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백화점 새 먹거리로 떠오른 프리미엄 PB…가성비에 프리미엄까지, VIP고객도 지갑 연다
기사입력 2018.01.10 15:31:03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백화점 VIP 고객인 주부 정 모씨(58)는 최근 백화점·홈쇼핑 PB(Private Brand) 상품을 고르는 맛에 푹 빠졌다.

그저 그런 품질에 가격만 싸게 내놓던 PB 상품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태리산 최고급 캐시미어 원사, 최고급 페루산 수리알파카 원단 등 최고급 명품 브랜드에서나 볼 법한 소재로 만든 제품이 풍성하다. 물론 가격대야 수십만원 수준으로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만큼 상품의 질이 좋은 편이라 ‘고가 상품을 좀 사봤다’ 하는 큰손 고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하다. 명품 브랜드에 비해 이름값은 살짝 떨어지지만, 대신 비슷한 품질의 상품을 더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다. 이처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만족도)에 프리미엄 가치까지 동시에 잡은 제품이 많아지면서 정 씨 같은 VIP 고객들이 먼저 PB 상품을 찾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유통업계 PB 상품 경쟁전에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PB를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한 유통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이제는 어지간한 제조업체 브랜드를 능가하는 고급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PB란 일반적으로 제조 설비를 갖지 않은 유통 전문 업체가 직접 개발한 브랜드를 말한다. 해당 유통업체의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채널로 유통되는 제조업체 브랜드(NB, National Brand)와 차별화된다.

과거에는 유통 전문 업체가 독자적인 상품을 기획해 생산만 제조업체인 메이커에 의뢰하는 기획개발 형태의 PB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업체가 직접 기획·제조·판매를 맡는 생산개발 형태,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독점 수입해 판매하는 독점수입 형태, 특정 업체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상품을 만들어 파는 대신 일정한 로열티를 주는 라이선스 형태 등 다양한 PB가 존재한다.



▶기획부터 브랜딩까지 모든 과정 직접 추진

유통업체가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 판매, 브랜딩 등 모든 과정을 직접 추진하는 경우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 제품을 선보이는 게 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선 같은 돈으로 더 품질 좋은 상품을 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업체 입장에선 원가가 높아 이익률을 끌어올리기 힘든 명품 브랜드 대신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게 수익 면에서 유리하다.

적정한 원가·판매가격을 온전히 스스로 정할 수 있어서다. 시즌·트렌드에 맞게 상품을 기획·생산하면서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같은 서로의 요구가 맞아 떨어지면서 유통가에서 PB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상품이 됐다.

프리미엄 PB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신세계백화점이다. 2016년 9월 선보인 캐시미어 브랜드 ‘델라라나’와 2017년 2월 출범한 보석 브랜드 ‘아디르’가 대표적이다.

델라라나는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패션의류 캐시미어를 전문으로 선보이는 브랜드다. 원사 수입부터 디자인과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도맡았다. 출시 2년 전부터 전담팀을 꾸리는 한편 주요 고객층인 VIP 멤버십 고객들에게 설문조사 등을 추진하며 소비자들의 요구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가 세계적인 최상급 캐시미어 브랜드로 유명한 로로피아나와 이탈리아에서 가공된 원사를 직접 수입해 만드는 상품이다. 최고급 원사를 사용하면서도 가격은 백화점에 입점한 여타 캐시미어 브랜드의 절반 수준인 40만~60만원대로 잡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델라라나의 올해 누적 매출액은 당초 목표치의 40%를 초과 달성하며 순항 중이다. 신세계 백화점에 입점한 캐시미어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 상승폭을 기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명실공히 신세계백화점을 대표하는 캐시미어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아디르는 세계적인 해외 주얼리 브랜드와 동일한 원석 공급 딜러에게 공급받은 최상급 다이아몬드를 선보이는 브랜드다. 다이아몬드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세계적인 감정기관 미국 보석 감정위원회(GIA)의 감정서를 제공하며, 세공은 일본 주얼리 전문 세공장인이 맡아 최고 수준의 상품을 선보인다. 반면 가격은 해외 럭셔리 브랜드에 비해 약 20%가량 낮게 책정됐다.

