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명도 쉽고 권리금 없는 단독·다가구 상가건물로 변신 꼬마빌딩 시장 대세로 떠오른 ‘리모델링’
기사입력 2017.11.10 16:32:02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앞으로 투자가 유망한 지역이요? 메인상권 주위의 단독주택, 다가구 주택이 많은 곳을 찾아보세요. 또 오르막, 내리막 언덕길이 아닌 평지여야 좋습니다.”

중소형 빌딩 중개업계의 베테랑인 이진석 리얼티코리아 전무는 꼬마빌딩 투자자들에게 강남구 신사동, 송파구 방이동, 용산구 한남동·이태원동, 마포구 연남동 주변을 눈여겨볼 것을 추천했다. 그는 “이들 지역은 ‘리모델링’을 통해 상가건물로 변신이 가능한 단독·다가구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위)연남동 리모델링 건물, (아래)연남동 리모델링 건물



▶신사동·방이동·이태원·연남동 유망

꼬마빌딩 시장에서 ‘리모델링’ 투자법이 관심을 끌고 있다. ‘리모델링’은 낡은 건물을 고쳐 수익성을 개선한 뒤 시세차익을 보고 매각하는 투자법이다. 처음 건물 매입에 나서는 대부분의 투자자는 오래된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하기보다는 새 건물을 선호한다. 하지만 서울 메인상권에서 임대료가 ‘따박따박’ 나오는 새로 지은 상가 건물은 매물로 잘 나오지 않는다. 매물로 나와도 수익률이 3%를 넘기는 경우가 드물다. 요즘 대출금리가 3.5%대 수준으로 건물 수익률이 최소 4%대는 나와 줘야 한다. 그래야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융자를 끼고 투자하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는 매수가 쉽지 않다.

‘리모델링’이 인기를 얻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낡은 건물을 매입해 외관을 고쳐 우수한 임대인을 유치하는 것이 리모델링 투자의 주목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실상 뼈대만 남겨 놓고 ‘신축’에 가까운 리모델링 작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기존보다 높은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임대인을 구해 수익성이 높아지면 이에 맞춰 건물 가격을 높여 시세차익을 남기고 매각도 가능하다.

건물주가 직접 리모델링을 하는 대신 우수한 임대인이 들어오면서 건물 외관을 예쁘게 바꾸는 경우도 있다. 한남오거리에 위치한 폴바셋 건물도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가치를 한껏 높인 대표적인 사례다.

이진석 전무는 “한남오거리 수도빌딩은 2013년 40억원에 거래가 됐고, 이후 폴바셋이 들어오며 리모델링된 상태”라면서 “한남오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던 건물이었는데 폴바셋이 통임대로 들어오면서 신축건물처럼 깨끗한 이미지로 변신했다. 매물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현 시세는 3.3㎡당 1억원이 조금 넘는 7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지금 당장 팔아도 시세차익만 30억원이 넘는 셈이다. 하지만 리모델링 투자자들에게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는 ‘명도’는 가장 큰 문제다. 리모델링을 위해서는 대부분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공사를 한 후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야 한다. 이때 기존 세입자가 건물에서 나가길 거부한다면 리모델링 공사가 장기화될 수 있다.

임대차 보호법에 따라 상가 임대인은 5년 동안 영업이 보장된다. 수익형 부동산은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부분 대출비율이 높은 편이다. 명도기간과 공사기간이 길어질수록 손해가 커진다.

김영정 두바이 컨설팅 실장은 “리모델링 건물은 대부분 대출을 많이 받아 사기 때문에 소유하는 순간부터 대출이자를 갚아 나가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빨리 리모델링을 해 매각을 통한 차익실현에 나서려면 결국 기존 세입자를 빨리 내보내는 명도가 리모델링 투자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평가했다.

주거용 건물을 상업용 건물로 리모델링하면 이러한 명도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기존에 상가가 아예 없던 단독주택이나 상가 권리금이 없는 다가구 주택을 상업용 부동산인 상가 건물로 바꿔 수익률을 개선하는 방법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다.

