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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1세대 벤처기업가서 혁신 전도사로 변신한 황철주 | 소득 2만달러는 ‘모방’, 4만달러는 ‘혁신’으로
기사입력 2017.11.30 18: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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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0, 1+1=5’.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치를 생산하는 주성엔지니어링에는 이같이 터무니없는 계산법이 공장 내에 붙어 있다. 정밀함을 생명으로 하는 반도체 장비 업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산법인데, 직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상한 ‘산수’를 마주한다.

사실 여기에는 이번 럭스멘 기업인상을 수상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의 기업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그 요체는 ‘혁신’으로. 황 회장은 최근 공개·비공개 석상에서 “혁신만이 국가와 기업이 살길”이라고 혁신전도사를 자처하며 이를 강조한다.

다소 황당한 이 산법과 혁신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황 회장의 설명은 이렇다. 1+1=5와 관련해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능력의 최고치를 100%라고 할 때, 두 사람을 함께 일을 시키면 절대 200%가 안 나온다. 서로를 의지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두 사람에게 200%의 능력치를 기대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고 본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500%를 기대하면 이는 가능한 일이다. 둘 중 하나가 게으름을 피우더라도 나머지 한 사람이 적극적 의지를 가지면 시너지가 발휘되기 때문이다. 이게 혁신이다. 다시 말하자면 하나 더하기 하나를 둘로 만드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만 하나 더하기 하나를 다섯으로 만드는 것은 혁신성이다.”

황 회장은 “이 같은 혁신에 관한 사고가 오늘날의 회사를 만든 비결”이라며 “주성엔지니어링은 창업 이후 세계 최초의 기술 16개를 개발해 냈는데, 이 같은 정신이 사내 구성원들에게 녹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고 자부했다.



황철주 회장은 경기도 광주 본사에서 진행된 한 시간 동안의 인터뷰에서 절반가량을 ‘혁신’을 화두로 이야기했다. 벤처 1세대인 그는 한평생 동안 ‘혁신’을 화두로 삼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 것일까?

황 회장은 “우리 사회가 혁신에 대해서 모순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 모순을 깨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은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가 화두로 잡고 있는 혁신은 기업이 아니라 국가에 방점이 있는 듯했다. ‘혁신’은 현 문재인 정부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황 회장에 따르면 혁신을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혁신과 모방의 특징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혁신은 간단히 말해 다른 사람보다 먼저 하는 것이고, 이를 따라하면 모방이 된다. 하지만 혁신에는 신뢰가 없다. 신뢰는 시간이 가면서 쌓이는 것인데,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은 신뢰가 없을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모방은 앞선 변화를 따라가니 안정적이고 신뢰가 있게 된다.” 황 회장은 “이 같은 혁신과 모방의 특징을 이해하지 않으면 시대를 앞서는 사회 변화는 이뤄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 “혁신과 신뢰는 정반대다. 제로에서 탄생하는 혁신은 처음이 가장 획기적이다. 그리고 위험과 버블도 따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위험과 버블이 제거된 안정된 혁신이 자리 잡고, 여러 모방들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결점들이 해결되면 신뢰가 쌓인다. 그만큼 혁신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리스크 없는 혁신은 없어

황 회장은 이 대목에서 “이론과 현실 사이의 많은 괴리가 있다”면서 “혁신을 강조한다면 리스크와 위험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혁신과 이 신뢰가 같이 가기를 원하는데 이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을 예로 들면서 “금융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기술 업체들이 많은 코스닥은 혁신성이 있어야 하고 리스크와 버블도 함께 존재한다.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해 이 버블을 걷어낸다는 생각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여기에 투자한다는 자체가 투자의 혁신이고, 이는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부분은 당연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 회장은 “혁신을 이야기하면서 안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혁신의 기본 개념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혁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도 제대로 찾을 수 없다”면서 “2만불 시대의 리더와 4만불 시대의 리더는 분명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이렇다 “현 시대는 지식, 기술 정보가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빛의 속도로 공유되는 시대다. 누가 많이 아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혁신을 현실화시키는 싸움을 벌이고 이는 리스크를 누가 과감히 지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은 모방이 아닌 혁신을 위험을 감내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시대다.”

황 회장은 “대한민국 호가 2만불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리더의 부재에 있다고 진단하고, 혁신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4만달러 도약 못하는 것은 창조적 리더가 없기 때문

“2만불을 달성할 때까지 대한민국은 누구나 열심히 일을 하면 성장을 이뤄내는 국가였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부족해서 그랬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6·25 전쟁, 그리고 이후 고도 성장기를 되돌아보면 대한민국은 미·일 등 앞선 국가, 그들의 기술을 따라가면 됐다. 즉 모방을 통해 국가의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메울 수 있는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1등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시대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모든 것이 자유롭게 공유되는 세상에서 모방만으로는 앞서 나갈 수 없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혁신을 할 수 있는 것은 1등밖에 없다. 요약하자면 모방으로 2만불 시대를 만들었다면, 4만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혁신을 과감히 해내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이런 맥락에서 “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책임지는 자리에 꼭 기업인이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혁신적 사고를 가지고 정책을 펴나갈 수 있는 분이라면 어떤 분이라도 괜찮다”고 말했다. 다만 황 회장은 혁신을 추구함에 있어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신’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세월호 사건을 보자. 과거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지만 그때는 문제가 안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고 나면 터지는 성희롱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는 우리의 경제수준이 바뀌면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바뀌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것이 시대정신이다. 누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과거와는 다른 사회적 기준이 국민들 사이에 자연스레 형성됐다는 것이다.