신세계백화점 자체 보증서를 제공해 신뢰도도 높였다. 현재 누적매출 기준으로 당초 목표치를 20% 초과하는 실적을 거두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내친김에 지난 8월 백화점 업계 최초로 자체 제작 란제리브랜드 ‘언컷’까지 선보이며 프리미엄 PB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란제리 전문 디자이너를 포함한 10여 명의 인력이 약 1년간 고심한 끝에 만든 프리미엄 PB 속옷 브랜드다. 기능성 원사와 레이스, 순면 등 최고급 원단을 사용하면서도 가격대는 저렴하게 책정했다.

제품 품질에 민감한 VIP 고객들이 프리미엄 PB 상품을 선호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신세계백화점이 델라라나·아디르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VIP 회원 고객들의 매출 비중이 비슷한 상품군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VIP 매출의 비중은 델라라나가 75%, 아디르가 61%에 달했다. 일반 컨템퍼러리 의류의 VIP매출 비중이 56%, 주얼리는 39%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의 경우 젊은 세대를 겨냥해 선보인 매장이지만 VIP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체 매출의 4분의 1가량을 VIP 고객들이 차지한다. 자체 란제리 브랜드인 ‘언컷’ 역시 VIP매출 비중이 30%를 넘는다. 손문국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은 “품질과 가격 합리성을 동시에 따지는 백화점 VIP고객들에게 프리미엄 PB 상품이 인정받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프리미엄 PB를 통해 상품 차별화와 백화점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5개 직매입 PB편집매장 운영

롯데백화점은 지난 8월 통합 PB ‘엘리든’을 출범하며 PB 상품 이미지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기존 PB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롯데만의 차별화한 PB 파워를 높이는 게 목적이다. 통일된 이름과 인테리어 콘셉트, 로고·상품 재정비를 통해 도약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은 각기 다른 상품군·이름의 5개 직매입 PB 편집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2005년 첫 직매입 편집숍인 여성 수입의류 ‘엘리든’ 브랜드 론칭을 시작으로 2012년 ‘바이에토르’라는 30·40대 여성 타깃의 컨템퍼러리 의류 브랜드를 오픈했다. 2014년에는 의류·잡화 브랜드인 ‘비트윈’과 남성의류 직매입 편집숍 ‘아카이브’ 매장을 오픈했다. 2016년에는 리빙 상품군까지 그 범위를 확대해 리빙 직매입 편집숍 ‘르보헴’을 론칭했다. 이 중 가장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엘리든이 전진 배치된 셈이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에 ‘엘리든 홈’, 부산본점에 ‘엘리든 플레이’ 등 2개 브랜드를 오픈하면서 새로운 통합 브랜드 ‘엘리든’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0만원대 가격에 100% 캐시미어 니트 스웨터 등을 선보이는 가성비 니트 전문 브랜드 ‘유닛’ 등에도 힘을 실으며 PB 상품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2015년 출범한 유닛은 국내 최대 니트 제조업체인 마하니트가 생산해 롯데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제휴 PB 브랜드다. 올 상반기 ‘유닛’의 매출 신장률은 20%로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홈쇼핑을 통해 프리미엄 PB 상품군을 늘려 나가고 있다. 9월 현대홈쇼핑을 통해 선보인 프리미엄 패션 PB 브랜드 ‘라씨엔토’가 대표적이다. 라씨엔토는 홈쇼핑 판매 상품은 품질이 떨어질 것이란 편견을 깨고 첫 방송에서 4시간 만에 70억원어치를 판매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12월 기준 누적 매출은 220억원에 달한다. 39만9000원에 판매한 밍크트리밍 구스다운코트의 경우 1만5000장이나 팔리며 대박을 터뜨렸다.

라씨엔토의 특징은 천연 캐시미어와 울, 밍크, 페루산 수리알파카 등 고급 원단을 활용해 제품의 질을 높였다는 점이다. 합성섬유를 혼방하지 않고 고급 원단을 100% 사용해 제작한다. 브랜드명인 라씨엔토 자체도 숫자 100을 의미하는 이태리어 ‘센토(CENTO)’에서 따왔다. 이태리 캐시미어 핸드메이드 코트는 이태리 최고의 원단사 ‘멘치 테시트’의 캐시미어 지블링 원단을 사용했다.