윤우용 원빌딩 이사는 “명도가 쉽고 권리금이 없는 지역을 찾다 보니 기존 상권 옆에 붙어 있고 단독·다가구 등 주거지로 상권이 퍼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역으로 말하면 상가전환이 쉬운 단독·다가구가 많은 지역이 상권의 확장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서교동 리모델링 전(왼쪽), 후(오른쪽)

한남동 리모델링 전(왼쪽), 후(오른쪽)



▶상권 확장 가능성 높은 평지가 유망

결국 리모델링은 상권의 확장성이 중요하다. 메인상권에 있는 건물은 너무 비싸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메인 상권과 너무 떨어진 단독·다가구 주택은 리모델링을 해도 큰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앞으로 상권이 확장할 수 있는 지역의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 ‘평지’에 상권이 형성돼 있어야 확장성이 좋다. 신사동 가로수길, 연남동 연트럴파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 단독·다가구 주택이 많으면서 평지에 연트럴파크를 끼고 있는 연남동은 2016~2017년대 대한민국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가장 많이 일어난 지역일 것이라는 게 건물 중개업소들의 평가다.

골목상권이 발달하면서 차를 타고 이동하기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언덕길보다는 걷기에 편한 평지 상권이 주목받게 됐다. 언덕에 가로막혀 옆으로 확장될 공간이 없으면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아무리 좋은 상권의 건물이라도 5층, 6층에 액세서리나 옷가게 같은 최고 임대인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평지’가 상권 형성에 유리한 이유다.

윤우용 이사는 “평지라도 기존 상권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집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는 지하철역이 반대편에 받치고 있거나 자석처럼 사람을 끌어들이고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할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물 투자 연령대가 낮아진 것도 리모델링 투자가 늘어난 배경이다. 예전에는 50~70대 장년층이 꼬마빌딩 시장의 주 고객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30~40대 투자자의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게 건물 중개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은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특징이다. 세입자가 완벽히 갖춰진 건물 대신 지금은 세입자가 없고 허름한 단독·다가구 주택이 젊은 투자자들의 주요 공략 대상이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뿐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 대표, 벤처 창업가 등도 부동산 건물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시세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다 내도 자산을 수억원씩 불려나갈 수 있고 새로운 건물 매입에 필요한 자금출처 소명도 비교적 깔끔하다는 게 건물투자의 장점으로 보고 있다.

김영정 실장은 “30대 젊은 의사가 연남동에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 후 10억원의 차익을 내고 판 뒤에 다시 리모델링 건물을 또 하나 샀다”면서 “지금은 건물을 3개까지 늘리면서 의사직은 아예 포기한 채 전문 건물 투자자로 돌아 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안정된 것을 추구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낡고 허름해서 손댈 수 있는 건물에 관심을 갖는다”면서 “공격적으로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을 통해 시세차익도 노리고 성취욕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물 중개시장 정보공유 활발해져

건물 중개시장의 변화도 리모델링 투자법이 확산된 한 원인이다. 예전에는 건물 정보가 제한적이고 폐쇄적이어서 강남을 중심으로만 거래가 이뤄졌다. 강남 중개업소 빌딩 사무실에 ‘회의실’이 생긴 것이 획기적인 변화의 시작이었다. 중개업자들이 서로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건물거래가 더 활발해지고 매매건수도 늘게 됐다.

윤우용 이사는 “예전에는 같은 중개업소 직원들끼리도 서로 매물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하루 20~30개씩, 매주 150개의 매물이 새로 쌓일 정도로 정보가 많다”고 말했다. 또 민간업체들이 앞다퉈 건물 매매가를 공개하는 모바일 앱을 선보이면서 주위 시세를 알기 편해졌고 리모델링을 통한 기대 수익률을 판단하기가 더 쉬워졌다. 그동안 아파트의 경우 동별, 층별 실거래가가 공개돼 투명한 거래가 가능했던 반면 토지, 건물시장은 일일이 등기부 등본을 찾지 않으면 인근 거래가를 알기 어렵고 거래도 활발하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불투명한 정보 비대칭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건물이 실거래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리모델링이 인기를 얻고 있기는 하지만 중개업자들은 여전히 초보 투자자에게는 리모델링 건물 중개를 꺼리는 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리모델링 경험이 없는 투자자에게 낡은 건물을 사라고 하면 매매 결정을 못해 시간만 낭비하기 일쑤”라면서 “중개업자 입장에선 매매가 이뤄져야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임대인이 꽉 차 있고 수리가 필요 없는 물건을 투자자에 권유하는 편이 매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수요가 늘면서 리모델링 설계와 공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도 주목받고 있다. 서대문구 연희동과 마포구 연남동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는 리모델링의 장점으로 ‘수익성’을 꼽았다.

