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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Ⅱ “디지털 DNA 심자” 분주해진 국내기업들
기사입력 2017.10.11 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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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촉매제 역할을 하며 4차 산업혁명의 높은 파고는 기존 글로벌 기업들에도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다. 알파고와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구글과 테슬라에 놀란 포드, GM, 도요타 등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앞다투어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기술 등에 대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굴뚝 사업 중의 하나로 여겨졌던 통신 네트워크망 사업도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화는 한두 산업에 국한되어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며 국내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가장 시급한 분야로 꼽히는 제조 기업들은 디지털 역량강화에 힘쓰고 있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의 주도 아래 GE의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인 ‘프레딕스(Predix)’를 벤치마킹한 ‘포스프레임(PosFrame)’ 플랫폼을 내놓았다. 해당 플랫폼은 2015년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적용 중으로, 향후 포스코 전 공장 적용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업 전개까지 염두에 둔 상황이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스마트 팩토리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말부터 GE와 공장 및 설비를 디지털화하는 비즈니스 모델 공동개발에 나섰고, 한화토탈 역시 올해 1월 GE의 설비 예지보전(Predictive Maintenance) 시스템인 ‘스마트 시그널(Smart Signal)’을 공장 내 핵심 설비에 도입했다. 또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GE 프레딕스 플랫폼을 벤치마킹해 자체 플랫폼 개발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태광실업, 화승, 트렉스타 등 전통적인 한국 신발제조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공정혁신에 힘쓰고 있다. 과거 신발은 재단, 재봉, 제조를 각각 다른 공장에서 처리했지만 지금은 자동화된 한 라인에서 처리한다. 신발 전용 3D CAD·CAM 소프트웨어로 발 모양 틀(‘LAST’라고 함), 윗 갑피, 바닥판을 통합해 설계하고, 패턴 배열 최적화 알고리즘으로 갑피 자재를 절감한다. 30~50일 걸리던 시제품 제작의 소요시간은 3D프린터를 사용해서 1~2일로 단축했고, 투입 인력도 12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제품 생산에서도 컴퓨터 재단·재봉, 센서·로봇을 활용해 33단계의 조립 공정을 14단계로, 16단계의 재봉 공정을 3단계로 각각 단축함으로써 23일 걸리던 공정을 12일로 단축시켰다.

스마트팩토리 원천기술과 관련해서는 LS산전이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관련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기술을 모두 확보해 사업화하고 있다. 그러나 구축 경험은 자사 및 협력사 공장 적용에 그치는 등 사업성과가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삼성SDS, SK C&C, LG CNS, 포스코ICT 등 시스템 통합(SI) 업체도 각기 자사 기술을 통해 서둘러 뒤쫓고 있는 모양새다.

김은 한국ICT융합네트워크 부회장은 “국내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함에 있어 해외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들여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등 만드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카드 디지털데이터센터(TMC)는 방대한 거래 흐름을 정밀하게 관찰해 문제 발생을 예방하고 이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신기술 탑재한 디지털 채널 확대

B2C분야에서는 고객 만족과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한 기업의 ‘채널 디지털화’는 현재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영역 중 하나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챗봇과 음성인식 등을 도입해 고객 접점인 ‘채널’에 활용하기도 한다. 유럽의 보험사 Aetna는 24시간 고객 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기술을 도입했다. 전화기를 들고 있는 상담원이 아닌 인공지능(AI)이 상담을 대신한다. 고객은 채팅으로 상담하며 AI는 자연어 처리를 통해 고객의 고충을 알아듣는다. 아직 AI가 처리하기 어려운 업무의 경우 상담원에게 전달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상담원의 처리 방법을 습득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국내 기업들도 유사한 방식의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GS홈쇼핑은 고객이 상담원과 통화하거나 ARS를 이용하면, 음성을 분석하여 문자로 변환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고객이 ARS를 이용할 때 음성으로 주소를 말하면 문자로 변환하여 상담원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또한 통화내용을 자동으로 카테고리화하여 VoC(Voice of Customer)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고객을 만나는 접점이라는 측면에서 채널을 디지털화하는 것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과제이다.

금융권에서도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 변화에 민첩한 지불·결제 기업들이 등장해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키며 이에 대항하기 위해 디지털을 기치(旗幟)로 삼은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카드는 ‘디지털’을 경영키워드로 삼고 고객이 한도를 조절하는 ‘락앤리밋’,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샷’ 등의 서비스를 출시했고 삼성카드는 모바일에서 간편하게 신청 및 발급이 가능한 ‘Taptap’ 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신한은행의 모회사인 신한금융그룹도 모든 업무와 체제 등을 디지털 중심으로 바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올해 7개의 전략 과제 중 첫 번째로 꼽았다. 비대면거래와 관련한 규제가 개선되면서 모바일뱅킹이 조회와 이체뿐만 아니라 신규 예·적금, 대출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불합리한 규제로 폐업 위기를 겪은 중고차 매매서비스 헤이딜러

철강업계 최초로 AI 도입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



▶규제 등 디지털 전환 가로막는 외부요인은 걸림돌

국내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초기단계로 평가받고 있지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규제 등으로 인한 외부적인 요인으로 진입 자체가 어렵거나 사업추진 가운데 막히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 로펌인 테크앤로는 세계 상위 100대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규제장벽을 경험할 기업이 얼마나 될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 100개 가운데 57곳은 규제로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분석됐다. 우버·에어비앤비 등 13곳은 한국에서는 아예 금지된 사업이며 44곳은 조건부로만 가능했다. 사업 유형별로 사업 차질을 빚는 분야는 핀테크 등이 포함된 금융이 17%, O2O 서비스 17%, 바이오헬스 9%였다.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것들이다.

