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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부자 숨통 죄는 정부… 재테크 지각변동 오나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코앞 똘똘한 한 채만 vs 임대사업자 등록
기사입력 2018.01.12 15: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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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대책을 통해 예고됐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확정되면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자산가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 규제로 집값이 확실하게 잡혔다면 매도를 고민할 테지만 8·2 대책 발표 후 한동안 주춤하던 서울 집값이 지난 11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대책 발표 이전의 상승률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주변 공인중개사무소에 문의해도 서울처럼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면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들 얘기한다. 당장 돈이 급하지 않다면야 팔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새해에는 신DTI(총부채상환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이 예정돼 있다. 대출이 까다로워지면 잠재적 매수자가 줄어들고 거래량 감소로 연결된다. 이는 분명히 집값에 악재다.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새해 4월까지 거주 목적이 아닌 집은 팔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고 공언한 상태다. 지난 12월 13일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8년 이상 준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 감면과 건강보험료 감면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주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싸움이다. 망설이는 사이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이 바뀌면 제값 받고 팔기 어려워진다. 4월이 지나면 양도소득세가 확 올라간다. 양도소득세 폭탄을 피하려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등록하고 세제혜택을 받으려면 8년간 집을 팔지 못한다. 팔아야 할지 버텨야 할지, 복잡한 다주택자들의 심리를 파헤쳐 봤다.

강남일대 아파트 전경



▶불확실성 높아지면 똘똘한 한 채로

4월부터 서울 등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매매할 경우 양도세 기본세율(6~42%)에 더해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자는 20%포인트의 가산세율을 적용받는다. 양도소득세 폭탄을 피하면서 동시에 자산가치 하락을 막고 싶은 다주택자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4가지 정도다.

가장 먼저 여러 채를 정리해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전략이다. 다주택자라는 간판은 떼면서 보유 부동산의 평가가치 감소도 피할 수 있다. 실제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중과세 등 징벌적 과세가 쏟아지자 자산가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대치 은마아파트 등 이른바 ‘대장주’로 불리는 아파트로 눈을 돌렸다. 이번에는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초고가 주택 한남더힐에서 쏠림 현상이 감지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9월 거래량이 28건으로 8월(8건)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거래량 증가는 8·2 대책 후 거래절벽 양상을 보이는 서울 전체 아파트 시장과 대조적이다. 한 채당 최소 30억원은 줘야 하는 초고가 주택이지만 분양 전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매물이 있다. 때문에 다주택자들의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 분양 관계자의 전언이다.

청담동 등 강남·서초구의 고급 빌라나 반포, 압구정 등지의 대형 평형 아파트도 매물이 부족해 거래가 거의 없다. 수요는 있는데 매물이 없다 보니 가격은 계속 오른다. 반포자이 전용 244㎡ 고층 매물의 실거래가는 지난해 6월 30억1500만원에서 9월 33억원으로 뛰었다.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98㎡ 중층 매물은 4월 30억원에 거래됐지만, 9월에는 31억6000만원으로 뛰었다. 반포동 A공인 관계자는 “8·2 대책 이전에는 손님들이 오면 일단 중소형 매물을 먼저 묻고 정 매물이 없는 경우 중대형을 찾곤 했는데 대책 이후에는 ‘덜 오른 중대형’을 찾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다주택을 보유함으로써 기대되는 이익보다 손해가 커지면 자연스레 수요가 고가 주택으로 옮겨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청약시장에서 소외받던 중대형이 최근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점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 가능하다. 최근 청약을 접수한 래미안 DMC루센티아는 전용 114㎡ 경쟁률이 32.9 대 1을 기록했다. 평균경쟁률(15 대 1)과 전용 84㎡ 경쟁률(12.3 대 1)보다도 높은 수치다. 면목 라온프라이빗도 전용 95㎡가 8.3 대 1로 평균 경쟁률(7.1대 1)과 전용 84㎡ 경쟁률(4.1 대 1)을 뛰어넘었다. 녹번역 e편한세상 롯데캐슬 전용 99㎡(18.9 대 1)와 힐스테이트 클래시안 전용 114㎡(38.6 대 1)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전용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배정하게 된 점도 중대형의 인기를 높이는 기폭제가 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시장에 가점제가 확대되면서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인기가 높은 아파트 중소형 당첨확률이 ‘확’ 낮아졌다”며 “실수요자면서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 위주로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왕 줄 거 이번 기회에

