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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은 노키즈존? ‘웰컴키즈’ 패키지 많아요
기사입력 2018.06.05 11: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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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주말 1박2일 일정으로 인천 영종도의 한 호텔을 찾은 김병현(41) 씨는 여섯 살 난 딸을 데리고 수영장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어린이 전용 수영장과 어른용 수영장까지 실내수영장을 세 개나 갖춘 큰 호텔이었는데도, 수영장이 여름 성수기 못지않게 붐볐기 때문이다. 수십 개나 되는 수영장 사물함이 모두 사용 중이라 김 씨는 사물함을 사용하지 못했다. 김 씨는 “일부러 어린이날을 피해서 왔는데, 이렇게 가족 고객이 많을 줄 몰랐다”며 “그래도 호텔 내에 수영장과 잔디밭, 놀이터가 모두 한 곳에 있으니 편해 여름에도 다시 한 번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이연희(39) 씨는 기념일마다 호텔로 ‘1박 휴가’를 떠난다. 이 씨와 남편은 호텔 외식을 즐기고, 다섯 살 난 아들은 물놀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수영장이 있는 곳이면 서울과 인천 인근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4월에는 인천 송도에 위치한 특급호텔, 어린이날이 낀 주말에는 서울 여의도의 특급호텔을 찾았다. 이 씨는 “야외에 나가려다가도 미세먼지 농도가 갑자기 나빠져 집에 갇혀 있던 날이 적지 않다”며 “호텔 조식과 라운지를 적절히 이용하고, 수영장을 왕복하면 실내에서도 1박2일이 알차다”고 말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고객이 특급호텔의 ‘VIP’로 부상하고 있다.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호텔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한 번 온 가족고객이 다시 호텔 식음업장을 이용하거나 긴 휴가에 호텔을 찾는 등 호텔 단골이 되자, 특급호텔들이 너도나도 ‘아이 손님’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아이를 동반한 고객이 투숙했을 때는 아이가 만족해야 전체 가족이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호텔마다 아이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웰컴키즈존’은 단순히 어른 위주의 호텔을 아이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일부 시설을 변경하거나 소품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이를 동반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을 갖추는 곳도 속속 생겨난다. ‘VIP(Very Important Person)’ 대신 ‘VIB(Very Important Baby)’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실제 주말 고객 중 상당수가 아이를 동반한 고객들이다. 문일 파크하얏트 서울 판촉부 이사는 “주중에는 해외 비즈니스 고객이 주로 투숙하지만, 주말에는 호텔에서 휴일을 보내려는 국내 고객이 50%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 중 약 40%가 가족 고객”이라고 말했다.



▶항공사 라운지 저리 가라…

2층 침대 넣은 키즈룸, 보드게임· 닌텐도 갖춘 키즈 라운지 인기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에는 아이들의 로망 ‘2층 침대’가 있다. 이 호텔은 슈페리어 객실의 한쪽 공간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2층 침대를 설치했다. 1층은 놀이공간, 2층은 침대로 활용하는 아이 전용 공간이다. 벽에는 세계지도와 보드판을 붙여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방 놀이 세트, 어린이 책상도 준비해 준다. 슈페리어 객실이나 동일한 객실 패키지를 예약한 후 키즈룸 사용을 요청하면 된다. 기존 객실 사용 가격에 4만원(부가세 별도)이 더 들지만, ‘2층 침대’ 노래를 불렀던 아이라면 만족할 만한 구성이라는 평가다. 키즈룸 이용 고객에는 어린이 유기농 주스와 그린핑거 트래블 키트를 제공한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그랜드 워커힐 서울 지하 1층에 워커힐 키즈클럽을 운영한다. 워커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대비 올해 4월 키즈 클럽 멤버십 회원 수가 38.8% 증가했다. 키즈 클럽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플레이존, 간식과 음료가 준비된 카페 존, 프뢰벨의 프리미엄 교재와 교구를 갖춘 라이브러리존으로 다양하게 꾸몄다. 소규모 생일파티를 할 수 있는 이벤트룸과 수유실도 운영한다. 카페 존에는 수제 이유식과 유기농 음료, 어른들을 위한 커피와 차, 빵류를 판매한다. 이벤트 존을 이용할 경우 호텔 조리장이 제공하는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금액은 2시간 기준 3만원이다. 이용료에는 어린이 주스 1잔과 아메리카노 1잔이 포함된다.