규제로 인한 신사업 진출 차질은 이미 어느 정도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700여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7.5%가 ‘지난 1년 사이에 규제 때문에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표적으로 기존 중고차 매매 관행을 역경매방식에서 디지털로 전환한 헤이딜러가 있다. 정부가 온라인 중고차 경매 사업자도 오프라인 중고차 경매 사업자와 동일하게 1000평의 주차장과 100평 이상의 경매실 등 각종 시설과 인력조건을 갖추도록 규정하면서 헤이딜러는 순식간에 불법이 되어 수개월간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 언론 등이 문제 제기를 하고 관련업계의 뭇매를 맞은 관련 법령이 잠정 유예되고 나서야 다시 영업을 재기할 수 있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따라 자가용 승용차로 돈을 받고 사람을 태워 주면 불법이라고 규정해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형 사업모델은 진입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다. 이와 유사한 이유로 국내 금융과 숙박업과 같은 서비스업의 디지털 전환은 경쟁국에 비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창업 활성화를 외치기 전에 신산업에 대한 규제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규제 외에 다른 요인으로 디지털 전환이 더디거나 정체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2년 동부그룹 계열 동부팜한농이 수출용 토마토를 재배할 온실을 지었다가 농민단체들의 반대로 사업을 접었던 사안이나 LG CNS가 새만금 산업단지에 대규모 ‘스마트팜(Smart Farm)’ 단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직후 각종 농민단체들의 반대로 중단된 사례이다. ‘대기업의 농업 진출과 농산물 시장 교란’을 근거로 반대하는 농민단체들과 ‘미래농업을 준비하는 상생 R&D’라는 대기업 입장 차이가 커 원활한 사업 진행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세계 농업시장을 주도하는 네덜란드 프라바(PRIVA)나 전 세계 연어생산의 90%를 넘게 독점하는 Marine Harvest, Austevoll Seafood, Slamar와 같은 노르웨어 기업들 모두 영세 규모에서 출발했으나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규모화와 첨단화에 성공하면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INTERVIEW | 김대영 카이스트 교수

국내기업 글로벌 진출 위해 세계표준부터 도입해야

제조, 유통, 금융 등 전 산업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있어서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분석하여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이 인공지능 로봇 알파고나 자율주행차를 구동하는 엔진이라면 데이터는 이를 움직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간 자사의 데이터를 독점해 왔던 기업들은 Open API로의 전환을 통해 데이터를 공유하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는 추세다. 데이터가 수집 자체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고 있으며 온디맨드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과 자사의 상품 및 서비스를 고객에게 알리고 제공할 수 있는 연결 창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리테일혁신 컨퍼런스’에서 만난 김대영 카이스트 교수는 “데이터 기반의 유통산업유합혁신을 위해서는 국제표준과 글로벌 시장 트렌드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의 석유로 불리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4차 산업혁명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란 다니엘라 러스 메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 과학 및 인공지능연구소장의 말을 인용하며 공공 민간 데이터를 적극 개방해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위한 첫걸음, 국제표준에 따른 데이터 수집

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의 선제조건으로 국제표준에 따른 데이터 분류를 꼽았다. 그는 “글로벌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GS1 국제 생태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각 기업이나 조직이 국가코드와 기업코드로 이뤄진 GS1 Company Prefix를 확보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세계 11위의 경제규모에 비해 최하위권의 국가코드 보유국”이라고 주장했다. GS1은 현재 112개국 MO(Member Organization) 155개 국가가 가입해 있고 200만 이상의 기업 멤버로 구성된 비영리 국제표준기구다. 이 단체는 국제 교역을 위해 다양한 국가의 언어 대신 숫자로 이뤄진 국제 표준 바코드를 이용해 사물의 언어를 통합해 국제교역과 데이터 관리를 돕는다. 그는 “사물은 각 기업에서 만든 훨씬 많은 사물의 언어로 제각기 소통한다”며 “다양한 사물의 언어를 통합 대체할 새로운 언어로써 GS1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GS1 활용 국가가 부여받은 3리 국가코드가 하나당 대략 100만 개 이하의 기업에 할당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자산의 모든 플랫폼에 GS1표준을 적용하기로 발표했다. 아마존은 입고되는 모든 상품의 정보를 GS1데이터베이스(GDSN)로부터 받아서 상품이 진품인지 체크하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다. 두 플랫폼에 물품을 판매하고 제휴하기 위해서는 GS1코드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은 140개, 일본은 20개, 중국은 10개의 국가코드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북한·몽고 ·캄보디아·마카오·시리아와 같은 1개에 불과하다”며 “국내 중소기업이 350만 곳인데 하나 가지고 쓸 수 있는 기업의 수가 많지 않다. 몇 만 곳에 불과하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품을 만들어도 글로벌 시장에 나가려면 장벽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7주년 특집호·제85호 (2017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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