김 대표는 ‘재생건축’이라 불리는 독특한 방식의 리모델링 전문가다. 기존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개발’이 아닌 기존의 건물을 재활용해 새 건물로 만드는 게 재생건축이다. 옛 건물이 갖는 매력으로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방식이다. 인기 걸그룹 씨스타의 멤버였던 소유가 2016년 매입한 연남동 단독주택 건물도 김 대표의 설계 디자인을 바탕으로 현재 상가 주택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실제 그의 재생건축은 철저한 ‘상업성’을 바탕으로 한다. 김 대표는 “경제적 이득 없이 옛날 것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재생’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설계한 상가건물은 대부분 가장 비싼 자리에 계단이 들어가 있는 것도 철저히 상업적인 고려에 따른 것이다. 상가건물은 통상 1층의 임대료가 높은 반면 2~3층은 공실 위험도 높고 임대료도 낮다. 그는 “리모델링 때 계단의 주목도를 높여 2~3층의 임대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로 개방된 계단을 통해 사람들이 건물로 들어오고 접근성을 좋게 한다는 설명이다.

덕분에 낡은 단독주택, 다가구 건물이 상가 건물로 바뀌면서 소비재로만 여겨졌던 부동산은 ‘생산재’가 됐다. 그는 “리모델링은 신축에 비해 건축비가 50~60% 수준”이라면서 “골목상권의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의 경우 ‘개발’이 아닌 재생이 수익률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생 건축계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건축가는 서동한 유엘디벨로프먼트 대표다. 글로벌 건축설계회사인 겐슬러(Gensler)의 한국대표를 역임한 서 대표는 최근 인사동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인사동 리모델링 건물 파노라믹 뷰



▶규제로 상권 타격 입은

인시동도 리모델링 확산

한류열풍과 함께 한때 도심의 대표상권이었던 인사동은 정부의 지나친 규제로 오히려 상권이 망가진 지역이다. 서울시는 전통상권 보호를 목적으로 인사동 중심거리엔 전통문화 관련 업종만 들어설 수 있도록 했지만 기념품점들이 공간을 메우며 내국인보다는 관광객 중심 상권으로 바뀌어 버렸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 관광객마저 발길이 끊어지면서 상권이 활기를 잃어 버렸다. 오히려 아기자기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한옥건물이 밀집한 인근 익선동으로 옮기며 새로운 상권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서 대표는 죽어가는 인사동 이면도로에 위치한 낡은 건물에 활기를 불어 넣는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했다. 죽어가던 오동나무를 살려내 야외정원을 만들고 옛 건물이 지니고 있는 문화적 감수성을 이끌어 냈다. 서 대표가 특히 중점을 둔 것은 ‘세월’에 묻혀 있던 기존 건축물의 질감을 다시 살려내는 작업이다. 서 대표는 “기존 공간을 재해석하고 낡은 건물에 묻어 있는 시간의 흐름을 다시 살려내는 창의력이 리모델링 건축의 힘”이라고 평가했다. 서 대표가 리모델링한 인사동 건물은 디자인 하우스 등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명소로 관심을 끌고 있다. 디지털 세대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모델링 투자는 주의할 점도 많다. 우선 주위 건물을 파악해야 한다. 리모델링을 하면서도 혼자만 튀는 게 아니라 주위 건물과의 조화가 중요하다. 김영정 실장은 “내 건물이 아니라 내 옆에, 앞에 건물을 봐야 한다”면서 “주위 건물이 결국 내 건물의 거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위 건물이 좋은데 내 건물만 안 좋다면 리모델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확률이 더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위반건축물이 있는 것은 인·허가가 힘들고 용도변경에 따른 주차대수, 정화조 설치 문제도 신경 써야 한다. 리모델링 투자도 결국 건물 투자다. 정부가 대출규제를 통해 부채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건물 투자엔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대출’을 받는 상업용 부동산 지상은 일반 주거용 부동산과는 다르지만 금융권이 부채관리에 나서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 역시 대출이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은행은 이미 올 연말까지 대출한도를 건당 30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200억원짜리 건물을 사도 대출이 최고 30억원밖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다른 은행들도 상업용 부동산대출 쿼터가 상당부분 소진된 상태라 대출받기가 더욱 깐깐해진 실정이다.

[김기정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6호 (2017년 1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춤한 은행주, 금리인상 타고 내년엔 오를까

‘환골탈태’ 아이폰 X…비싼 출고가에 사? 말아?

[구효서의 유념유상] 섣달에 부쳐

고수익 투자 VS 고위험 폭탄 ‘양날의 검’ P2P대출 3가지 투자 Tip

단종되기 전에 만들어야 할 ‘혜자’카드 7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