리버시블 무스탕 코트는 가죽의 주름과 모공이 작아서 표면이 깨끗한 최고급 양가죽으로 꼽히는 터키 테너리 산 메리노 무스탕과 캐시미어 원단으로 만든다. 두 제품 모두 60만원가량인 상품이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고가 소재 의류에도 자체 브랜드 상품 등장

고급화 전략이 효과를 내면서 현대홈쇼핑에서 캐시미어, 풀스킨밍크 등 고가 소재 의류를 구매하는 고객 수는 2014년 대비 2016년 28배나 증가했다. 객단가 역시 8만원대에서 지난해 20만원까지 껑충 뛰었다. 강진규 현대홈쇼핑 패션상품기획팀 책임 MD는 “고급소재, 디자인, 기술력을 집약한 단독브랜드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일반적인 상품보다 다소 비싸도 얼마든지 구매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패션, 리빙, 식품을 아우르는 좋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PB 전략이 패션 부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현대홈쇼핑이 지난 6월 업계 최초 가전 PB로 내놓은 오로타가 대표적이다. 가전의 경우 대기업 위주로 브랜드 파워가 확고한 상품들이 이미 버티고 있는 데다, 재고 부담이 크고 상품 차별화도 어려워 업계에서 PB 개발을 꺼리는 대표적인 상품군이었다. 현대홈쇼핑이 오로타 브랜드 첫 상품으로 선택한 것은 에어쿨러. 냉매팩을 일일이 얼려야 하는 단순한 제품들이 난립하는 시장에 정수기 냉각 원리인 ‘반도체 방식’을 접목한 제품을 내놨다. 시중 에어쿨러에 비해 비싼 가격에 판매됐지만 누적 매출 60억원을 기록하며 물량 부족으로 지난 8월 초에 조기에 판매를 종료했다. 현대홈쇼핑은 앞으로 주방용품, 생활용품 등으로 오로타 상품 영역을 넓혀 생활상품 분야의 주력 브랜드로 육성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이 11월 출시한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원테이블’도 패션분야 외 프리미엄 PB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게 해준다.

원테이블은 현대백화점이 레시피·아이디어를 내놓으면 계열사 현대그린푸드에서 제품을 만들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구조다. 출시 한 달 만에 3만4000세트가 팔리며 대박을 터뜨렸다. 당초 목표 판매량인 1만 세트를 훌쩍 뛰어넘은 실적이다. 기존의 가정간편식 제품에 비해 가격이 10~15%가량 높지만 유명 맛집 레시피의 비법을 살려 맛이 좋고 음식이 깔끔하다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재구매율은 다른 가정간편식의 2배 수준인 65%에 달할 정도다.

‘유통업체가 자체 개발한 상품은 싸다’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고급화 승부수를 던진 게 성공했다. 프리미엄 PB 전략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불경기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고 같은 상품을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지면서 유통업체들 입장에선 자신의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차별화 상품이 절실해졌다.


기존의 인기 브랜드만으로는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십분 활용해 아예 새로운 자체 브랜드를 내놓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업체들이 PB상품의 고급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한층 더 차별화한 상품으로 경쟁력을 과시해야 프리미엄 PB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경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8호 (2018년 0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리인상의 시대, 불확실성을 줄여라 글로벌 자산배분·저변동성 펀드가 대안

부동산 전문가 5인이 꼽은 조정기 재테크…9호선·GTX 신설역세권 ‘숨은진주’ 찾아라

고령화시대 패션시장 지각변동-5060이 실제 구매층으로 ‘그레이네상스’시대 왔다

[이민우의 보르도 와인이야기] 러시아 왕족 즐긴 ‘소테른 와인’ 황홀한 단맛 곰팡이가 빚어내

[CEO 걷기 프로젝트] 부산 해운대 동해남부선 철길-트렌디한 달맞이길 아래 오롯한 오솔길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