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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변동기 나홀로 우뚝 ‘베트남펀드’ 올 15% 급등에 9천억원 뭉칫돈
기사입력 2018.05.04 10: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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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나 혼자 간다.’

올해 베트남 증시를 보면 이 같은 말이 떠오른다. 올해 글로벌 증시에는 여러 변수가 많았다. 2월 초에는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다우지수가 전일 대비 4% 넘게 폭락하는 사태가 두 번이나 있었다.

이후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메시지가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었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 등 이슈를 놓고 강경 메시지를 전파하면서 이게 곧바로 미국 증시를 위아래로 흔드는 핵심 변수가 되어 버렸다. 흔들린 미국 증시는 몇 시간의 시차를 두고 전 세계 증시로 불이 옮겨붙으면서, 전 세계 증시가 트럼프 손가락만 쳐다보는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트남 증시만큼은 이 같은 분위기에서 자유로웠다. 수익률 고공행진을 펼친 데 이어 베트남 펀드로 엄청난 자금이 몰려들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4월 17일까지 베트남 펀드에만 5729억원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995.77로 개장한 베트남 VN지수는 17일 1153.28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 지수가 15.8%나 뛰었다. 2007년에 세웠던 역대 최고점 1170.7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안으로 이변이 없는 한 사상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설정된 15개 베트남 펀드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달성한 수익률이 평균 14.2%에 달한다. HDC베트남적립식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이 16.6%,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펀드 수익률이 15.39%를 찍고 있다. 유리베트남알파펀드(14.16%), 미래에셋베트남펀드(14.05%) 수익률 역시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베트남은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나라로 꼽힌다. 2008년 이후 연속으로 경제성장률이 오르는 추세다. 올해는 7%대 성장이 기대된다. 신한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2월 제조업 PMI는 53.5로 10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수를 살리겠다는 정부 의지도 강하다.

현재 베트남 증시는 다분히 대형주 위주로 오르는 분위기다.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지수 전체를 끌고나가는 국면이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이 방편으로 기업공개(IPO)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6년 우량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한도를 없애기도 했다. 글로벌 큰손들을 베트남으로 끌어오게 하기 위해서다. 최근 베트남 증시 상승은 이 모든 변수가 종합된 결과다.

물론 일각에서는 10년 전 발생했던 베트남 증시 급락 사태를 들어 과열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지난 2007년 베트남 증시는 최고점을 찍은 직후 고꾸라지기 시작해 지수가 200까지 무너지기도 했다. 증시가 5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한국 내 베트남 투자열기가 지나치게 뜨거워 한국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사이즈가 작은 베트남 증시 전반을 왜곡시켰던 시기였다. 한마디로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베트남 출장길에 베트남 증권거래소 관계자와 면담을 했는데, 베트남 증시 역사를 설명하면서 2007년은 아예 빼놓고 얘기하더라”며 “이유를 물어보니 이 당시 한국에서 들어온 ‘묻지 마 투자자금’이 지나치게 많아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이 당시 베트남 VN지수 주가수익비율(PER)은 50배에 가까워 증시 전반에 거품이 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지수는 비슷하지만 PER는 당시 절반을 밑도는 20배 안팎에 불과하다. 예전처럼 증시가 버팀목 없이 거품에 의지해 오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베트남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업종은 금융으로 분석된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는 단연 필수소비재였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증시를 지배하는 업종으로 금융이 부각됐다.

현재 베트남 주식시장 350개 상장사 중 상위 30개 기업이 전체 시총 80%를 넘게 차지하는 구조다. 이 중 금융업종 기업은 10개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주가 랠리를 보여주면서 VN지수에서 차지하는 금융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5월 피치와 무디스가 잇달아 베트남 국가신용등급을 올린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은행 실적 확대 이슈가 부각되면서 투심이 급속도로 몰렸다는 설명이다. 직전해인 2016년에는 베트남 은행업종 주가 흐름은 좋지 않았다. 부실대출 우려 등이 불거지며 평균 15%나 하락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후 베트남 은행들이 잇달아 재무건전성 확충에 나서며 은행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고, 여기에 국가신용등급 상향 호재를 등에 업고 주가가 급격히 반전한 것이다. 건전성 이슈로 은행업종 주가를 큰 바위로 눌러 놓았는데, 이 변수가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지면서 눌려있던 주가가 스프링처럼 튀어 오른 셈이다. 베트남 은행 건전성을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은행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아직 무리다. 하지만 당국의 강한 규제 속에 방향만큼은 확실히 개선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게다가 베트남 금융 업종 PER는 약 23배 안팎으로 산업재와 필수소비재 대비 오히려 낮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베트남 증시 전반이 급락하는 사태만 없다면 여전히 가장 유망한 업종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연평균 7% 성장 잠재력 여전해