부담 없이 이용하는 키즈라운지도 많다. 켄싱턴 호텔 평창은 캐릭터를 호텔로 들여왔다. 호텔 2층에 마련한 ‘코코몽 키즈라운지’에서는 그림 그리기, 퍼즐 맞추기, 코코몽 기차 타기 등 여러 가지 액티비티를 할 수 있다. 키즈카페처럼 액티비티 도우미 ‘케니’가 상주하기 때문에 부모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주말에는 아이와 평창의 자연을 만끽하는 야외 액티비티도 가능하다. 세그웨이와 키즈 전동카, 키즈 오토바이 대여료는 20분당 1만원, 전동 킥바이크는 30분당 5000원에 빌려준다. 블록을 사랑하는 레고 마니아라면 포시즌스 서울의 키즈라운지에 들러야 한다. 포시즌스 호텔은 주말마다 호텔 10층에서 레고키즈라운지를 운영한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레고를 채워 놓은 레고 브릭풀과 벽에 레고를 붙이며 작품을 만드는 레고 브릭월은 기본. 레고자동차로 경주하는 레이스 트랙도 인기가 많다.

서울 드래곤시티의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서울 용산’은 어린이 전용 도서관을 열었다. 그랜드 머큐어에 투숙하는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으로, 아이용 그림책과 창작동화, 부모를 위한 소설과 육아, 여행 관련 도서까지 다양한 책을 구비했다. 만 13세 미만 어린이라면 부모와 동행해 입장할 수 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용산 7층 아시안 라이브 뷔페 ‘인 스타일’내에는 식사 고객을 위한 별도의 키즈룸을 만들었다. 넓은 공간에 어린이 전용 책을 갖춰 놨고,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도 상영한다. 조식과 중식, 석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도 여름휴가 기간에는 ‘키즈룸’ 서비스를 운영한다. 작년 주말과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40명의 어린이 고객이 방문했다. 전문 보육사가 아이들을 돌봐주기 때문에 부모의 호응이 높은 편이다. 키즈룸은 7월 20일부터 8월 19일까지 연다. 그랜드 하얏트 인천은 최근 ‘핫한’ 닌텐도 스위치 체험공간을 오픈했다. 자녀를 동반한 투숙객은 이 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스트 타워와 웨스트 타워에 각각 위치한 3개의 수영장에서는 날씨와 상관없이 자연 채광을 즐기며 수영이 가능하다. 수심 60~110cm 깊이의 어린이 수영장은 야외 놀이터와 연결돼 있다.

롯데호텔제주 게임존



▶제주서는 한 차원 더 높은 서비스로 차별화

국내 가족 여행지 ‘0순위’인 제주에서는 넓은 공간과 자연을 활용한 키즈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롯데호텔 제주는 호텔 한 층을 키즈 공간으로 꾸몄다. 호텔 4층은 아이들이 요리나 만들기 등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키즈랩과 키즈카페(키즈월드), 헬로키티 룸 등 온통 아이 세상이다. 투숙객에 개방된 키즈 라운지에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조형물과 보드게임, 블록 등을 구비했다. 게임존에는 닌텐도와 플레이스테이션 등 온 가족이 즐기는 게임기가 있고, 키즈카페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정글짐과 놀이터, 미니 도서관을 넣었다. 부모를 위한 부모휴게실은 지친 부모들의 쉼터로 인기가 높다. 2009년부터 시작한 키즈랩 프로그램도 매년 진화한다. ‘드레스 입고 드레스 모양 케이크 만들기’ 등 특이한 강좌가 눈을 사로잡는다. 전문 레저강사들과 함께 근처 감귤농장으로 이동해 감귤을 따거나 트레킹을 하는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주는 2016년 100평 규모의 실내 어린이 공간 ‘모루’를 오픈했다. 1~3세, 3~5세, 5~10세로 연령대를 나눠 나이에 맞는 도서 3000여 권과 교구를 갖췄다. 키즈 아틀리에 존에서는 만들기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올해 1월에는 모루 내 보드게임 공간 ‘모드락’을 만들었다. 100여 가지 보드게임과 대형게임을 하면서 간단한 음료도 즐길 수 있다. 해비치는 네덜란드 유모차인 부가부와 유아용 침대, 침대가드, 유아용 욕조와 젖병 소독기, 어린이 DVD 등을 무료로 대여해 준다.

