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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펀드매니저 대해부] (4) 가치주 | 한국판 워런 버핏을 꿈꾸는 사람들 “주가는 결국 기업가치에 수렴”
기사입력 2018.04.05 09:51:35 | 최종수정 2018.04.16 15: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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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주 vs 성장주 쉽게 이해하기 주식투자는 크게 가치투자와 모멘텀 투자로 나눌 수 있다. 가치투자는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Valuation)보다 하락할 때 매수하여 주가가 가치만큼 상승하면 매도하는 방법이다. 반면에 모멘텀(Momentum) 투자는 주가가 항상 주식의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고 상승추세에 있는 성장주 주식에 베팅하는 방법이다.

‘워런 버핏’

주식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한두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가치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그는 사업가가 아님에도 세계 최고의 부자반열에 올랐다.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함께 성장하며 자산을 불리는 그의 투자방식은 여전히 전 세계투자시장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가치투자자는 누가 있을까? 시시각각 변하는 투자환경에서도 꿋꿋이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고 장기 투자하는 고수들을 만나 봤다.



1세대 ‘Mr. 밸류’ | 한투밸류·신영운용이 한국 가치투자의 산실

국내 가치투자의 역사는 길지 않다. 첫 태동기는 1980년대 후반이다. 워런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때가 1965년에 ‘버핏의 스승’으로 불리는 벤자민 그레이엄이 ‘조인트 어카운트’라는 회사를 만들어 가치투자 이론을 실전에 적용하기 시작한 시점이 1926년임을 고려하면 한국의 가치투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걷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철저한 가치투자 원칙과 철학을 지켜나가며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하 한국밸류운용)이다. 1998년 국내 최초의 가치투자 펀드인 ‘밸류이채원펀드’를 출시했고, 2000년 동원증권의 고유계정 운용을 맡아 2006년 초까지 누적수익률 435%를 거두며 유명세를 탔다. 2006년 한국투자증권은 한국밸류자산운용을 설립, 그의 지휘 아래 10년 장기투자를 표방하며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를 만들었다. 이에 그는 종종 가치투자의 대명사인 워런 버핏에 비유되기도 한다. 국내에 이전까지 없던 가치투자 전문 하우스인 한국밸류운용을 만들고 명가로 일군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채원 대표의 한국밸류운용의 ‘맞수이자 동반자’로 꼽히는 회사가 신영이다. 1996년 설립된 신영자산운용은 국내 운용업계에서 또 다른 ‘가치투자의 명가’로 통한다. 오랜 기간 가치투자 철학을 지켜내면서도 매년 꾸준하게 양호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립 이후 한해도 적자를 보지 않았다는 것은 신영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이 중심에는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고문과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가 있다. 1955년생으로 최근까지 ‘최고령 펀드매니저’로 노익장을 과시했던 이상진 고문은 다소 이력이 화려하다.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경북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후 처음 들어간 회사는 금융투자회사가 아닌 현대중공업이었다. 선박 영업·파이낸싱을 하며 금융투자업과 인연을 맺은 이 고문은 1987년에 신영증권에 입사한 이후 슈로더증권, 베어링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를 거쳐 1996년 신영자산운용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에는 가치투자 한 우물만 판 국내 대표 가치투자 1세대로 꼽힌다.

신영자산운용의 또 다른 창립멤버인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자타공인 가치투자 고수로 통한다. 그가 운용하는 펀드는 각 펀드평가사나 언론사가 주최하는 행사에 ‘베스트 펀드’로 선정된 횟수는 두 손, 두 발을 합쳐도 세기 어렵다. 허 대표의 운용스타일을 잘 나타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별명이다. 그의 별명은 천 년에 한번 꽃이 핀다는 ‘우담바라’와 선비를 뜻하는 ‘공’을 합쳐 만든 ‘우담공’이다. 단기 이슈나 모멘텀에 흔들림 없이 장기투자에 대한 집념과 인내력을 보고 주변에서 지어줬다고 한다.

신영자산운용이 창업한 이듬해인 1997년 외환위기를 타고 또 다른 가치투자의 고수가 등장한다. ‘원조 슈퍼개미’로 불리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외환위기가 터진 이후 자신의 종잣돈 1억원으로 투자를 시작해 2년 만에 그 돈을 156억원으로 만들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세워 그는 본격적인 운용에 나서며 승승장구했다. 펀드계의 이단아로 불리던 그는 가치투자를 통해 수년간 국민연금 수익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우수한 성과를 냈다. 강 회장의 철학은 주식투자는 투자한 기업과의 ‘동업’이라며 동업자론을 곧잘 설파하기로 유명하다.