4만불 시대로 가기 위해 혁신을 현실화하는 과감한 리더가 필요하고 사회도 혁신과정에서 일어나는 리스크에 대해서 감내할 줄 알아야 한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

황 회장의 이 같은 혁신에 관한 열정적 담론으로 인해 정작 묻고 싶었던 올해 수상의 배경이 됐던 기업 경영 실적과 관련해서는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절반이나 넘겨서 물을 수 있었다.

황 회장은 올해도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난 몇 년간으로 따지면 최대치를 기록할 것 같다”면서 “내년, 내후년도 실적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2015년 턴어라운드를 달성한 후 계속 호실적을 내고 있다.

증권정보제공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 실적 컨센서스는 2832억원 매출에 450억원의 영업이익이다. 3분기까지 연결기준 매출은 2143억원, 영업이익 343억원으로 실전 전망치를 무난히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70억원과 363억원을 기록했다.

주성의 주력 무기는 2001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반도체 장비인 ALD(Atomic Layer Deposition)다. 반도체 웨이퍼에 가스막이나 메탈 등 여러 소재를 얇고 균일하게 입히는 역할을 하는 이 장비는 반도체가 갈수록 정밀 미세 공정을 요구하면서 쓰임새가 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에 주로 납품을 하고 있다. 또 디스플레이 장비인 PECVD(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장비)도 시장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가지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황 회장은 시장과 관련해선 여전히 중국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주성은 소비재 관련 기업이 아니어서 중국과의 사드 갈등에도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면서 “시장은 인구에 비례하고 이런 점에서 중국의 막대한 인구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주성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은 25% 정도다.

황 회장은 대한민국이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 “향후 10년 동안 삼성 하이닉스는 기술적인 면에서 우위를 달리겠지만, 이것이 이익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후발 주자인 중국이 저가(로 엔드) 시장에 진출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면서 한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이 잠식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황 회장의 분석이다.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는 저가 시장에서도 한국산 고가(하이 엔드) 제품이 사용되고 있는데, 중국이 저가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이렇게 되면 시장 논리에 따라 D램 가격은 폭락할 수밖에 없고,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30~40%까지 빠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여기에도 혁신이 필요하겠다는 질문을 이어 하자 “ 다들 고민은 하고 있지 않겠냐”라고만 답했다.



가업승계 안 할 것… 능력 있는 벤처기업인이 맡아야

인터뷰 말미에 최근 반짝 이슈가 됐던 가업 승계와 관련해 물었다. 대한민국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으로 다가온 후계구도와 관련된 질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황 회장의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시장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전부다.” 이어지는 설명은 다시 ‘혁신’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뛰어난 기업이라도 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하지만 혁신은 리스크가 크고, 이를 해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제 자식이 그걸 해낼 능력이 되면 물려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황 회장은 이와 관련해 “주성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라면 열정과 발전 가능성을 갖춘 스타트업을 인수해 그 회사의 CEO로 하여금 회사를 맡게 하든가, 아니면 우리가 더 큰 기업과 M&A를 당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황 회장의 생각에는 주성엔지니어링이란 기업이 개인의 회사가 아닌 주주의 것이라는 평소 철학이 깔려 있다. 지난 정부에서 중소기업청장에 내정된 그가 막판에 철회한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황 회장은 “청장직을 맡으려면 보유 주식 모두를 매각해야 했는데, 이 경우 경영권이 보장이 안 돼 결국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제도에 묶여) 주주조차 보호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한 국가의 중소기업 정책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다만 그는 “지금 시대가 기업인이 공직을 맡으려면 요구하는 잣대가 이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굳이 제도를 억지로 손볼 필요는 없는 것 같고, 그 틀에서 맞는 사람을 뽑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혁신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기본조건이다.

황 회장은 자신이 직접 중소벤처업계의 공식적 리더가 되진 않았지만, 업계 선배로서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를 차근히 하고 있다.



사재 털어 인재 육성에도 적극적

먼저 2010년 2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만들었다. 청년들에게 도전 정신을 고양시키기 위함이 목적이었다. 또 2005년에는 일운장학재단을 만들어 미래 인재 육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110명이 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됐고, 이들에게 20억원가량이 지원됐다. 재단은 역시 그가 내놓은 사재 50억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회사 건물 벽에 걸려 있는 가로 13m, 세로 9m의 대형 태극기는 황 회장만의 독특한 사원 혁신 사기 진작책이다. 2001년 주 거래처였던 삼성전자가 떠난 후 회사가 어려웠던 시절, 황 회장은 대형 태극기를 통해 직원들에게 “우리의 주 무대는 세계”라며 직원들의 자존심과 사기를 높이는 수단으로 삼았다. 삼성이 없어도 잘해낼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 대형 태극기는 이제 주성의 상징이 돼버렸다.

다시 이상한 산법으로 돌아가 보자. 100-1=0에 대한 설명이다.

“이는 완벽함을 말하는 것이다. 99%를 잘했더라도 하나가 잘못되면 그 하나가 전부를 다 죽인다.
즉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부품 하나에 성패가 갈리고 이게 기술 시장의 경쟁이다. 고급 차량도 부품 하나에 사고가 나고 이미지가 구겨지지 않냐. 100%를 해내면 명품이 된다. 혁신에 따라오는 리스크를 두려워하기보다 이를 극복해 100%의 완벽한 명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 오늘날의 주성을 있게 한 진짜 공신이다.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7호 (2017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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