규제 강화를 증여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등 인기 지역에서는 공급 부족으로 결국 오를 것이라 판단한 사람들이 절세 취지로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증여 거래량은 10월 1281건으로 9월 935건 대비 37%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증여 거래량은 7224건에서 6834건으로 줄었다. 중장기적으로 집값 전망이 가장 긍정적인 서울에서 집중적으로 증여가 이뤄진 셈이다.

증여세는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쌀 때 하는 것이 이익이다. 자녀가 증여세를 납부할 여력이 있는지가 핵심인데, 없더라도 증여 대상이 아파트라면 증여 후 3개월 이내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증여세를 납부하고 해당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서 이자비용을 충당하는 방법을 쓰면 소득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증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증여 대상이 단독주택이나 토지라면 유의해야 한다. 이들은 아파트와 달리 표준화된 가격이 없기 때문에 통상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증여세를 신고한다. 그런데 은행은 대출이 접수되면 담보자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실시한다. 이 감정가격은 신고가보다 높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증여세가 은행의 감정가 기준으로 산출되므로 세금이 늘어난다.

최근 강남3구에서 10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시세 대비 30%가량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이 간혹 포착되고 있는데, 이 또한 증여 목적의 매매일 가능성이 높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층 매물이 1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7월 거래된 저층 매물 실거래가가 17억2000만원이었고, 지난달 고층 매물의 실거래가는 19억5000만원에 달한다. 은마아파트 역시 전용 76㎡ 2층 매물이 지난달 10억3400만원에 거래됐다. 10월 거래된 1층 매물의 실거래가는 13억800만원이었다. 두 매물 모두 시세 대비 30%가량 할인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특수관계자 거래 시 시세보다 30% 이상 높거나 낮게 거래되면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한다. 역으로 30% 미만으로는 다운계약을 해도 양도소득세만 내면 되는 셈이다. 양도소득세는 부모가 내기 때문에 자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다운계약이 유리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소득세법에서는 시세보다 5%만 낮게 거래돼도 저가 양도로 규정해 덜 낸 세금을 추징하는 ‘부당행위계산부인’이라는 규정이 있다. 결론적으로 자녀의 재무 여건이 양호하고, 부동산의 시세차익이 적어 양도소득세 부담이 없는 경우에만 활용할 수 있는 절세법인 셈이다. 추연길 추연길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는 “자녀에게 넘겨줄 부동산의 양도차익이 크지 않다면 증여보단 매매가 유리하다”며 “과세당국의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통장 이체내역처럼 돈을 주고받은 증빙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떳떳하게 등록하고 세금 감면받자

마지막 옵션은 임대사업자 등록이다. 임대소득이 노출되는 불편함이 있지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의무 임대기간을 채운 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도 합법적으로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집을 팔거나 증여할 이유가 없는 다주택자라면 검토할 수 있다. 정부 역시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 독려하면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놓았다.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8년 이상 임대를 유지하면 다양한 혜택이 쏟아진다. 가장 먼저 지방세가 감면된다. 기존에는 전용 40㎡의 경우 2호 이상 임대해야 재산세를 감면해 줬지만 앞으로는 한 채만 임대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3호 이상 임대해야 주어지던 임대소득세 감면 혜택도 1호 이상으로 확대된다.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임대사업자에 적용하는 필요경비율을 기존 60%에서 등록사업자는 70%로 확대해 준다. 반면 미등록사업자는 50%로 낮춰 세금부담을 높인다.