1세대 가치투자자로 꼽히는 강 회장이지만 운용방식은 한국투자밸류나 신영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평소 종목을 선택할 때 기업의 가치에 앞서 ‘산업의 미래존재가능성’을 우선적으로 평가하며 성장가치주를 표방한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등 새로운 시도에도 주저함이 없다.

2000년 4월 출범한 한가람투자자문은 역시 1세대 가치투자 하우스로 꼽힌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는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는 가치투자전도사다. 노무라증권에서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한 그는 대우투자자문과 SEI에셋코리아자산운용 등을 거쳐 2000년에 회사를 창업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던 당시에도 50%가 넘는 투자수익률을 낸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IT 버블’ 사태를 계기로 원칙에 맞게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자문사를 만들어 가치투자 철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제 갓 마흔을 넘긴 두 명의 ‘젊은 피’ 역시 국내 가치투자 역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다. 동갑내기이자 동업자인 VIP투자자문의 최준철, 김민국 대표가 주인공이다. 한국판 버크셔 해서웨이를 꿈꾸며 2003년 VIP(Value Investment Pioneer)를 창업한 그들은 서울대학교 재학시절이던 1996년 의기투합해 가치투자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공개펀드를 만들고 책을 집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 나갔다. 이들의 성공에는 선배들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창업 초기 이채원 대표, 허남권 대표 등은 밥을 사주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가 하면 강방천 회장과 최권욱 안다자산운용 회장은 자문사 경영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선배들의 가르침을 통해 현재 VIP투자자문 1조7000억원가량 되는 자산을 굴리며 매년 꾸준히 성과를 내며 당당히 국내 가치주 명가 반열에 올라섰다.



▶펀드매니저의 요람, 가치투자 명가 三國志

여의도 ‘증권쟁이’에게 국내 가치투자 명가 3곳을 꼽아 달라고 하면 한국밸류운용, 신영,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란 이름이 등장할 것이다. 이 세 회사는 역사와 투자철학을 바탕으로 명실공히 명가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가치투자 고수들이 등장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국밸류운용은 이채원 대표의 철학과 노하우를 통해 가치투자 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 특히 한국밸류 출신 소위 ‘이채원 키즈’들은 업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KB자산운용에서 ‘KB밸류포커스펀드’를 키워낸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최웅필 주식운용본부장(CIO) 한국밸류운용이 대표적이다. 최 본부장 산하 밸류운용실의 정용현 밸류운용 본부장, 남영구 밸류운용 팀장, 송종은 매니저 역시 모두 한국밸류운용 출신이다.

공채1기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과 장동원 유경PSG헤지펀드운용팀장도 대표적인 이채원 키즈로 꼽힌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지만 2016년 주식형 펀드를 굴리는 운용사 가운데 수익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 역시 한국밸류운용 공채 1기 출신이다. 한국밸류운용에서 ‘한국밸류10년투자장기주택마련펀드’ 등을 운용했다. 2007년 한국밸류운용에 입사한 홍 대표는 재직 9년 만인 2016년 6월 한국밸류운용을 떠나 자산운용사를 세운 바 있다.

이외에 IBK중소형주코리아 펀드로 높은 수익률을 낸 뒤 2015년 자리를 옮긴 정재원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매니저도 역시 한국밸류 공채 1기 출신이다.