올해 들어 베트남 펀드 설정액이 급격히 늘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폭발적으로 팔려나간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 ‘관성효과’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40만 개 수준이던 해외 비과세 펀드 계좌 수는 제도 일몰을 앞둔 11월에 87만 개, 12월에는 141만 개까지 급등했다. 이 중 상당수는 추가 납부를 염두에 두고 소액만 넣어 놓은 계좌로 보인다. 지난해 말까지 계좌를 개설하기만 하면 이후에 3000만원 한도로 불입한 투자금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보장하는 규정을 이용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만 신규 계좌가 60만 개 가까이 만들어졌는데, 그중 상당수 계좌에서 올해를 기점으로 돈이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베트남 증시가 오르자 유독 베트남으로 돈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분간 베트남은 브레이크 없는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이 오른 베트남 증시가 부담스럽다면 베트남 관련주에 베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기준으로 베트남 관련 이슈를 찾아볼 수 있는 국내 상장기업으로는 대원, 서울반도체, LS전선아시아, 동화기업, 세운메디칼, 씨에스윈드, 락앤락, CJ CGV 등을 꼽을 수 있다. 대원은 베트남에서 다수의 주택 분양 경험이 있는 업체로 손꼽힌다.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주택 3개, 건축 1개, 매립 1개 프로젝트를 끝냈다. 베트남 중부에 있는 꽝찌성 동남경제구역과 동하시티 개발을 추진 중이다. 신한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여기서 발생하는 매출만 약 200억원 안팎으로 보인다. 토목공사를 포함하면 매출 규모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경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베트남에서 광범위한 건설산업을 진행하고 있어 국내 주택 규제 악영향을 충분히 피해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베트남발 기업가치 상향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동화기업은 지난 2008년 베트남 국영고무공사인 VRG(Vietnam Rubber Group)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회사다. 꾸준히 실적이 올라가면서 지난 2016년 증설에 나섰다. 2017년 2분기 가동을 시작한 2공장은 현재 가동률이 95% 수준에 올랐다는 게 한국투자증권 측 분석이다.

여기서 나오는 매출과 수익 증가분이 상당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한다. 당초 베트남 주택분양의 트렌드는 시공사가 골조만 건축하고 입주자가 내장재 및 인테리어를 전담하던 구조였다. 껍데기만 지어 파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주도의 분양문화가 베트남 상류층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 문화가 확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마감재는 물론 빌트인 가전까지 집어넣은 ‘오피스텔형’ 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지에서 합성 고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물론 동화기업의 주력제품인 목재 수요도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발 제품 판매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라며 “좋은 재무구조에도 주가는 눌려온 측면이 있어 상승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세운메디칼 역시 베트남 제2공장 완공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전망된다. 세운메디칼은 지난 2014년 7월 베트남 1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지난해 제2공장을 추가로 지었다. 이 효과로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창립 이래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센터장은 “원가율이 낮은 베트남 자회사 매출이 늘면 수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풍력발전기 타워 제조업체인 씨에스윈드 역시 베트남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씨에스윈드는 베트남 공장 덕에 미국 시장에 다시 진입할 것으로 보여 기업가치 향상이 기대된다. 씨에스윈드 베트남법인은 4월 글로벌 1위 풍력발전 업체인 베스타스(Vestas)와 68억원 규모의 미국 풍력발전기 타워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회사에 매우 의미 있는 계약이라는 게 증권가 평가다.



▶베트남 관련주도 찾아볼 만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풍력발전시장은 2020년까지 보조금 연장 특수를 누리고 있어 부품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원자재에 관세를 부과한 게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며 “타워 등 부품을 무역장벽이 없는 국가로부터 수입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씨에스윈드와 체결한 계약이라는 것이다. 초반 계약 물량은 100억원을 밑돌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액수는 급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연구원은 “베스타스가 올해 씨에스윈드의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공급받을 미국 타워 금액은 600억~7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J CGV는 베트남 현지법인이 올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다. CGV베트남은 베트남 영화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CGV베트남의 베트남 영화 상영 시장점유율은 50%, 배급 시장점유율은 65%에 달한다. 베트남 연간 영화 관람객은 2011년 440만 명에서 1363만 명으로 단기간 세 배 이상 급증했다.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CGV베트남의 기업가치는 4000억~5000억원 선이다. 4월 현재 CJ CGV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 선으로 CGV베트남 상장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CJ CGV는 지난 2011년 현지 멀티플렉스 1위 업체인 ‘메가스타’를 인수했다. CGV베트남의 지분 구조는 단순하다.
작년 말 기준 CJ CGV가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인 엔보이미디어파트너스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엔보이미디어파트너스는 CGV베트남 지분 80%를 들고 있다. 결국 CJ CGV가 CJ CGV베트남 지분 80%를 들고 있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홍장원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2호 (2018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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