8년 이상 장기임대 시 양도세 중과에 예외를 두며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도 현행 50%에서 70%로 높여 준다. 임대주택의 종부세 합산을 배제해 주며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인 경우 8년 임대 시 80%, 4년 임대 시 40%의 건보료를 깎아 준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인센티브가 실제 다주택자에게 별다른 유인으로 작용하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주택자의 범위가 너무 좁기 때문이다. 임대소득세 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임대주택이 전용면적 85㎡ 이하면서 공시가격도 6억원 이하여야 한다. 8년 이상 임대주택을 유지할 때 제공되는 양도소득세 중과세 배제 역시 대상이 수도권 6억원, 비수도권 3억원 이하 주택이다.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 배제도 동일한 가격 상한선이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수도권에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을 가진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해봤자 세금 혜택의 상당 부분은 놓치게 된다.

서울 집값이 최근 가파르게 오르면서 강남3구와 타 지역 역세권에선 30평대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대부분 6억원을 웃돈다. 20평대 이하 소형 아파트는 그나마 6억원 미만 물량이 있지만 시가 대비 지나치게 낮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이 현 정부의 기조여서 앞으로 6억원을 돌파하는 소형 아파트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의 전월세난을 해결하려면 이 가격 장벽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이번 대책에 거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다른 조정대상지역은 크게 상관없지만 서울, 특히 강남은 공시가격 6억원이라는 장벽이 있어서 임대사업자 등록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등록 임대사업자가 늘어나지 않으니 세입자 체감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임대사업자 혜택이 8년 이상 준공공임대에 너무 집중돼 있어 실효성이 의문”이라며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개인적인 사정도 발생할 수 있는데 8년 이상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집주인 입장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정권 바뀌면 모른다… 버티는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치면서 ‘버티기’에 돌입하는 다주택자도 있다.

다주택자들이 버티기를 고려하게 된 배경은 부실한 인센티브도 있지만 정부의 늑장행정도 한몫했다. 8·2 대책에서 임대사업자 등록 인센티브를 처음 언급한 후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확정하기까지 4개월이 소요됐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집을 팔 수 있는 골든타임이 절반으로 줄었다.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려면 새해 3월 31일까지 비거주용 주택을 팔아서 잔금까지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집을 사려면 기존에 보유 또는 임차하고 있던 집을 처분해야 한다. 계약서 작성부터 잔금 완납까지 적어도 한 달 반에서 두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1~2월은 이사가 드문 비수기다. 게다가 세법 개정으로 내년부터는 양도차익이 1억5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양도소득세율이 2%포인트 올라간다. 양도차익이 2억원이라면 세금만 400만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지금을 서울 입성의 기회로 노리고 있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입맛에 맞는 매물을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그나마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기존 집을 처분하고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실수요자보다 현금이 풍부한 자산가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자산가 고객들 사이에서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팔겠다는 의뢰는 거의 없는 반면 급매로 나오는 아파트를 매수하겠다는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3주택 보유자가 2채를 임대 등록하면 미등록 시에 비해 연간 900만원가량의 세금 감면 효과가 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올해 4월(KB시세) 6억원을 돌파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집값이 물가 수준만큼만 올라도 놓치는 절세혜택을 뛰어넘는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인 1%를 대입하면 2채의 평가이익은 1200만원에 이른다.

다만 비수도권 조정대상지역인 부산 일부와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는 타격이 예상된다. 이 두 지역은 타지인이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사람의 비율이 서울에 비해 높다.
지역 특성상 전용 85㎡ 초과 중대형 주택이 많아 이번 세제혜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한다 하더라도 8년 이상 보유할 유인이 적다. 이 같은 이유로 매물이 쏟아지면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 결과적으로 같은 청약조정대상지역 사이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가 심해질 전망이다.

[정순우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8호 (2018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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