담았다고 한다. 그냥 물건을 판매하기보다는 각각의 제품이 어떻게 그리고 왜 만들어졌는지를 공유하고자 하는데, 포르투갈에서 건너온 ‘쿠토(Couto)’ 치약이나 빈티지 감성이 가득한 화병이 눈에 들어온다.



▶20대 감수성과 신진 아티스트들의 만남 ‘오브젝트’

홍익대학교 인근에 있던 라이프스타일숍 오브젝트가 경의선 숲길 책거리로 이전했다. 홍대 상권의 터줏대감 역할을 했던 오브젝트는 20대 감수성을 담은 주얼리와 문구, 생활용품 등으로 유명한 라이프스타일숍이다. 특히 북촌 등에도 매장을 내고 젊은 디자이너들이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종합 매장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다. 새로 이전한 오브젝트는 공간이 더 넓어진 데다가 지하 1층에 카페 겸 작은 서점이 함께 있어 한결 여유롭다. 특히 2층과 3층에는 신진 작가들의 전시 공간 겸 아트 제품 판매 공간이고, 작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마침 5월 초에는 moonj와 강수정 작가의 팝업 전시가 진행되고 비싸지 않게 원작을 살 수 있는 기회와 엽서 등 다양한 아트상품 구매가 가능했다. 이곳에서 접하는 제품들은 홍대 분위기에 걸맞게 10~20대 감수성을 자극할 만한 개성이 강하면서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편이다. 다양한 노트 등 문구류와 주얼리 제품이 강세지만, 아기자기한 에코백과 수건, 그릇 등 생활용품도 더 많아졌다. 특히 스툴 등 간단한 가구 제품까지 확장됐다.

여의도 신영증권



▶삭막한 여의도에도 서점 중심 복합문화공간 등장

동여의도 증권가 한복판에는 복합 라이프스타일 공간이 탄생했다. 신영증권이 새 단장을 하는 과정에서 들어선 리테일 공간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모였다. 우선 1~2층을 아우르는 대형 서점 반디앤루니스가 들어섰고, 1층 입구 쪽에서 카페 아티제가 다양한 테이블과 의자 구성으로 동거한다. 서점 안쪽 공간에는 70석 규모 클래식 공연장도 마련됐다. 지난 5월 2일 개장일에는 재즈 공연이 진행됐다. 회사 측은 앞으로 월 2~3회 클래식과 크로스 오버 장르의 음악 공연을 계획 중이다. 서점 2층 음반가게도 눈길을 끈다. 고전적인 LP음반과 아이돌 음반까지 다양한데 음악을 잘 아는 매니저와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VTFL이라는 화장품 편집숍은 기초 화장품은 물론 스트레스를 풀어줄 만한 향 관련 제품을 갖췄다. 주변에 금융권 남성 직장인들이 많기 때문인지 구경하기 좋은 이어폰과 스피커, 핸드폰 케이스 등 소형 전자기기 잡화점도 시간을 뺏는다. 지하에는 남성의류 편집매장 ‘더 테라스’와 가방 전문점 ‘로터프’가 있다. 자유여행 기술연구소 ‘투리스타’가 둥지를 틀고 여행 상담을 받거나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한다.

2층에는 박찬일 셰프의 와인바 겸 레스토랑 ‘팔레토’가 있다. 또 지하 식당가에 박 셰프의 또다른 맛집 ‘광화문국밥’과 샐러드가게 ‘sweet balance’ 등이 들어섰다. 서점과 연결된 신영증권 로비에는 도심속 폭포를 연상시키는 미디어 아트 작품 ‘지수연계 폭포’가 눈길을 끈다. LED로 만들어진 기둥은 그날 증시 상황에 맞춰 폭포수가 흐른다.


코스피가 상승하면 더 많은 물이 흐르고 코스닥이 오르면 더 많은 나비가 날아다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여의도의 현재 상황을 시각화하면서 한편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IFC몰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상권도 없던 여의도에서 도심 직장인들이 쉬면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싹을 틔울 준비가 되고 있는 듯싶다.

[이한나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3호 (2018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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