공채 1기 이후 기수에서도 강병구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매니저, 이상욱·김기동 유경PSG자산운용 매니저 등이 한국밸류운용 출신으로 운용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에셋플러스 출신 이른바 강방천 키즈로는 최광욱 제이앤제이 대표가 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간판펀드인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를 7년여간 이끌던 최광욱 대표는 ‘선수들의 집합소’로 불리는 헤지펀드 업계로 적을 옮겨서도 주목을 받았다. 여타 헤지펀드와 비교해 변동성을 약 10%대로 유지하며 높은 수익을 이끌어 내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하윤, 노기호, 문종규 매니저는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겨 밸류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신영자산운용은 장기투자철학에 걸맞게 이탈이 적은 하우스로 명성이 높다. 또한 타사와 비교해 여성펀드매니저가 많다는 점도 특색이다. 국내 10대 자산운용사 중 펀드매니저의 인력 이탈이 가장 낮은 운용사가 바로 신영자산운용이다. 펀드매니저 1인당 평균 근속 기간이 8년7개월에 달한다. 신영자산운용에서는 전체 경력을 신영에서만 채운 매니저가 대다수다. 허남권 대표 21년7개월, 원주영 본부장 17년 5개월, 김화진·고도희 선임 11년 5개월 등이 대표적이다. 타사의 ‘영입유혹’과 창업에 나선 매니저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렇게 신영자산운용의 낮은 이직률은 직원들의 자긍심에서 나온다는 평가다. 매니저의 역량이 쌓일수록 투자의 역량도 쌓여간다는 것이 회사의 철학과 당장 펀드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고 투자종목과 함께 간다는 철학이 장기근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다양한 스타일 2세대

가치투자 매니저들 등장

“10명의 가치주 매니저가 있으면 투자 스타일도 열 가지다.”

오랜 기간 가치투자에 대해 연구해 온 조용준 하나대투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의 말이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더라도 종목을 발굴하는 눈과 스타일은 제각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국내 가치주 펀드들이 담고 있는 종목들은 일정 부분 겹치지만 저마다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보수적인 투자방식을 고수하는 1세대를 가치투자방식을 넘어 자신만의 ‘色’을 입힌 가치투자방식으로 성과를 내는 매니저들이 속속 등장한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성장주 하우스인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자생(自生)한’ 이현진 미래에셋운용 본부장이 대표적이다. 1979년생으로 미래에셋운용에서 최연소 본부장에 오르며 유명세를 떨친 이 본부장은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던 경험을 부지런한 탐방을 통해 해당 산업의 미래성장성과 지배력 등을 분석해 주식의 가치를 분석한다.

이준혁 한화자산운용 상무는 ‘성장형가치주’를 추구한다. 모순적이게 들리지만 저렴한 가격이면서 20~30% 이상 성장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린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주가수익비율(PER) 7~8배에도 실적이 꾸준히 느는 종목도 가치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인수합병에 특화된 새로운 개념의 접근을 가치투자에 적용한 경우도 있다. 한성근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인수합병에 가치를 둔 펀드 투자는 미국 시장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미국시장의 성공을 현지에서 직접 목격한 한성근 매니저는 이 개념을 국내 시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운용하는 밸류플러스 펀드의 차별화 포인트는 개별 기업의 M&A, 사모투자펀드(PEF)의 지분 인수, 자회사 기업공개(IPO), 기업분할,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등을 고려한 ‘사적 시장가치(Private Market Value)’ 분석에 있다. 삼성운용은 이를 ‘M&A밸류’라고 지칭한다.

‘강방천 키즈’인 이하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매니저는 기업규모보다 기업의 비전과 글로벌 트렌드에 주목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세계적인 트렌드에 부합하고 향후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면 가치 투자대상으로 본다. 기존 중소형 가치주에 집중하는 보수적인 가치투자 방식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가미한 가치투자자들은 시장에 점차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대표는 “해외의 경우 가치주와 성장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한편 다양한 스타일을 가미한 가치투자 매니저들이 각광받고 다”며 “특히 실적에 대한 압박이 강한 국내 투자환경에 철학을 유지하고 있는 몇몇 회사를 제외하고는 다양한 방식이 가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 가치투자 레전드의 모임 ‘가치투자포럼’

‘국내의 내로라하는 가치투자 전문가들의 사교모임?’ 매달 여의도 모처에는 한국형 가치투자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가치투자 고수들이 모인다. 이채원, 허남권, 조용준 등 이름만 들으면 가치투자계의 어벤져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8년 6월 발족된 ‘가치투자포럼’에서다.
신영증권이 2년 전부터 경력 5년차 미만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가치투자교실’의 강사로 인연을 맺은 이들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형 가치투자에 대한 고민과 주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한가람투자자문 박경민 대표와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강방천 회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조용준 하나대투자산운용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이 간사를 맡고 있다. 허남권 신영투신운용 대표,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이택환 TSI투자자문 대표, 박정구 가치투자자문 대표, 조세훈 이룸투자자문 대표, 최준철·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 용환석 페트라자산운용 대표 등이 주요 멤버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1호 (2018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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