위(WE) 호텔 제주는 가족 고객들을 위해 무료 야외 프로그램 ‘힐링 포레스트’를 진행한다. 위 호텔의 해암숲과 제주 원시림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는 도래숲에서 숲 해설가이드와 함께 자연을 배우고 느끼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어른들에게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호평이다. 매일 오전 9시 30분에 숲으로 떠난다.

제주신라호텔 키즈 캐빈



▶아이 있으면 혜택 추가…

유아용품· 무료식사 혜택도

아이가 어릴 때는 목욕을 쉽게 해주는 목욕용품과 객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아용품에 대한 호응이 높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파크 하얏트 서울은 3세 미만의 유아를 동반한 투숙객을 대상으로 ‘VIB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객실을 예약할 때 신청하면 고급 유아용품을 투숙객에게 선물한다. 프리미엄 베이비스파 브랜드인 ‘리틀마마’의 목욕용품세트와 호텔 로고를 새긴 시그니처 테디베어, 양 인형 목마와 캐릭터 모양 쿠키를 객실에 넣어 준다. 부가부 유모차를 대여해주기 때문에 유모차를 가져올 필요가 없어 간편하다. 사전 예약 시 베이비시팅 서비스도 제공된다. 한국어 서비스는 3시간 기준 3만9000원부터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어린이 고객에게 기본 목욕 용품과 유아용 침대, 유아 식탁의자를 제공한다. 어린이 목욕가운과 어린이 슬리퍼, 욕조세트, 발 받침대와 변기 시트, 젖병 소독기 등을 사전 예약 시 요청할 수 있다. 유모차는 네덜란드 브랜드 퀴니와 맥시코시를 대여해 준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올해 ‘가족 친화형 호텔’을 선언하며 키즈 콘셉트룸을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키즈 콘셉트룸은 1~5월 주말에 ‘완판’ 기록을 세웠다. 2~6세 아이들에게 키즈 콘셉트룸이 인기를 끌자 영아용 상품도 등장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는 12개월 미만 영아를 위한 베이비 콘셉트룸 패키지를 별도로 구성해 3월 말부터 판매하고 있다. 호텔 뷔페에서 아이 식사 가격을 할인해 주는 곳도 있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에서는 뷔페 레스토랑 ‘피스트’를 방문하는 7세 이하 어린이에게 뷔페 무료이용 혜택을 준다. 성인과 어린이가 함께 왔을 때 성인 1인당 어린이 1인 점심, 저녁 뷔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유아 동반 시에는 네슬레 거버 유아식을 제공한다. 힐튼 부산은 어린이 고객 연령대를 높여 혜택을 늘렸다. 뷔페 레스토랑 ‘다모임’에서는 성인 1인당 동반 어린이 1명(10세 이하)에 뷔페 무료 이용 혜택을 준다. 테이블당 최대 2명의 어린이가 무료로 뷔페를 이용할 수 있다. 만11~12세까지는 식사 가격을 50% 할인해 준다.

서울드래곤시티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서울 용산 ‘키즈 라이브러리’



▶중국 단체 관광객 감소·객실 공급 증가로 경쟁 심화

특급호텔이 원래부터 아이 동반 고객을 우대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호텔은 비즈니스 미팅이나 웨딩 등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원하는 고객이 찾아 ‘노키즈존’의 원조 격이었다. 비즈니스센터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등에서는 어린이 고객을 받지 않는 곳도 많다. 하지만 호텔 공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2013년 말 전국 896개였던 호텔(관광호텔, 가족호텔, 호스텔)수는 4년 만인 2017년 말 1617개로 80% 증가했다. 객실 수도 8만8958개에서 14만3416개로 61% 이상 늘어났다.
특급호텔들이 2010년 이후 서울 시내에 많이 들어섰고, 특히 5성급 호텔보다 객실과 레스토랑 가격을 낮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가 여럿 등장하면서 호텔들도 자존심을 내려놨다. 해외 비즈니스 고객만 고집해서는 빈 객실을 채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주말의 경우 국내 고객이 대부분의 객실을 채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가족 고객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따라 호텔 실적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유진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3호 (2018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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